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민랩의 신작 '민간군사기업 매니저'의 프롤로그가 지난 9일, 스팀을 통해 무료로 출시됐다. '민간군사기업 매니저'는 격동의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매니지먼트 장르의 게임이다. 주인공인 플레이어는 CIA의 또 다른 이름으로도 유명한 '회사'에서 파견 나온 요원으로 남미 코르디비아의 마약 카르텔이 탈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회사의 '무기'를 되찾는 한편, 마약 카르텔의 배후에 있을지 모를 숨겨진 위협을 파헤쳐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외교상의 이유로 정규군의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점 정도일까. 차선책으로 회사가 선택한 건 PMC(Private Military Company, 민간군사기업)다. 이제 플레이어는 비밀리에 인수한 현지 PMC의 사장으로 취임해 오퍼레이터를 육성하면서 마약 카르텔, 반군 게릴라를 상대하는 각종 의뢰를 처리하는 한편, 숨겨진 자신만의 '임무'를 달성해야 한다.


CIA가 아프리카나 남미 등 제3세계를 대상으로 정체를 숨긴 채 현지 PMC를 운영하면서 각종 비공식 작전, 블랙 옵스를 처리하는 건 이제는 여러모로 익숙해진 설정이다. 실제로 이러한 설정을 기반으로 한 게임도 적지 않다. 다만, 같은 건 설정 정도 뿐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뛰는 게 아니라 정체를 숨기고 PMC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설정의 다른 게임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과연, '민간군사기업 매니저'는 전술 슈팅과 매니지먼트라는 요소를 어떻게 접목했을까. 지난 9일, 출시된 프롤로그를 통해 직접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쟁은 끝났다. 하지만, 우리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민간군사기업 매니저'의 게임 플레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요. 타이틀, 그리고 장르이기도 한 오퍼레이터 육성과 관련된 매니지먼트 요소이며, 다른 하나는 그렇게 육성한 오퍼레이터들로 치르는 모의전과 실전을 기반으로 한 전투다.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했지만, 차지하는 비중은 매니지먼트 요소가 압도적이다. 여느 매니지먼트 장르와 마찬가지로 '민간군사기업 매니저' 역시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사실상 얼마나 잘 육성했는지에 따라 모의전이나 실전에서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 모의전, 실전에서의 성공은 훈련에 달렸다

매니지먼트는 제한 시간이 존재한다. 프롤로그에서는 실전 투입 전 5주가량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이를 활용해 요원들을 훈련시키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오퍼레이터들의 능력치는 피지컬, 사격술, 전술, 공간지각, 정신력 다섯 가지이며, 각각의 능력치는 체력 훈련, 사격 훈련, 전술 훈련을 통해 올릴 수 있다.

각 훈련에 따라 오르는 능력치는 저마다 다른데 오퍼레이터의 스태미나와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훈련 중에 발생하는 이러한 각종 이벤트는 자칫 단조롭게 흘러갈 수 있는 매니지먼트에 변수를 제공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발생하는 이벤트 역시 다양한데 실수로 인해 기분이 나빠져서 훈련 효율이 떨어지는 것부터 팀원과 다투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아니면 양쪽을 공평하게 혼낼지 선택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더해 일부 팀원의 능력치, 이를테면 피지컬이 떨어진다면서 훈련을 통한 증진을 요청할 때도 있다. 이러한 요청의 경우 성공 시 기분과 관계가 큰 폭으로 좋아지지만, 반대로 실패할 경우 크게 나빠지는 만큼, 모의전과 실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 훈련 중 시시때때로 다양한 이벤트가 발생한다

때로는 중대장에 빙의해 오퍼레이터들을 집합시킬 수도 있는데 오퍼레이터들의 기분을 희생하는 대신 기강을 잡아서 훈련 효율을 높이거나 자금을 동원해 기분을 풀어주는 것도 가능하다. 프롤로그에서 주어진 시간 5주는 꽤 넉넉했던 만큼, 굳이 집합해서 기강을 잡거나 할 필요는 없었지만,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활용할 수 있어 보였다.

집합과 비슷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요소는 또 있다. 플레이어의 윗선인 윗선인 의뢰주에게 하는 핫라인이 대표적이다. 신용을 대가로 추가 활동 자금이나 장비를 요청할 수 있는 만큼, 성공적인 임무 달성을 위해서라면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나름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매니지먼트라고 해서 훈련이 전부인 건 아니다. 훈련 못지않게 중요한 건 또 있다. 오퍼레이터 채용과 장비에 대한 부분이다. 제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오퍼레이터들이라고 해도 모든 상황에서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포인트맨의 경우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가 가능한 무난한 병과지만, 이는 반대로 특정 상황에서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엄폐물이 없는 상황에서 적들의 공격이 집중된다거나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실내 전투에서는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병과다.


▲ 스쿼드의 든든한 방패 뱅가드만 있다면 어지간한 임무도 걱정 없다

이럴 때 큰 힘을 발휘하는 병과가 바로 브리처와 뱅가드다. 스쿼드의 전열을 담당하는 병과들로 뱅가드의 경우 권총과 방패를 들 수 있는데 공격력이 약한 대신 전방에서 적의 집중포화를 막아줌으로써 후위에 위치한 팀원들이 안정적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도록 해주고 브리처는 실내 전투에서 문을 열고 진입할 시 브리칭 차지를 해서 방 안에 있는 적들을 짧은 시간 기절시킬 수 있다. 모의전부터 실전에 이르기까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선 이들 여러 병과의 오퍼레이터를 채용하고 스쿼드에서 조합해야 한다.

장비는 오퍼레이터들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이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장에서 좋은 장비, 신뢰성 높은 장비만큼이나 중요한 것도 없다. 더욱이 임무에 나서는 스쿼드는 4명에 불과한 만큼, 수적 우위에 선 적들을 상대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선 적들의 수적 우위를 뛰어넘을 정도로 좋은 무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있다.

▲ 실전은 모의전과 80~90% 유사한 환경에서 진행된다

다양한 병과의 오퍼레이터를 채용하고 훈련하는 동시에 좋은 장비로 무장해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다고 해서 바로 실전에 투입되는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모의전이 남았기 때문이다. 정식 임무를 기반으로 한 모의전을 통해서는 스쿼드 조합부터 다양한 전략 등을 시험할 수 있다. 여느 매니지먼트 장르의 게임과 마찬가지로 '민간군사기업 매니저' 역시 전투 전 플레이어가 짜놓은 전략에 맞춰서 자동으로 진행된다. 즉, 엉성한 스쿼드 조합에 되는대로 전략을 짰다간 그대로 임무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행스러운 건 이에 대한 대책 역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모의전 자체는 어떠한 제한 없이 몇 번이든 반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스쿼드 조합부터 순서는 물론이고 교전 시 자율 사격을 할지 집중 사격을 할지, 수류탄은 언제 던질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 보고 최선의 전략을 찾아야 한다.

▲ 적들이 모여있다면 수류탄을 던져서 일망타진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전투는 자동으로 진행되지만,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오퍼레이터 각각을 임의로 조작할 수는 없지만, 스쿼드 내에서 대열 순서를 바꾸거나 수류탄을 던지는 건 플레이어가 직접 할 수도 있다. 수류탄의 경우 알아서 던지게 할 경우 적들 한가운데 던지는 게 아니라 가장 앞에 있는 적 근처에 던지는 경우가 빈번했던 만큼, 플레이어가 직접 던지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으로 보였다.

또한, 프롤로그에서는 굳이 대열을 바꿀 필요가 없어 보였지만, 전투 중 여러 변수가 발생할 경우, 예를 들자면 갑자기 뒤에서 적들이 기습한다든가 할 경우 후열의 샤프슈터와 전열의 뱅가드의 위치를 바꾸는 식으로 해서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 "브리칭! 브리칭! 브리칭!" 스쿼드 조합이 임무의 성패를 가른다

프롤로그를 통해 체험해 본 '민간군사기업 매니저'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전술 슈팅과 매니지먼트, 각각을 절묘하게 조합했다는 인상이다. 매니지먼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키우는 맛은 물론이고 자칫 간과되기 십상인 보는 맛 역시 제대로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임무 전 세웠던 전략대로 100% 자동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일부 개입할 수 있는 요소를 넣었다는 점 역시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이를 통해 환기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민간군사기업 매니저'가 완벽한 매니지먼트 게임이라는 건 아니다. 프롤로그인 만큼, 게임에 대한 모든 걸 파악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몇 번이든 반복할 수 있는 모의전은 자칫 이 게임에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최선의 전략을 찾을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적인 요소지만, 반대로 완벽한 전략을 세움으로써 실전이 주는 긴장감이 옅어지지는 않을까 우려됐다.

▲ 이렇다 할 변수 없이 흘러가는 실전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보였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앞으로 '민간군사기업 매니저'가 보여줘야 할 건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매니지먼트 요소와 전투 각각의 요소에서 어떤 식으로 변수를 선사할지를 보여줘야 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너무 어려운 게임도 문제지만, 반대로 너무 쉬운 게임도 재미가 없는 법이다. 본편에서는 10여 개의 캠페인 미션과 로그라이크 모드, 추가 작전 계획 등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 만큼, 정말 짜임새 있는 재미로 무장한 '민간군사기업 매니저'로 돌아오길 바란다.

'민간군사기업 매니저'는 2025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FM 시리즈나 팀파이트 매니저 등 매니지먼트 장르를 즐긴 게이머라면, 그리고 전술 슈팅이 취향이라면 이 게임 역시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