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뭐라고?!)"


디아블로3에 화폐 경매장을 도입한다는 소식에, 블리자드 직원들마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침묵의 시간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지난 7월 말 블리자드 본사투어에서 랍 팔도 부사장은 "그렇지만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난 뒤에는 정말 멋지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디아블로3에 도입될 예정인 화폐 경매장의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들의 첫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말 깜짝 놀랄만한 발표였으니까요.


블리자드가 화폐 경매장을 도입하기로 한 배경은 이렇습니다. '아이템이 중요하게 디자인된 디아블로3에서 현금거래를 하는 유저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환경을 제공해주지 않으면, 제3시장으로 내몰려 사기를 당하거나 악용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럴 바에는 블리자드가 안정적인 시스템을 제공해줘야겠다.'



▲ 랍 팔도 게임 디자인 총괄 부사장



사실 게임사가 직접 아이템 현금거래의 '중개'를 맡겠다고 나선 것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이미 '소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이하 SOE)'가 2005년에 에버퀘스트2의 아이템 현금거래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갖추고 이에 동의한 게이머들을 상대로 아이템 현금거래가 가능한 서버를 오픈한 것입니다.


SOE는 이에 대해 '에버퀘스트를 서비스하면서 음성적으로 발생한 아이템이나 계정의 현금거래 과정에서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구제할 방법이 없었으며 더는 제 3자를 통한 무허가 거래들로 인해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게 하려고 안전한 거래시스템을 제공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SOE의 현금거래 중개서비스 : 스테이션 익스체인지


넥슨의 일본 법인인 넥슨재팬도 2006년 8월부터 '메이플스토리' 게임 내에서 무기, 아이템 등의 유저간 거래를 중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중개서비스의 도입 이유는 SOE와 같습니다. 현금거래 시 사기 사건이 많아 대부분의 구매자는 작업장을 통해 현금거래를 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운영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넥슨재팬의 메이플스토리 아이템 거래 화면



그럼에도 디아블로3의 화폐 경매장이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역시 '블리자드'였고 '디아블로3'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에 인벤에서는 8월 2일부터 8월 11일까지 열흘 동안, 블리자드 디아블로3의 화폐 경매장에 대한 게이머 여러분의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 중복투표가 불가능한 방식(IP 및 ID중복 불가)의 찬성/반대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이 설문에는 총 2,818명의 게이머 분들이 참여했으며, 디아블로3 관련 기사 중 가장 많은 댓글인 664건의 의견이 등록되는 등 그 열기 또한 뜨거웠는데요. 뜨거웠던 찬반 투표의 결과를 정리해보았습니다.






■ 디아블로3 화폐경매장 : 찬성 79% 반대 21%


랍 팔도 부사장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일까요. 그는 본사투어 중 기자들의 '유저들의 반발이 클 것 같다'는 지적에 "부분유료화 시스템도 처음에는 그런 반응이 나왔지만, 지금은 통용되고 있다. 반발도 일부 있겠지만 우리의 아이디어를 잘 이해하는 유저분들은 기대를 보여줄 것이다."라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인벤에서 실시한 찬성/반대 설문조사의 결과도 의외로 찬성한다는 답이 약 80%에 달하는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 찬반투표 결과




개인 간의 아이템 현금거래가 불법은 아닌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게임사가 현금거래를 약관으로 금지하고 있고, 현금거래로 인해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들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렇게 높은 찬성 수치가 나온 것은 의외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을 통해 남긴 게이머 분들의 의견을 보면, 이 같은 결과는 '현실 인정론'에 따른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합니다. 어차피 현금거래는 블리자드가 화폐 경매장을 열든 말든 일어나리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차라리 그 때문에 발생하는 사기 사건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게임사가 수면 위로 끌어올려 책임지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현금거래라는 현상 그 자체에 대해서는 반감을 품고 있는 게이머들도 이에 대한 방안으로 게임사의 직접 개입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반대의견도 있었습니다. '게임에서조차 돈 있는 사람이 위에 서야 하느냐'는 현금거래에 대한 원론적인 반대의견을 주신 분들은 물론, 현금거래의 존재는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게임사까지 직접 나서서 해야 하느냐는 회의적인 입장이 많았습니다.


또 현금거래로 인한 문제는 제3의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사기뿐 아니라, 이를 위해 일어나는 개인정보 도용이나 해킹, 게임과몰입 등 다양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현금거래를 도입하는 것은 하나는 해결하겠지만, 다른 여러 가지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 블리자드 너마저 VS 블리자드니까 괜찮아


무엇보다 블리자드의 '입장 변화'로 읽히는 이번 화폐 경매장 도입 결정은 이제까지 블리자드에 긍정적인 감정이 있던 게이머들에게 혼란을 준 것은 분명합니다.


블리자드는 현금거래나 오토 등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넘어, 현금거래 중개사이트를 연방법원에 고소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현해왔으며, 게임 내 귀속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현금거래에 대한 게임 시스템 차원의 해결책에 앞장서왔기 때문입니다.



▲ 블리자드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현금거래중개사이트 'Peons4hire'를 미 연방법원에 고소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블리자드의 입장을 지지했던 게이머들로서는 화폐 경매장을 도입한다는 발표가 더욱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중개사이트와 오토 제작업체 등을 고소하던 블리자드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블리자드니까 괜찮다'는 의견도 역시 많았습니다. '만약 국내 게임사가 하겠다고 했으면 반대했겠지만...'과 같은 의견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정작 게임은 현금거래를 부추기면서, 문제가 생기면 약관으로 금지했으니 알 바 아니라고 하는 국내 게임사에 비하면, 차라리 확실히 책임을 지겠다는 블리자드가 낫다'는 의견, '현금거래를 하지 않으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거나, 강화 시스템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국내 온라인 게임이라면 반대했겠지만, 블리자드의 게임은 그렇지 않으므로 괜찮다'는 의견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우려의 목소리.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디아블로3의 화폐 경매장 도입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크긴 했지만, 많은 게이머는 또 다른 우려의 의견을 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 디아블로3 화폐 경매장이 그대로 도입될 경우, 이어서 국내 게임사들도 현금거래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컸습니다. 설사 디아블로3의 현금거래가 걱정했던 것만큼 큰 문제가 없을지라도, 이를 따라 한 국내 온라인 게임들에서는 큰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현금거래가 게임 내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되면, 이제까지 현금거래를 하지 않았던 게이머들이 현금거래에 쉽게 노출이 되면서, 더 많은 현금거래가 일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골드로 거래해도 충분했던 사람들마저 게임 그 자체의 즐거움만이 아닌 다른 목적을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거죠.



▲ 경매장 가면 바로 이런 화폐 경매 현장을 볼 수 있으니...



운영상 일어나게 될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걱정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핵이나 복사, 버그 등으로 말미암아 아이템이 풀리고 이를 현금거래한 경우 블리자드가 이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라거나 '거래 이후 백섭이 되었을 때 환불 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등 게임사가 직접 중개를 맡게 되면서 함께 책임져야 할 '운영 이슈'에 대해서도 블리자드가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그 외에도 '과도한 현금거래를 막기 위해 일일 경매 상한선 또는 거래횟수 제한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 'PVP 콘텐츠에 현금거래가 영향을 주지 않도록, 특정 아이템은 귀속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아이템의 재판매를 막아 사재기를 없애야 한다'는 다양한 보완제도에 대한 의견도 주셨습니다.



■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무튼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디아블로3에는 현금거래가 가능한 화폐 경매장이 도입될 것입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국가별 상황에 따라 안 할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걸림돌이 되는 것은 심의입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만 디아블로3의 서비스가 가능한데, 현금거래 기능을 게임 내에 포함하고 있는 디아블로3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이템 현금거래 중개사이트인 아이템매니아를 운영하는 IMI의 '황제온라인'이 약관에서 아이템 현금거래를 인정한다며 홍보를 했다가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거부 판정을 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황제온라인은 '현금거래를 인정한다'는 말을 빼고 아무런 문제 없이 15세 이상 등급의 심의를 받았습니다. 물론 현금거래를 했다고 제재한다는 약관은 없습니다. 오히려 자사인 아이템매니아를 이용하면 더 잘 처리해주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게임법 상으로 오토 프로그램 등을 통해 불법으로 생산된 것이 아닌, 일반적인 아이템의 현금거래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를 약관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따라서 디아블로3의 화폐경매장을 이유로 디아블로3의 심의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도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 다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금거래 하면 처벌한다는 약관이 황제 온라인에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게이머들의 판단입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라면 화폐 경매장이 있든 말든, 디아블로3가 빨리만 나와줬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습니다. 아마 수년간 디아블로3를 기다려온 많은 게이머분들의 마음도 이와 같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많은 분이 지적했든 이번 화폐 경매장 발표는 '블리자드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과감한 결정'임에는 분명합니다. 어쩌면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을 디아블로3의 화폐 경매장. 디아블로3가 나왔을 때, 온라인 게임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이 시스템은 과연 성공할까요. 그렇다면 다른 게임사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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