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를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임사 펄어비스에 기대하는 유저의 목소리, 주식회사 펄어비스를 바라보는 주주와 애널리스트의 시선이 사뭇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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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막'의 출시 관련 소식들은 어느새 역사가 됐다. 펄어비스는 2018년 하반기 '프로젝트 CD'를 추진했고, 이후 2019년 지스타 때 '붉은사막'을 공개했다. 당시 펄어비스는 '붉은사막'을 2021년 4분기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약속했던 2021년 4분기 직전, 펄어비스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존 계획을 취소했다. 이후 2023년 하반기 개발 완료 목표만 알렸을 뿐, 출시 일정 발표는 계속 미뤘다. "최고의 모습으로 공개하겠다"는 말만 남겼을 뿐이다.

한동안 '사이버펑크 2077' 출시 이슈가 '붉은사막'에 도움이 됐다. CDPR이 오랜 기간 기대감을 끌어올리며 출시했던 '사이버펑크 2077'은 상당한 기술적 결함과 예상보다 부족한 자유도를 보였다. 이는 곧 CDPR 주가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 시간이 지나 CDPR은 '사이버펑크 2077'을 완성해 나갔고, 지금은 명작 반열에 게임을 올렸다.

2021년 8월 펄어비스는 '사이버펑크 2077' 출시 이슈를 사례로 들며 "일정을 맞추기 위해 완성도를 낮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사이버펑크 2077' 이슈가 게임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기에 게이머와 주주, 애널리스트 모두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였다.

이후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개발 상황과 출시 일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개발진 부담과 어려워진 시장 상황 등이 이유였다. 그리고 나온 코멘트가 2023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나 출시일은 향후 공개하겠단 것이다. 펄어비스는 최고의 게임쇼에서 기대감을 모은 뒤 출시해 성과를 거두겠단 계획이었다. 게임스컴과 TGA(더 게임 어워드)를 통해 글로벌 게임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펄어비스는 최근 TGA에서 '붉은사막' 출시를 2025년 말을 목표로 정했다고 발표(coming late 2025)했다. 다만, 이번 '2025년 말' 계획은 앞서 '2021년 4분기' 계획과 발언의 정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계획이 미뤄졌던 선례가 있기에 일부 유저와 시장 관계자들은 펄어비스가 2025년 말 이전에 '붉은사막'을 정말 선보일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펄어비스와 '붉은사막'에 거는 기대는 유저와 시장의 시각이 조금 다르다. 유저는 '붉은사막'의 게임성을 원하고, 시장은 펄어비스의 지속가능성을 본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규모로 '붉은사막' 개발을 비교할 수 있는 사례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가 꼽힌다.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의장은 '로스트아크' 개발에 7년 동안 1천억 원을 들였다고 소개한 바 있다. '붉은사막'은 2018년 하반기 개발이 시작됐다. 예정 출시까지 6년 걸린 셈이다. 높아진 개발자 임금과 인력 규모를 고려하면 '붉은사막'에는 1천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펄어비스가 컨퍼런스 콜 때 밝힌 내용들을 종합하면, '붉은사막' 판매와 서비스 형식은 GTA 모델일 가능성이 높다. 패키지 판매로 서사와 액션이 강조된 스토리 모드, 온라인 모드를 서비스하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AAA급 패키지 게임 100만 장 판매 수익을 1천억 원으로 가정한다. 유통사 수수료 등을 생각해 넉넉잡아 일단 200만 장 이상을 판매해야 개발비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시장에서 제시한 '붉은사막' 평균 판매량은 약 300만 장이다. 키움증권이 300만 장, KB증권이 300만~600만 장, 메리츠증권이 1천만 장을 예상했다.

다만, 섣불리 성공을 가정하는 건 불확실성이 높다. 이에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등 차기작의 안정적인 개발을 위해 기존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이 버팀목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검은사막 모바일' 중국 서비스 실패로, 버팀목 하나가 무너져버렸다.

'검은사막 모바일' 중국 서비스는 텐센트가 맡았다. 텐센트는 2022년 4월 서비스 시작 전까지 '검은사막 모바일'을 '던전앤파이터', '배틀그라운드' IP와 같은 1티어에 배치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사막 모바일'에 건 중국 기대 매출은 약 2조 원 대로 전해지는데, 펄어비스가 IP 홀더로서 약 6천억 원을 수령할 것으로 기대됐다. 이러한 구조가 완성되면 펄어비스는 넥슨과 크래프톤이 텐센트로부터 6천억 원에서 1조 원가량을 받아 안정적으로 차기작을 개발하는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한한령 등으로 미뤄진 중국 판호 발급, 변해버린 중국 게임 시장 트렌드, 중국 유저 성향 등으로 '검은사막 모바일'은 조기에 중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펄어비스가 차기작 개발에 안정적인 수혈이 어려워진 셈이다. 이것은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와 적자전환으로 나타난다. 펄어비스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그동안 펄어비스가 '붉은사막' 출시를 늦춘 건 최적의 출시 시기를 D-day로 설정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저와 시장이 펄어비스에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도, 결국 그만큼의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애초에 '붉은사막'를 기대하지 않았더라면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펄어비스는 그동안 출시일을 못 박은 적이 없었는데, 냉혹한 시장 반응에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발에 너무 전념한 나머지 시장과 소통에 소홀하지 않았나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지현 흥국생명 연구원은 "GTA6 출시에 따라 붉은사막 내년 출시도 불투명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하는 것과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이 "올해 8월 게임이 개발 마무리 단계라는 식의 코멘트를 수차례 밝혔기에, 현시점에서 출시까지 1년을 웃도는 시차를 둔다는 것은 사업적 판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 것은 절제된 표현으로 여겨진다.

펄어비스라는 이름이 국내 게임업계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펄어비스의 자체 게임엔진 개발 기술력, 퀄리티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 자세는 계속해 기대하게끔 한다. 현재 펄어비스는 국내 게임사가 넘어보지 못한 벽, 가보지 않았던 길로 향하고 있다. 오랜 기다림이 보람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