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크몹이 개발 중인 오픈월드 익스트랙션 '엑소본'이 게임스컴 2024에서 전 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비공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엑소본'은 원인불명의 재앙으로 인해 멸망의 위기에 놓인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익스트랙션 슈터 게임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익스트랙션 슈터라는 점에서 아마 타르코프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근본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다. 게임의 타이틀에 들어가기도 한 엑소슈트가 그것이다. '엑소본'에서 생존자들은 엑소-릭(Exo-RIg)이라고 불리는 엑소슈트를 입고 무법지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뺏고 빼앗기는 처절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개발자 프레젠테이션은 클래스에 해당하는 엑소-릭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파밍 요소,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상 현상 크게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됐다. 공개된 클래스는 코디악, 헌츠맨, 바이퍼 3종이다. 코디악은 전형적인 탱커로 전방에서 아군 스쿼드를 지키는 데 최적화된 클래스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방패 같은 쉴드를 생성해 정면으로부터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여러모로 스쿼드에 반드시 있어야 할 느낌을 주는 클래스다.

헌츠맨은 메인 딜러라고 할 수 있다. 각종 공격 스킬로 무장했으며, 코디악이 적의 주의를 끈다든가 쉴드로 막고 있을 때 그 옆에서 강력한 화력을 투사해 적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클래스다. 코디악, 헌츠맨과 비교했을 때 다소 몸집이 작은 바이퍼는 기습 등에 특화된 클래스로 전장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적을 기습한다든가 하는 식의 플레이를 요구했다. 코디악이 적의 공격을 막고 헌츠맨이 한창 반격 중이라면 바이퍼가 그사이 우회해서 적을 처치하는 식이다.

▲ 쉴드를 전개하는 등 전형적인 탱커에 해당하는 코디악

▲ 투명화 스킬로 암살에 특화된 바이퍼

저마다 역할군,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만큼, 보유하고 있는 스킬 역시 사뭇 다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코디악에게 쉴드가 있다면 바이퍼에게는 투명화가 있다. 잘만 쓰면 그야말로 귀신처럼 상대를 암살하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장비나 무기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부분은 워낙 빠르게 지나가서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기본적으로 클래스 전용 장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장비와 무기는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무기 커스터마이징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파밍을 통해 좋은 등급의, 좋은 옵션이 붙은 장비를 파밍하는 형태였다. 이렇게 얻은 장비는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원하는 옵션의 모드를 붙임으로써 단점을 지우거나 혹은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전장에서 만날 수 있는 NPC는 사실상 맨몸이나 다름없는 무법자들과 엑소-릭을 장착한 인간, 그리고 무인 드론 크게 3종류로 구분된다. 무법자의 경우 엑소-릭을 장착한 플레이어들과 비교하면 딱히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글자 그대로 잡몹에 불과하다. 하지만 엑소-릭을 장착한 인간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무법자를 상대하는 것처럼 무턱대고 덤벼들었다간 죽을 수도 있다. 플레이어만큼 다양한 스킬을 쓰는 건 아니지만, 체력도 제법 높을뿐더러 가끔 스킬도 쓰는 만큼, 다소의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무인 드론을 상대하는 장면은 워낙 짧아서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외형적으로는 다족 보행 드론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까. 다족 보행 드론이라고 하니 뭔가 엑소-릭을 장착한 인간 NPC보다 강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오히려 더 빨리 잡는 느낌이었다. 개발자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다족 보행 드론을 잡은 후 송신탑 같은 걸 활성하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일종의 부가 목표거나 특정 콘텐츠를 해금하는 요소일 것으로 추정됐다.


다른 익스트랙션 게임과는 차별화된 '엑소본'만의 요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상 현상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배틀필드 2042의 토네이도가 떠오르는 부분으로 단순히 비주얼적인 연출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다양하게 쓰인다. 개발자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낙하산을 펼쳐서 태풍을 이용해 먼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하는 식으로 쓰이는 걸 볼 수 있었다.

차이점은 또 있다. 맵의 크기다. 당연히 게임마다 맵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지만, '엑소본'의 전장은 일반적인 익스트랙션 게임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체감하기로는 배틀그라운드의 상징과도 같은 에란겔에 맞먹는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엑소본'에는 특이하게도 차량이 들어가 있다. 맵 크기가 그만큼 넓다는 걸 방증하는 요소로 사실상 다른 플레이어보다 NPC를 더 많이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개발자 프레젠테이션을 개발자와의 짧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분은 스토리에 대한 부분이었다. '엑소본'에 대한 본격적인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보여준 스토리 영상에서는 주인공으로 보이는 캐릭터가 과거에 있었던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모든 게 엉망이 된 세상임에도 과연 엑소-릭을 다시 장착하는 게 옳은지 고뇌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는 과거 기업의 경비원으로 엑소-릭을 장착하고 있었는데 각종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시위대가 기업 본사로 쳐들어오자 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엑소-릭의 진압 모드가 작동해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방아쇠를 당겨 시위대를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른 바 있다.

여러모로 매력적인 설정, 캐릭터, 서사였던 만큼, 익스트랙션 슈터임에도 이런 부분이 싱글 스토리 콘텐츠 형태로 추가될지 궁금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개발자는 기자의 물음에 "스토리 영상은 게임의 기본적인 세계관, 설정 등을 보여주기 위해 넣은 것으로 '엑소본'에는 별도의 싱글 스토리 콘텐츠는 없다. 다만, 이런 류의 서사를 다양한 요소를 통해 보여줄 계획이다"라고 답변했다.

프레젠테이션과 간단한 인터뷰를 끝마치면서 개발자는 "'엑소본'은 현재 한창 개발 중인 게임으로 근시일 내 테스트를 진행, 유저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게임의 완성도를 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