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요? 팀 엔비와 동반해서 내려갈 팀을 우리 손으로 고르는 거예요!

이변은 없었습니다. '세계 최강' SKT T1 K팀과 '조 최약체' 아마추어 팀 엔비의 대결은 그야말로 프로의 수준을 여실히 증명하는 경기였죠. 아마추어 중에서도 이름 꽤나 날리는 친구들이 모였습니다만 '상상 이상의 경기력이었다'며 혀를 내두르더라고요.

하지만 SKT T1 K팀만큼 상대팀인 팀 엔비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전 CJ 엔투스 탑 라이너 '롱판다' 김윤재와 '캬하하'라는 소환사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asd' 이석현은 이미 갓 데뷔한 웬만한 프로게이머보다 인지도가 높죠.

사실 모두 다 팀 엔비가 질 것을 예상했지만, 이들은 최선을 다했기에 더 멋있었고 박수를 받을만 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경기 시작 전 세리머니인 '판다노트'로 관객들에게 웃음까지 함께 선사하기도 했죠.

그때의 에피소드는 어땠는지, 또 '인간억제기'와 구 CJ 멤버들과 얽힌 이야기…. 더불어 최근 논란이 됐던 타 아마추어 팀에 대한 이야기도 전부 들어봤습니다. 팀 엔비 '롱판다' 김윤재와의 인터뷰, 지금부터 함께 만나 보시죠!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자기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소환사명 '롱판다'를 사용하고 있는 팀 엔비의 김윤재입니다. 현재 대학교 3학년이고, 전공은 영어영문학과입니다. 즐겜유저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Q. '롱판다'라는 소환사명의 뜻에 대해 굉장히 여러 이야기가 있던데,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예전부터 '왜 아이디가 롱판다인가요?'라는 말을 들으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드리곤 했었기 때문에 여러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요. 원래 다른 인터뷰에서나 질문에서나 대답할 때 '키가 커서 롱판다다'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실 별 뜻 없어요(웃음).

제가 철권을 했었는데 그때부터 아이디가 '롱판다'였거든요. 원래는 김판다라고 하고 싶었는데 그 아이디가 이미 있더라고요. 그래서 비슷한 '긴판다'를 했어요. LOL을 시작하고 난 뒤부터는 길다는 뜻의 'Long'을 앞에 붙인거예요.

Q. 재미있는 소환사명이네요. 사실 은퇴 후 근황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CJ를 나온 후 어떻게 지냈나요?

팀을 개편하면서 남을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함께 테스트를 보라고 하셨었어요. 근데 제가 그 당시 학교를 다니면서 프로게이머 활동을 했거든요. 원래 병행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말씀을 드렸었는데 함께 하자고 해주셔서 마지막 시즌을 활동할 수 있었던 거예요.

아침에 새벽같이 학교 다녀와서, 팀원들이 연습 시작하기 전에 돌아와서 밤 늦게까지 연습하고 그러다 보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사실 변명같지만 너무 피곤하다 보니 어디 한 곳에만 집중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복학을 결정하게 됐어요. 팀 탈퇴 후에는 학교에 다녔고요. 그때는 절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이젠 판다노트로 알아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웃음).


Q. 탈퇴 후 오히려 더 유명해졌잖아요. '인간억제기'나 '판다노트'같은 별명을 본 후 기분이 어땠나요?

그때는 게임으로 보여드려야 하는데 보여드린 모습이 제대로 없었기 때문에 그랬죠. 사실 그간 모습을 못 보여 드린지 거의 1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많은 분들이 저를 많이 찾아 주신다거나, 저로 인해 재미를 느끼신다거나 하는 것들이 굉장히 신기하고 재밌더라고요.

예전에 함께 하던 CJ 팀원들도 다들 잘하니 기분이 좋아요. (최)인석이랑 (선)호산이, (김)범석이랑은 연락도 했고요. 어진이는 원래 말이 별로 없는 친구라 먼저 연락은 안왔는데…. 그렇다고 제가 먼저 해보지도 못했네요(웃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는걸 보면서 질투심같은 건 딱히 들지 않았고요. 사이가 좋았으니까요.


▲ 개막전 세리머니로 선보였던 '판다노트'… 구 CJ 멤버들, 보고 있나?


Q. 아마추어 팀으로 롤챔스에 복귀했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맨 처음엔 다시 팬 분들께 얼굴을 보인다는 느낌 보다는 상금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너무 솔직해서 좀 그런가요(웃음)? 하지만 정말 '뜻밖의 행운'이라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예선 때 조도 잘 뽑혔고요.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니 다시 저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본선으로 16강에 간 것은 모두 만족하고 있어요. 본선 조가 좀 무서운 조라서 그렇지(웃음). 조 뽑은 후 팀원들에게 많이 혼났어요.


Q. 어떤 계기로 롤챔스에 복귀하게 된 건가요?

살면서 이런 경험을 또 언제 해보겠나 싶었어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제게 관심 가져주시는게 감사하죠. 이런 느낌을 오래 지속했으면 좋겠고, 솔직히 이쯤에서 본선 한 번 올라가면 '롱런'하는 '롱판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했네요.

2차 '인간억제기'가 되긴 어려울 것 같아요. 팀원 중 두 세명이 프로를 할 생각이 아예 없거든요. 구 CJ 멤버들이 힘내줘야 돼요(웃음).


Q. 예선 때 에피소드는 없었어요?

특별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아마추어 팀이다 보니 스크림이 도저히 안 잡혀서 연습을 잘 못했어요. 예선 이틀 전부터 연습에 들어갔는데, 팀 랭크 11판 밖에 하지 못하고 대회에 나갔죠.

아, 원래 예선 바로 전날에 스크림을 하기로 했는데 '캬하하(이석현)'가 연습을 펑크낸 거예요. '지송, 못할 것 같음'이라고 문자를 남기고 도망갔더라고요. 지면 우리끼리 캬하하를 죽이자고 했는데 대회에서는 또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었죠(웃음).


▲ 대화를 나누는 팀 엔비 선수들


Q. 팀원은 어떻게 구성하게 된 건가요?

저랑 '캬하하' 이석현은 CJ 때 인연이 되어 친하게 지내 왔어요. 이번 시즌 역시 '캬하하'가 먼저 하자고 했고요. 전 시즌 NLB를 같이 했었는데 완전 망하고 난 뒤(웃음) 팀을 새로 구할까 말까 싶었는데, 주최측에서 NLB 최종 오프라인 예선 시드가 있으니 팀원을 유지하면 다시 참가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와 서포터인 '포니짱짱걸(mylittlepony)' 임시현, 원거리딜러 '캬하하' 이석현까지 세 명을 유지하고 나머지 팀원을 구했어요. 다들 랭크 게임에서 만난 아마추어들이고, 미드라이너 '엘프' 정승희와 '소닉빈(minjae)' 신민재와 함께하게 됐어요.


Q. 하지만 '죽음의 조'라 불리는 A조에 편성됐어요. 기분이 어땠나요?

이게 사실 C조나 D조에 배정됐으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더 열심히 연습했을텐데 아니라 마음이 편하네요(웃음). 그런 조 가면 애매해요. 이겨야 된다는 마음이 오히려 부담감이 되거든요. A조에선 잃을 게 없어요!

리그에 임하는 마음도 고춧가루 부대같은 느낌이에요. 재를 한 번 뿌리는데 성공하잖아요? 바로 동반 NLB에요(웃음). 모두의 마인드가 그렇기 때문에 편하게 게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본선 진출 후 팀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포니짱짱걸'은 정말 좋아 죽더라고요. 정글러와 원딜은 얼떨떨해서 연습하자고 하고요. 미드라이너는 개막전 한 후에 목표가 NLB에서 열심히 하자는 걸로 바뀌었어요(웃음). 자기 라인을 잘하는 게 아마추어의 자세니까 일단은 그 점에 충실할 겁니다. 연습한다고 하루아침에 기량이 늘어나진 않잖아요.


▲ 부산 지스타에서의 개막전! '팀 엔비'의 이름이 전광판에 멋지게 떠있네요


Q. 부산에서의 개막전을 장식하게 됐는데 준비 과정이 어땠나요? 세리머니도 준비하고 바빴을 것 같은데.

아, 정말 저희가 왜 개막전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조 편성 후 A조에 웃었는데, 일정 나온걸 보니 개막전 첫 번째 경기더라고요. 다 뒤집어졌어요 정말.

개막전 퍼포먼스같은 경우는 사실 온게임넷에서 디테일한 소품을 준비해 주신 거예요. 제가 '노트'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래서 한 번 해보지 않겠냐 하셔서 알겠다고 했던 거예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게임보다 퍼포먼스가 더 떨렸어요.부산에 도착해서 경기 전에 밥먹고 놀 때는 '오늘 퍼포먼스 하면 재밌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부스 안에 들어가니 덜덜 떨리더라고요. 작가님께서도 겁을 주셨고요. 잘못하면 평생 짤방이라고(웃음). 그런데 다행히 잘 된 것 같아서 좋았어요.


▲ 'SKT T1 K팀 너무 잘해요!'


Q. 롤드컵 우승팀인 SKT T1 K팀과의 대결은 어땠어요?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상대가 너무 잘하더라고요. 그래도 팀원 중 몇 명은 세계 최강팀이랑 해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어요.

특히 '포니짱짱걸' 임시현은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계속 미드 갱을 가자는 거예요. 그런데도 미드가 파괴가 안 되던데요? 역시 세계 최강이라는 걸 느꼈어요.

게임 지고 나서 웃으면 욕을 많이 먹잖아요. 승부욕도 없냐고. 근데 게임 끝나고 정말 많이 웃었어요. 경기 중에도 '정말 이건 안되겠다'는 마음에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거의 '양학(양민 학살)' 수준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분하기 보다는 재미있는 감정이 더 컸죠.

생각해 보세요. 언제 저희가 세계 최강 팀과 경기를 해보겠어요. 스크림 잡기도 힘들걸요? 정말 다들 너무 잘하더라고요. 제가 탑에서 '임팩트' 정언영 선수와 맞 라인을 섰잖아요. 솔직히 블라디미르로 신지드는 상성도 있고 하니 무조건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 직접 해보시면 알겠지만 특유의 타이밍이 있어요. 무조건 킬을 낼 수 있는 그 타이밍을 만들기 위해선 2~4레벨 때 딜 교환을 통해서 체력을 깎아놔야 되는데, 그런 타이밍마다 무조건 정글러가 와서 같이 라인을 밀어주더라고요.

신지드가 타워를 넘어서 파밍하기 시작하면 막을 수가 없어요. 라인이 좀 밀릴 때마다 정말 잘 풀어주더라고요. 예상치도 못한 타이밍에 정글러가 와요. 정말 팀워크가 너무 잘 맞아서 뚫어볼 곳도 없었어요. 대단한 경험이었습니다.


▲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팀 엔비의 팀장 'asd(캬하하)' 이석현


Q. 사실 조 최약체라는 말은 있었지만, 팀 엔비만의 본선 목표가 있을 것 같아요.

본선 목표는 1승이에요. 우리 손으로 NLB에 갈 사람을 고르고 싶어요. SKT T1 K팀은 사실 고르기 힘들었고, 나머지 두 팀 중 한 팀을 꼭 우리 손으로 데려가고 싶네요. 만일 기적같은 일이 생겨서 2승으로 8강에 간다면 당장 휴학하겠습니다(웃음).


Q. 12강에서 16강으로 풀이 넓어지면서 아마추어 팀들도 점점 참여가 가능해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고 있나요?

풀이 넓어지는 건 좋다고 보는데, 솔직히 제가 봐도 경기 질이 좀 떨어지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정말 잘하는 아마추어라도 프로와의 벽은 쉽게 넘어서기 힘들거든요. 프로는 개인 기량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요새 프로만큼 잘하는 아마추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그런 친구들이 출전하는 대회를 아예 따로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정말 리그가 추가적으로 늘어날 계획이라면요.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붙으면 원래 명경기도 나오고 재밌게 되거든요.


▲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가며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논리적인 모습!


Q. 최근 팀 다크 사태도 있었잖아요. 본인은 아마추어지만 전 프로인 중간자적 위치인데,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보나요?

팀 다크가 잘못한 부분은 실력차가 있는 건 당연한 것인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거죠.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프로들과 함께 참여하는 경기였고, 관객 분들에게 보여준다는 의미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당연히 갖춰야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경기에서 제적을 시켜버렸다는 점은 아마추어 팀을 상대로는 너무 일방적인 것이 아닌가 싶긴 해요. 왜냐면 아마추어 팀들에게는 경기 서약이나 그런 것들을 관리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마 아마추어 팀들에게 그런 부분을 확실하게 주지시켜 줬더라면 사건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팀 다크가 잘못한 것은 당연히 맞지만, 당사자들이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요. 사실 저도 그런 물의를 일으킬 시 어떤 과정을 통해 처벌을 받는 지에 대해 규정이 있다는 걸 몰랐거든요.

하지만 아이템을 팔고 와드를 산다든지 하는 모습은 확실히 잘못됐다고 봐요. 본인들이 아마추어지만 대회 자체가 한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공인 대회고, 프로들과 함께 하는 경기인데다 참가할 때 분명 소환사의 태도에 관련해서 공시된 것들이 있고….

개인 랭크 게임같은 곳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공식적인 비난은 어렵지만, 팬 분들을 모셔놓고 함께 봐주는 사람이 있는 경기라면 아무리 아마추어지만 보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진지하게 임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Q. 좋은 답변 고맙습니다. 롤챔스 끝나면 뭐할 예정인가요?

우리 팀의 롤챔스는 아마 머지 않아 곧 끝날 것 같은데요(웃음). 끝나면 바로 기말고사에요. 기말고사를 잘 본 뒤에 개인 방송을 해볼 예정입니다.


▲ '전 영문학도라고요~' 꿈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를 하던 김윤재


Q. 그렇군요. 이제 슬슬 정리할 시간인 것 같은데, 향후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요?

일단 꿈은 전공을 살려서 번역가가 되는 거예요. 게임 번역가나 시나리오 라이터도 생각하고 있어요. 미래에는 소설책들이 게임으로 나오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발더스게이트'같이요. 정말 세계관도 깊고 넓은데다 멋지잖아요.

취미에 소홀한다는 표현이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게임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에요. 그러니 소홀히 하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모두 잘 추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기대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께 인사 부탁할게요!

제가 솔로 랭크를 할 때 즐기는 입장이라 저와 함께 게임을 잡히시면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 절 너무 싫어하지 마시고 같이 즐기면서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 정말 일부러 트롤링을 하는건 아니고, 좀 새롭고 재밌는 걸 하는 건데 안되는 거예요.

이기면 더 재밌는데 져도 재밌는 그런 마인드로 게임하는 사람들도 이해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져도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게 제가 게임을 즐기는 궁극적인 목표에요. 조금만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하는데 안되는 거니까 조금만 봐주세요….

그리고 인벤 잘 보고 있습니다.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께도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