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지난 주 공개된 '오버워치2 스팟라이트'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겉으로 보기엔 여전히 같은 히어로 슈터지만, 특전 시스템의 추가는 오버워치2라는 게임의 근간 플레이를 너무나 크게 뒤흔들었다. 무엇보다도 밸런스에 민감한 게이머가 즐비한 경쟁형 PVP 게임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밸런스 특이점을 만들어낼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건 누가 봐도 모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반응은 즉각 드러났다. 큰 도약인 만큼 반동도 크게 다가왔기에 온갖 불평과 불만의 메시지가 쏟아졌지만, 그보다 더 많은 수의 게이머들이 게임이 '재미있어졌다'는 것에 동의했다. 메타와 대세라는 단어 하에 점점 고착화되어 가던 게임이, '불합리함'과 '새로운 재미'라는 상반된 가치를 양 손에 쥔 채 종잡을 수 없는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격변의 발표 일주일 후인 오늘, 블리자드 코리아 오피스에서 '오버워치' 프랜차이즈의 총괄 매니저인 '월터 콩(Walter Kong)'을 만났다. 이 변화가 어떻게 시작된 건지, 그리고 앞으로는 또 어떻게 나아갈 지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 월터 콩 오버워치 총괄 매니저(General Manager)


Q.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본인에 대해 짧게 소개해줄 수 있는가?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오버워치' 프랜차이즈 전반을 관리하는 총괄 매니저인 '월터 콩'이다. 2021년 하반기부터 총괄 매니저를 담당했다.

2021년즈음부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각 프랜차이즈별로 새로운 형태의 그룹 리더를 만들었는데, 게임 PD와는 역할이 약간 다르다. 게임 PD가 게임 개발과 관련 직무를 총괄한다면, 나와 같은 총괄 매니저는 프랜차이즈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프랜차이즈를 성장시켜 나갈지를 고민하는 역할이다. 프랜차이즈의 대전략을 짠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Q. 지난 스팟라이트를 통해 특전 시스템과 다가올 스타디움 모드까지, 엄청난 변경점들을 선보였다. '오버워치2'가 바라보고 있는 변화의 방향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변화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

= 특전 시스템과 스타디움 모드는 굉장히 오래 고민한 결과물이다. 2021년에 처음 프랜차이즈를 담당한 후, 나는 오버워치 팀이 가장 우선해 고려해야 할 가치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지속적인 게임플레이의 개선이다. 게임이 큰 폭으로 변화하지는 않더라도, 핵심 영역에서 꾸준히 변화를 보이면서 게임이 게이머들의 행동과 패턴에 반응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이는 게임 자체에도 반영되었지만, 게이머가 직접 인지할 수 없는 영역. 개발 과정의 변화라거나, 팀 내부적 변경까지 폭넓게 적용되었다.

두 번째는 팀이 생각하는 심리적인 '안전선'을 넘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실수나 실패에 대한 위험을 말했지만, 실수에서도 배우는 것이 있을 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변화를 시도하라 말했다. 이 과정에서, 오버워치 팀의 팀 문화와 개발 기조도 새롭게 바뀌었다.

특전과 스타디움 모드는 둘 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첫 번째 큰 변화라 볼 수 있다.

▲ 16시즌에 공개될 '스타디움' 모드, 기존과 완전히 다른 게임 모드다


Q. 말했다시피 위험이 상당하다.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분이 역시 '밸런스'일 건데, 개발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

= 애초에 업데이트를 하기 전부터, 특전과 스타디움 모두 선보이는 것으로 끝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특전과 스타디움은 모두 프랜차이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변화이며, 이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불균형들은 이후 계속해서 고쳐나갈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밸런스'에 대해 다시끔 생각해봤다. 우리는 특전을 설계하면서, 밸런싱의 복잡성을 늘린다는 생각보다는 밸런싱의 수단을 넓힌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밸런스'를 좌지우지하는 요소는 피해량이나 체력, 쿨다운 등, 객관적인 수치화가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여기에 스킬의 왜곡이나 큰 폭의 변수들을 주면서 밸런싱의 수단을 늘린다고 생각했다.

실제 밸런싱은 플레이어 데이터가 누적되어야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도 내부 테스트를 많이 진행했지만, 빅데이터가 있어야 정확한 방향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

무엇보다, 우리는 게임이 실제로 재미있어질 수 있는지를 더 고민했다. 불균형은 다시 맞추면 되지만, 게임에 새로운 재미를 불어 넣어줄 핵심적인 변화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논의 과정에서도 이 변화가 줄 수 있는 변화, 나아가 커뮤니티나 플레이어 개인이 자신만의 빌드나 운용법 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에 포커스를 두었다.

'스타디움'은 또 완전히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는 게임 모드다. 7전 4선승제로 이뤄지는 게임에서 영웅들을 점차 성장시키는 과정을 통해 게이머가 생각하는 해당 영웅의 '히어로 판타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스타디움 모드는 경쟁적인 플레이 와중 승패를 가르는 과정을 통한 재미가 아닌, 영웅 그 자체의 재미와 빌드업 끝에 만들어지는 '힘'에 집중하는 모드이며, 이 또한 플레이 데이터에 따라 계속해서 수정하고 발전시킬 예정이다.

▲ 특전 자체를 새로운 밸런싱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Q. 스팟라이트 발표 이후, 많은 게이머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주었다. 2021년부터 준비했다면 상당히 오랜 기간 고민한 프로젝트인 셈인데, 총괄 관리자로서 소감이 어떤가?

= 처음 오버워치 프랜차이즈를 담당했을 때, 내가 세운 목표들은 모두 다 장기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말했다시피 큰 변화를 준비하면서도 게임은 계속해서 개선되어야만 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야 했으니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버워치 팀에는 너무나 열정적인 개발자들이 많았고, 나는 그저 이들이 게임을 더 나은 무언가로 바꿔나갈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지금에 이르러 오버워치 팀이 변화의 의지를 보이고 프랜차이즈의 미래를 위해 힘써왔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 기쁜 마음이다.


Q. 아직 등장하진 않았지만, 말했다시피 '스타디움' 모드의 경우 7전 4선승의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AFK나 도중 이탈에 대해 세워둔 대책이 있는가?

=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게임 경험을 해칠 수 있는, 충분히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보다 근본적으로 게이머들의 행동 양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 확정적인 솔루션이 정해진 상태는 아니다.


Q. '스타디움' 모드를 미리 살펴보면 어떻게 모드를 고르느냐에 따라 지원가 영웅이 공격 역할을 맡는다거나, 공격 영웅이 돌격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역할군 구분이 다소 무의미해지지 않겠나?

= 플레이 테스트에서는 모드를 많이 장착할 수 없는 초반의 경우 전통적인 게임에 가까운 모습으로 게임이 진행되었고, 이후 진행 과정에 따라 이 역할이 뒤집히거나 강화되기도 했다. 아마 그 과정이 스타디움의 재미일 거라 생각하며, 역할군이 바뀌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 판수가 늘어날수록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게 스타디움 모드의 재미


Q. 그러고 보니 스타디움 모드에서는 제한적으로 3인칭 플레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인칭 시점을 다른 모드에서도 도입할 예정은 없는가?

= 따로 계획이 있지는 않다. 스타디움 모드에서 3인칭 시점을 넣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모드를 통해 바뀌는 몇몇 영웅들의 스킬이 1인칭으로는 알아보기 무척 힘들었다. 전장 상황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려면 3인칭 시점이 더 용이했기에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만, 스타디움이 아닌 다른 게임 모드로 3인칭을 구현할 계획은 아직 없다.


Q. '특전'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영웅을 추가하거나 새 전장을 개발하는 과정에도 더 고민할 요소가 많아졌을 것 같다. 앞으로 오버워치2의 업데이트 주기는 어떻게 되는가?

=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다. 게이머들은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게이머들이 무언가 기다리는 상황을 만드는 것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 영웅의 추가는 그 자체적으로 게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이며, 주기를 희생하면서까지 새로운 시스템을 넣는다는 가정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특전이나 시스템 변경 업데이트는 시즌마다 계속 진행될 것이며, 16시즌 이후 스타디움 모드가 출시되면 그 또한 시즌마다 계속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고 균형을 맞춰나갈 것이다.

▲ 업데이트 주기에는 큰 변화가 없을 예정


Q. '소명' 이후 한동안 3D 애니메이션 쇼츠의 공개가 없었다. 오버워치의 애니메이션 쇼츠는 그 자체적으로 팬덤이 존재할 정도인 만큼 다음 영상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데, 말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 지금 단계에서는 아직 말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을 것 같다. 일단 현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각 영웅들이 보여줄 수 있는 '히어로 판타지'이며, 이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서사의 레이어를 쌓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다음 애니메이션 쇼츠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말해줄 수는 없지만, 이 또한 우리 팀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는 건 말해주고 싶다.


Q. 이번 스팟라이트 공개와 15시즌 업데이트를 통해 잠시 손을 놓았던 게이머 상당수가 오버워치로 다시 돌아왔고,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총괄 관리자로서 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 지난 2주 간 매우 감정적인 시간을 보냈다. 기대와 동시에 걱정도 많았으며, 스팟라이트 공개 이후엔 기쁨과 함께 아쉬움도 남았다. 그러나. 이제 끝이 아닌 시작이라 생각한다. 아직 자세한 데이터는 보지 못했지만 데이터가 쌓일수록 게임은 더 성장할 것이고, 이를 통해 기존 유저든 신규 유저든 최고의 게임 경험을 주는 것을 목표로 달리고자 한다.

오버워치 팀은 항상 노력하고 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 개발자로 합류한다는 건, 정신적 측면에서 썩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에 대한 기대치가 기본적으로 높다 보니 개발자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가 꽤 큰 편일 거다. 그럼에도 그저 게임이 좋아 모인 이들이 함께하는 팀인 만큼, 다들 최고의 게임을 보여주고 싶어한다는 공통된 꿈을 지니고 있다.

추가로 한국 게이머분들에게는 출시 이후 꾸준한 응원에 감사드린다. 한국 내에도 개발 팀이 존재해 이번 '르세라핌' 콜라보 스킨을 비롯한 여러 콘텐츠가 한국 개발팀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언제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더 나은 프랜차이즈, 더 나은 게임이 될 것을 약속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