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퍼스트 파티 타이틀, 아스트로봇이 바로 오늘 정식 출시됐다. 놀라운 완성도, 귀여운 아스트로들,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꾸준히 해 온 유저들에게 마치 선물과도 같은 히어로 모드까지, 모두 탑재하고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팀 아소비의 니콜라스 두셋(Nicolas Doucet) 스튜디오 헤드&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아스트로봇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마련됐다. 데모 버전도 즐거웠지만, 그 이상의 놀라움을 보여준 본편을 플레이한 뒤라 궁금한 것이 정말 많았다.

시각, 청각, 촉각, 여기에 플랫포머로서의 재미, 난이도의 구별까지 모두 잡아내는 데 성공한 아스트로봇, 이 귀엽고도 멋진, 완벽한 게임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걸까. 니콜라스 두셋 디렉터는 이 모든 것이 게임을 놀이이자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팀 아소비’의 철학 덕분이라고 이야기했다.


▲ 팀 아소비 니콜라스 두셋 스튜디오 헤드&크리에이티브 디렉터



Q. 아스트로봇은 정말 너무나 멋진 게임이다. 본 게임은 이전에 플레이했던 체험 버전보다도 더 놀라웠다. 인터뷰 기준으로 당장 하루 뒤면 게임이 출시되는데, 기분이 어떤지 들어보고 싶다. 출시 전 평가가 워낙 좋아서 유저 기대치도 높다 보니, 이런 부분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 당연히 압박감은 있다(웃음). 하지만 기자의 평가를 들으니 정말 기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팀 아소비는 가능한 완벽하게 일을 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 출시 전 선보인 데모도 좋은 반응이었지만, 본편을 위해 그 이상의 놀라움을 남겨뒀었다. 히어로 모드나 다양한 파워 업, 보스들이 그렇다. 그래서 분명 게임을 끝내고 엔딩 크레딧까지 확인했다면, 많은 놀라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물론 게임이 출시되기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12시간에서 15시간 동안 동일하게 멋진 템포를 유지하고, 플레이어를 실망시키지 않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은 모든 일을 잘 마무리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Q. PSVR 아스트로봇 레스큐 미션에 아스트로 플레이룸에서 시도했던 것들이 더해진 느낌이다. 레스큐 미션과 아스트로 플레이룸에서 어떤 것들을 이번 작품에 반영하고. 강화하고자 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 이번 게임은 레벨 기반으로 접근했다. 개발 초기에는 오픈월드를 만들어볼까 고민도 했지만, 우리가 만드는 게임의 특성 상 콘텐츠를 좀 더 컨트롤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행성 기반 접근 방식을 선택했고, 선원들이 우주에 흩어지는 아이디어를 다시 사용하고자 했다.

VR 게임은 VR이라는 기기의 특성 상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이 플레이할 수밖에 없었기에, 레스큐 미션에서 활용한 플레이 메커니즘을 좀 더 많은 유저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몇 가지 요소를 차용해 현대적 PS5 모선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게임 구조가 탄생했다. 캐릭터를 수집하고, 더 큰 지역을 열고, 탐험하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홈 플래닛, 허브에서 모든 캐릭터를 휘파람으로 불러 거대한 액션을 취하고, 새로운 은하계를 탐험하며 잠금 해제하는 요소를 추가했다. 개념 자체를 확장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아스트로 플레이룸에서 발전한 건 맞지만, 훨씬 크고 확장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플레이룸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의 하드웨어에 대한 내용을 담았지만, 이번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역사와 그 유산을 축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플랫포머 그 자체뿐 아니라, 다양한 레벨이나 적, 보스들은 사실 플레이스테이션과 관계는 없다. 이러한 요소들은 자체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스트로봇은 그 위에 플레이스테이션의 역사를 축하하는 층을 더했다. 크레토스의 도끼나 네이선 드레이크의 총, 에이로이의 활과 화살을 사용해 플레이할 수 있는 히어로 모드를 도입하게 된 이유다.

물론 팀 아소비의 최근 프로젝트 두 가지 모두 이번 타이틀에 큰 도움이 됐다. 특정 요소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스트로봇은 그 모든 요소 위에 새로운 것들을 추가해 만들어졌다.


Q. 게임의 강화 요소들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특히 스펀지 모드는 플레이 하면서 계속 놀랄 정도로 새로웠다. 전혀 생각하지 못해봤던 게임 모드다. 매 행성 이런 특이한 모드를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건가.

= 스펀지의 경우는 정말 특별한 사례다(웃음). 모든 레벨, 모든 행성은 먼저 파워업을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모든 것은 별도의 프로토타이핑 환경에서 진행되는데, 여기서 캐릭터를 조종하는 느낌이 괜찮은지, 트리거나 햅틱 피드백을 사용할 때 느낌은 어떤지 등을 확인한다. 컨트롤러와 상호작용이 잘 맞다면, 그때 해당 메커니즘을 게임에 도입하고, 레벨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결국 핵심 메커니즘이 가장 중요하다. 스펀지의 경우, 처음부터 아스트로가 스펀지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만든 건 아니다. 처음에는 스펀지의 기술 데모를 만들었다. 진짜 스펀지였고, 우리는 젖은 스펀지의 무게와 마른 스펀지의 가벼움을 컨트롤러가 재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기술 데모의 경우, 스펀지에 물을 추가하면 스펀지가 커지고, 물을 제거하면 트리거가 부드러워지는 느낌을 주고, 다시 버튼을 누르면 스펀지가 커지는 그런 구조였다. 그런데 해당 데모의 인기가 정말 좋았기에, 이걸 게임에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적절한 방식을 찾기까지가 어려웠지만, 결국 아스트로를 스펀지로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기술 데모가 재밌었기 때문에, 게임에 도입하는 건 쉬웠다. 금속인 아스트로가 스펀지라는 부드러운 물체가 되는 게 조금 이상할 수는 있지만, 데모가 재미있었기에 분명 유저들도 즐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처음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걸 곧장 본 게임으로 만들기 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재미있는 요소를 찾아 게임에 도입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팀 아소비에게는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환경이 참 중요하다. 그 덕에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정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던 스펀지 파워업

Q. 전체적으로 과도한 맵의 난이도 없이도 플랫포머로서의 재미를 확실히 잡아냈다. 그러면서도 챌린지 모드를 통해 어려운 난이도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난이도 조정 면에서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

= 우리는 이 게임이 재미있고, 게이머들이 오픈월드 게임 사이에서 휴식처럼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이 게임 때문에 좌절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비록 한 방을 맞거나 실수하면 끝나는 방식이지만, 그러더라도 빠르게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리스폰 속도도 빠르고 체크포인트도 꽤 가깝게 배치했다. 계속해서 다시 도전할 동기를 제공한 것이다.

또한 메인 경로는 캐주얼한 플레이어도 반드시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엔딩 크레딧까지 콘텐츠가 다양하고 많은데, 플레이어들이 그 모든 콘텐츠를 경험하면 좋겠다 생각해서다. 하지만 당연히 실력이 뛰어난 게이머들도 고려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플레이스테이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챌린지 레벨을 만들었다. 이런 게이머들은 플레이스테이션의 역사를 잘 알고 있기에, 그들과 연결해 더 어려운 경로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모든 캐릭터를 얻고 플래티넘 트로피 등도 달성할 수 있다.

이렇게 두 가지 경로로 게임에 접근하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게임이라면, 5살 아이부터 베테랑 게이머까지 모두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난이도 측면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고려했다.

▲ 빠른 리스폰 덕에 "실수해도 괜찮아"

Q. 모든 점에서 플랫포머로서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개발자로서 이런 높은 완성도의 플랫포머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반복적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게임이 놀이 같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기에, 게임에서 보이는 모든 것이 상호작용 시 재미있는 반응을 가져야 했다. 게임 속 어떤 것도 정적이거나, 버려지거나, 무시되면 안 된다. 모든 요소가 중요하다.

그래서 40시간 동안 플레이할 수 있는 큰 게임을 만들기보다는, 15시간 정도 되는 게임이지만 그 안의 모든 요소를 정말 세밀하게 다듬고자 했다. 팀 아소비가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고, 두려워하지 않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음식에 비유하는 걸 좋아한다. 배가 고플 때는 7코스의 요리를 먹는 게 최고의 아이디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7번째 코스를 먹고 나면 배가 너무 불러서 맛은 기억이 나지 않고 후회하는 경우가 생긴다. 반면에 정교하게 준비된 2코스의 요리라면, 양이 많지 않더라도 훌륭한 맛을 경험하게 되고 다음번에 또 먹고 싶어진다. 이게 우리의 철학이다. 크고 완성되지 않은 것보다는, 작지만 정교하게 다듬어진 걸 선호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팀 아소비가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 내에서 산타모니카 스튜디오나 너티 독, 게릴라와 같은 대형 스튜디오의 ‘자그마한 동생’ 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충분히 훌륭하고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걸 형제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에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왜냐하면 아직 팀 아소비는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 ‘리그’에서 위치를 확립해 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준비하는 팀으로서 그런 대형 팀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들이 우리를 북돋아 주고, 더 나은 품질의 게임을 만들도록 도와줬다.


Q. 아스트로봇의 레벨들이 수평보다는 수직적인 플레이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플랫포밍 장르 측면에서 전반적인 레벨 디자인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 수직성이 강한 게 맞다. 실제로 아스트로의 많은 파워업들이 이러한 수직적 플레이를 돕고 있다. 수직성과 수평성을 파워업에 맞춰 조합하려 했고, 아스트로의 능력에 맞는 레벨 디자인을 했다. 그래서 먼저 어떤 파워업이 어떤 레벨에 있을지 결정하고, 이후 레벨의 종류를 만들어냈다. 다만 레벨의 테마는 나중에 결정했다.

중요한 건 테마가 아니라, 게임 플레이, 템포, 플랫폼에서 플랫폼으로의 자연스러운 이동과 같은 요소였다. 그래서 각 게임 레벨의 최초 버전은 마치 회색 블록과 같았지만, 템포 자체는 게임의 최종 버전과 거의 유사했다.

아스트로봇에 있어 템포는 정말 중요하다. 점프, 점프, 이동, 이동, 펀치, 이런 모든 동작들이 마치 멜로디처럼, 심장 박동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게임 전반에 걸쳐 이러한 템포를 유지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때로는 플레이어가 메인에서 벗어나 무언가 특이한 행동을 하더라도 재미있는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놀이와도 같은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는 데에도 집중했다. 이는 정말 중요한 요소다. 게임을 마치 장난감 처럼, 놀이를 하듯 다루는 것이다. 작은 상호작용에도 큰 반응이 나오는 루프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재미있는 반복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레벨 내에 게임 플레이 중심의 진행 템포, 그리고 놀이와 같은 요소를 잘 섞어내려고 노력했다. 두 가지 요소가 잘 맞아떨어지면, 그 위에 아트와 테마를 더해 최종 레벨을 완성했다.

▲ 심장 박동과도 같은 리듬

Q. 플랫폼에서 표현되는 질감 그리고 듀얼센스에서 느껴지는 촉감이 인상 깊다. 촉감과 질감을 게임 내에 표현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 아스트로봇을 시작할 때, 플레이어의 감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싶었다. 그래서 작은 팀을 따로 구성했다. 아까 스펀지 프로토타입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해당 팀에서 그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팀의 이름은 ‘듀얼센스 2.0’이다. 아스트로 플레이룸과 비교해 해당 팀이 만들어낸 것들이 새로운 기준처럼 느껴지기 바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싶었기에 우리는 햅틱 피드백과 같은 새로운 표현 방식, 새로운 소재 등에 대해 계속해서 작업했다. 예를 들어, 물속 스테이지에서는 핑크색 펭귄이 등에 붙어 있고, 버튼을 누르면 목욕 장난감처럼 꽥꽥 소리가 난다. 직접 누르고, 물속에서 움직이게 하던 목욕 장난감은 보통 디지털 미디어가 아닌 물리적 장난감으로 존재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게임 속에 이를 구현하고, 듀얼센스를 통하면 디지털과 실제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손안에서 정말 멋진 느낌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디어들과 생각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고, 앞으로도 우리의 게임 속에서 계속될 것이다. 듀얼센스는 우리가 만드는 많은 게임 속 콘텐츠의 출발점이다.

그렇기에 관련 피드백이나 코멘트를 들을 때 정말 기쁘다. 사람들이 우리의 시도와 노력을 알아봐 주고 있다는 뜻이지 않나.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Q. 스토리 구현 방식도 인상 깊었다. 대사가 아예 없음에도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어떤 플레이어들에게는 스토리가 너무 단순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서사적 요소를 좀 더 추가할 생각을 해본 적은 없을까.

= 정말 좋은 질문이다. 우리는 게임 플레이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토리가 너무 풍부해져서 게임에 방해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 스토리는 가볍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스토리가 끝나면 바로 게임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에는 몇 가지 컷신을 넣었다. 게임 플레이를 잠시 멈추게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 게임에서는 게임 플레이가 절대 멈추지 않았다. 컷신도 없었고, 100%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활동하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스토리에 너무 의존하지 않는 템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는 캐릭터들이 무엇을 하거나 말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하는 행동들이 되어야 한다. 게임 속에서의 상호작용이 스토리가 되어, 그 기억이 게임의 추억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같은 게임과 놀이, 장난감 같은 게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는 아스트로봇이 놀이와 같은 게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며, 그 자체가 목표기도 하다.


▲ 대사 하나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

Q. 생각보다 여기저기에 많은 것들을 숨겨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지점들을 설계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인가.

= 봇들의 경우, 하나의 규칙을 가지고 그를 엄격하게 따랐다. 게임 내 캐릭터가 7명이 있으면, 그중 4명은 플레이어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보통 이들은 메인 경로에 위치한다. 놓치기 어려운 위치, 잘 보이는 위치에 있다. 다만 그들에게 도달하는 방법은 퍼즐처럼 느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나무 꼭대기에 있다면 “어떻게 저기까지 가지?”라고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나무를 치거나, 주변을 돌아다니며 길을 찾는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눈에 쉽게 띄도록 만들어뒀다.

그리고 나머지 3명은 좀 더 열심히 탐험해야만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들은 메인 경로에서는 보이지 않고, 플레이어가 호기심을 가지고 돌아다니며 찾아야 한다. 각 레벨에서 두 명의 특별한 캐릭터가 있을 시, 한 명은 메인 경로에 있지만 다른 한 명은 비밀의 방이나 숨겨진 장소에 있다.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론 게임을 빠르게 클리어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하나의 레벨을 끝낼 때, 메인 경로만 따라가며 플랫포머를 즐기더라도 캐릭터를 구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균형을 맞추는 게 사실 꽤 어려웠다. 이를 위해 여러 번 반복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Q. 새 덕분에 레벨을 다시 플레이하면서 수집 요소를 찾는 게 매우 원활했다. 스트레스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새라는 요소를 옵션으로 추가한 이유가 있을까? 어떻게 본다면 게임의 플레이타임을 희생하고 유저의 편의성을 선택한 것이지 않나.

= 질문 그대로의 이유다. 예를 들어 총 7명의 봇 중 처음 4명의 봇을 찾았고, 다시 돌아가서 하나를 더 찾아 5명이 되었다고 치자. 하지만 아직도 2명의 봇이 남았고, 심지어 어디에 있는지 위치도 알 수 없다면 그 순간부터는 더 이상 게임이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의 시대에는 사람들이 이런 식의 게임에 대해 인내심이 한정되어 있고, 투자하는 시간도 제한적이다. 그렇기에 아스트로봇은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직접 찾아낼지, 아니면 새의 도움을 통해 조금 더 쉽게 숨겨진 요소를 찾아낼지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새의 도움을 받더라도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는 없다. 대략적인 힌트를 줄 뿐이기 때문에, 여전히 스스로 정확한 위치, 그리고 그 위치에 가는 법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 20%는 결국 플레이어가 직접 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췄다고 생각한다.

물론 플레이타임을 희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같은 것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건, 재미있는 플레이타임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플레이어에게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 새와 함께라면 반복 플레이도, 수집 요소도 두렵지 않다

Q. 매 챕터 히어로 모드를 플레이 하는 구조가 참 즐거웠다. 예상하지 못한 히어로 모드도 있었고. 히어로 모드를 만들면서 소재를 결정하는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 아주 유명한 캐릭터들과 함께 재미있고 풍부한 특징의 캐릭터도 히어로 모드에 넣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캐릭터들은 플레이스테이션에 대한 헌사여야 했다.

예를 들어, 갓 오브 워의 경우 멋진 환경을 재현하고, 도끼를 던지고, 다시 돌아오는 그 느낌을 살려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로코로코는 좀 다르다. PSP 게임이었기에 모든 사람들이 아는 게임은 아니지만, 귀엽고 말랑말랑한 공이 굴러다니는 게임이기에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개념이다.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는 요소기도 하다. 게임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컨트롤러를 주면 그 공을 굴리며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를 가진 캐릭터들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특별한 영웅 캐릭터는 오직 다섯 명만 넣을 수 있었다. 솔직히 넣고 싶은 캐릭터가 10명에서 15명 정도는 있었다. 그래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게임 속 닌자 스타일의 레벨이나 일본 테마의 레벨이 있다. 여기에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진 사카이가 정말 딱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민 후 넣지 않았다. 이외에도 수많은 선택지들이 있었고 고민의 과정이 이어졌다.

뭐랄까 특별한 기준을 두고 엄격하게 본 건 아니다. 다만 일본, 유럽, 미국 등 글로벌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의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의 역사를 담아, PS1과 PSP 게임에서 시작해 PS3의 언차티드, PS4의 호라이즌, PS5의 라그나로크 같은 게임들을 섞어냈다.


Q. 히어로 모드들이 각 타이틀의 특징을 살려낸 게 놀라웠다. 단지 무기만 바뀌는 게 아니라, 플레이스타일이나, 환경, 그리고 다른 요소들도 표현했더라. 이러한 요소들을 구현하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다. 우리 역시 엄청난 게임 팬들이고, 그 게임들을 사랑한다. 게임 개발자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역시 플레이어다. 그래서 다양한 게임의 요소를 아스트로봇에 넣을 수 있는 것은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과하게 넣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적절하게 각 게임의 특징, 그리고 게임을 기념하는 요소를 넣기 위해 노력했다. 모든 과정이 정말 즐거웠고, 재미있었다.

해당 게임을 만든 이들이 이러한 헌사와 기념을 그들의 게임에 충실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우리 작업에서 그 부분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협업 역시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 각 스튜디오 측에서도 정말 기뻐했고, 많은 조언과 피드백을 줬다.

▲ '봇 오브 워'

Q. 아스트로봇의 가장 큰 단점은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는 점이다. 더 플레이하고 싶어도 충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게임을 멈추기도 했다. 개발 과정에서 관련 내용도 고려했을 텐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 하드웨어 부서의 팀과 함께 일하고 있다. 듀얼센스의 배터리 수명은 우리도 당연히 고려했던 점이다. 트리거를 사용하는 양이나, 햅틱 피드백이 처음에는 매우 강하지만 같은 장소에 계속 머물면 서서히 약해진다거나 이런 부분이 있다. 햅틱 피드백의 강도의 경우 배터리 절약도 이유지만, 손에서 같은 종류의 피드백을 계속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게임을 설계할 때 너무 과하지 않도록 주의하지만, 동시에 플레이어에게 마법과 같은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는 의지도 강하다. 균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귀여운 아스트로와 적절한 난이도까지, 대중성 있는 플랫포머가 나온 것 같다. 처음부터 대중적인 방향으로 나갈 생각이었는지 궁금하다.

= 맞다. 스튜디오의 DNA에 깊게 뿌리내린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다. 팀 아소비는 모든 연령대를 위한 스튜디오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게임은 게이머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즐길 수 있도록 하려 한다. 비디오 게임이 더 넓은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의 한 부분이 되길 원해서다.

이를 위해 레벨이나 게임을 디자인할 때, 게이머에 대한 고민도 하지만, 동시에 컨트롤러를 처음 잡아보고 3D 카메라의 개념을 전혀 모르는 어린이나 노인들이 플레이할 경우도 고려한다.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재미를 나누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대중성은 팀 아소비의 중요한 철학 중 하나다.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흥미로운 경험이기도 하다. 단순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컨트롤러에는 18개의 버튼이 있는데, 각 버튼에 다른 기능을 할당하는 건 쉽다. 하지만 그걸 2~3개의 버튼으로 압축해 디자인을 선택하는 건 훨씬 더 복잡하다.

그렇지만 해냈을 때, 훨씬 편안한 게임이 되고 그 결과 더 넓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 백만 가지의 설명 대신, 단 두개의 버튼만으로 특정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큰 장점이 된다.


Q. 마지막으로, 아스트로봇을 기다리는 한국의 플레이어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 한국에는 실력이 뛰어난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아스트로봇이 그런 게이머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작의 정밀함이나 순간순간의 게임 플레이 퀄리티 측면에서도 만족스럽길 바란다. 그리고 동시에 게임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들, 또는 어린이를 비롯한 온 가족이 아스트로봇을 통해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3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게임을 만들 기회는 흔치 않다. 30년은 하나의 세대가 만들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아스트로봇은 구세대와 신세대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자 기회이며, 이 자체가 매우 긍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멋진 연결의 경험을 하길 바란다.

▲ 플레이스테이션 30년의 역사를 담아낸 아스트로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