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시리즈는 저마다 수 십, 수 백 시간은 거뜬히 즐기고도 새로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는 독특한 타이틀이다. 그런 부분이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고, 지금까지 사랑받는 시리즈로 이어져 온 이유다.
이번 7편은 그중에서도 그런 플레이어만의 역사를 강조한 타이틀로 많은 신규 요소가 도입됐다. 시대 시스템, 문명의 믹스 앤 매치, 기존 게임 플레이 요소의 대대적인 변화까지 그 내용도 파격적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게임 공개 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싱가포르 브리핑 이벤트를 통해 주어졌다. 불과 수십 턴만 확인할 수 있어 제대로 된 게임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던 이전의 비공개 체험과 달리 이번에는 3시간 이상의 비교적 넉넉한 시간이 주어졌다.
물론 이마저도 게임 속도에 따라 두 번째 시대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시대와 문명 변화, 그리고 게임의 초반 전략 등을 처음으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과연 문명7의 초반 모습은 어떻까? 그 첫 플레이 경험을 글로 전달하고자 한다.
★- 체험기는 첫 시연을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 스크린샷은 체험회 내용과 다른 빌드입니다.
- 일부 내용이 기사, 또는 출시 후 버전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명7 + 지도자 레벨 도입
반복플레이 이유 생긴 다양한 지도자와 기념물
문명7의 시작은 이전처럼 지도자 하나를 선택에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정의 수호자였던 혁명가 나폴레옹과 스스로 제위에 오른 뒤 독재자의 면모가 부각된 황제 나폴레옹처럼 같은 인물, 다른 페르소나를 가진 지도자도 만날 수 있었다.
새로운 점은 각각의 문명마다 레벨, 그리고 통합 문명 레벨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레벨이 오를 때마다 기념물을 하나씩 얻는 모양새였다. 특정 유닛에 다른 자원 추가, 산에서의 추가 자원, 자연 경관 발견 시 금화 추가 등 문명별 특수 효과 중 하나 정도를 떼어 놓은 듯한 효과다.
이 기념물은 시작 전 2개 미리 선택할 수 있다. 이번에는 따로 플레이 기록이 없으니 기념물도 없어 이걸 선택할 수 없었다. 여기에 문명 해금도 특정 문명을 플레이하거나, 게임 중 특별한 방식의 플레이를 달성하면 보상 개념으로 해금된다. 정식 버전에서는 이 레벨을 올려 기념물을 얻거나 잠긴 문명을 여는 요소로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고, 한편으로는 기존의 문명 특색에 다른 문명의 효과를 더해 새로운 문명 특징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는 고대 시대, 대항해시대, 현대 시대를 미리 골라 플레이할 수 있다. 처음인 만큼, 시작이 되는 고대 시대, 그리고 랜덤 문명을 선택해 나온 미시시피 문명과 지도자 파차쿠티로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했다.
건설자 없고요 특수 지구 다릅니다
시작부터 싹 바뀐 문명7만의 게임 플레이
처음 주어지는 개척자로 내 첫 도시를 건설하는 건 문명6와 같다. 하지만 똑같은 건 여기까지다. 정말로. 일단 시작과 함께 첫 인구를 배치하는 과정부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인구 배치는 이제 타일에 깔린 자원 수를 보고 그때그때 변경하는 식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도시 주변으로 6개의 타일만 도시의 땅이며 인구가 늘어날 때마다 그 중 하나에 인구를 배치하면 타일에 맞는 농장, 제재소, 벌목소, 광산 등을 알아서 건설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인구를 배치한 주변 타일이 도시의 지역으로 편입되게 된다.
대신 처음부터 정찰병을 뽑을지, 건설자를 뽑을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미 알려져 있듯 건설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도시 확장은 인구가 늘어날 때마다 하나씩 이루어지고 타일을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건물은 도시에서 생산해 영토 내 타일 위에 직접 짓게 된다. 몇몇 건물을 빼면 이렇게 지은 건물이 있는 타일이 일종의 특수 지구가 된다.
이제 상업 중심지, 캠퍼스, 극장가 같은 부류의 수많은 특수 지구를 어떻게 설치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한 타일에는 건물이 2개까지 올라가니 주변 인접 효과를 최대한 볼 수 있는 건물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고민하는 것 정도가 신경 쓸 요소였다. 도시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인구를 새로운 타일이 아니라 특수 지구에 배치할 수 있는데 이게 예전 시리즈에 있던 전문가 시스템으로 엮이게 됐다.
신규 자원 영향력, 이거 잘 써야 겠네
외교부터 (야만족 같은)독립 세력, 우리 무슨 사이야
첫 출발 지역에 따라 식량 부족으로 성장이 더뎌지는 식의 타일 확장이 없으니 인구 성장은 거침 없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정찰을 시작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바로 주변 독립 세력이 굉장히 공격적이기 때문이었다.
독립 세력은 전작의 도시 국가와 유사하지만, 이번 7편에서는 야만인이 사라지며 적대적인 포지션을 취하기도 한다. 시작부터 우호적인 도시 국가야 문제가 없지만, 적대적인 독립 세력은 정말 쉴 새 없이 도시로 병력을 보냈다. 무력으로만 이걸 상대하려면 빨리 독립 세력의 도시를 힘으로 밀어내야 하는데 이런 적대적 독립 세력이 첫 정착지 주변에 둘, 셋 있는 다른 플레이어는 이걸 막는 것만으로도 벅차보였다.
이번에는 정찰병의 공격력이 따로 없다. 그래서 정찰 보냈다가 독립 세력의 병력들이 몰려오는 길에 끼어 수없이 파괴당하기도 했다. 대신 이번에는 공격력 없는 민간 유닛들도 전부 100의 체력을 가지는 형태로 바뀌었다. 나름의 기회가 생긴 편이다.
어쨌든 초반부터 도시국가와의 전쟁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펼칠지는 몰랐는데, 다른 문명과의 조우가 살 길을 터줬다.
이집트의 하트셉수트와 첫 접촉 이후 매번 볼 수 있는 외교적 환심 사기 선택지가 뜬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락, 거절의 선택지 외에도 중립 선택지가 있다. 여기에는 새로운 자원인 영향력이 관계되어 있었다.
종교적 자원이 사라진 대신 추가된 영향력은 거의 모든 외교 활동에 사용되는 자원이다. 이게 정말 다양하게 쓰이는데 다른 문명에 교역 관계 개선, 시장 개방 같은 우호적 관계 형성부터 동맹, 비난 등 곳곳에서 영향력 포인트를 사용한다.
이게 제안을 할 때도 영향력을 쓰지만, 다른 문명에게 제안을 받을 때도 영향력을 써 결과를 바꾼다. 제안을 그냥 수락할 때는 영향력 없이 서로 소소한 목표 결과를 얻지만, 영향력을 써서 지지나 반대를 하면 두 문명 다 효과를 더 크게, 혹은 아예 상대 문명이 효과를 얻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영향력을 마구잡이로 쓸 수는 없는 게 앞서 말한 독립 세력을 무력으로 점령하지 않고 영향력을 써 종주국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여기에 들어가는 영향력이 꽤 많고, 또 바로 종주국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영향력을 더 많이 들이면 종주국으로 바뀌는 시간이 훨씬 짧아진다.
또 다른 문명과의 전쟁에는 자연스럽게 전쟁 피로도가 발생해 도시와 마을에 행복도를 떨어트리는데 영향력을 써 그 수치를 줄일 수도 있었다.
외교, 국방, 성장 모두에서 영향력이 중요하게 쓰이는 셈이다.
첫 플레이는 군사 위주보다는 문화, 과학 위주로 성장을 그렸기에 수비 병력 중심으로 영향력을 빠르게 모은 뒤 독립 세력을 종주국으로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외세 침략에서 자유로우니 병력 뽑을 시간과 자원으로 빠르게 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고 다른 세력보다 과학과 사회제도 우위를 가져올 수 있었다.
마을은 알아서 도시만 착실히
정착지 변경으로 집중 관리 편해진 제국
위 글에서 혹시 이질감을 느꼈다면 진짜 문명 팬일 것이다. 바로 도시와 마을이라는 표현이다.
문명7은 첫 수도 외에 짓는 모든 정착지는 마을로 구분된다. 마을은 식량으로 인구가 늘어날 때마다 인구를 배치하고, 타일을 확장하는 것은 같지만, 생산력을 활용한 건축이나 유닛 생성은 금화로 구매하는 것만 가능하다.
이러한 마을은 생산의 요소를 제거한 대신 주변 도시로 식량을 보내고 생산력은 금화로 변한다. 즉, 많은 마을의 수가 안정적인 금화 수급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건설자도 없어진 마당에 마을의 생산 관리까지 손이 덜 가니 중요한 도시만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가 매우 편했다. 필요하다면 마을에서도 병력을 돈주고 살 수 있으니 허술한 지역 방어도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다.
이렇게 마을이 주는 이점을 활용, 확장 위주로 빠르게 정착지를 늘리면 금화 수급의 장점이 생기고, 많은 금화를 쌓아 성장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무한정 확장이 꼭 이롭지만도 않은데 정착지 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임 시작시에는 기본적으로 3개의 정착지 한계가 존재한다. 물론 이 숫자 이상으로 정착지를 만들거나, 점령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럴 경우 행복도가 감소한다.
마을의 행복도가 낮으면 다른 지역의 과학, 문화 등의 자원 생산을 퍼센트 비율로 감소시킨다. 또 국가 전체의 행복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쌓이면 기념 행사가 열리는데 그 횟수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번 작품에서 정책 슬롯은 간소화됐다. 군사, 문화 등을 따로 나누지 않고, 슬롯 개방도 정부 제도의 변화 대신 기념 행사가 열릴 때마다 1개씩 늘어나는 방식이다. 행복도가 높다면 더 많은 기념 행사로 정책 슬롯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 이 정책 슬롯의 효과는 이전 시리즈처럼 제국이 커지고, 게임의 후반이 될수록 커진다. 결국 초반부터 단순히 정착지 숫자만 늘려서 확장하다 보면 확장한 만큼의 자원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된다.
할 거 없으면 일단 유산의 길을 켜고
플레이 방향성을 잡아줄 새로운 마일스톤, 유산의 길
어느 정도 게임이 흐르고, '유산의 길'을 선택하는 메뉴가 처음 등장했다. 유산의 길은 일종의 목표다. 문화, 군사, 과학, 경제 네 가지 부류로 나눠져있고 저마다 다른 목표를 제시한다.
불가사의를 일정 개수 이상 짓거나, 정착지를 확장하거나, 교역을 통해 더 많은 자원을 얻는 식이다.
이때 처음 마을 하나의 도시 전환을 고려했다. 문화 목표인 불가사의 건설을 위해서였다. 마을은 생산이 되지 않기에 금화로 살 수 없는 불가사의는 지을 수 없다. 하지만 도시 하나로 목표인 불가사의 개수를 충분히 채울 수는 없으니 마을을 도시로 변경했다.
이렇게 마을은 추가적인 금화를 써 도시로 변경할 수 있다. 대신 도시로 바뀐 마을은 직접 생산 관리를 해줘야 하는 것에 더해 자원 관리, 특히 행복도가 낮아져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다.
유산의 길은 세부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여러 단계로 나누어 진행한다. 게임 시작 시 하나를 고를 수 있지만, 이건 단순히 오픈 월드 RPG에서 퀘스트를 꺼내 놓는 개념으로 얼마든지 여러 유산의 길을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
특히 이렇게 유산의 길을 완료해나가면 유산 포인트를 얻게 된다. 이 유산 포인트는 시대가 바뀔 때 다양한 효과와 바꿀 수 있다. 이전 시대에 열심히 플레이 해 유산의 길을 잘 수행하면, 다음 시대에 다른 문명보다 조금 앞서 나아갈 수 있다.
또 유산의 길을 플레이하면 여러 조건을 달성하면 속성 포인트를 얻게 된다. 이것도 여러 유형으로 나뉘어 있으며 그에 따라 직접 투자해 문명 전체에 작은 문명 효과를 여럿 추가할 수 있다. RPG 속 스킬 트리와도 같은 속성은 실제로 문명7 가이드에 RPG 요소로 표현되어 있다.
파멸의 스택도, 파멸의 카페트도 없다
사령관으로 쉽게 관리하는 전투 유닛
그렇게 불가사의를 지으며 고대 시대 중반이 될 때쯤 관계가 좋지 않던 다른 문명이 전쟁을 걸어왔다. 나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문명7의 지도자들은 전작처럼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먼저 친근감을 표하기도, 때론 알 수 없이 비난을 계속하기도 한다.
마침 전쟁도 붙었겠다 군사 유산의 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군사 유닛을 양성했다. 이 전투가 아마 비교적 여유로운 초반에 킥이 아니었을까.
전투 유닛의 관리는 이전 시리즈와는 꽤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었는데 사령관 시스템의 존재 덕분이었다. 사령관 주변에서 일어난 전투의 경험치는 사령관이 획득하며 이를 통해 일반 유닛이 아닌, 사령관을 레벨업할 수 있다.
레벨업에서 선택할 수 있는 스킬 트리는 5개로 나뉘어 유형별로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이걸로 전투 집중, 혹은 이동력 높은 사령관 등을 직접 구성할 수 있었다. 특히 유닛의 스택화 기능이 활용도가 높았다.
하나의 사령관은 초반에는 4개, 스킬을 열어 최대 6개의 유닛을 담아놓고 이동할 수 있다. 일반적인 유닛은 대부분 이동력이 2인데 사령관에 담으면 보다 빨리 유닛을 전선으로 옮길 수 있었다. 여기에 유닛도 사령관 하나만 관리하면 되니 훨씬 편리하기도 하고 말이다.
또 전선에 도착해 유닛을 꺼낸 후에는 일제 사격이나 공격으로 주변 유닛이 전투 행동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기도 했다. 초반이라 공성 유닛 없이도 마을, 도시를 점령하는 게 어렵지 않아 전투 유닛의 조작 시간이 훨씬 줄어든 느낌이었다.
새 시대 전에 겪는 진짜 위기
재난과는 다른 위기가 주는 긴장감
게임의 시대 진행은 게임 화면 왼쪽 상단에 %로 표시된다. 이게 100%가 되면 다음 시대로 넘어가게 되는데 특정 문명이 모든 도시를 점령당해 멸망하거나, 유산의 길 이정표를 완료하면 빠르게 진전된다.
첫 게임에서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다른 문명이 정복당하면서 시대 진행률이 빠르게 올랐다. 그리고 이때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위기는 모든 플레이어가 겪는 거대 재난 상황이다. 이번 게임에서는 전염병의 창궐 위기였다. 이게 단순히 몇 턴 지나고 사라지는 전작들의 재난과 달리 시대가 달라질 때까지 시대 후반을 꽤 지독하게 괴롭히는 요소로 남는다.
전염병 위기는 정착지를 바꿔가며 전염병 피해가 발생했는데 발발 도시는 행복도도 크게 깎여나갔다. 이 위기 상황에는 정책슬롯과 유사한 별도의 위기 슬롯이 활성화된다. 위기 슬롯은 일정 긍정 효과를 주지만, 그에 맞는 패널티도 동시에 준다. 이게 현재 도시나 제국 상황에 따라 페널티를 더 적게 먹고, 효과는 더 크게 볼 수도 있을 것처럼 보였다.
결국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현재 플레이어의 문명 상황과 판단력에 달린 셈이다. 그리고 이 위기는 모든 플레이어가 공유하고, 다음 시대에 도달해서야 끝난다. 그래서 전쟁 중이던 몇몇 AI 문명은 먼저 평화 조약을 제의해오기도 했다. 전쟁보다는 내부 관리에 더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새 시대, 새 문명
큰 변화에 적응 필요한 시대 변화
그렇게 위기 상황이 지나고, 시대 진행률이 100%에 도달하면 드디어 다음 시대로 넘어가게 된다. 다른 문명이 탈락하고, 유산의 길도 나름 잘 수행해서 비교적 빠르게 대항해시대로 넘어간 편이었는데 이런저런 설명도 보고, 분석도 해가면서 플레이해서 그런지 대략 2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비교적 관리할 부분이 적은 고대 시대였음에도 이정도 걸렸음을 생각하면, 대항해시대에서 현대 시대로는 더 많은 시간이 들 것으로 보였다.
시대가 바뀌면 지난 시대 유산의 길로 습득한 유산 포인트가 이어진다. 이걸로 속성 포인트를 얻거나, 더 많은 유산 포인트를 써 문명 전체에 꽤 큰 영향을 주는 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 유산의 길이 필수 퀘스트는 아니지만, 자신의 향후 방향성을 고민해 수행할 유산의 길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해 보였다.
이후 말 많던 문명 교체가 이루어지는데, 첫 대항해시대의 선택 가능한 문명은 고대 시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문명과는 리스트가 달랐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문명이 해금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고대 시대의 플레이, 또 어떤 문명을 플레이했느냐에 따라 선택 가능한 문명이 달랐다.
어쨌든 새 문명 선택과 함께 다음 시대로 넘어가면 많은 것이 바뀐다. 유닛들은 일부 숫자까지만 남고 사라지며 남은 유닛은 시대에 맞는 유닛으로 변경된다. 고대 시대에 건설한 건물 일부는 효과를 잃고, 수도를 제외한 도시는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 기술, 사회제도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다시 만들어진다. 상인 같은 일부 유닛은 새 사회제도를 익혀야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시대의 변화가 모든 문명이 동시에 겪는 일이고, 시대 변화로 문명 간의 격차를 줄여 다시 경쟁할 수 있는 긴장감을 살리겠다는 개발진의 의도가 이렇게 나온 듯하다.
처음에는 하드 리셋에 가까운 변화처럼 너무 많은 것이 달라져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 시대 변화를 겪고나서 지난 플레이에 너무 많은 것들을 관심 없이 플레이했다 느끼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시대 초월이다. 일부 건물, 불가사의, 정책 등은 시대 초월이라는 옵션을 가진다. 이것들은 시대가 바뀌어도 그대로 그 능력을 발휘하는 것들이다. 반대로 말하면, 시대 초월 옵션이 표시되지 않은 건물은 시대가 바뀌면 그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대 초월이 없는 건물들의 가치가 없는 건 아니다. 한 시대에만 쓸 수 있는 만큼 효과가 더 좋기도 해 상황에 따라서는 이걸 더 빠르게 건설해 발전이든 확장이든 어느 하나를 빨리 그리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법도 하다. 특히 이런 비 시대 초월 건물의 효과는 대항해시대에서 더 크다.
그리고 대항해시대는 이름처럼 본격적으로 바다로 가는 길을 열었다. 고대 시대는 바다로 나갈 과학도 배울 수 없어 대륙과 연안 근처로 움직임이 제한됐다면 대항해시대에는 본격적으로 바다로 나갈 지도와 선박 기술을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선박 기술 없이도 바다에 나갈 수 있지만, 바다의 거친 파도에 매 턴 피해를 입어 대륙 사이가 넓다면 제대로 건너기도 전에 배가 터져버리게 된다. 여기에 본격적인 종교 요소와 타 대륙 보너스도 덩달아 생기게 된다.
이후 새로운 대륙에 새 정착지를 열고 더 넓은 세계를 탐험할 때쯤 시연 시간이 종료됐다.
쉽고, 깊이 있게... 빨리 맛 좀 보자!
3시간 체험회 했으니까 이제 3,000시간 플레이 남았다
브리핑, 인터뷰를 통해서 꾸준히 언급된 불필요한 조작과 플레이 요소의 간소화는 짧은 시연으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특수 지구의 변경과 도시 확장, 건설자 제거, 도시와 마을의 구분은 어색하지만, 분명 게임 후반으로 갈수록 느껴질 번거로움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초반 진행 방향은 유산의 길이 잡아준다. 첫 플레이에서는 자유롭게 플레이하면서 놓친 부분이 많았는데 이 유산의 길을 보다 잘 따라 간다면 명확한 목표와 함께 도시를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따로 목표하지 않았는데도 몇몇 유산의 길이 클리어되기도 해 게임에 더 익숙해진다면 유산의 길 가이드 없이도 나만의 효율적인 성장과 유산의 길 클리어를 동시에 달성하는 성장도 가능해보였다.
대신 꽤 복잡하게 다가올 시대 시스템과 다음 세대의 준비 등은 새롭게 적응해야 할 요소다. 이걸 잘 고민하면 많은 요소들을 잇고, 새로운 문명 보너스와 함께 나만의 빌드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우려와 달리 그런 보완적 요소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첫 플레이처럼 이걸 따로 고려하지 않으면 문명이 리셋된다고 느낄 정도로 많은 것들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개발 의도와 그것의 올바른 적용, 또 개발진이 출시 전 공헌한대로 그걸 잘 활용해 나만의 역사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지는 정식 출시 버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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