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범 감독은 완전한 스타1 1세대 프로게이머라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1세대라 불리는 선수들과 경쟁하며 이름을 알렸고, LoL로 시대의 흐름이 바뀐 뒤에도 코칭 스태프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어떤 분야든 10년이란 세월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LoL 코칭 스태프로 10년, 시작부터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던 최우범 감독은 21 시즌부터 현 OK저축은행 브리온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최상위권 팀에서 도전자 위치로 입장이 바뀌었고, 매년 쉽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그럼에도 여전히 OK저축은행 브리온을 응원하는 팬들은 많다. 게다가 달라진 멤버, 2024 케스파 컵 우승으로 기대감은 이전과 확실히 다르다. 본격적인 2025 시즌을 앞두고 있는 최우범 감독은 올 시즌,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까.


Q. LoL 감독 생활도 10년이 넘었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감독을 하면서 목표가 두 가지 있었다. 월즈 우승, 그리고 10년 이상의 활동. 처음 감독을 시작할 때는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운이 좋아 좋은 선수들과 값진 경험을 했다. 삼성 갤럭시, 젠지 시절을 거쳐 OK저축은행 브리온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세월에 비해 팀을 옮긴 적은 한 번 뿐이다.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긴 하다.


Q. 스타 시절부터 삼성 갤럭시, 그리고 젠지에서 쭉 활동하다 2021년 하이프레쉬 블레이드(현 OK저축은행 브리온)로 둥지를 틀었고, 여전히 사령탑을 잡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팀에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젠지에서는 아무래도 강팀이라 스크림을 잡기가 정말 수월했다. 현실적으로 그런 부분에서 조금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연습할 때 내가 느끼기에 최상위권 선수들은 정말 다양한 걸 연습해도 빠르게 적응하고, 다시 예전 스타일로 돌아가기가 쉽다. 반면, 우리는 조금 더 팀적으로 합을 맞출 때 하나의 숙련도를 올리면 이전에 잘하던 게 느슨해진다. 유연함이 좀 더 필요하다.


Q. 지난 2024 시즌을 보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유리했던 경기를 많이 놓친 게 정말 아쉽다. 해야 될 때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때 하고 그런 것들이 정말 많다. 연습 때도 나오던 문제였고, 쉽지 않았다.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해줬다. 그렇지만, 승패는 정해져 있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


Q. 연패는 팀 분위기, 사기를 꺾는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나?

연패를 거듭할 때 오히려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선수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편하게 하자고 계속 강조했다.


Q. 케스파 컵 우승을 차지했다. 모든 팀이 1군 전력으로 나온 대회는 아니라고 하지만, OK저축은행 브리온에게 우승이란 경험은 굉장히 값질 것 같은데?

우승을 생각하고 참가한 대회는 아니다. 최대한 여러 팀들과 연습하고 싶었고, 과정이 너무 좋았다. 4강부터는 충분히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결과가 잘 나와서 기쁘다. 선수들도 많은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자신감이 자만으로 바뀌면 안 된다. 정규 시즌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승 자체는 기쁘기만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들뜨지 않고, 최대한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다.


Q. 우승 후 어떻게 지냈나?

원래 워크숍을 다녀올 예정이었는데, 12월 일정이 여의찮아 않아 LCK 컵 이후가 될 것 같다.


Q. LCK 컵이 곧 개막(15일)한다.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도입되기도 하고, 본격적인 정규 시즌 전 열리는 LCK 공식 대회인데, 어떨 것 같나?

긍정적인 요소다. 팬들이 보기에도 더 재밌을 것 같다. 팀 대항전 같은 느낌도 있을 것 같고, 다양한 챔피언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좋다. 그런데 피어리스가 오래 지속되면 상위권, 하위권 차이가 더 벌어진다고 본다. 기본적인 챔피언 숙련도, 그 숙련도를 올리는 시간에서 최상위권 선수들의 진가가 발휘된다. 만약, 피어리스 제도가 정규 시즌에도 생기면 하위권 팀이 최상위권이라고 불리는 T1, 젠지, 한화생명을 이길 확률은 지금보다 더 낮다.


Q. 2025 시즌을 앞두고 선수도 바뀌고, 코칭 스태프도 변화가 있다. 이번 리빌딩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지난 시즌은 플레이에 있어 결단력이 부족했다. 선수들도 문제를 알지만 해결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반드시 망설임이 없는 팀을 만들고 싶다. 그게 우리가 추구하는 올해의 방향성이다.


Q. '불', '하입' 경쟁 구도에 대해 간략히 말해달라.

스크림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두 선수 스타일이 정반대다. '불'은 라인전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하입'은 라인전은 안전하게 하고 중, 후반에 힘을 쓰는 타입이다.


Q. 다른 선수들은 어떤가?

'모건'은 지난 시즌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많이 하고 있고, 생활면에서도 운동을 시작하는 등 변화가 있다. 주장 역할도 잘 해주고 있고, 게임을 보는 시야도 좋아졌다.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선수다.

'함박'은 챔피언 풀도 괜찮고 잘하는 선수다. 다만, 우유부단한 부분이 조금 있다. 그런 걸 고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 '클로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고, 사이드에서 가끔 잘리는 것만 더 신경 쓰면 좋겠다. 그리고 '폴루'는 신인이다. 게임을 크게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정글과 호흡도 중요하다.


Q. '구거' 코치도 새롭게 합류했는데?

'구거' 코치와 새롭게 함께한다. 선수들과 잘 지내고 본인 역할을 책임감 있게 해내는 편이다. 1군 코치 경험이 없는데, 시즌 중 어려움이 와도 잘 극복해 냈으면 좋겠다.


Q. 선수들에게 경기 외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을까?

다 잘해주고 있다. 최근 함께 운동도 하고, 러닝을 같이 한다. 개인적으로 러닝이 정말 장점만 있는 것 같다. 러닝을 시작하면 잡념도 사라지고, 집중력도 올라간다. '모건'이 정말 열심히 뛰는데 한 번 뛰면 5km는 뛴다. 주장 역할도 잘해주고 있다.


Q. 끝으로 기대하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제나 그랬듯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이다.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케스파 컵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