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민 대표를 인터뷰한 지 2년이 지났다. 그 사이 서용수 공동대표와 함께 창업한 레드휠게임즈는 미스틸게임즈로 사명을 바꿨다. 지난 2년 동안 조용민 대표는 투자 유치, 신작 개발 등 다양한 발전을 이뤄내며 업계의 주목을 받는 게임사로 성장시켰다.

외부에서는 미스틸게임즈가 개발하고 있는 '타임 테이커즈', 그리고 이 게임에 관심을 갖고 투자한 엔씨소프트와의 관계에 관심이 높다. 반면, 조용민 대표의 관심은 그다음을 향해 있었다. 시장이 원하는 게임, 유저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게임, 그리고 미스틸게임즈가 반 발짝 앞서나갈 수 있는 게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 미스틸게임즈 조용민 공동대표

인터뷰로는 2년 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첫 작품인 '타임 테이커즈'의 골조를 거의 다 잡았다. 시간으론 1년 반 정도 걸린 거 같다. 또, 그사이에 추가 투자를 받았다. 이제 출시를 앞두고 스케일 업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 규모로 보면 2년 전 10여 명에서 현재 60여 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이 될 '그레이' 개발에 착수해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중이다. 그냥 보통의 게임사처럼 투자를 받고, 열심히 게임을 만들고 있다.


과거 인터뷰를 다시 찾아보니, 당시 좋은 퍼블리셔를 만나길 희망했다.

= 정말 심사숙고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이 우리를 찾아와주셨고, 고민 끝에 좋은 퍼블리셔를 잘 찾은 거 같다. 아직 '그레이'에 관한 계약은 끝나지 않았지만, '타임 테이커즈'는 양사가 열심히 협업해 좋은 모습으로 선보이겠다.


'레드휠게임즈'에서 '미스틸게임즈'로 사명을 변경했다. 개인적으로 과거 로고가 놀이공원의 대관람차를 형상화한 것이 인상 깊었다. 바꾼 이유가 있나?

= '레드휠'에는 내 나름의 철학도 담겨 있었고, 좋은 이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회사 브랜딩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검색했을 때 다른 회사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 더 고유한 브랜드를 가진 이름으로 짓고 싶었다.

'미스틸'은 세상에 없는 것을 지칭하고, 겨우살이를 뜻하는 '미스틸테인'(Mistilteinn)에서 따온 이름이다. 겨우살이는 굉장히 연약한 나무이지만, 신화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창업했을 때의 철학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 공동창업자인 서용수 님과 함께 고민하여 변경을 결정했다.

▲ 사명을 레드휠게임즈 → 미스틸게임즈로 바꾼 조용민 대표

서용수 공동대표와 함께 창업한 것도 업계에서 화제였다.

= 개인적으로 우리는 서로의 장점이 되게 명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단점도 서로 인정하는 게 딱 있는데, 그 부분에서 협업도 좋다. 지금도 용수 님은 게임의 딥(deep)한 부분이나 개발 부분에 많이 신경을 써준다. 물론, 아트워크를 보는 눈도 뛰어나고 게임 전반을 살펴보는 능력이 뛰어나다.

나는 게임의 산업적인 측면, 사업의 통상적인 부분들을 살펴보는데, 이런 내가 PD로서 업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다.

공동대표 체제의 단점은 딱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른 회사의 경우 서로 장점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싸우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 같더라. 우린 아직 다툰 적은 없다. 업무 분야가 서로 너무 다르다. 그래서 서로 존중하는 문화라고 보면 좋을 거 같다.


조용민 대표의 경력을 되돌아보면 첫 게임회사에서 액션 담당자를 맡고, 당시 리더를 따라 직장을 옮긴 뒤에 PD를 지냈다. 그리고 이제 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직급이 바뀌면서 어떤 점을 느꼈는지 궁금한데.

= 일단 게임 일반 개발자나 팀장, 실장이나 PD, 본부장 등 성장하면서 업무의 복잡도도 올라가고 책임감도 더 올라가게 되는 거 같다. 특히, 대표를 맡게 되면서 그 책임감이 정말 무섭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순차적으로 밟아오면서 얻었던 능력들이 다 도움이 되고 있다. 대표가 되었다고 해서 내가 특별히 달라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난 지금도 스스로 PD이고, 개발자이자 기획자라고 여긴다. 그것들의 파이가 커진다고 느끼지, 영역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느덧 창업한 지 만 2년이 훌쩍 지났다. 아쉬웠던 점도 있었을 텐데.

= 개발만 했다 보니 처음 창업했을 때 법률적인 부분에서 조금 삐걱거린 게 있다. 그런 부분들을 내가 맨땅에 헤딩하면서 공부하다 보니까, 좀 어렵긴 하더라. 이제는 주변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 이제는 금전적인 측면에서 회사를 운영할 때 예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쓰면서,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 발전된 형태라고 본다.


창업 이후 회사를 운영하면서 꼭 지키고자 했던 것들이 있을까?

= 게임 개발 스튜디오의 첫 번째 덕목은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같이 개발한 사람들에게 열심히 만든 게임의 성과를 나누는 것이고. 그걸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계획을 지켜내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이 개발실 안에서 아집스럽게 시장의 변화나 우리 게임에 어울리는 것을 빨리 찾아내 기민하게 움직이기도 해야 한다. 그 측면들은 아직 잘 지켜지고 있는 거 같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게임이 더 잘 나오고 있고, 파트너 회사들도 그걸 잘 이해하고 있는 거 같다. 그래서 회사가 굉장히 효율적으로 잘 돌고 있다고 본다.


첫 작품, '타임 테이커즈


첫 작품인 '타임 테이커즈'에 대한 기대가 크다.

= 첫 구상 단계에서 출시 버전까지 개발하면서, 날카로워진 것은 기존 '캐릭터 파이트' 규칙에서 시간과 수명을 소재로 하는 배틀로얄 게임으로 발전한 것이다. 우리는 이 장르를 '타임 레이스'라 부르고 있다.

디테일하게 설명하면, TPS 기반에 속도감이 좀 더 빠른 게임이다. 각각의 캐릭터는 강력한 개성과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측면도 크다.

기존 배틀로얄 게임과 차별화를 이루는 건 캐릭터들의 수명과 시간이 경쟁에 활용된다는 점이다. 이 특징들을 규칙으로 잘 녹여서 차별화를 이뤄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레이'도 같이 개발 중이다. 두 게임의 인력 배분은 어떻게 했나?

= 현재 '그레이'는 15명 정도가 개발하고 있다. 다른 개발자들은 모두 '타임 테이커즈'를 만들고 있다. 우리 회사의 지원 부서가 10여 명이니, '타임 테이커즈' 개발자는 30여 명 정도다.


지난 인터뷰 때 '타임 테이커즈' 예상 출시일을 2024년 초 정도로 잡았었다. 1년이란 시간을 더 들인 이유가 있을까?

= 당시에는 퍼블리셔와의 관계와 게임에 대한 가능성이 좀 불투명했던 때다. 원래 계획은 얼리 액세스로 게임을 선보이고 천천히 시장의 반응을 살피면서 가려고 했다.

지금은 우리 게임에 어떤 투자를 해야 하는지 시장에서 위치가 명확해졌다고 본다.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얼리 액세스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특히 신생 개발사다 보니 초반에 임팩트가 없으면 완전히 묻힐 수도 있다. 그래서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 기대감을 확보해 놓고 출시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개발 기간 동안 바로 정식 서비스를 해도 될 정도로 게임의 볼륨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썼다. 또 다행스럽게도 게임의 많은 부분이 다듬어져서 처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플레이가 더 매끄러워졌다고 판단한다.


이제 '타임 테이커즈'를 세상에 내놓을 때가 됐다고 보나?

= 곧 세상에 내놓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초기 계획의 핵심 포인트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고, 유저들이 새로운 장르를 처음 접했을 때 매끄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와 게임의 지속성 측면에서 디테일한 부분들을 많이 보완했다.

개발 과정에서 게임이 너무 복잡해지고 전략적으로 흐를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적절히 조절하는 단계를 거쳤다. 또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유저들이 이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도록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에 힘썼다. 이제는 어느 정도 완성된 틀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 측면에서 소개를 해줬으면 하는데.

= 각 캐릭터마다 수명이 있고, 서로의 수명을 빼앗는 파밍 요소가 있다. 상대방을 죽이면 상대방의 수명을 빼앗는 방식이다. 시간은 플레이할수록 점점 더 빨리 흐르는데, 이는 플레이어 간의 조우를 가속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명을 기반으로 베팅하는 요소가 있어서 플레이어가 안전을 추구하면 전투력이 약해질 수 있다.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만 강해지고 생존 확률이 올라가는 독특한 구조다. 유저들이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시간을 소재로 한 배틀로얄 장르가 꽤 잘 어울리는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

초기 모드는 듀오 또는 트리오로 네 팀이 참여하는 구조다. 듀오 모드는 8명, 트리오 모드는 12명이 플레이하게 된다. 개인전도 준비하고 있지만, 우선 듀오와 트리오 모드를 중심으로 고려하고 있다.


캐릭터 디자인은 서용수 대표의 스타일이라고 봐도 될까?

= 맞다. 용수 님만의 스타일이 있다. 업계에서 용수 님은 원화 없이도 모델링을 바로 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런데, 옆에서 일하는 걸 지켜보니 막연하게 디자인을 머릿속으로 잘 떠올리는 천재라기 보다는, 굉장히 테크니컬한 면이 강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 관심이 많고, 새로운 기술들을 적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 기술들을 가지고서 극도의 효율을 뽑아내고, 그 와중에 자신만의 아트 스타일을 놓지 않는 형태의 개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개발하는 걸 지켜보면, 단순히 아티스트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캐릭터를 보니 다양한 것을 추구하면서도, 예쁜 것을 놓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 용수 님은 그냥 자기 눈에 멋있다고 생각하는 걸 그냥 만드는 거 같다. 뭔가 특별한 의도를 갖고 개발하진 않았다. 오히려 내가 가끔 한 번씩 예쁜 것 좀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 때가 있기는 하다.

▲ 프로젝트 '그레이'

'그레이'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현재 어느 정도로 개발이 됐나?

= 아직은 명확한 그림을 그려 문장으로 전달하긴 어렵다. 키워드를 꼽자면 액션 어드벤처이고 SF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전통 부족에 대한 소재를 키워드로 한다.

특정 행석의 어떤 원시 부족을 컨셉으로 잡고 있는데, 아트적으론 인디언과 비슷한 면이 있다. 그리고 퍼즐 요소를 굉장히 많이 가미하고 있다.

키워드들의 성격이 갭이 큰 소재로 설계했다. 지금은 이 키워드들을 버무리는 과정에 있다. 잘 버무려지면, 이 게임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 더 소개할 기회가 있을 거 같다.


두 게임 외에, 미스틸게임즈는 앞으로 어떤 게임을 개발할까?

=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는 건 굉장히 많다. 사실, 구상한 것을 실현한다기보다는 시장에서 원하는 게임을 우리가 먼저 집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어떤 특정 장르에 질려하면, 그다음에 필요로 하는 게임이 무엇일지를 우린 생각한다.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린 특정 장르나 플랫폼을 고집하는 회사는 아니다.

사실, 거의 모든 게임을 다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게임을 답습하지 않고 우리만의 스타일을 가미한 게임으로 만들 것이다. 우리의 게임과 시장이 맞아떨어지면 유저의 사랑도 받고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를 얻지 않을까 기대한다.


미스틸게임즈는 게임업게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스타트업 라인에서 미스틸게임즈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다른 회사들의 방식을 참고하지는 않는다. 나도 그렇고 다른 회사들도 모두 추구하는 바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안정을 추구할 것이고, 누군가는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의 장점은 가장 잘하는 것을 한다는 점이다. '퍼스트 무버'가 아니어도, '패스트 팔로워'여도 상관없다. 시장에서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유저가 기다리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게임에서 장르 최고를 목표로 한다. 다른 스타트업보다는 시장의 기존 게임 회사들과의 경쟁을 더 고민하는 것 같다.

뭔가 다르게 한다면, 그에 대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달라야 하는 이유가 유저가 기다리고 있는 변화라면 그것이 곧 상업성이다. 반대로, 어떤 장르는 유저가 변화를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런 장르에서의 변화는 어쩌면 객기다. 그래서 장르마다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미스틸게임즈와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와 손을 잡았다. 엔씨소프트가 미스틸게임즈에 투자한 이유도 있겠지만, 반대로 미스틸게임즈가 엔씨소프트의 투자를 받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조용민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 아무래도 많은 분이 걱정을 해주셨다. 그리고 나도 걱정이 많이 되었고.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막상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걱정들이 기우였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훌륭한 기업 중 하나임에도 최근 내부적으로 큰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는 것, 그 변화의 기준점이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비슷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엔씨소프트는 소문으로 듣던 것과 많이 달랐다. 조금은 건방진 표현일 수 있지만, 엔씨소프트로부터 '간절함'을 느꼈다. 엔씨소프트가 변화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방향대로라면 함께 협력하여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계약 이후 엔씨소프트는 정말 좋은 파트너라는 것을 느꼈다. 개발 측면에서도 생각보다 빠르게 도움을 주고 있다.


퍼블리셔로서의 엔씨소프트는 어떠한가?

= 보통 퍼블리셔는 게임의 시장성을 보며 이것저것 요구하기 마련이다. 엔씨소프트가 간절하다고 느꼈던 이유 중 하나는 '개발 자율권'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도 엔씨소프트 측에서 합당한 이야기를 하면 당연히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우리에게 개발 자율권을 너무 보장해 주어서 오히려 반대로 우리가 엔씨소프트에게 의견을 더 달라고 요청하는 중이다.(웃음) 현재 '타임 테이커즈' 내부 테스트 단계를 진행하고 있고, 여기서 나온 엔씨소프트 측의 의견을 서로 조율하며 게임의 변화에 반영하고 있다.


협상의 물밑 단계라는 게 있지 않나.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어떤 교류가 있었는지 궁금한데.

= 사실, 엔씨소프트는 협상 테이블에 조금 늦게 합류했다. 우리가 한창 다른 투자자에게 게임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뒤늦게 협상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래서인지 물밑 작업이랄 것도 없이 우리 게임을 실무자가 확인하고, 바로 결정권자가 와서 두세 번 검토한 다음 바로 조건을 제시했다. 조건을 제시할 때 기세가 엄청났던 기억이 난다. 그때 우리를 정말 간절하게 원한다는 것을 느꼈다. 조건을 조율하는 단계에서 엔씨소프트는 우리와 정말 함께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투자의 숫자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숫자는 지금 공개하기에 예민한 문제일 수 있다. 그래도 약간의 이야기를 전하자면, 우리가 차기작 '그레이'를 개발 완료할 때까지 충분한 투자금을 확보했다.


앞으로 엔씨와의 협업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 아무래도 작은 회사가 하지 못하는 규모적인 측면을 많이 기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큰 회사이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회사인 만큼 운영과 서비스 노하우를 많이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IP를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데 힘써주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미스틸게임즈, 기획자 조용민


2년 전 인터뷰 때도 비슷한 질문을 했었다. 2년 사이에 게임시장이 많이 변했는데, 현재 게임시장을 어떻게 보고 미스틸게임즈를 통해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가?

= 메타버스나 AI 등 트렌드의 변화도 있었지만, 유저 입장에서는 게임 제작 단가 상승으로 재미있는 게임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것에 불만이 있는 것 같다. AAA급 게임 제작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는 것 같은데, 이는 장르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캐릭터 파이트나 배틀로얄 장르는 피로감이 많이 몰려든 상태이고, 모바일 게임에서는 새로운 변화보다는 기존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주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내심 걱정도 많이 된다.

하지만 최근 캐릭터 파이트 장르에서 특정 게임이 시장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가, 이후 다른 게임이 출시되어 그 우려를 불식시킨 사례가 있다.

그것을 보면서 재미있는 게임이라면 유저들은 언제든지 새로운 게임으로 넘어갈 수 있고, 새로운 재미를 기대하는 수요는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최근 신작들이 유저의 높아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재밌는 게임을 기다리는 유저는 항상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시장에 출시된 게임들의 특징은 기존의 규칙과 시스템을 답습하면서 소재만 바꾼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 틈을 파고들어 새로운 규칙과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유저들에게 전달한다면, 유저들은 이를 매끄럽게 받아들이고 흥미롭게 즐겨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우리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저는 본질적으로 게임의 재미를 추구한다. 게임 회사는 유저가 게임을 하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유저들을 확실히 만족시킬 수 있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 지금 게임 시장에서 생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기획자이기도 하다. 기획자로서 최근 의미 있게 본 콘텐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 게임을 기획할 때, 게임이 갖춰야 할 구성 요소를 잘 설계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원하는 부분을 게임의 강점으로 만드는 것, 시장에서 지나치게 특별함만 강조되어 부담스러운 부분을 적절히 조절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이러한 점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획자로서 의미 있게 본 게임들은 '클래시 로얄'이나 '발더스 게이트3'이다. '클래시 로얄'은 매우 짜임새 있는 게임이었고, '발더스 게이트3'는 최근 감명 깊게 플레이했다. 특히 '발더스 게이트3'는 내가 잘하는 영역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디테일을 끝까지 파고드는 부분이 감동적이었고, 콘텐츠 제작자로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를 재미있게 보았다. 영화 '인 타임'은 게임의 소재를 얻었던 작품 중 하나이기에 재미있게 보았고, 특히 세계관을 구축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영화를 보면서 표현 기법을 많이 배웠던 것 같다. 과거 홍콩 영화를 보면 유리창에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장면을 등장인물이 슬퍼하는 모습에 연결하는 표현 기법이 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연출 기법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장센을 어떻게 게임에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스포츠를 할 때도 그렇다. 스노보드를 타는 것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인데도 매번 재미있다.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데 왜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반복은 재미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스노보드를 탈 때는 매번 상황이 다르고, 풍경이 바뀌고, 바람과 장애물이 달라지는 등 스스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전통적인 게임이나 놀이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그러한 재미의 본질을 어떻게 더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어 나갈까?

=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게임을 계속해서 주시할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만의 개성을 살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남들과 똑같은 것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차별화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장르나 플랫폼에 상관없이 게임을 개발할 것이다.


이제 투자도 받았으니, 회사를 더 키울 수 있다. 경영자로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도 궁금한데.

= 사실, 대표로서는 굉장히 초보라서 조심스럽다. 어느 정도 규모까지 현재의 문화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아직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래서 매우 신중하게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사람을 채용할 때에도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 회사는 이직률이 매우 낮다. 창업 이후로 단 한 명만 퇴사했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우리 회사의 비전에 공감해주는 것 같다. 직원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회사의 문화가 희석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회사가 돈을 많이 벌고 규모가 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회사의 문화가 탄탄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는 천천히 성장시킬 생각이다.

돈이 많이 벌리든, 회사가 규모가 커질 수 있도록 준비가 됐든, 그것보다는 회사의 문화가 완전히 준비될 때까지는 천천히 늘려갈 생각이다.


강조하고자 하는 회사의 문화란 무엇인가?

= 적당히 일하지 않는 것이다. 모두가 프로답게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높은 책임감을 갖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아직 중소기업이니 적당히 만들자는 생각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나는 조금 겁이 많다. 눈이 하나인 나라에 가면 눈이 두 개인 사람이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말이 있다.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즉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50%를 넘어가면 어느 순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급격하게 성장한 조직, 단체, 회사는 이러한 부작용을 겪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부작용을 피하고 싶다.


사람을 볼 때 어느 점을 중요하게 보는지 궁금한데.

= 직무마다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아트 분야에서는 퀄리티에 대한 집념이 강한 사람을 선호한다. 기획자는 오랜 경험을 통해 쌓아온 자신만의 지식 체계가 잘 정립된 사람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즐기면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만들 게임에 대한 구상이 어느 정도 완성된 사람을 찾는다.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고, 논리적으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래서 기획자 면접에서는 경제 관련 질문을 자주 한다. 예를 들어, 엔저 현상이 발생하면 포항제철소 옆에 있는 편의점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와 같은 질문을 한다. 정답을 맞히지 못하더라도 논리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훈련한 사람은 금방 티가 난다.

프로그래머는 책임감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끝까지 최적화를 해내는 끈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각 분야마다 필요로 하는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서로 다른 조직끼리 갈등이 생기는 경우는 종종 요구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자의 조직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다른 조직에도 똑같이 요구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부분들을 조율하는 데 힘쓰고 있다.


경영자로서 '요즘 개발자'에 대한 특징을 느끼고 있나?

= 과거 회사 문화에선 상명하복 관계가 당연시되었지만, 요즘 개발자들은 업무 지시의 의도가 명확하지 않으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나는 개발자들에게 업무의 의도를 설명하는 것을 좋아해서 끊임없이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모든 직원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려워진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의도를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모든 직원이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구성원들이 미스틸게임즈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한데, 혹시 소개해 줄 수 있나?

= 굉장히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집이 가까워서 입사한 사람도 있고, 오디오 담당자는 내가 예전에 알고 지내던 오디오 감독의 키보드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구매했던 사람이다. 그 인연으로 채용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음악을 굉장히 잘 만들어서 함께 일하게 되었다.

예전에 동네에서 게임을 개발하던 후배를 내가 강연했을 때 우연히 다시 만났다. 강연이 끝나고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훌륭하게 성장해 있더라. 그래서 우리 회사로 데려왔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경력자이지만, 의도적으로 경력자만 채용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 경력자여서 그렇게 된 것이다. 신입 채용에 편견은 없다.


미스틸게임즈에 많은 개발자가 관심을 가질 텐데, 특별한 복리후생이 있는지 궁금하다.

=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 복리후생 제도를 많이 마련했다. 기본적인 식사, 야근 택시비 지원, 상조, 보험, 건강검진 등은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것은 아니지만, 개발자들이 좋아할 만한 맛있는 간식을 제공하고, 개발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하는 데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개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을 채용할 때 매우 신중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입사하면 그 사람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상장 계획이 있나?

=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외부에서는 상장이나 매각 등에 대해 궁금해하지만, 아직 그런 것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지금은 게임을 잘 만들고 서비스하여 회사로서의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결정을 내리겠지만, 아직은 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마지막으로, '타임 테이커즈'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

= 엔씨소프트와 협의 후 결정해야겠지만,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올해 안에 유저들이 플레이해볼 수 있는 형태로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공개 테스트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 여러 가지 선택지를 놓고 엔씨소프트와 함께 유저들에게 최고의 게임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