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머와 센스. 적어도 국내 게임사에서는 처음 보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돈을 받고 제품을 팔아야 하는 상업적 프로덕션에서 '유머'란 곧 내공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둡고 치열하고 진지하지만 그사이에 숨겨진 웃음 포인트. 엔터테인먼트라면 당연 그래야 했지만 어쩐지 보기 힘들었던 그것을 민트로켓은 '데이브 더 다이버'를 통해 해냈습니다. AAA급은 아니라서 어쩐지 성과에 비해 저평가받은 느낌이지만 재미와 감동, 유머만큼은 GOTY를 받아도 아깝지 않은 게임입니다.

인벤에서는 민트로켓 황재호 대표를 만나 그간 소회와 민트로켓의 비전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뉴에이지] 특집 4번째 인터뷰 시작합니다.

▲ 민트로켓 황재호 PD

'데이브'의 경험치를 게임사에, 민트로켓
"우리는 GOTY보다, GOAT를 목표로 한다"

이두현 기자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황재호 PD =
이번 지스타에 가고 싶었는데, 인도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 초청을 받아 가지 못했었다. 인도 GDC 초청을 수락했을 때는 지스타랑 겹치는지 몰랐었다. 인도에는 경유해서 가는데, 한국이랑 시차가 3시간 30분 차이 나더라. 30분 차이는 처음 봤다.


이두현 = 민트로켓이 독립한 지 꽤 됐다. 지금 몇 명이 함께 하는지 궁금한데.

황재호 =
50명 정도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를 개발할 때와 비교하면, 2배 정도 늘어났다. 정해진 TO는 100명이 좀 넘는데, 일단 60~70명 규모로 운영하며 상황을 보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과거 넥슨 내 민트로켓였을 때 '데이브 더 다이버'를 통일감 있게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업이랑 커뮤니티를 다 같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립한 이후에도 이 부분은 좀 더 키우려고 한다. 현재 '데이브' 프로젝트를 하시는 분들이 30여 명 정도 있다. 그 외 신규 개발팀의 인력은 아직은 많지 않다.


이두현 = 대표가 돼보니 어떤가? 직원 때랑은 다를 거 같은데.

황재호 =
솔직히, 좀... 재미없다. 직원으로서 개발할 때는 내가 시간을 쓰는 만큼 게임이 좋아졌다. 이제 경영도 하는데, 내가 주중에 놓친 것들을 주말에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것에 재미를 못 느끼지만, 그래도 경영과 기획을 같이 하는 것에는 분명 속도와 통일성 면에서 장점이 있다. 일단 시작한 만큼 경영과 PD를 같이 하는 것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보는 것이 당장의 목표다. 아마 6개월 정도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두현 = 어떤 장점을 기대할 수 있을까?

황재호 =
게임의 재미라는 것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데 예측이 되는 거처럼 포장해서 경영진에게 올리고 승인을 받는 것들이 여태까지 게임사 내 허들의 주된 경우였다. 그때는 개발 방향성도 경영진이 이해하기 쉽도록 맞추고 눈으로 보이는 부분에 치중해야 하는 상황들이 많았었다.

넥슨도 시장 예측이 어렵다 보니, 독립적으로 경영과 개발을 같이 해보라는 게 나에 대한 주문이라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보면 개발자들이 무엇에 정통한 사람인지 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내가 개발자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떤 걸 할 수 있고,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 빠르게 판단하고 빨리 투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두현 = '데이브 더 다이버' 판매량이 500만 장을 돌파했다. 기록을 세우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500만 장의 의미: 넥슨 민트로켓이 개발한 '데이브 더 다이버'의 판매량은 국내 싱글 플레이 패키지 기준으로 최초다. 아울러 메타크리틱 평점 90점 기록, 국내 최초 Must Play 배지 획득, 스팀 어워드 '부담 없이 즐기는 게임' 부문에 선정됐다.
황재호 = 돌이켜보면 의도치 않게 좋은 판단을 많이 했던 거 같다. 싱글 플레이 게임은 얼리 액세스를 많이 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자신이 좀 없어서 한 것도 있었다. 당시 '데이브'가 괜찮은 게임인지를 몰랐었고, 인력이 적다 보니 플랫폼도 한 번에 하나씩밖에 못 했었다. 지나고 보면 그 여건에 맞춰 집중할 수 있는 상황들이 됐다. 그리고 우리는 유저 얘기를 철저하게 듣는다는 기조가 있어서, 그것에 맞출 수 있었다.

나중에 'P의 거짓'이나 '퍼스트 디센던트'는 출시 날 여러 플랫폼에 딱 내는데, 나는 그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린 그럴 여건이 안 됐다 보니 쪼개서 진행했고, 유저의 이야기를 들으며 게임을 개선해 나갔으니까. 의도한 건 아니었고, 우리가 미숙해서 그렇게 했던 것인데... 오히려 주요하게 작용했던 거 같다.

앞으로 민트로켓을 운영하면서, 유저와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조직도 세팅해 놓았다. 앞으로도 유저 의견을 반영할 것이다.


이두현 = 대표로서 회사에 원하는 것을 마련할 수 있을 텐데, 직원 때는 못 해봤지만 대표가 됐으니 해봐야겠다 싶은 게 있나?

황재호 =
'데이브' 팀이 여러 힘든 과정을 통해 많은 경험치를 쌓았다. 특히 사업과 커뮤니티 쪽 경험치가 높아졌는데, 그 팀을 확대하고 있다. 팀 확장을 통해 개발팀은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는 공용에서 맡아주는 식이다.

넥슨처럼 큰 회사가 되면, 본부의 일이 다 다르기에 조직 간 소통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 뭉쳐서 일하기에 훨씬 빠르다. 주간회의도 모두 같이 하니, 개발 현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사업과 개발이 붙어 있는 장점이 기존 '데이브'부터 했던 것이다. 같이 했기에 '데이브' 런칭 이후에도 서비스를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기존 '데이브' 조직의 장점을 모든 조직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다른 게임들도 출시하기 전부터 유저와 소통하고, 사업적으로 준비도 더 잘하면... 물론 게임이 좋아야겠지만 옆에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그런 부분들이 더 잘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두현 = 다른 게임사의 경우 사업과 개발이 싸우는 일도 있다더라.

황재호 =
맞다. 일단 민트로켓은 내가 사업과 개발을 같이 해서 사실상 싸울 일이 별로 없기는 하다. 앞으로도 사업과 개발 리더들이 모여서 같이 판단하고, 결정은 내가 하는 방향으로 쭉쭉 갈 거 같다. 조직 리더마다 각자의 KPI(핵심성과지표)가 다르지만, 결국 한 방향을 바라보게 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속도가 빠를 것으로 생각한다.


이두현 = '데이브' 성공 이후 올해 BAFTA(영국 아카데미 영화 텔레비전 예술)를 포함해 여러 글로벌 게임쇼, 강연에 다녀갔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느낀 점이 있을까?

황재호 =
국내에선 '데이브'에 "한국에서도 이런 게임이 나오는구나"라던가 "넥슨도 이런 걸 하네"와 같은 관심을 많이 보내주셨다. 그런데, 해외는 애초에 콘솔게임 시장이 크니까 넥슨의 '데이브'를 바라봐주는 온도감을 솔직히 잘 못 느꼈다. 그냥 매체에서 좋게 평가해줘서 다행이다, 정도랄까.

그런데 막상 해외를 나가보니 정말 많은 분들이 얼마나 게임을 즐겼는지, 또 영감을 주었는지에 대해 직접 말씀을 해줘서 피부로 와닿았고 또 한국 게임 업계의 일원으로 책임감도 많이 느꼈다.

내가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 처음에는 소통을 잘 못했는데, 코쿤(Cocoon) 팀이 그들의 티셔츠를 만들어 입고 다니더라. 그걸 보고 말 걸기가 좀 쉬워진다는 걸 좀 느껴서 우리도 '데이브' 티셔츠를 만들어 입고 다녔다. '발라트로'도 '데이브' 티셔츠를 입고 다니다가, 그쪽에서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걸어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할 수 있었다.

▲ 티셔츠로 시작된 '발라트로' 콜라보레이션(왼쪽 두번째)

여담이지만, 내가 BAFTA 때 존 로메로(대표작: 울펜슈타인, 둠, 퀘이크 등) 아저씨 뒤에 앉아 있었다. 그때 존 로메로의 부인 분께서 살짝 뒤를 도시더니 '데이브'를 굉장히 재밌게 했다고 말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서 우리가 임팩트 있는 뭔가를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해외 개발자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까 해외랑 우리는 근무하는 패턴도 다르고, 게임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좀 다르다는 걸 많이 느꼈다. 그리고 능력 있는 분들도 많아서, '이번에는 헝그리 정신으로 되게 열심히 했는데, 다음에 저런 괴물들과 붙어서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걱정이 좀 커졌다.


이두현 = 소문에는 BAFTA에 다녀와서 로고를 문신으로 새겼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일까?

황재호 =
아, 맞다. 게임대상 문신은 못 새겼지만(웃음), BAFTA 문신을 새겼다. 문신 위쪽에 있는 거는 내가 받은 상의 고유번호다.


이두현 = 이제 시간이 좀 지났으니까,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선 최우수상을 받았다. 대상을 받지 못한 것에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 봤을까?

황재호 =
당시 주요 평가 기준이 정량 지표라고 들었다. 우리는 정량 지표가 좋았었고 'G식백과' 투표 때 우리가 좋게 나와서 기대를 좀 했었던지라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심사는 심사위원이 하는 것이니까.

'P의 거짓'도 대상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엄밀하게 말해서 AAA급 게임을 만드는 게 더 어렵다고 여긴다. 거기가 더 '빡센' 시장이고, 그래서 심사위원이 그 부분을 더 높게 평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당시에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그 이후 더 열심히 했고 궁극적으로 BAFTA도 받았으니 충분히 좋은 자극이 되었다.


이두현 = 진짜로 많이 강해진 거 같다.

황재호 =
우리는 GOTY(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보다는,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를 목표로 한다.

사실, '데이브'는 분수에 맞지 않는 주목을 많이 받아 성공했다고 여긴다. 운도 되게 좋았다. 당장은 GOTY를 받아내겠다는 목표보다는 스튜디오 자체에 신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민트로켓 게임이면 무조건 믿을 만해"와 같이. 이런 신뢰를 만드는 게 일단 제일 큰 목표다.


이두현 = 롤모델로 삼는 게임사가 있을까?

황재호 =
롤모델은 많다. '하데스'의 슈퍼자이언트게임즈라던가... 그쪽을 보면 전작 '바스티온'부터 '하데스'까지 같은 계열로 쭉 이어졌다. 경험치들이 쌓이고 쌓여 퀄리티가 올라가고, 특정 지점에 도달했단 인상을 받는다.

우리는 다행히 능력 좋은 분들이 있어서, '하데스'엔 못 미쳤지만 그래도 그 근처까진 빨리 갔다. 생각해 보면 우린 내공이 부족한 채로 근처까지 갔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턴 부족했던 내공을 채워가는 게 목표 중 하나다. 동일하게 프롬소프트웨어나 아틀라스와 같은 게임사도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민트로켓
"하고 싶은 것보다 잘하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두현 = 민트로켓을 냉정하게 되돌아보면, '데이브' 말고는 성공한 게 아직 없다. 성공률을 높이는 게 미션일 거 같은데,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까?

황재호 =
내가 넥슨에서 민트로켓을 맡은 건 5월부터고, 11월 1일 분사를 했으니 제대로 된 민트로켓은 11월부터라고 봐주는 게 개인적으로 더 맞다고 생각한다.

이전의 민트로켓은 '이것저것 다양하게 해보자'에 가까웠다고 본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당시에는 '데이브'도 있었고, '낙원'도 있었고, '다크앤다커'의 전신이 되는 'P3'도 있었고, '웨이크러너'도 있었고 밖에 안 알려진 게임들도 있었다. 각 게임 디렉터들이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노하우가 잘 공유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예로 '데이브' 팀하고 'P3' 팀이 주기적으로 만나서 대화하거나 노하우를 공유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데이브' 팀은 '데이브'만의 경험치, '낙원 팀은 '낙원'만의 경험치를 쌓으니, 민트로켓 브랜드 단위로는 누적되는 게 없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민트로켓은 각 게임 개발의 경험치를 한데 모아 노하우로 만들 것이다.

과거 넥슨을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캐주얼 게임의 명가였다. 그런데 지금은 캐주얼 게임을 별로 안 하고 있는데, 우리는 캐주얼 게임 쪽으로 많이 보고 있다. 민트로켓이 추구하는 캐주얼 게임이란 무엇인지 아직 정의하기 어려우나, 일단 '데이브'를 좋아하는 유저층은 우리가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다른 프로젝트와의 간격을 좁히고 브랜드화시켜서, '민트로켓은 이런 게임들을 만들어'라는 걸 재정의하고자 한다.


이두현 = 잘하던 것을 더 키울지, 새로운 것에 도전할지 고민이 있겠다.

황재호 =
맞다. 그렇지만 '데이브'와 비슷한 것만 계속할 생각은 없다. 실제로 그렇게 하지도 않고. 그래도, 우리가 잘했던 부분을 더 캐주얼하게, 유쾌하게, 유저들에게 접근성 좋게 다가가는 걸 생각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것보다 잘하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잘하는 걸 계속하려고 한다. 앞서 롤모델로 제시했던 스튜디오 모두 그렇게 운영하는 거 같고.


이두현 = '데이브' 이후 민트로켓의 차기작 계획이 궁금하다.

황재호 =
'데이브'는 우리가 영혼을 갈아 넣은 것도 있고,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데이브' IP의 후속작은 원작을 뛰어넘을 만큼 잘할 자신이 없다면, 일단 손을 안 댈 생각이다. '데이브'의 업데이트는 구축해 놓은 세계관이 있는데, 이를 스토리 DLC 등으로 추가하거나 시스템을 보강해 완성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전작이 '이블 팩토리'인데, 이때부터 캐주얼하고 유쾌한 개그를 게임에 넣는 걸 해왔다. 이런 부분이 녹아있는 다른 장르들도 해볼 것이다. 내가 모든 게임을 프로듀싱하긴 하지만, 엄연히 리더는 따로 있기 때문에 그분들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할 것이다. '데이브'와 같은 게임은 아니어도, 그와 인접한 영역에서 민트로켓은 움직이려고 한다.

▲ TGA 2024에서 공개된 '데이브' DLC '인 더 정글'

이두현 = 해외 인터뷰를 참고하니 '데이브' IP의 확장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 부분을 상세히 설명한다면?

황재호 =
'데이브'는 캐주얼함을 유지하려고 캐릭터 개인의 이야기를 별로 넣지 않았었다. 그러니까, 주인공 데이브가 원래 어떤 일을 하는 친구였는지는 거의 안 들어가 있다. 반초의 과거도 넣지 않았지. 그럼에도 캐릭터 자체는 매력있게 만들었다고 여긴다.

그래서 캐릭터들의 과거 이야기 등 좀 더 터치(touch)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잔 기조는 내부적으로 좀 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장르가 될 수도 있다. 예로 '이블 팩토리'와 '데이브'는 상당히 다른 장르 게임이지만 코브라 캐릭터로 연결된다. 이처럼 세계관이 '약간 느슨하게' 연결된 게임들이 재밌다고 생각한다.

예로 캐나다의 인디게임사 사보타주 스튜디오가 만든 '시 오브 스타즈'는 전작 '더 메신저'와 세계관이 연결되어 있다. 서로 다른 장르지만 느슨하게 연결된 세계관이 한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게 재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캐릭터와 세계관을 어느 정도 공유하지만, 게임 자체는 다를 수 있는 걸 생각한다.

세계관 연결 자체를 유저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몰라도 되고, 알 필요도 없지만, 알면 재밌는 정도가 좋은 거 같다.

물론 지금의 민트로켓이 '데이브' IP에만 신경 쓰는 건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IP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찾아보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두현 = 진행 중인 신규 프로젝트는 몇 개 정도일까?

황재호 =
2~3개 정도로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플레이가 가능해, 외부에 보여줄 수 있는 단계의 게임들이다. 그중 하나는 1~2명이서 만들어보고 있는 것도 있다.


이두현 = 신규 프로젝트는 황재호 PD가 제안한 것인지, 직원들이 추진한 건지 궁금한데.

황재호 =
조금 왜곡되어 전달될 수 있는 우려도 있지만, 일단 과거 민트로켓은 밑에서 올라오는 바텀업(Bottom Up) 구조가 좀 있었다. 이는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스튜디오의 통일감이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현재는 PD가 방향성을 잡는 걸로 하고 있다. 내가 '이런 방향으로 해보자'고 하면, 그 안을 담당 기획자들이 채우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그것이 레이블 방식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두현 = 이제는 회사 대표로서 인재들을 뽑아야 하는데, 원하는 인재상이 있을까?

황재호 =
넥슨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대형 라이브 게임이 핵심인 회사다. 민트로켓은 결이 다르다. '재밌어 보인다', '이런 걸 새롭게 해보고 싶어 지원했다'는 분들은 많이 안 뽑고 있다. '뭔가 분명하게 잘하는 사람'을 더 뽑으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민트로켓으로 지원을 선뜻 안 하는 분들이 있다곤 들었다. 빡센 조직이라는 이미지도 있는 것 같고. 절대 안 그렇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잘하는 분, 진심으로 무언가 이뤄보려는 분들에게는 누구보다 기회와 자율권을 주는 조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넥슨에선 안정적 라이브 운영을 핵심으로 한다면, 민트로켓은 새로운 분들로 채워보려고 한다. 에너지가 있고, 프로그래머를 예로 들면 설령 코딩의 디테일은 떨어지더라도 자기 시간을 들여 뭔가 새로운 걸 창조해 보고 싶은 분들을 원한다. 사실 대기업 채용 기준으론 이를 못 넘는 경우가 있는데, 민트로켓은 이런 분들에게 기회를 드려보려고 한다. 그리고 해외 인재도 많이 뽑고자 해서 준비 중이다.


이두현 = 만약 게임을 출시해 본 사람과 출시를 안 해봤지만 자기만의 뭔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선 누구를 더 선호하나?

황재호 =
2명이 딱 있으면, 나는 출시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출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재밌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지만, 출시까지는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이 있다.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미완성일 때 남아있던 재미가 완성하고 나니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아마추어 밴드를 예로 들면 우리끼리 연습할 때는 재밌다. 그런데 무대에 서기 전 공포라는 게 있고, 올라가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걱정이 있고, 가사를 틀리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있다. 본선에 들어갔을 때의 공포라는 게 있다. 나는 이걸 이겨낸 경험치가 훨씬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넥슨의 의지, 민트로켓
"자율적으로 일하되 결과는 무조건 잘 내자"


이두현 = 잠깐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넥슨은 민트로켓을 자회사로 분리했던 것인가?

황재호 =
일부 기사에는 내가 원해서 된 거처럼 나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내가 제안한 게 아니라 회사에서 먼저 제안했다. '데이브' 개발 과정 때 소개했지만 소규모라도 개발과 사업이 붙어서 일하고, 커뮤니티도 챙기는 건 우리밖에 없었다. 이런 구조가 만들어내는 장점을 경영진이 잘 봐줬다. 그러나, '데이브'는 잘 됐지만 다음 게임도 잘 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넥슨도 그렇고 다른 게임사도 그렇지만 '2의 저주'(후속작은 잘 안된다)라는 게 있지 않나.

내가 봤을 때는 헝그리 정신으로 하다가, 배가 부르면 잘 안될 것들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시스템으로 정착해야지만 '데이브'를 재현할 수 있고, 그래야 실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넥슨은 워낙 큰 회사여서 우리만을 위해 따로 시스템을 만드는 건 어려웠다. 예를 들어 '발라트로'와 같이 작은 게임과 호의로 협업할 때도 정해진 복잡한 프로세스를 타야 하니까. 우리만 예외로 해달라 하기도 애매했다.

이런 얘기들을 넥슨 경영진과 나누면서, 내 기준에는 놀랍게도 경영진이 먼저 분사 제안을 해줬다. 속으로는 '쫓아내는 건가?' 생각도 했는데(웃음), 자본금이나 지원 등을 워낙 충분하게 잘 해주셔서 '넥슨의 의지'가 분명하게 있다고 생각했다. 넥슨 경영진으로서도 정말 잘해보고 싶어 하는 게 느껴져서 제안을 받았다.


이두현 = 니트로 스튜디오나 데브캣 사례도 있기는 한데, 민트로켓 분사는 좀 다른 의미일까?

황재호 =
여러 상황이 있겠지만, 분사라면 거기에 맞는 프로세스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도를 완전히 바꾸고, 자율권을 완전하게 가져가는 분사는 민트로켓이 넥슨 내 처음이다.

다른 회사와 달리 넥슨은 올해 성과도 좋고, 잘 되는 상황에서 진행된 분사다. 뭔가 분사라는 게 회사의 몸집 줄이기로 해석되어 안 좋게 보이지만, 넥슨과 민트로켓은 모범사례를 만들고 싶어 한다. 네이버는 네이버웹툰을 분사해 성공적으로 성장시켰다. 게임업계는 이런 사례가 별로 없는 거 같은데, 우리가 선례를 만들고 싶다. '데이브'의 사례가 노하우로 발전하여 넥슨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이두현 =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은가?

황재호 =
해외에서 느낀 게 많았는데, 생각보다 '느슨하게' 일하는 것을 보고 되게 놀랐다. 영어라는 하나의 언어를 쓴다는 점이 크긴 하지만, 묶여있지만 미국, 유럽, 호주 각각에서 느슨하게 다 같이 일하더라. 한국에선 사람을 출근시켜 그 자리에서 지켜보기만 하지 않나. 우리도 유연하게 좋은 사람들을 여러 곳에서 모시고 싶다.

그리고 국내에선 시간으로 성과를 측정하는 제도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딱 결과만 보고자 한다. 어떻게 일하든 상관없고, 회사에서 일하든 재택으로 하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일하되 결과는 무조건 잘 내자는 방향이다. 이게 우리의 기조다. 손이 느리거나 수정이 많으면 길게 시간을 쓰는 거고, 빠르게 잘 끝나면 그것대로 좋은 것이다. 회사의 제도도 그 기조에 맞춰서 구축했다.

우선 우리가 내부적으로 이를 소화해야 해외에서 인재를 모실 수 있을 거 같다. 그들이 시차를 감안해 일해야 하는 것도 있으니까. 민트로켓은 좀 멀리 보고 있다. 해외로 나가보니, 우리 빼고 다 이렇게 일하고 있더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 게임사가 많이 뒤처질 거란 인상을 받았다.


이두현 = 국내에서는 크래프톤이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는 거 같다.

황재호 =
크래프톤도 그런 쪽의 고민을 많이 했던 거 같다. 결과적으론 우리도 어느 순간 맞이해야 하는 이슈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게임을 내면, 한국의 다른 게임사와 경쟁했다. 이제는 게임을 내는 순간 글로벌의 수많은 게임사와 당일 경쟁을 해야 한다. 어차피 글로벌 경쟁인데, 개발도 그쪽으로 맞춰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두현 = 대표로서 견해가 궁금한데, 최근 모바일 MMORPG 트렌드가 저물고 '데이브'와 같은 패키지 게임이 주목받는 거 같다. 이런 상황이 민트로켓엔 긍정적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황재호 =
시장 변화를 예측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데이브'로 성공한 것은 타이밍이 좀 좋았다. 한국에서 착취적인 BM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졌을 무렵 우리가 착한 게임처럼 나와서 주목받았으니까.

'데이브'를 개발하면서 '몇 년 뒤에 착취적인 BM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질 거야!'라고 예측한 건 아니었다. 넥슨 내에서는 비용을 굉장히 적게 들인 게임이니, 재미와 개성을 갖춘다면 우리가 쓴 만큼은 벌 수 있다는 생각 정도였다. 시장을 예측해 '데이브'가 나온 건 아니다.

다만, 이제는 나도 경영을 해야 하니 예측이라는 것을 좀 해야 하는데... 이게 너무 어렵다. 해외에서 만났던 성공한 인디 개발자들을 보면 시장 전략보다는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왜 봉준호 감독님도 인용했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보면 예측이 되는 게임들이 있다. 예로 '퍼스트 디센던트'는 모수가 되게 큰 장르여서 어느 정도 퀄리티를 내면, 어느 정도 유저가 모일 거라 계산할 수 있다. 이런 큰 게임은 앞으로 넥슨의 빅게임 스튜디오나 넥슨게임즈가 많이 할 거로 생각한다. '카잔'도 돈이 많이 들어갔는데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장르다.

반면, 우린 그런 게 없다. 예측이 안 되는 장르를 할거라면... 아예 예측하지 말자는 쪽으로 생각이 좀 기울고 있다. 예측하지 말고, 우선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그동안 사람들이 어떤 것에 움직였는지를 생각하고 있다. 이를테면 재밌는 게임들의 코어(핵심)를 많이 보려고 한다.

게임의 매출을 예측하려고 들면 어떤 회사의 틀에 갇힐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수익을 담보하려면, 기존 사례가 있어야 하고, 그러면 MMORPG나 '키우기'로 가게 된다. 그러면 또다시 레드오션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레드오션에서 성과를 내려면 마케팅비를 미친 듯이 써야 한다. 결국 수익성이 떨어지면 힘든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지금 스팀(Steam)이나 주요 플랫폼은 알고리즘 기반으로 돌아간다. '데이브'도 마케팅보다는 알고리즘으로 판매된 게 90%가 넘는다. 그래서, 우리는 특정 장르에서 1등을 하는 게 더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형성된 시장에서 1등을 목표로 하는 게, 앞으로 3년 뒤의 시장을 예측하는 것보다 안전한 거 같다.


이두현 = 재미의 코어를 찾아간다는 게 인상 깊다. 시장보다는 유저를 봐야 한다는 것일까?

황재호 =
대표가 아니라 개인적인 견해로, 그게 더 맞지 않나 생각한다. 요즘 전철에서 사람들이 뭐 하는지를 지켜보면 게임이 아니라 OTT로 영상을 보더라. 예전에는 게임을 했었는데, 이제는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짧은 시간에 하기에는 영상보다 무거워졌달까. 숏폼 등으로 사람들의 인내력이 많이 짧아진 상황이어서, 게임도 점차 그쪽을 선호하는 거 같다. 키우기나 방치형이 인기를 끈 것도 이런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게임전문매체에서 기사가 나오니, 해당 게임을 해봐야겠다는 흐름도 없어진 거 같다. 스팀이란 플랫폼이 워낙 커지다 보니, 유저가 스팀의 알고리즘에 따라간다고 본다. 스팀이 내가 했던 게임들을 다 파악하고 뭘 좋아할지를 추천해 주니까. 전체에서 대세 게임을 찾아가기보다, 유저 개인이 좋아하는 장르에서 무엇이 대세인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마케팅에 비용을 들이기보다는, 커뮤니티 운영에 비용과 시간을 더 쓰고 있다. 지금도 계속해서 디스코드를 통해 답하고, 커뮤니티에서 얘기를 듣는다. '데이브'에 처음 장애인을 위한 옵션이 없었지만, 나중에 얘기를 듣고서 추가하기도 했다. 커뮤니티에서 얘기를 듣고, 그들의 니즈를 소화해 나가는 게 앞으로 성공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이두현 = 민트로켓이 다음에 선보일 게임은 그런 방향성에서 나올까?

황재호 =
개인적으론 최근 트렌드보다 과거에 어떤 게임이 인기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슈퍼 패미콤이나 PS1 때 게임들이다. 지금처럼 그래픽이 좋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허접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무언가가 있다. 좋은 게임 코어와 그래픽이 모이던 황금기가 있었다. 그때의 게임들을 지금 다시 보면,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무엇을 좋아했는지가 보인다.

그런데 왜 지금은 안 할까를 생각하면, 시스템이 낡았거나 그래픽이 떨어지거나 편의성이 많이 줄어든 부분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현대식으로 소화하면, 다시 좋은 게임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잘됐지만 지금은 죽은 게 무엇일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JRPG가 뜨다가 죽은 흐름이 있다. 최근 사람들이 MMORPG에 피로감을 느껴서 나 혼자 느긋하게 즐기는 JRPG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유겠지만, 이제는 자동 세이브나 리메이크로 그래픽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편의성이 추가되어 부활하는 것이라고도 본다.


이두현 = 혹시 눈여겨보는 과거의 게임들이 있을까?

황재호 =
우리의 전략 사업이라...(웃음) 일단 탄막슈팅도 되게 재밌다고 생각한다. 옛날 오락실에서 지금의 천원 가치일 백 원짜리 동전을 넣고 계속하지 않았나. 그때는 정말 재밌게 했는데, 왜 지금은 아무도 안하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것에 관심이 많다.

좋은 사례가 '발라트로'라고 본다. 포커 자체가 재밌는데, 요즘 스타일의 로그라이크를 씌워서 만든 게 '발라트로'인 거처럼, 사람들이 애초에 좋아하는 몇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밖의 껍데기가 별로여서 죽어가는 걸 데려와 살리는 게 좋은 전략이라고 여긴다.

그렇다고 이게 혁신적인 전략은 아니다. 스팀을 보면 이미 많이들 하고 있다. 그러니까, 과거 선배들의 그것을 넘어야 한다. 본질적인 재미라는 것은 과거 선배들이 정말 피와 땀으로, 장인 정신으로 만든 것들이다. 단순히 현대식으로 만드는 것은 장인 정신보다 약할 수 있다고 본다.


이두현 = 확실히 전체 게임업계로 보면, 어느새 클래식이 된 게임성이 있는 거 같다. 이를 발굴하는 건 좋은 생각이라고 본다.

황재호 =
되돌아보면 과거 형편없는 그래픽으로도 엄청 몰입해서 즐겼다. 포커나 체스, 바둑도 그렇지만 사람들의 본성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다. 요새 트렌드도 좋지만, 본질적으로 뭘 좋아할까에 대한 고민들이 빠져 아쉽다. 최신 엔진을 사용한 그래픽이라던가, BM에 대한 설명은 하지만 본질적인 게임성에 대한 얘기가 많이 적어진 요즘이다.

외국을 보면 "우리의 코어는 이거야"라거나 "우리가 생각해서 이런 재미를 줬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민트로켓도 그런 코어를 잘 만드는 스튜디오가 되길 희망한다.

물론 게임의 형태에 따라 방향이 다를 수 있다. 애초에 슈팅 게임은 본질에서 시작해 그래픽이 점점 좋아지면서 사람들을 만족시켰다. 어드벤처 게임도 점차 실사형으로 발전해 나갔고. 우리는 그냥 체급이 다르니 본질을 더 살펴보는 거다. 헤비급하고 밴텀급의 훈련 방식이 다른 거처럼.

우리의 체급이 한번 뭔가를 해보기 좋은 사이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발 스튜디오는 명확한 '곤조'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냥 개발자에게 뭐든지 해보라고 달콤한 말을 하는 것보다, 조금 더 방향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고 여긴다. 각자의 자율도 중요하지만, 통일감이 없어지는 것도 문제니까.

민트로켓은 처음 인큐베이션실처럼 시작했지만, 앞으로 레이블처럼 움직일 것이다. 내부에서도 우리는 넥슨의 한 레이블이라 여기고 있으니까. 엔터 업계에서 익숙한 레이블 구조처럼 본사와 노하우를 주고받으면서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두현 = 앞으로 민트로켓에서도 성공한 게임이 나올 수 있을 텐데, 보상 시스템을 어떻게 가져가려고 하나?

황재호 =
많이 줘야지. 넥슨도 보상을 잘해주는 회사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큰 회사이니 전체를 운영하기 위해서 빠지는 비용들이 있다. 우린 상대적으로 작으니, 성공에 큰 기여를 한 직원들에겐 큰 보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사에 가장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인고의 과정이다. 지난해 스팀에 1만 5천여 개의 게임이 나왔는데, 주목받은 건 1천 개도 안 된다. 성공 확률로만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 게임 사업이다. 그리고 이미 자리를 잡은 게임들은 정말 쟁쟁한 작품들이다. 그런 게임들과 경쟁해서 이긴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두현 = 조심스럽지만 어느새 황재호 PD도 후배 개발자들에게 롤모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후배 개발자나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황재호 =
나 따위가 조언을 한다는 게 좀 그렇지만, 나는 일단 게임은 굉장히 매력 있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참여형 인터렉티브 매체다. 음악이나 영화도 좋지만, 게임은 백스테이지까지 유저들이 들어갈 수 있는 매체다. 그래서 만들기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오류가 있으면 안 되고... 그래서 또 만드는 재미가 있다고도 생각한다. 섬세한 협업과 고도의 기술, 꼼꼼함이 요구되는 매체라, 기존 매체와 다른 매력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게임을 만드는 게 재밌는데, 요즘 게임업계가 취업 기피 대상이라고 들었다. 게임보다는 다른 IT 업계로 가고 싶어 한다더라. 아무래도 성공 사례가 줄어들고... 성공이라는 의미도 양대마켓 매출 순위로 따지니까. 또 그것을 회사가 많이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데이브'와 민트로켓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게 의의가 깊다고 생각한다. 최근 해외매체가 '데이브'를 하며 자신의 힘든 삶이 치유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해외에서 울림을 주는 게임을 만든 거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가능하단 걸 보여줬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것에 자부심도 있다.

지금 게임업계는 신규 플레이어가 도전하기에 매력도가 떨어진 거 같다. 그런데, 중국에서 '검은 신화: 오공'이 발표될 때 전국에서 '나 돈 안 받아도 되니까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라는 사례가 있었다. 이런 뜨거운 에너지가 우리 게임업계에 많이 떨어진 거 같다. 이런 에너지를 다시 만들고 싶고, '게임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게임사가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