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시작된 ‘둠’ 시리즈의 리부트는, 어쩌면 게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리부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전에 대한 존중, 현대적 감성으로의 재해석, 그리고 핵심 게임플레이의 보존까지, 말 그대로 ‘모범적인 리부트’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출시된 ‘둠 이터널’은 형만한 아우라 불릴 만큼 완성도 높은 후속작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 세 번째 타이틀인 ‘둠: 다크 에이지스’의 출시가 목전에 다가왔다.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슈터 장르에서 ‘믿고 사는’ 개발사로 통하는 이드 소프트웨어,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IP 중 하나인 ‘둠’, 여기에 전작들의 연이은 성공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둠: 다크 에이지스’는 이러한 기대 속에서 ‘톱 방패’라는 새로운 무기와 이를 중심으로 한 '코어 게임플레이의 변화'라는 두 가지 큰 혁신을 앞세워 등장했다.

그리고 출시를 약 두 달 앞둔 3월, 홍콩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에서 전 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둠: 다크 에이지스’ 첫 시연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인터뷰나 별도의 프레젠테이션 없이, 오직 게임 플레이만을 위한 자리로 마련되었다. 시연은 짧은 튜토리얼을 시작으로 ‘아틀란’, ‘드래곤’, 그리고 반(半) 샌드박스 형태의 전장인 ‘공성전’까지 총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약 4시간가량 진행되었다.
'톱 방패'의 의미
피하고 쏘는 게임에서, 막고 부수는 게임으로
가장 중요한 것부터 말해 보자. 이번 작품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이전작들보다 훨씬 이전, 둠가이가 '메이커'라는 신에게 힘을 받고 일종의 파견직 해결사로 근무하던 시절의 '아전트 드 누르' 세계다. 세계 자체는 고딕 판타지와 SF가 섞인, 높은 과학기술을 지닌 세계이기에 여러 현대적인 무기가 등장하지만, 둠가이의 디자인은 사뭇 달라졌는데, 털 달린 망토부터 가시가 삐죽 솟은 철추까지, 다소 야만스러우면서 중세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이 배경에 맞춰 새롭게 추가된 장비가 바로 ‘톱 방패’다. 초반에는 단순한 원형 방패로 시작하지만, 튜토리얼 중 둠가이가 방패에 꼭 맞는 회전 톱날 사슬을 발견하고 이를 장착하면서, 흉악한 전기톱 프리스비로 변신하게 된다. 이 방패는 게임 내에서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활용된다.

첫째, 전통적인 방패처럼 적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타이밍을 맞춰 튕겨내는 데 사용할 수 있고, 둘째, 목표를 지정해 빠르게 돌진하면서 벽을 파괴하거나 적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는 용도로 쓰인다. 셋째, 톱날을 켠 채 방패를 투척해 적 하나를 제압하거나 과열된 방어구를 파괴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기능은 이번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을 구성한다.
이전까지 둠 시리즈의 전투는 ‘런 앤 건’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달리고 뛰며 적의 공격을 피하고, 다양한 무기를 바꿔가며 정신없이 화력을 퍼부어 악마들을 찢어버리는 전개가 기본이었다. 특히 '둠 이터널'에 이르러서는 전투의 템포가 훨씬 더 빨라졌고, 이 혼란 속에서 플레이어는 더욱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경험할 수 있었다.

반면, '둠: 다크 에이지스'의 둠가이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전투를 추구한다. 적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내며, 틈을 노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슈퍼 샷건이나 맨주먹으로 전투를 마무리한다. 가까운 거리에서의 전투, 즉 육탄전 중심의 플레이가 강조된다.
이러한 전투 스타일은 시스템적으로도 유도된다. 예를 들어, 둠 시리즈의 대표적 몬스터인 '사이버데몬'과 싸워 보면 이를 체감할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기관총 세례와 바닥 패턴 공격으로 둠가이를 압박하지만, 근접하면 패턴이 단순해지고 타이밍에 맞춰 튕겨내기 쉬운 공격을 사용한다. 결국 게임은 플레이어가 근접 전투를 택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그 결과, 이전 시리즈에서는 적의 탄막을 피하며 공중을 날아다니는 플레이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적의 포화를 뚫고 전장 깊숙이 돌진해 눈앞에서 직접 적을 때려부수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적의 공격 역시 뚜렷한 궤적을 그리기보다는 둠가이를 추적하며 날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피보다는 방어가 더욱 효과적인 생존 수단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핵심 플레이의 변화에 대한 첫 인상은 ‘뭔가 미묘하다’였다. 둠 시리즈의 팬으로서 긍정적으로 해석해보고 싶지만, 솔직히 말해 약간 애매한 느낌이 들었다.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평가는 이어질 총평에서 자세히 다뤄보겠다.
'아틀란', 그리고 '드래곤'
분위기 전환엔 '굿', 플레이 자체는 '글쎄?'
선공개된 트레일러의 대미를 장식한 거대 메카닉 ‘아틀란’과 비행 탈것 ‘드래곤’(시연회에서도 단순히 ‘드래곤’이라 불렸기에 여기서도 통칭)은 각각 별도의 미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정 구간이나 미션에서 자동으로 탑승하는 방식이며, 먼저 아틀란부터 살펴보면,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형 악마인 타이탄의 공격을 ‘저스트 회피’로 대응하고, 그 틈을 타 어퍼컷이나 빅장을 꽂아 넣 구조다. 시퀀스가 진행되면서는 건물 크기의 2연장 개틀링 기관포를 마치 대검처럼 뽑아 들고 사용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때도 플레이 방식은 기본적으로 같다. 적의 공격을 정밀하게 회피하면 일정 시간 동안 공격력이 증가하고, 이를 이용해 타이탄들을 모두 처치하면 미션이 종료된다.

말만 들어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아틀란’ 미션은 예상보다 다소 심심하다. 본질은 결국 ‘피하고, 때리는’ 반복이며, 소형 적들이 쏟아져 나온다거나 아군과의 제병 합동 작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아틀란 혼자 비슷한 크기의 적들과 맞붙는 방식이다 보니, 거대 로봇을 조종하는 ‘압도감’이나 ‘스케일’이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다. 정식 버전에서는 좀 더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시연 빌드에 한정해서는 다소 밋밋한 인상을 남겼다.

반면 ‘드래곤’은 전혀 다른 접근을 보여준다. 아틀란과 달리 3D 비행 슈팅 게임의 감각에 가깝다. 맵 전체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미션 디자인 자체도 비행 슈터 스타일에 더 가깝게 구성되어 있다. 전투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적을 추격하며 싸우는 ‘추격전’, 다른 하나는 고정된 적을 상대로 수평, 수직 방향으로 움직이며 싸우는 ‘호버링’ 전투다.
이 중 주를 이루는 것은 ‘호버링’ 전투다. 고정된 적 포탑이나 목표물에 시선을 고정하고, 적의 공격을 회피하며 싸우는 방식이다. 적절한 방향으로 완벽한 타이밍에 회피할 경우 공격력이 일정 시간 강화되며, 그렇지 않으면 전투가 지나치게 길어지기 때문에 회피는 사실상 필수적이다.

전투 도중 특정 위치에 도달하면 둠가이의 육탄전 시퀀스로 이어지고, 이후 다시 드래곤을 타고 호버링 전투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설명만 들어도 느껴지겠지만, 이 미션 또한 다소 미묘하다. 코어 게임플레이 중간에 들어가는 일종의 환기성 이벤트 미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드래곤의 디자인이나 비행 조작감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전투 자체가 재미있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그렇게까지 몰입되지는 않았다.
'둠 다움'은 그대로일까?
시연 빌드만으로는 미묘, 정식판 기다려 봐야
‘둠: 다크 에이지스’는 시연 빌드 기준으로 기존 둠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그 속을 채운 핵심 플레이는 확연히 달라진 작품이다. 쉽게 설명하면 전투의 중심이 ‘런 앤 건’에서 ‘CQB(근접 전투)’로 전환된 셈이지만, 시스템과 장비 전반이 이 변화에 맞춰 설계되어 있어 실제 플레이 감각은 훨씬 다르다.
실제 게임의 느낌을 더 쉽게 설명하자면, ‘총을 쓰는 소울라이크’에 가깝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적의 공격 궤적을 피해가며 화력을 퍼붓는 식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무엇을 막고, 무엇을 튕겨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플레이가 요구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로 인해 전투 중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적의 패턴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적이 거리를 좁혀오면 도망치거나, 전기톱으로 순식간에 갈아버리면 되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원거리 전투가 크게 유리하지 않다 보니, 적의 공격 패턴을 꾸준히 관찰하고 대응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이런 스타일의 전투가 재미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둠’ 시리즈 특유의 빠르고 본능적인 액션을 선호하는 팬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본능에 의존해 회피하고 무기를 갈아 끼워가며 적을 쓸어버리던 과거와 달리, 일종의 ‘턴 싸움’처럼 공방을 주고받는 방식은 ‘둠답다’는 느낌이 다소 옅어졌다는 인상이 강했다.

기대를 모았던 아틀란과 드래곤 미션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둠가이의 육탄전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긴 했지만, 아틀란 미션은 ‘타이탄폴’ 같은 다른 메카닉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밀리는 느낌이었고, 드래곤 전투는 구성 자체가 너무 단순해 깊이 있는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 말 그대로 메인 콘텐츠라기보다는 분위기 환기를 위한 보너스 미션에 가까웠다.
별도로 언급하자면, 시연 빌드에서 마우스 조작감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었다. 마치 젓가락으로 마우스를 쥐고 조작하는 듯한 느낌이었고, 시선 전환에는 지연이 있었으며, 마우스 가속도도 이상하게 설정되어 있어 조작감이 매우 불안정했다. 단순한 시연 빌드 문제일 가능성이 높고, 정식판에서는 당연히 수정될 것이라 생각되지만, 만약 이 문제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게임 자체의 가치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총평하자면, ‘둠: 다크 에이지스’는 새로운 핵심 장비인 ‘톱 방패’와 함께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전투 스타일을 제시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지는 솔직히 확신하기 어렵다.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돌진하는 전투는 나름 재미있었지만, ‘둠 특유의 느낌’이 옅어졌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틀란과 드래곤 미션은 게임의 핵심이라기보다는, 메인 전투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구성에 가깝다. 길지 않은 분량과 단순한 구조로 인해 깊이 있는 플레이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본편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무난한 이벤트성 콘텐츠 정도로 받아들이면 괜찮다.
물론, 시연 빌드는 정식판과 비교해 분량도 짧고 편집도 많이 된 상태였기에, 이 빌드만으로 게임 전체를 평가하기엔 이르다. 다만, 이번 시연에 한정해 본다면, 기대에 비해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