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꿀 거면 요즘 라데온 괜찮던데?"

한 달 전만 해도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집 PC를 3500x에 1660 슈퍼로 버틴지 약 5년, 최신 게임들이 슬슬 버거워진지 꽤 오래인 상황. 그럼에도 "아직 버틸만 해, 버티는 거다!"라고 거의 코인채굴 감독관(?)마냥 혹독하게 채찍질하며 소위 버티기를 할 생각이었다. 어지간한 게임은 PS5로 돌리면 그만이었고, 부모님 환갑이라는 큰 행사가 남아있었으니 말이다. 그 시기가 지나 올 가을 명절에 셀프 선물을 받을 그날을 디데이로 잡았다. 그리고는 마음을 굳게 먹고자 나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해댔다. 여기에 자꾸만 올라가는 그래픽카드 가격이나 여러 소식을 되뇌이며 구매욕구를 차갑게 식혀댔다.

그러나 리사 수의 AMD라는 태양은 한 번 더 일을 내고야 말았다. 그간 라데온의 '라' 자만 꺼내도 이를 갈던 사촌마저도 "이번엔 물건이다"라는 평을 했다. 동료 기자들과 IT 기자, 유튜버, 친구까지 주변 사람 모두가 일심동체였다. 결국 컴퓨터 견적을 본지 3일 만에 바로 항복, 라이젠 9600x와 라데온 rx 9070xt라는 조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할부 이자니 이런저런 걱정은 다음 달부터 1년 후의 나까지의 몫이고, PC가 도착한 지금은 이 성능을 만끽하는 게 우선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9070XT 실물 테스트 GO
▲ 퇴근하고 집에 와봤더니 상자, 상자를 보자

▲ 본체는 이미 조립이 되어 왔지만

▲ 파손 방지를 위해 그래픽 카드만 따로 포장해서 배송했다

▲ 두근두근두근

▲ 9070xt 실물을 드디어 Get, 묵직한 것은 행복의 무게인가

▲ 백플레이트는 살짝 밋밋한 감이 있지만 심플해서 오히려 좋아(?)

▲ 전원은 8핀 세 개, PCIe를 세 개 꽂아넣고 그래픽카드 거치대까지 조절 OK

▲ 오오오 잘 돌아간다 히히히후후헤헤헿

▲ 일단 실사용과 테스트에 앞서 CPU-Z로 사양 체크

▲ 이왕 하는 김에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로 SSD까지 확인 OK




▲ 테스트의 국룰 파이어스트라이크, 타임 스파이 둘 다 익스트림까지 테스트

▲ 이왕 하는 김에 스틸 노마드도 체크

▲ QHD로 포트 로얄 레이트레이싱 벤치마크도 양호, 그럼 이제 실전이다

▲ 일단 게임테스트 첫 시작은 배그가 국룰(?)

▲ 올 울트라로 무난하게 144FPS 이상을 뽑아낸다

▲ 국산 루트 슈터 퍼스트 디센던트에선 과연?

▲ 울트라를 깡으로 하면 60~80FPS 사이를 오가지만

▲ FSR 프레임 생성을 켜면 130~144FPS 방어가 된다

▲ 올해의 화제작 몬스터 헌터 와일즈, 사양이 안 되서 사놓고도 제대로 못했지만 이제 드디어ㅜ

▲ 울트라 옵션에 레이트레이싱 끈 상태면 130~150FPS에서 안정적으로 구동된다

▲ 비슷한 이유에서 PS5판으로 했던 검은신화 오공, 이번엔 PC판이다

▲ 초반에 저 구름지옥 구간은 60FPS대를 유지하고

▲ 이후부터는 120FPS 이상을 유지했다

▲ 아예 벤치마크 모드까지 만들어둔 사이버펑크 2077도 좋은 테스트감이다


▲ 그냥 플렉스하는 기분으로 깡 QHD 울트라옵에 레이트레이싱까지 활성화해서 평균 105FPS, 최소도 83FPS


▲ 일부 씬이나 전투 중엔 좀 낮아질 때도 있지만 70FPS 이상으로 유지된다

▲ '젠레스 존 제로'는 프레임 제한 풀고 전부 최고옵으로 설정

▲ 시유방어전이나 일반적인 구간에서는 120FPS 이상을 유지

▲ 제로 공동 제페토 보스전은 최저 60FPS로 내려갔다




▲ 원신/명조/붕괴 스타레일/리메멘토는 최대 60FPS 옵션이라 넉넉하다

▲ 이왕 테스트하는 김에 따끈따끈한 신작 RF 온라인 넥스트도 체크

▲ 올 최고옵으로 90FPS~120FPS 사이를 유지했다

초심자가 깡스펙으로 써도 만족스러운 RX 9070XT
이번 라데온 RX 9070XT는 레퍼런스 가격이 599달러다. 환율만 따지면 현재 한화로 약 88만 원 정도. 똑같은 달러 가격인 아이폰16e의 한화 가격을 보면 99만 원이다. 물론 라데온은 레퍼런스 모델이 안 나오는 그래픽 카드고, 비레퍼 그래픽 카드는 레퍼 가격보다 비쌀 수밖에 없긴 하다. 그렇지만 9070XT는 현재 120만 원 이상이 기본에, 모니터링하다 보니 가격이 야금야금 올라가는 추세도 보인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전세계적으로 시장의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고 수요도 크게 늘었다. 그래서 AMD가 추가 공급 및 MSRP 유지 발표를 했지만, 그런 걸 기다리기도 전에 혹해서 손을 대고야 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나마 최고가에 사지 않았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머리에서 산 것보다 어깨에서 산 게 좀 더 충격이 덜하니까.

최대한 객관적으로, 다각도로 사건을 봐야 하는 직업병 때문에 이런 말을 하지만,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라데온을 최근에 써본 적이 없으니 그래픽 드라이버 옵션이나 FSR 등 각종 세팅을 다시 훑어봐야 하는데, 일단 빨리 게임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라 그냥 '깡'으로 돌렸다. 그랬음에도 (거의) QHD 풀옵션에서 평균 100FPS대라는 게이밍 환경을 구현해냈다. 일부 게임들은 좀 아쉬운 구석이 있지만, 현재 심상치 않은 9070XT붐을 보면 그래픽 드라이버도 더 개선될 테니 앞으로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사실 최근에 바꾸기 전 집 모니터가 QHD 60hz라 144hz, 그리고 4K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성적을 보니 4K에도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큰 출혈이 있어 4K 모니터까진 지르기 어렵다. 그러니 결국 눈물을 머금고 여기까지만 테스트하고자 한다. 원래 나만의 작은 9070XT로 남겨두고 싶었는데, 동료들이 이 소식을 알고 기대하게 되서 결국 읍읍읍....아무튼 그렇다. 더 정밀하게 테스트하려면 회사까지 가져가서 추가로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코드 빼고 꽂고 들고 왔다갔다하고 일일이 분석할 시간에 한 판이라도 더 돌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한시라도 떨어지기 싫다. 마치 사랑 같은 느낌. "네 압도적인 성능에 난 마음을 빼앗겼다. 이 기분, 틀림없는 사랑이다!" 딱 이런 심정이다.

물론 야금야금 오르고 있는 가격이 좀 괘씸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70번대 퍼포먼스 라인업급이 아닌 그 아래 라인업을 보고 있는 유저 입장에선 그만큼 돈을 쓰기가 꺼려질 것이다. 그래서 100%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이번에 70번대급으로 그래픽카드를 보고 있다면 라데온 9070xt는 최상위 옵션으로 두고 그 추이를 지켜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광풍이 조금 잦아들고 나면 그때는 진짜 가성비로, 또 그래픽 드라이버 옵션도 세팅된 한상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