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기] 추억을 살린 성공적 현대화, 로맨싱 사가2: 리벤지 오브 더 세븐
김수진 기자 (Eonn@inven.co.kr)
스퀘어에닉스가 도쿄게임쇼 2024를 통해 로맨싱 사가2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이하 로맨싱 사가2)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도쿄에 위치한 스퀘어에닉스 본사에서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시연 세션이 진행됐다.
이번 시연은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로맨싱 사가2의 세계관이나 기본적인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는 고블린 습격과 전투 중심의 침몰선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었다.
고블린 습격은 주인공 제라르를 조작해 게임 초반부를 자유롭게 플레이, 침몰선은 미리 지정된 캐릭터들로 칠영웅 스비에와의 난이도 있는 전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침몰선의 경우, 생각보다 전투의 난이도가 높았으나 그만큼 성장된 캐릭터들을 활용할 수 있어 좀 더 쫄깃한 전략의 맛이 느껴졌다.
일단 로맨싱 사가2는 원작의 가장 큰 특징은 남기되, 완전히 새롭게 그려낸 게임에 가깝다. 도트에서 풀 3D로 성장한 그래픽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전투 역시 카운트 타임 배틀과 연계 시스템, 확실하게 찾아낼 수 있는 약점 등 여러 새로운 요소들이 들어갔다.
스퀘어에닉스가 함께 리메이크 하고 있는 드래곤 퀘스트3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드래곤 퀘스트3가 원작을 거의 모두 따라가는 모습과 함께 그래픽마저 과거의 느낌이 물씬 나는 HD-2D를 선택한 것에 비해, 로맨싱 사가2는 스토리라는 큰 축과 몇몇 특징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요소가 변경됐고, 개선됐다.
아무래도 가장 놀랍게 다가오는 요소는 당연하게도 그래픽이다. 2D, 그것도 도트 그래픽에서 캐릭터들의 표정 하나하나 느껴지는 풀 3D로의 변화는 한편으로는 놀랍고, 또 한편으로는 어색하게 다가온다. 물론 어색함은 잠시다.
스토리의 중요 시점마다 등장하는 컷신은 3D로 개선된 그래픽에서 가장 돋보이는 구간이다. 단지 대사와 대사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게 아니라, 가장 핵심이 되는 장면들은 모두 보이스가 담긴 컷신으로 재생된다. 기본적으로 인게임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의 모습이 그대로 컷신에 등장하며, AAA급의 엄청난 퀄리티는 아니지만, 부드러운 움직임과 표정, 구도 연출 등은 상황에 몰입하기에 충분한 편이다.
아무래도 과거 도트 그래픽에서 많이 생략되었던 부분을 3D 캐릭터로 가져오다 보니, 이 과정에서 조금 어색함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특징적 면은 원작 원화가의 일러스트를 참고했고, 기본적으로 최근 일본 RPG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래픽이라 금세 적응하고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
거기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들의 외형 자체가 미형으로 그려졌으며, 가장 중요한 전투 상황에서 보이는 전체적인 모습이 과하게 부담스럽거나 튀지 않고 잘 녹아들어 있다. 적을 공격하는 모션이나 피격당하는 모션, 스킬을 사용할 때 등 모든 부분이 부드럽게 연결된다.
이번 시연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배경의 경우, 왕성과 마을 일부, 그리고 던전 내부다. 캐릭터를 직접 조작해 이동하거나 점프 등 다양한 모션을 취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몬스터를 조우할 시 몰래 뒤로 다가가 선제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던전의 경우 이동하면서 맵을 밝히는 방식이다. 시연에서는 전체 맵을 켜서 빠른 이동을 할 수 있었고, 보스 클리어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맵 이동이 자유로웠다. 다만 다른 구역으로 이동했다가 돌아올 시, 밝혀진 맵은 그대로지만 맵의 시작 지점부터 다시 이동해야 했으며, 몬스터들 역시 다시 생성되어 있었다.
적을 조우하면 배틀 화면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전투 자체는 캐릭터가 순서대로 행동하는 타임라인 배틀로 진행된다. 좌측 상단에 아군과 적군의 턴이 실시간으로 뜨며, 그 옆에는 작게 전체 턴의 순서가 준비되어 있다. 적이 강력한 공격을 준비할 경우 전체 턴 리스트에 느낌표가 뜨며, 이를 확인하면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그래픽 만큼이나 전투 역시 많은 부분이 변경됐다. 일단 타임라인 배틀로 시스템이 변했고, 캐릭터들이 게이지를 쌓아 연계해서 공격할 수 있는 연계 시스템도 추가됐다. 물론 로맨싱 사가2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번뜩임 시스템과 진형, 약점 자체는 그대로 존재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훨씬 직관적으로 변했다.
가장 눈에 띄는건 약점이다. 감으로 이리저리 체크해야 했던 약점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처음 조우하는 적의 경우 적의 HP바 하단에 보유한 약점 개수와 함께 해당 약점들이 모두 물음표 상태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를 약점 속성인 특정 무기나 원소를 사용할 시, Weak이라는 표시와 함께 물음표였던 박스가 해당 속성의 아이콘으로 변경된다.
이렇게 확인된 약점 속성은 추후에도 계속 유지되기에, 굳이 외우거나 할 필요가 전혀 없이 간편하게 적의 약점 속성을 공격할 수 있다. 특히 이는 보스 전투보다 던전 내에서 계속 조우하는 일반 몬스터 구간에서 편리하게 작용했다. 계속 다양한 적을 마주하는데, 한 번 약점을 확인해 두면 쉽게 전투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번뜩임도 매우 직관적으로 변경됐다. 당장 기술 옵션 화면에서도 특정 기술에서 배울 수 있는 기술이 몇 개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투 화면에서도 바로 기술 이름 옆에 번뜩임 표시가 뜬다. 이를 통해 전투 중에도 해당 기술을 활용해 번뜩임을 끌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새롭게 추가된 연계 기술 역시 크게 거슬리는 것 없이 전투 시스템과 잘 어우러졌다. 딱히 따로 신경쓸 필요 없이 평범하게 공격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계 게이지가 쌓이고, 이렇게 쌓은 연계 게이지는 원하는 캐릭터의 순서가 왔을때 사용하면 된다. 연계기를 어떤 캐릭터와 이어내는지 역시 쉽게 확인할 수 있어 가장 적절한 캐릭터들이 묶였을 때 쓰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 과거의 JRPG들은 많은 것들이 흔히 말하는 유저 도감과 공략을 봐야만 원활한 클리어가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시스템 자체가 복잡했다기 보다는, 아무래도 편의성이 부족했기에 조합이나 기술 등을 확인하기 위해 반복 플레이가 강요되는 편이었다. 이를 최소화 하기 위해 공략이나 도감이 필요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는 분명 당시 게임을 많이 했던 유저라면 모르지만, 최근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유저에게는 매우 정적이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과거 게임을 했던 이에게도 굳이 이제 와서 이 시점에 또 이런 노가다를 해야하나 싶을 수도 있다.
로맨싱 사가2는 이런 과거의 불편함을 직관적 시스템을 통해 개선했다. 과도하게 쉽게 만든 것도 아니고, 과도하게 쳐낸 것도 아니다. 약점 역시 결국은 직접 하나하나 공격해보면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알아낸 것은 그대로 유지시키고 직관적으로 보이도록 해서 현시대 게임에 필요 없는 부분을 슬쩍 바꿔놨다.
턴제 전투 역시 마찬가지다. 타임라인 배틀을 통해 전투 과정이 훨씬 다이나믹하게 바뀌었다. 캐릭터마다 턴이 왔을 때 기술을 지정하고 공격하는 건 동일하지만, 턴 지정 후 바로 그 반응을 볼 수 있기에 정적이고 지루한 부분이 사라졌다.
정말 만족스러운 시연이었다. 로맨싱 사가2는 원작의 장점과 특징은 남기면서 새롭게 현시대에 맞는 게임으로 재탄생했다. 리메이크라는 명칭에 정말 딱 맞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 원작 팬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리면서 개선된 모습을, 그리고 새롭게 진입하는 이들에게는 과거의 게임임도 전혀 불편하거나 촌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작의 리메이크로 봤을 때도, 현시대 최신 게임이라고 봤을 때도 충분히 괜찮은 타이틀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스토리가 그대로이기에, 원작이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을 지금도 이어받을 수 있다. 과거 흥행했던 것을 지금 플레이해도 과하게 어렵거나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정말 잘 풀어냈다고 생각된다.
난이도를 나눈 것도 접근성 상승에 매우 좋은 선택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원작 자체가 어려웠던 만큼 이번 작품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리메이크 작품은 난이도를 쉬움, 일반, 오리지널로 세분화했다.
원작을 즐겼던 유저들이나 사가 시리즈 팬은 원작만큼 어려운 난이도인 오리지널을, 일반적으로 JRPG에 익숙한 이들은 일반 난이도를 선택해서 플레이하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류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신규 플레이어들을 위해 쉬움 난이도가 존재한다. 난이도 조정을 중간에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 둔 것도, 게임에 진입하는 새로운 유저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과거 JRPG의 팬도, 최신 RPG의 팬도 즐길 수 있는 로맨싱 사가2: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은 10월 24일 PS4/5, PC,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다. 또한 현재 무료로 데모 버전을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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