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지스타'가, 일본에는 '도쿄게임쇼', 중국에는 '차이나조이', 그리고 독일에는 '게임스컴'이 있습니다. 세계 3대 게임쇼로 분류되어 왔던 E3는 2021년도를 마지막으로 2년 연속 행사가 취소되었고, 2023년 12월 공식적으로 폐지를 선언했습니다. 이에 게임스컴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기대하는 글로벌 게임쇼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게임스컴의 전시장 규모는 실내 공간 기준으로 23만 제곱미터에 달해 전세계 게임쇼 중 가장 넓은 공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참가업체나 방문객 수 등 행사 규모도 매해 기록을 경신해 가면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나아가 게임스컴 전야제 행사인 '오프닝나이트라이브' 역시 공식 유튜브 채널과 호스트 '제프 케일리'가 담당하고 있는 '더게임어워드'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합산 395만회 (9월 5일 기준)의 조회수를 기록, 지난해 215만회 수치를 훨씬 뛰어 넘으며 많은 사람들이 게임스컴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올해 게임스컴에서 주목했던 점이 무엇인지, 작년과 비교했을 때 실제 규모가 어떠했는지, E3가 사라진 현재 게임스컴이 갖는 의미가 어떠한지, 행사 전반에 대해 궁금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게임스컴 '팀 엔드레스(Tim Endres)' 디렉터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 게임스컴 ‘팀 엔드레스 (Tim Endres)’ 디렉터


Q. 올해 게임스컴의 메인 테마는 무엇이었나요? 이번에 특히 주목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게임스컴은 '다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특정 주제 하나만을 테마로 잡아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는 여러 취향과 니즈를 가지고 있는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올해의 경우, 사전조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보드게임과 트레이딩 카드 게임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파악했고, HBO나 코나미 등 몇몇 업체와 함께 이를 위한 별도의 구역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참관객들이 코스어나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와 교류하면서 사인을 받고 인사할 수 있는 '소셜 구역' 규모를 확대했으며, 지난해에 1번 홀에 있던 것을 올해 11번 홀로 옮겨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들이 음악이나 팟캐스트 진행 등 다양한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소셜 스테이지'를 꾸리기도 했습니다.

전세계 게이머를 아우를 수 있는 게임스컴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으며, 코스프레나 게임상품 판매, 인디게임 등 여러 분야의 공간을 통해 다양한 게임 커뮤니티를 아우르고자 했다는 점이 게임스컴이 가지는 차별점이자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참여업체나 출품 게임 수 등 작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게임스컴의 규모는 어떠했나요?

=올해 게임스컴은 총 64개국에서 1,400여개 이상의 전시업체가 참여하여 작년에 비해 15% 증가했습니다. B2B 내 국가별 파빌리온도 총 47개국에서 참가하면서 지난해 36개국과 비교했을 때 약 40% 증가한 수치를 보이며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첫 게임스컴은 2009년에 열렸는데요. 그 때와 비교해보면 공간은 거의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첫 해의 참여업체 수는 약 450개였지만, 현재는 1,400개가 넘습니다. 약 3배 정도 늘어난 셈이죠. 방문객의 경우 2009년에는 22만명 정도여지만 작년에는 약 32만명이었고, 올해는 약 33만 5천명 가량으로 집계되어, 모든 방면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Q. 예전에는 게임사들이 E3에서 신작 정보를 공개하고 게임스컴에서 테스트 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E3가 사라진 지금은 게임스컴에서 각종 신작 정보가 발표되고 테스트까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3가 사라진 지금 '게임스컴'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나요?

=개발사들은 게임스컴 현장에서 신규 게임과 브랜드를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선보이고, 게임을 실시간으로 테스트하면서 피드백을 받는 특별한 경험을 합니다. 그리고 사전 행사인 오프닝나이트라이브를 통해 전 세계에 신작 정보를 공개하고 있죠.

쾰른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행사 뿐만 아니라 오프닝나이트라이브(ONL)나 게임스컴 어썸 인디 쇼, IGN과 함께 하는 게임스컴 스튜디오와 같은 디지털 이벤트를 함께 열어 물리적인 전시 공간을 넘어서 온라인 영역까지 규모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형태의 이벤트로 구성하여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이벤트를 가미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참가가 가능하다는 점이 다른 게임쇼와는 다른 '게임스컴' 만의 차별화된 요소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나아가 게임스컴 브랜드를 기반으로 다른 권역에서도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싱가포르에서는 게임스컴 아시아를, 그리고 올해부터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는 게임스컴 라탐을 새로 선보였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게임스컴을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행보를 통해 글로벌 이벤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게임스컴 전야제 행사로 '오프닝나이트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더게임어워드'와 같이 별개의 행사로 분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더게임어워드'와는 다르게 '오프닝나이트라이브'는 게임스컴의 오프닝 쇼입니다. 게임스컴에서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는지, 어떤 타이틀을 만나볼 수 있는지를 이곳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죠. 따라서 '더게임어워드'와는 다른 성격의 이벤트이며, 게임스컴의 일부이기 때문에 따로 분리하는 건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프닝나이트라이브'와 게임스컴을 더욱 견고하게 통합하는 형태를 계속해서 고민해갈 것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축제의 장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저희들의 목표이죠.


Q.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외에 다른 권역으로 게임스컴을 확장할 계획도 있나요?

=아시다시피 현재 게임스컴은 독일 쾰른에서 열리고 있고, 게임스컴 아시아는 싱가포르, 게임스컴 라탐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올해 처음 개최된 게임스컴 라탐은 많은 신규 게임사들이 참가했으며 약 10만 명 이상의 참관객이 방문하는 등 성공적으로 첫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집중하여 규모를 키워갈 생각입니다.

지금 당장은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게임스컴 행사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올해는 크래프톤과 넥슨, 펄어비스, 하이브IM, 카카오게임즈 등 한국게임사들의 참가도 활발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게임스컴을 통해 서구 시장에 진출하고, 세계 시장으로 게임을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는 점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게임스컴이 그만큼 효과가 있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게임스컴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게임 행사이며, 앞서 말씀드린대로 온라인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어서, 이러한 부분 때문에 많은 게임사가 게임스컴에 출전하고 방문한다고 생각합니다.


Q. 내년도 게임스컴 부스 등록은 언제부터 할 수 있나요?

=등록은 11월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미 일부 게임사와는 내년도 게임스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이 중에는 한국 게임사도 있습니다. 내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업체가 참여하기를 희망합니다. 어떤 참가사들이 등록하느냐에 따라 올해 보드게임과 트레이딩 카드 게임 영역을 신설했듯이, 내년에도 다른 테마로 새로운 구역을 만들 수도 있겠지요.


Q. 독일 게임업계에서 게임스컴 행사가 가지는 의미나 영향력은 굉장히 클 것 같은데요. 독일 내에서 게임스컴이라는 행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정치인들에게 게임이 음악이나 영화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콘텐츠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게이머들이 모여 서로 어울리면서 함께 축제의 장을 일궈내는 모습을 통해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부분을 보여주기도 하죠.

정치계에서도 게임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올해는 로버트 하벡 부총리와 함께 게임스컴의 개막식을 열었습니다. 로버트 하벡 부총리는 "게임은 독일 경제의 핵심 요소이며,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독일을 게임 산업의 주요지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정치인들이 게임스컴을 방문했으며, 게임 콘텐츠와 게임 산업의 영향력에 대해 배우고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아가 전세계 게이머들이 쾰른의 호텔에 머물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등 게임스컴 기간동안 쾰른에서 여러 소비활동을 하는데요. 이는 쾰른의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 '로버트 하벡' 독일 부총리

▲ '헨드릭 뷔스트' 독일 NRW 주 총리

▲ '하이케 라브' 독일 주 장관


Q. 독일에 여러 도시들이 있는데, 왜 '쾰른'에서 개최하는건가요?
=쾰른은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쇼를 개최하기에 완벽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근처에 여러 공항이 있으며, 독일 외에도 여러 유럽 국가와 연결되어 있는 중앙역도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나아가 23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장 중 한 곳이 바로 이 곳 쾰른 도심에 위치해 있죠.

그래서 게임스컴 기간에는 음악 무대와 각종 이벤트로 구성된 도심 축제를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전시장 뿐만 아니라 쾰른 도시 전체가 게임 행사를 축하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게임스컴이라는 게임쇼가 어떠한 행사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게임업계 내에서 항상 발맞추어 진화해 나가는 게임스컴이 되었으면 합니다. 팬데믹 시절이 올 거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저희도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 맞추어 저희는 게임스컴을 디지털 형식으로 개최했습니다. 앞으로도 업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 지 예측할 수 없지만, 게임스컴은 항상 이에 대응하고 발맞추어 변화해가면서 세계 최대의 게임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 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