돌이켜보면 벌써 6년이나 기다려왔던 것 같습니다. 지난 2017년 E3에서 '메트로이드 프라임4'가 첫 공개됐을 때 제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4'가 아니라 메트로이드 프라임 트릴로지 리마스터에 말이죠. 확정된 사항은 없었습니다. 개발사인 레트로 스튜디오의 핵심 개발자들은 이미 대거 퇴사한 상황이기도 했죠. 그럼에도 닌텐도라면 왠지 이런 게이머들의 바람을 알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기대 역시 점점 꺼져갔습니다. 6년 간 어떠한 소식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랬던 기약 없는 기다림 역시 이제 끝났습니다. 지난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마침내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 소식이 공개된거였죠. 그것만으로도 기뻤을 겁니다. 그런데 닌텐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큰 기쁨을 안겨줬습니다. 공개와 동시에 DL로 게임을 출시한 거였죠.

편의성을 비롯해 조작감, 심지어는 대부분의 리마스터가 간과하는 그래픽적인 요소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분이 업그레이드된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입니다. 어떤 부분들이 바뀌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었는지 이제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닌텐도의 장녀가 돌아왔다. 리즈 시절을 뛰어넘는 더 멋진 모습으로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를 정의하는 변화는 총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그래픽입니다. 리마스터인데 그래픽이 변했다는 부분에서 의아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리마스터를 보면 그래픽 옵션이 추가되거나 개선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고해상도, 그리고 프레임 제한을 해제하는 정도에 불과하며, 좀 더 공을 들인다면 광원이나 고해상도 텍스쳐를 추가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는 달랐습니다. 명백히 더 나아갔죠. 컷신에서의 연출이나 구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다 뜯어고친 수준입니다. 최근 몇몇 게임들이 시도하곤 했던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그사이에 위치한 게임들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변화를 거쳤습니다. 단순히 고해상도여서 그런 게 아니라 배경 오브젝트부터 식생, 텍스쳐, 그리고 모델링 전체에 이르기까지 리메이크에 가까운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 향상된 비주얼은 여러모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실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버려진 우주선에서는 어? 좀 더 좋아진 건가? 싶은 정도였습니다. 폐쇄된 환경이다 보니 압도적으로 좋아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었죠. 하지만 곧 본편의 주무대라고 할 수 있는 탈론 Ⅳ에 도착하자 차원이 다를 정도로 좋아졌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는데 바이저에 빗물이 맺히는 모습과 암 캐논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보노라면 감탄이 나올 정도죠.

물론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에 새롭게 추가된 요소라는 건 아닙니다. 원작인 '메트로이드 프라임' 역시 게임큐브의 하드웨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빗물이 맺히거나 빗방울이 떨어지는 등의 그래픽 효과를 넣어두기도 했었죠. 당시 그 부분 역시 개인적으로는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주얼적으로 리메이크에 가까울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그 외의 그래픽 요소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최신 그래픽 옵션들이 추가됐을뿐더러 각종 오브젝트의 모델링부터 텍스쳐 전반에 걸쳐서 싹 다 뜯어고쳤죠. 하드웨어의 발전에 힘입어 식생이 더욱 풍부해졌을뿐더러 물리 효과 역시 더욱 발전해서 수면에 빔을 쏘면 자연스럽게 파문이 일고 각종 광원이 추가되어 게임의 분위기 역시 더욱 실감 나게 바뀌었습니다. 리마스터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보다 더 나을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그래픽 개선을 더욱 높게 평가하는 건 이러한 그래픽의 개선이 프레임에는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만약 30프레임을 지원한다든가 했더라면 이러한 그래픽 개선 역시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일말의 아쉬움을 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는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았습니다. 독모드와 휴대모드 모두 완벽하게 60프레임을 지원함으로써 쾌적한 플레이를 보장하죠.


두 번째 변화는 조작감입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 자체가 딱히 조작감이 나쁘다거나 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게임큐브와 Wii 각각에 최적화된 조작법을 지원함으로써 당시에는 여러모로 호평받았을 정도였죠. 문제는 이제 스위치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는 점입니다. 게임큐브 등의 전통적인 컨트롤러 방식은 사실 큰 문제가 없습니다. 조이콘으로도 거의 완벽에 가까우며, 조이콘으로는 조금 아쉽다면 프로콘이 있죠.

문제는 위모트의 적외선 방식입니다. 물론 조이콘으로도 어느 정도 무선 조작 방식을 대체할 수는 있습니다. 발달한 자이로 센서에 힘입어 적외선이 없더라도 정교한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존의 위모트 방식을 조이콘으로 완벽하게 대체한다는 건 좀 다른 얘기입니다. 똑같은 무선 인식이지만,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더욱 공을 들여야 하죠. Wii 게임의 리마스터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완벽한 수준으로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내심 걱정도 됐습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의 일반적인 조작법은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조이콘에 최적화된 방식은 어떠한 불편도 느껴지지 않았고 심지어 게임큐브 조작 방식도 지원하기에 게임큐브 컨트롤러가 있다면 이 방식으로 해도 문제가 없었죠. 그렇기에 자이로 조작 방식(위모트 방식)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상대적으로 더욱 비교될 것 같았습니다.

▲ 위모트 못지 않은 조작감을 보여준 자이로 조작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의 자이로 조작 방식은 위모트 못지않은 조작감을 지원했습니다. Wii로 즐길 때와 마찬가지로 이동과 조준을 분리함으로써 바이저의 각종 기능과 빔 교체를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물론 100% 완벽한 건 아닙니다. 적외선 방식과 비교했을 때 2%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자이로 센서에 의지하는 만큼, 위모트처럼 실제로 조준하는 곳을 그대로 조준하는 게 아니기에 약간의 괴리가 생길 수 있는 점과 그로 인해 수시로 조준을 초기화해야 하는 점이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위모트 방식을 거의 완벽하게 따라왔다는 점에서, 그리고 실제 플레이에서 큰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자이로 조작 방식 역시 많이 발전했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아직 하나 더 남았습니다. 기본적인 방식인 듀얼 스틱, 게임큐브 조작법의 클래식, 무선 인식의 자이로 조작 말고도 듀얼 스틱과 자이로 조작을 더한 하이브리 방식까지 총 네 개의 조작법을 지원함으로써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습니다. 조작법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편의성이 개선된 점 역시 놓칠 수 없습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는 태생적으로 다소 난이도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게임과 비교했을 때 어렵다기보다는 퍼즐 요소가 플레이를 방해하곤 했었죠. 팬층에게는 이 역시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였으나 다른 게이머들이 보기에는 불편하다고 여길 수도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는 새롭게 캐주얼 난이도를 추가함으로써 이러한 진입장벽을 한껏 낮췄습니다.

▲ 여전히 보기 어려운 맵이지만, 힌트가 추가되어 한결 편해졌다

접근성 옵션들 역시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색 구분이 어려운 게이머들을 위해 다양한 색상을 지원, 변경할 수 있도록 한 동시에 바이저를 통해 보이는 HUD의 불투명도를 조절함으로써 게이머가 자유롭게 최적의 플레이 환경을 구축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높게 평가할 만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힌트 시스템입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은 삼부작 가운데서도 첫 번째였기 때문인지 유독 불친절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3D 맵을 봐도 한눈에 보기 어렵다는 게 대표적이었죠.

여느 메트로배니아 장르와 마찬가지로 특정 장비를 얻지 못하면 갈 수 없도록 함으로써 어떠한 설명 없이도 자연스럽게 플레이를 유도했으나, 그렇다고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에는 힌트 시스템을 넣음으로써 게이머가 헤맨다고 판단하면 자연스럽게 위치를 알려주도록 개선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음에도 헤맬 수도 있는 게임인 만큼, 이러한 개선은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실제로도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힌트를 줌으로써 쾌적한 플레이를 지원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과 함께 무엇보다도 반가운 건 바로 '한글화'가 됐다는 점입니다. 게임큐브로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Wii로도 출시된 '메트로이드 프라임 트릴로지'지만, 한글화와는 연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더욱 국내 게이머들에겐 외면받아왔죠. 바이저를 통해 각종 정보를 직접 얻어야 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메트로이드 프라임'이 한글화되어 리마스터됐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여전히 '메트로이드 프라임4'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수록 '메트로이드 프라임 트릴로지'의 리마스터를 원하는 바람 역시 더욱 커졌었죠. 그러던 중 출시된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는 오랜 시간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를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선물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리마스터로서는 이보다 더 훌륭할 수 없는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입니다. 더없이 만족스러웠지만,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이번 '메트로이드 프라임 리마스터'를 시작으로, '메트로이드 프라임4' 출시에 앞서 삼부작 모두 리마스터되어 만날 수 있게 될 날을 고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