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진삼국무쌍'을 참 많이 했다. 첫 플레이가 중학생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시절 출시되었던 진삼국무쌍 2, 3, 4편은 무려 한국어 더빙이 들어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브라운관 TV에 연결해 게임을 하던 시절인지라 게임하는 소리가 온 집안에 울리곤 했는데, 얼마나 많이 플레이했는지, 적장을 무찔렀다고 지르는 소리만 듣고 부모님이 알 정도로 많이 했다. 한참 게임하고 있으면, 아버지가 방문을 열고는 TV를 흘긋 보시곤 "오늘은 황충으로 하냐"라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오늘의 리뷰에, 다소 개인적인 감상과 경험도 섞일 수 있다는 뜻이다.
마저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진삼국무쌍 시리즈는 저 황금기, 2~4편을 거치며 일종의 확고한 로직을 만들었다. 잘 마련된 전장, 무수한 적, 죄다 때려부수고 적의 작전을 분쇄하면서 총사령관까지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 이 재미있을수밖에 없는 게임 디자인은 수없이 많은 게임에 영향을 주었다. 판타그램의 N3나 그 이전의 '전국 바사라', 65535명의 적을 카피라이트로 내세운 '전신' 등이 있었고, 무쌍 자체도 브랜드 다각화를 거쳐 '전국무쌍'이나 '오로치무쌍' 등으로 나아갔다.
문제는, 이 기본 로직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 보니, 조금만 변조를 주려 해도 반응이 영 좋지 못했다. 액션 시스템에 큰 변화를 준 5편은 생소한 액션 형태와 중복 모션을 이유로 한동안 저평가 받았고, 전통적인 시스템으로 회귀한 6편은 따봉 세례를 받았다. 7편까지도 좋았으나 8편에서 오픈월드 드리프트를 하니 또 난리가 났다. 첨언하자면, 5편은 그래도 곱씹으면 괜찮은 작품이지만 8편은 요상한 패키지 구성까지 더해져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진삼국무쌍 오리진'에 이르러 오메가포스는 또 변신을 천명했다. 지금까지 존재한 적 없던 오리지널 주인공, 대거 삭제당한 유명 무장과 말도 안 되게 줄어든 무기 종류, 게다가 스토리는 적벽 대전에서 끝. 그럼에도 데모 버전의 평가는 또 좋아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난감한 상황. 변신 포즈를 잡을 때마다 두드려 맞고 추락한 삼국무쌍 시리즈가 이번에는 과연 어떠할 지, 지금부터 말해 보려 한다.
게임명: 진삼국무쌍 오리진
장르명: 전장 액션
출시일: 2025.1. 17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개발사: 오메가 포스
서비스: 코에이
플랫폼: PC, PS5, XSX|S
플레이: PC
'무쌍'의 액션은 무엇인가?
현 시대 흐름과 상반되는 '호쾌함', 그게 다인가?
오늘날, 액션 게임의 대세는 '하드코어'다. 시대가 바뀌며 수많은 하위 액션 장르들이 유행을 선도하고 사라져왔지만, 지금만큼 명확하게 트렌드가 세워진 적은 없었다. '프롬풍(風)', 흔히 소울라이크라 불리는 액션 기조가 지금의 액션 게임 씬을 주름잡고 있다는 건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진삼국무쌍의 액션은 어떠한가? 진삼국무쌍, 아니 '무쌍 시리즈'가 표방하는 액션의 기조는 '호쾌함'이라는 세 글자로 정의할 수 있다. 강대한 소수의 적을 상대로 치밀한 조작과 본능을 살려 불합리한 싸움을 역전해나가는 것이 현 대세인 소울라이크의 액션 기조라면, 무쌍류 액션은 끝없이 쏟아지는 적들을 시원시원하게 날려 버리며 적진으로 달려가는 액션을 그린다. 변화를 꾀했던 몇몇 시리즈에서도, 그리고 본가가 아닌 스핀오프 시리즈에서도 이 기조는 늘 유지되었다.
'진삼국무쌍 오리진'은 이 무쌍류 액션의 기본을 훨씬 더 강화했다. 더 많은 적, 더 많은 호쾌함으로 말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진삼국무쌍 오리진의 액션은 그간 진삼국무쌍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수많은 액션의 결을 모아 압축, 강화한 형태에 가깝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화면. 어찌 보면 기술 발전의 수혜를 그대로 받았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 이전처럼 많아 봐야 한 화면에 수십 명의 적들만 등장하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수백 명, 많게는 천 명 가까운 병사들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그간 무쌍 시리즈가 끊임없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인 '일기당천(一騎當千)'이 실제로 구현된 셈이다.
새롭게 추가된 '절 무쌍난무'는 이 일기당천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수단. 캐릭터가 충분한 성장을 이루고 나서 쓸 수 있는 이 초필살기는 단 한 번에 화면 전체를 휩쓸어버린다. 각만 잘 맞으면 버튼 한 번으로 KO 카운트가 1천 이상 올라가는 것도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이 수많은 적을 조명하기 위해 전투 도중 수없이 많은 카메라 위치, 속도 전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적진에 돌진할 때, 대전략이 이뤄질 때, 무쌍난무를 사용할 때 카메라 위치가 변하거나 슬로우 모션이 일어나는 등, 주인공이 수없이 많은 병사들을 한 번에 쓸어버리는 연출을 보여주기 위한 수많은 장치들이 알게 모르게 숨어 있다.
여기에 더해, 진삼국무쌍과 같은 '전장' 액션만이 가질 수 있는 요소인 '전의' 시스템도 굉장히 강화되었다. 대전략의 성공 유무나 거점 갯수에 따른 사기, 일기토의 승패에 따라 전의는 전투 내내 계속해서 요동치는데, 전의가 높을 때의 적과 낮을 때의 적은 병사와 무장 수준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뇌를 빼고 다 때려 부수려다간 내가 부서질 수 있다. 전황을 살펴보면서 아군을 구원하고, 주요 거점을 차지하며 적의 책략에 고춧가루를 뿌려주며 싸워나가야 한다.
또 다른 주요 변화 포인트는 무기의 압축. 진삼국무쌍 시리즈는 4편까지 모든 무장이 각기 다른 무기를 활용하는, 이른바 '고유 무기'시스템을 지니고 있었고, 5편에 이르러 몇몇 무장들이 같은 무기를 사용했는데, 이게 엄청난 비판 포인트가 되었다.
6~7편에 이르러 다시 고유 무기들을 주섬주섬 주워넣기 시작했으나 이쯤에 이르러선 무쌍 무장(고유 룩을 지닌 무장)의 수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무기 종류가 산으로 가버렸는데, 파일벙커를 쏘는 하후패나 물장수 바가지를 휘두르는 관은병, 기관포를 쏘는 등애 등 기획자들을 극한까지 쥐어 온갖 창의력 대잔치가 벌어졌다.
하지만, 진삼국무쌍 오리진의 무기는 단 10종. 9종은 기존에 공개되어 있었으며, 남은 한 종인 '방천극'은 특정 조건을 달성할 경우 해금된다. 다만, 각 무기별로 특징이 달라지고, 새로운 조작 개념이 생기면서 오히려 액션의 깊이는 더 깊어졌다. 사실, 이전까지 진삼국무쌍 시리즈의 액션은 넓지만 매우 얕은 편이었는데, 무기의 종류는 무척 많았으나 몇몇 무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무기가 같은 시스템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진삼국무쌍 오리진의 모든 무기는 각각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검'은 전통적인 무쌍 시리즈 무기 조작에 가깝고, '곤'은 무한대로 연계되는 차지 공격을 지니고 있으며, '비권'은 회수 타이밍에 무기를 강화하는 형태, '모'는 적의 공격을 받아낼수록 더 강한 공격을 가하는 식이다. 또한, '무예'라는 카테고리로 다양한 각 무기별 기술이 생겨 더 다채롭게 전투를 이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말할 전투 시스템의 변화는 '대 무장전'의 변화. 무장전은 '외공 파괴'-'수격'의 흐름으로 이어지는데, 쉽게 말하면 적의 방어 게이지를 깨부수고 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찬스가 생기는 식이다. 방어 기제는 두 가지, 회피와 방어이며, 정확한 타이밍에 회피를 하면 '간파' 효과가 적용되어 무기 효과에 따라 공격력이 상승하는 등의 보너스를 얻으며, 정확한 타이밍에 가드를 누르면 '받아치기'로 이어지면서 큰 빈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적의 패턴을 보면서 간파나 받아치기로 빈틈을 만들고, 공격을 이어가 외공을 파괴한 다음 수격으로 큰 피해를 주는게 대 무장전의 기초 흐름이다.
다만, 실제 전투 시엔 설명만큼 만만하지 않은데, 적의 공격 패턴에 따라 강공격으로 대응하거나, 자세를 무너뜨리는데 특화된 '발경' 무예로 대응해야 하는가 하면, 적 무장 또한 무쌍난무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예 대응하지 못하고 회피로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주요 전투의 유명 무장들, 예를 들어 장판파의 장비나 호로관의 여포 등은 기본적으로 전의가 무척 높기 때문에 모든 것이 쉽지 않으며, 고난이도 전투는 오늘날 액션의 흐름인 '소울라이크'와 유사한 형태로 흘러간다. 실제 플레이에서 여포를 끝장내는 전투인 '하비 전투'의 마지막은 주인공과 여포의 1:1 전투가 펼쳐지는데, 보통 난이도에서 13번을 죽었다.
정리하면, 진삼국무쌍 오리진의 전투는 무쌍류만의 기조인 '호쾌함'을 훨씬 강화하면서도 '전장 액션'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살렸다. 무기의 종류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각 무기 별로 특색을 만들어 다양함을 만들어냈고, 중요한 무장전이나 이벤트 전투는 현 세대 액션에 어울리는 본능과 숙달을 요구하는 모습까지 지니고 있다. 어느 정도 시대의 흐름에 발을 맞추면서도, 진삼국무쌍만의 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오리지널 주인공'의 의의
왜 삼국지인데 생판 모르는 친구가 주인공일까?
많은 팬들이 걱정한 부분이다. 오리진 이전까지, 모든 진삼국무쌍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무장을 선택해 전장에 나서는 형태였다. 몇몇 작품의 확장팩, '엠파이어스'에서는 나만의 무장을 만들고 그거로 2세까지 낳아(?) 플레이를 이어가는 크루세이더 킹즈 같은 플레이도 가능했으나, 이는 특정 모드에서나 가능했을 뿐, 기본적으로는 각 무장을 선택해 해당 무장으로 스토리를 진행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하면서도 새로운 오리지널 주인공이다.
개인적으로 플레이 전까지는 도무지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의심되었던 변화인데, 이 오리지널 주인공의 존재가 예상 이상으로 훌륭하다. 이유인 즉, 진삼국무쌍 오리진은 그간 출시되었던 어떤 진삼국무쌍 시리즈보다도 서사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이전까지 진삼국무쌍 시리즈는 딱히 서사라 할 만한 부분이 없었다. 서사의 근간은 이미 나관중이 다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그냥 역사적 흐름에 따라서 스토리가 진행되었으며, 플레이어는 각 장수의 입장에서 해당 전투를 체험하는 형태에 가까웠다. IF 스토리가 있긴 했지만, '이런 이야기도 있다' 정도이지 게이머가 게임에 몰입해 플레이하는, '이머시브'라는 개념과 어울리는 게임은 아니었다.
하지만, 진삼국무쌍 오리진은 이 오리지널 주인공을 내세우면서 아예 새로 기반을 만들다시피 서사 구조를 짜 갖추었다.
주인공의 이름은 플레이어가 정하기 나름, 작 중에서는 '자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관우와 함께 조정의 불합리에 대응하다 얼떨결에 황건적 편에서 싸우면서 여정을 시작한다. 이후 초심을 잃은 황건적을 상대하며 장각과 대립하고, 동탁과 여포를 비롯한 십삼로 제후들과 인연을 맺으며, 끝내 유비와 조조, 손견 중 한 명의 세력에 사관하면서 천하의 태평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수많은 인물들과 교류하며 인연을 쌓아나가는데, 이 '인물'들의 구성 또한 기존 시리즈와는 달리 굉장히 입체적이다. 이러한 인물상의 변화는 이번 시리즈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감탄한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유비'의 경우 전작들은 '난세에서도 인의를 중시하는 리더'의 모습만 부각되었으나, 본작에서는 스스로 뭘 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는 과정, 길을 찾기 위해 제갈량을 찾아 삼고초려하는 모습 등이 부각되며, 그렇기에 유비군의 임무는 거의 다 도망과 탈출로 얼룩져 있다. '제갈량'의 경우 삼고초려마저도 유비의 이득을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라 할 정도로 치밀한 모습을 보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기대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보인다.
전작에서는 화염 마법 쓰는 광대에 불과했던 '장각'도 나름의 대의와 정의를 지니고 있으며, 언제나 스테레오 타입의 악역이었던 '동탁'도 자신의 정의와 신념을 보여준다. 늘 치졸하게 나왔던 '원소'는 대범하게 주인공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동시에, 전작까지 지니고 있었던 인물별 컨셉도 어느 정도는 유지하고 있는데, 늘 존재감이 없어 자조하는 '한당'이나 과묵한 주태(사실 그냥 소심한거였다), 엄근진맨 우금 등은 여전하다.
하여튼, 이런 인물들과 계속해서 교류하면서, 주인공은 구주를 넘나들고 전투를 벌인다. 때로는 량주에서 강족들과 싸우고, 강동의 산월과도 싸우며 게임을 진행할수록 플레이어가 점점 해당 인물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서사가 진행되면서 진영을 골라야 할 때는 미리 정해둔 진영이 있음에도 고민하게 될 정도다. 그 외에도 황개의 사항계나, 팔문금쇄진을 돌파하는 서서, 술 마시다 여포한테 성을 털리는 장비의 에피소드 등 원래는 그냥 지나칠 연의 속 내용들도 빼놓지 않고 다루다 보니 진삼국무쌍을 넘어 삼국지 그 자체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더 인상깊게 다가온다.
동시에 주인공의 배경 서사와 기억상실의 이유, 이를 찾아가는 과정도 충분히 그리고 있기에 서사 면에서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리지널 주인공이 약점이 될 거라 예상했건만, 오히려 게임의 또 다른 깊이를 주는 요소가 된 셈이다.
딱 '적벽'까지
삼국지인데 삼국이 없는 건에 대하여
이 역시 오리지널 주인공의 등장과 마찬가지로 많은 걱정을 샀던 부분이다. 당초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진삼국무쌍 오리진의 서사 분량은 딱 적벽 대전까지. 실제 플레이도 적벽 대전 이후, 헐레벌떡 도망치는 조조를 온갖 방향에서 괴롭히다 관우가 한 번 봐줘서 살아 돌아가는 화용도 전투가 서사의 끝이다. 이 시점에 이르러 주인공 자란은 어둠 속 객장을 벗어나 실제 장군 신분을 받고 사관하게 되니 사실상 정식 소속이 되자마자 끝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시점까지는 세 세력 모두 나라를 세우기 이전이기에 세력표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위,촉,오가 아닌 조,유,손으로 구분되어 있다. 삼국지인데, 삼국이 없는 셈이다. 기존 진삼국무쌍 시리즈의 경우 6편 이후 후반 스토리에 굉장히 공을 들여 아예 '진' 세력을 만들기도 했고, 문앙이나 가충, 제갈탄, 종회 같은 삼국 정립 후반부 인물들을 대거 기용했었는데, 이번 작품은 아예 삼국 정립도 전에 끝난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유비는 입촉조차 하지 않았고, 맵에는 아예 익주가 구현이 안 되어 있다.
때문에, 삼국 정립 후 벌어지는 수많은 유명 전투들, 합비 공방전이나 정군산 전투, 이릉 대전이나 오장원전 같은 전투들은 당연히 없으며, 아마 DLC나 확장팩으로 등장할 확률이 높다.
관건은, '그래서 볼륨이 적나?'인데, 그건 또 그렇지가 않다. 단적으로 예를 들면, 현재 내 플레이 시간이 53시간 정도 되는데, 아직 끝을 보지 못했으며 언제 다 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진행하지 못한 스토리 분기도 남아 있고, 얻지 못한 장비도 많으며, 인연 레벨도 다 못 쌓은 인물들이 존재한다.
일단, 전투의 수가 70개다. 앞서 이번 작품의 서사가 굉장히 강화되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실제 전투 또한 이 강화된 서사에 맞춰 세분화되어 있다. 이전 같으면 '황건 토벌전'으로 한 번에서 두 번이면 끝났을 황건적과의 대립이 무려 5번의 전투로 이어지고, '오군 평정전'으로 한 큐에 끝났을 손가의 강동 기강잡기 또한 너댓 번의 전투를 치러야 한다.
각 세력별 엔딩도 따로 있기 때문에(물론 전투도 다르기에 다시 반복한다는 느낌은 없다) 기본 서사를 다 끝내는데만도 100번이 훌쩍 넘어가는 전투를 치러야 한다. 맵 중복은 어쩔 수 없지만 크게 걸리적거리진 않으며, 정식 전투가 아닌 보조 임무 중에도 정규전 못지 않은 대규모 전투가 여럿 존재하기에 전투의 볼륨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다.
여기에 '천명 변화'라는 이름의 IF 스토리 또한 존재하기에 진엔딩을 목표로 하면 더 길어지는데, 완성 전투에서 전위를 살리거나, 양양에서 손견을 살릴 수도 있고, 손책도 살릴 수 있다. 혹은 장판파에서 도망 말고 역으로 조조를 박살내버리는 식으로 스토리를 꺾어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적토마나 조황비전 같은 최고급 말, 그리고 각 무기군별 최고 등급 무기를 얻으려면 최고 난이도의 각 전투에서 특정 조건을 달성해야 하는데 이 또한 굉장히 쉽지 않은 도전이기에 플레이 타임을 넉넉하게 벌어 준다. 물론, 삼국 정립 이후는 전혀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편 게임으로서 볼륨이 부족한 느낌은 없다. 이전보다 다루는 시기는 좁아졌을지언정, 그 밀도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또한, 삼국 정립 이후의 이야기가 DLC나 확장팩으로 출시되리란 것은 너무나 노골적인 부분이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만약 이야기가 적벽에서 끝나고, 본편의 볼륨이 형편없었다면 DLC 장사 심보에 분노했을 테지만, 일단 본편의 분량이 충분하며, 전투의 퀄리티가 매우 만족스럽기에 오리진 기반의 삼국 정립 이후 전투가 궁금할 뿐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적벽에서 마무리되는 본편의 스토리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지만, 본편의 분량 자체는 모자람이 없다.
못내 아쉬운 부분
요 정도만 더 해줬어도 좋았을 텐데
진삼국무쌍 오리진은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게임이다. 오랜 시리즈 팬의 눈이긴 하지만, 도리어 더 깐깐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자부하기에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8편 이후 나는 진삼국무쌍 시리즈에 어떠한 기대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몇몇 부분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먼저, 주인공의 이름은 지어줄 수 있지만, 외형 커스터마이징은 전혀 지원하지 않으며, 성별 전환도 없다. 과거 커스텀 캐릭터를 지원했던 진삼국무쌍 시리즈는 간단하게나마 외형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했고, 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닐 텐데 어째서 고정형 주인공을 선택했는지는 의문이다.
각 무기 별로 특색을 준 건 매우 훌륭한 부분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기 수가 너무 줄어들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철추나 우선, 비도 등 이전 시리즈에 존재했던 여러 무기가 실제 게임 내에서 적장의 무기로 등장함에도 플레이어블 무기로 마련되어있지 않다. 아예 모델링과 액션이 없었다면 모를까, 기본적인 액션이 만들어진 무기도 사용 가능한 무기군에서 빼 놓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또한, 최고 난이도 도전 임무들의 난이도 격차가 전투마다 너무 다르며, 몇몇 전투는 너무 불합리한 수준의 조건이 걸려있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 주로 시간 제한이 걸려 있거나, 특정 아군의 체력을 유지하는 전투 등이 굉장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예를 들어 '적토마'를 얻는 조건의 경우 하비 전투, 여포와의 최종 결전에서 체력 회복 아이템 쓰지 않고 클리어하기인데, 실제로 해 보면 말이 안 된다. 최종 성장을 이뤄내고 온갖 도핑과 부가 효과를 주렁주렁 단 채 공격 안 하고 그냥 돌아다니는 여포를 때려잡으려 해도 한참 걸리는데, 이 여포를 상대로 두 번 이상 실수하면 미션 실패다. 방어력 최종치를 찍어도 두세 번 맞으면 저승 가니 말이다.
문제는, 이 전투가 어렵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진삼국무쌍이 지녀야 할 고유의 액션 기조와 현 세대 흐름인 소울라이크가 보여줘야 할 액션 기조 사이에서 중심을 잃은 느낌을 강하게 준다. 다른 전투는 '무장전에서 방심할 수 없는 무쌍'이라는 감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하비 전투를 포함한 몇몇 전투는 '어디 한 번 죽어봐라'라는 느낌만을 준다. 개인적으로 소울라이크 액션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데, 삼국무쌍에서 너무 강한 프롬풍을 맞아버리니 내가 지금 하는 게임이 진삼국무쌍인지, 와룡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더하자면, 후반에 이르러 소모할 길이 없는 무공 포인트도 있다. 자금이야 남는대로 무기를 사서 강화라도 하면 되겠지만, 무공 포인트는 더 찍을 성장 노드가 없어지면 쓸모가 없이 계속 쌓인다. 이를 소모할 기제가 뭐라도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최종적으로 리뷰를 정리하면, 진삼국무쌍 오리진은 '오메가 포스가 왜 이럴까?' 싶을 정도로 예상을 깨고 잘 만들어진 작품이자, 기존 시리즈 팬들에게는 감동을, 신규 플레이어들에게도 매력적인 액션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비록 삼국지 치곤 삼국정립조차 안 나오는 전반부에 국한된 서사라는 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작품의 볼륨 자체는 결코 부족하지 않으며, 오리지널 주인공의 매력적인 서사와 입체적으로 변한 인물들 덕분에 몰입감도 훌륭하다. 몇몇 단점은 분명 존재하기에 완벽한 작품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진삼국무쌍 오리진은 오랜 기간 길을 잃고 방황하던 시리즈에 완벽에 가까운 길을 제시한 게임이 아닐까 싶다.
게임 중 유비군 진영으로 게임을 하다 보면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실패만 하던 유비가 제갈량을 만나 끝내 길을 찾는 연출이 나온다. 오메가 포스에도 아마 제갈량이 들어온 것이 확실하다.
- 압도적으로 호쾌한 전투 연출
- 깊어진 서사와 입체적인 인물상
- 돈 값을 하는 충분한 볼륨
- 커스터마이징 없는 고정 주인공
- 아무리 그래도 너무 줄어든 무기
- 삼국지인데 삼국이 안나옴
리뷰 플랫폼: PC (리뷰 선행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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