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둠'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격투 게임계에도 그러한 흐름이 이어졌다. 그 포문을 연 주인공이 바로, 오늘 말할 '버추어파이터' 시리즈다. 1993년 10월 출시 당시에 게임계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실시간 3D로 게임을 만들 수 없다는 게 당시의 지배적인 생각이었는데, 그 고정관념이 깨졌기 때문이다. 이후 밸런스 및 캐릭터 라인업 확장, 그래픽 개선까지 더한 '버추어파이터2'는 현대적인 3D 대전 격투 게임이라는 장르를 확립시킨 게임으로 평가 받았다.
그렇게 센세이션하게 시작한 '버추어파이터'는 줄곧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글로벌적으로 그 위세를 쭉 이어가지는 못했다. 여러 내외부적인 사정으로 아케이드 중심으로 개발해온 만큼 PC, 글로벌, e스포츠화에 눈을 돌린 시점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버추어파이터 시리즈는 점차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12년 버추어파이터5 파이널 쇼다운의 콘솔 이식을 끝으로 한동안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 뒤 오랜 침묵을 깨고 2021년, 용과 같이 스튜디오가 개발에 합류해서 드래곤 엔진으로 일신한 '버추어파이터5 얼티밋 쇼다운'에 이어 PC버전인 '버추어파이터5 R.E.V.O'로 유저들을 찾아왔다. 물론 새로운 버추어파이터 프로젝트가 동시에 발표되긴 했지만, 출시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그때까지 프랜차이즈를 이끌어갈 대표주자가 '버추어파이터5 R.E.V.O'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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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명: 대전 격투
출시일: 2025.1. 28
리뷰판: 1.01버전개발사: 세가 AM2, 용과 같이 스튜디오
서비스: 세가
플랫폼: PC
플레이: PC
심플하지만 정교한 클래식 그 자체
명료하고 빠른 공방, 입력 판정은 좀 더 느슨하게
버추어파이터5 R.E.V.O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그만큼 긴 '썰'을 푼 이유가 있다. 신작이 아닌 고전의 부활인 만큼, 그런 관점에서도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3D 대전 격투 게임이라는 장르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양길에 들어서고 있는 추세지 않던가. 특히 그래픽만 3D로 채택한 것을 넘어서 횡축까지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3D 대전 격투 게임은 더더욱 작품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여러 시스템도 도입하고 다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인 콜라보까지 하는 등,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유저층에게 어필하고자 변화해왔다.
그런 흐름이 있기 이전의 작품이 엔진을 교체해서 나온 것인 만큼, 버추어파이터5 R.E.V.O를 보면 굉장히 심플하고 투박하다. 그래픽은 일신했기에 최근 게임에 크게 밀릴 정도는 아니지만, UI나 이펙트를 보면 확연히 느껴진다. 조작키도 가드, 펀치, 킥 세 종류로, 가드키가 별도로 있다는 것부터가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끈 격투 게임과는 다른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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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공격과 가드가 명확히 나뉜 데다가 UI와 이펙트도 심플한 만큼, '버추어파이터5 R.E.V.O'는 대전 격투의 기본인 공격과 방어, 회피의 구도가 뚜렷하게 보이는 게임이기도 하다. 중립에서 가드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가드 버튼을 눌러서 가드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방어 중인 것을 비교적 쉽게 인지할 수 있다. 그런 가드를 뚫기 위해서 잡기를 하거나, 상대가 공격 중일 때 잡기가 발동이 안 되는 걸 노려서 한 발 먼저 짠손으로 반격하는 등 간단하지만 심도 있는 심리전 구도가 기초적인 단계에서부터 이미 눈에 띈다.
여기에 횡으로 이동하는 디펜시브 무브와 오펜시브 무브, 백스텝 등이 가미되면서 단순해보이지만 깊이가 있는 특유의 공방이 완성된다. 짠손을 옆으로 피하고 역으로 공격해서 턴을 잡거나, 공격이 들어올 타이밍에 잠깐 피하고 바로 견제기로 반격하는 버추어파이터5 R.E.V.O의 템포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보통 대전 격투 게임이 한 라운드 타임을 60초로 맞춰두는데, 버파는 45초에 그마저도 타임아웃으로 갈리는 일도 드물 정도다. 물론 이펙트나 화려함은 적어서 처음 볼 때는 그 맛이 좀 떨어질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만큼 저스트에 가깝게 슥슥 이어지는 조작감에 빠른 공방이 군더더기 없이 이어지는 순간, '버파'만의 매력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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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버추어파이터5 R.E.V.O는 이런 매력을 유저마다 사양이 제각각인 PC에서 잘 다듬어서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를 충분히 잘 이행했다. 최적화는 물론이고, 키보드 동시입력이나 반응도 잘 갖춰졌다. 기본키 세팅은 타 게임과는 다소 달라서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한 번 직접 플레이해보면 그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연구한 흔적이 있었다. 공격과 가드가 분리된 버추어파이터 시리즈인 만큼, 이를 스페이스바와 다른 키로 분리해서 조작할 때도 체감할 수 있게끔 한 것이었다. 물론 그런 키 배열이 어색하다면 키 커스터마이징으로 언제든 변경이 가능했다.
아울러 버추어파이터 시리즈를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다소 낯선 부분들도 다듬었다. 원래 버추어파이터 시리즈는 일부 극악난이도의 캐릭터를 제외하면 커맨드는 단순한 편이지만, 대신 칼 같이 정확하게 입력해야만 해당 기술이 발동했다. 물론 예전에 나온 게임을 재구축한 것인 만큼, 그런 기조 자체를 바꾼 건 아니긴 하다. 다만 판정을 약간 느슨하게 풀어서 좀 더 쉽게 기술이 나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연타 중간에 ->P 이런 식으로 들어가는 키도 예전엔 정말 칼 같이 타이밍을 캐치해서 입력해야했다면, 이번엔 살짝 뭉개져도 OK인 식이었다. 캔슬기가 많은 아오이의 경우도 G를 제 타이밍에 안 누르면 캔슬이 안 됐는데, 이번에는 조금 엇나가도 캔슬이 가능해서 심리전이 좀 더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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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을 메우기엔 벅찬 콘텐츠
거의 없는 싱글플레이, 그나마 나아진 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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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현 시점에서 '버추어파이터'라는 이름을 이전에 한 번이라도 들어본 한국 게이머라면 대전 격투에 흥미가 있거나, 혹은 올드 게이머일 확률이 높다. 그런 유저라면 아마 처음부터 다른 사람과 온라인 대전을 하는 것 자체가 별로 꺼려지진 않을 것이다. 트레이닝 모드에서 이리저리 감을 잡고 연습한 뒤, 실전에서 바로 써먹으면서 숙달하는 것이 대전 격투 게임 코어 유저들의 보통 패턴이었으니 말이다. 소위 '모르면 맞아야지'가 어찌 보면 당연하게 이어지던 곳 아니던가. 물론 최근엔 바뀌고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다른 유저와 싸우는 PVP 게임이면 기본적인 스킬 습득은 필수긴 하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질 싸움에 들어가는 것도 내키지 않으니, 소위 컴까기를 하면서 자신감을 쌓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최신 대전 격투 게임들이 점차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버추어파이터5 R.E.V.O'는 그렇지 않다. 아케이드 모드와 트레이닝 모드가 전부고, 나머지는 온라인 매칭 모드다.
물론 고전적인 대전 격투 게임으로 보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완성된 구도이긴 하다. 그리고 트레이닝 모드도 있을 건 다 갖춰지긴 했다. 기본기를 배울 수 있는 튜토리얼부터 각종 기술을 확인하는 커맨드 트레이닝, 기술의 프레임이나 경직 체크는 물론 키 입력의 프레임까지도 체크할 수 있는 기능까지 버추어파이터 시리즈를 익힐 때 필요한 것들은 구비했으니 말이다. 다만 정보량이 원체 많은데 화면에 분산이 되어있어 초보자들이 처음부터 눈에 확 익지는 않았다. 이런 부분을 복기도 할 겸 리플레이 같은 기능을 추후에라도 지원하면 어떨까 싶은 아쉬움은 있었다.
아케이드 모드는 말 그대로 고전적인 아케이드 모드라 친숙하지만, 그만큼 금세 질릴 여지가 있었다. 캐릭터 스토리가 전개되거나 하지 않으니 주캐 외에도 아케이드 모드를 다 클리어하게 유도하는 부분도 적었다. 커스터마이징 파츠도 제약이 있어서 꾸미는 재미도 좀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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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더 즐기기 위해서는 온라인 매칭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에서 생각지도 못한 오류가 발생해버렸다. 버파하면 상대가 접을 때까지 계속 대전을 걸어서 굴복시키는 이른바 '절단'이 떠오를 텐데,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 세가에서도 이를 인지했는지, 재도전 횟수를 제한하고 그 뒤 동일한 유저와 바로 매칭되는 것도 억제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롤백 넷코드로도 조치가 안 될 정도로 핑이 튀는 상대와도 매칭을 자주 하게 되는 이상한 구조가 훨씬 문제였다. 매칭 조건에 통신 속도 보통 이상 정도를 내걸어도 핑이 300ms 이상으로 튀는 상대가 걸릴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데, 그런 유저들과 매칭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아무리 롤백 넷코드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핑이 튀면 툭툭 끊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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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버추어파이터 시리즈는 누르면 곧바로 나가는 직관적인 조작을 지향한 만큼, 그렇게 끊기는 현상이 더욱 크게 체감됐다. 상대 공격을 가드한 이후에 잡기를 예측한 하단 짠손이나 이거를 예측한 상대의 무브 후 역습도 대비하는 심리전이 버추어파이터 시리즈의 묘미인데, 그게 성립이 잘 안 됐다. 내가 짠손을 넣었을 때는 이미 상대가 다른 동작을 취하고 있을 때고, 그래서 어처구니 없이 몇 번 맞는 상황이 발생하니까 아예 처음부터 배째라식 짠손 연타로 몰아쳐서 이기는 식이었다.
그렇게 날먹으로 이기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캐릭터들이 어색하게 움직이면서 툭툭 끊기는 대전 환경을 접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스트레스였다. 싱글플레이 콘텐츠라도 더 있다면 모르겠지만, 온라인 대전이 주요 콘텐츠인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버렸으니 더더욱 난감할 따름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2월 4일 1.01 업데이트로 같은 지역 매칭/전세계 매칭 옵션을 추가해서 훨씬 양호한 대전 환경에서 플레이할 수 있었다. 핑이 좋아도 최소 70ms 이상이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50ms 정도로 꾸준하게 유지해서 버파 특유의 빠르고 매끄러운 대전 액션을 온라인 환경에서도 구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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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어파이터 시리즈, 재활에 나서다
후속작에 앞서 지속적 관리 경험 축적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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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버추어파이터5 R.E.V.O'는 완전 신작이 아닌, 엔진 교체 및 그래픽을 일신해서 다듬은 버전이기에 한계가 명확한 타이틀이긴 했다. 다만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그렇게 살짝 다듬어서 나온 클래식한 공방의 완성도는 현재에도 그 손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니 아쉬울 수밖에 없다. 약간만 더 트렌드를 반영했더라면, 좀 더 테스트를 해봤더라면 훨씬 더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온라인 매칭 관련해서는 한 번 더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싱글플레이 콘텐츠를 최소한으로 냈던 만큼, 메인이 될 멀티플레이는 최소한 플레이할 때 지장이 없게끔 해야 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매칭 환경을 제공하지 못했다. 심플하면서고 깔끔한 고전적인 대전 격투 게임을 고스란히 살린 건 좋지만, 너무 그쪽에 매몰되다 보니 최신 온라인 환경과 멀티플레이까지 고려하지 못한 것 같은 그런 인상이라고 할까.
그나마 세가에서 지난 31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1 업데이트를 상당히 빠르게 적용한 건 고무적이었다. 지역 옵션을 걸면서 핑이 물리적으로 튈 환경을 최대한으로 억제했고, 그러면서 자연히 대전 환경도 좋아지고 롤백 넷코드도 제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동일 유저 연속 매칭을 최대한으로 자제하던 방침이나 높은 급수의 유저를 최대한 안 마주치게 하는 방침이 매칭이 길어지면 다소 풀리는 느낌이긴 했다. 이 부분은 유저들이 '절단'을 최대한 자제하는 식으로 플레이하기도 하고, 잠시 매칭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해결되기도 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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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상대가 프레임이 좀 낮게 잡히면 종종 버벅거리는 일도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그래도 60프레임 유지를 못하는 순간 아예 핑까지 다 튀어버리던 이전과 달리, 대전 상대가 50프레임 밑으로 떨어질 때 약간 버벅거리는 정도로 커버한 터라 후속 조치까지 큰 문제 없이 즐길 수 있는 정도였다.
버추어파이터 시리즈를 예전에 여러 차례 콘솔로 접했던 입장에선, 그간 아케이드 기판 관리 감성으로 극도로 보수적으로 운영해왔던 버추어파이터 시리즈가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며 시대가 많이 바뀐 게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버추어파이터 시리즈는 어느덧 강산이 세 번 바뀔 시기를 거쳐왔고, 이제 다시 시작이기 때문이다. 더 게임 어워드 2024에서 뉴 버추어파이터 프로젝트가 최초 공개되고, CES 2025에서 컨셉 영상을 선보이지 않았나.
용과 같이 스튜디오가 그간 해온 업적, 그리고 이번에 버추어파이터5를 자신들의 엔진으로 그래픽은 일신하되 고전 감각을 현대에 완벽하게 재현한 그 센스만 봐도 그들의 역량 자체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이들에게는 온라인 위주로 바뀐 글로벌 대전 격투 게임계와 그에 따라 달라진 글로벌 유저들에 맞춰 대응한 경험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던 불상사를 이번에 미리 체험한 만큼, 프랜차이즈 30주년을 맞아 발족한 버추어파이터5 R.E.V.O에서 적극적으로 대응 경험을 쌓고 개선을 하면서 버추어파이터가 성공적으로 부활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