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새로운 장르가 없다는 말처럼 정형화된 장르의 문법을 탈출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특히 FPS는 더하다. 쏘고 맞춘다는 원초적인 요소는 등장과 동시에 거의 완성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후발주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전 게임들과 차별화를 꾀하곤 했다. 이번 게임스컴 넷이즈 부스에서 만날 수 있었던 히어로 FPS '프래그펑크' 역시 그러한 시도를 한 대표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래그펑크'의 첫인상은 사실 평범했다. 히어로 FPS의 전형이랄까. 개성 넘치는 비주얼,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각양각색의 화려한 스킬에 이르기까지 딱히 흠잡을 데는 없었으나, 그렇다고 확 와닿는 그런 게임은 아니었다. 그랬던 '프래그펑크'에 대한 인상이 달라진 건 유저가 규칙을 바꾸는 카드 시스템을 보면서부터다.

▲ 게임을 시작하면 샤드 카드를 부숴서(?) 룰을 적용한다

카드 시스템은 다른 게임에는 없는 '프래그펑크'만의 차별화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블루팀과 레드팀 각각 포인트를 소모해 3장의 샤드 카드를 선택하게 된다. 3개를 선택한다고 했지만, 그중 2개는 버려진다. 가장 많은 포인트를 얻은 하나의 샤드 카드만이 쓰인다. '프래그펑크'의 샤드 카드 시스템은 전장에 기상천외한 변화를 선사한다. 전장을 아래위로 뒤집어 방향감각을 잃게 하는 것부터 적 팀의 머리를 대두로 만들어 헤드샷을 맞추기 쉽게 하는 카드, 전장의 문을 제거해서 다양한 루트로 이동할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하다.

이 외에도 단순히 헤드샷 대미지를 25% 증가시키는 헤드샷 마스터, 화염탄이 나가게 되는 드래곤 브레스, 총알에 체인 라이트닝 효과를 부여하는 체인 리액션, 벽에 맞은 총알을 튕기게 만들어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드는 도탄 등 다채로운 샤드 카드를 통해 매 게임 색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게임의 시스템에 가까운 룰을 조작하는 샤드 카드만 있는 건 아니다. 룰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직관적으로 능력치를 증폭시켜 주는 그런 샤드 카드도 있다. 시연에서는 적과 근접할수록 공격력이 오르거나 이동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것 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자체로도 매우 강력한 성능을 지녔지만, 기상천외한 변화를 몰고 오는 샤드 카드와 비교하면 확실히 평범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샤드 카드를 기반으로 한 '프래그펑크'의 전투 시스템은 확실히 여러모로 신선한 느낌이다. 샤드 카드가 없더라도 솔직히 잘 만든 히어로 FPS라고 생각하지만, 명확한 차별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즉각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발로란트랑 비교해도 그렇다. 그래픽이나 캐릭터 스킬 등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각양각색의 스킬을 지닌 캐릭터를 조합해서 팀을 이루고 무기를 고른 후 전장에서 싸운다는 방식 자체는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 용이 내가 되는 블레이드 마스터 샤드 카드

아마 '프래그펑크'가 샤드 카드를 들고 온 점 역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단순히 비주얼, 그래픽이 좋은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샤드 카드는 '프래그펑크'에 있어서 비장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다.

조합의 가짓수가 더욱 늘어났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은신 스킬을 쓰는 등 닌자나 암살를 떠올리게 하는 제피르를 예로 들어보자. 평소에는 제피르를 고르지 않는다고 했을 때 만약 근접 대미지를 증가시키는, 그리고 이동 속도를 빠르게 하는 그런 샤드 카드를 뽑았다고 해보자. 이럴 경우 제피르만큼, 샤드 카드의 성능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캐릭터도 없다. 은신 스킬을 써서 적진에 침투, 순식간에 처치하고 유유자적하게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무기를 선택할지 선택의 폭 역시 더욱 다양하게 변한다. 저격수에 해당하는 할로우포인트의 경우 자체 스킬로 에너지를 충천 후 쏘는 전용 저격총을 쓸 수 있는데 저격수라고 해서 무조건 저격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근접 대미지를 증가시키는 카드를 뽑았다면 저격수인 할로우포인트도 샷건 등을 메인 무기로 선택하고 저격은 스킬로 커버하는 식의 전략을 짤 수도 있다.


기존의 히어로 FPS가 다양한 스킬을 기반으로 캐릭터 X 어떤 무기를 선택할지 조합하는 방식이었다면, '프래그펑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샤드 카드(룰) X 캐릭터 X 무기를 조합하도록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변수와 전략이 더욱 늘어났음은 굳이 말할 것도 없다.

때로는 블루팀과 레드팀의 카드가 서로 적용돼서 그야말로 난장판이 벌어질 수도 있다. 도탄 샤드 카드와 총알이 작게 폭발하는 익스플로전 샷 카드가 조합되면 화면 가득 총알이 튕겨 나가면서 여기저기서 터지는 장관을 볼 수도 있다. 또는 상대가 선택한 샤드 카드를 상쇄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연에서는 상대가 전장의 안개(For of War)라고 해서 글자 그대로 엄청나게 짙은 안개가 끼는 샤드 카드를 선택했는데 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적이 어디로 갔는지 알기 위해서 선택한 발자국 샤드 카드 덕분에 안개 효과를 거의 완벽하게 상쇄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모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시연 버전에서 체험해 본 '프래그펑크'는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 준수한 재미, 여기에 더해 다른 게임에는 없는 차별점에 이르기까지 확실히 갖춘 그런 게임이었다. 라이벌로는 발로란트가 유력할까. 발로란트가 차지한 히어로 FPS의 왕좌도 마냥 편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프래그펑크'는 10월 초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시기적으로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가 유력하다. 이전부터 관심이 갔다면, 그렇지 않더라도 신작 히어로 FPS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

▲ 신 창(Xin Chang)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연을 끝마치고 신 창(Xin Chang)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짧은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다. 자신을 FPS, 그리고 카드 게임 매니아라고 소개한 그는 각각의 게임 경험을 하나로 묶고 싶은 마음에 '프래그펑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Q. 속도감이 굉장하다. 자연스럽게 라운드당 플레이 시간 역시 굉장히 짧은데 이렇게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 맞다. '프래그펑크'는 굉장히 빠른 페이스의 게임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총을 쏘는 감각, 그리고 적을 처치하고 이겼을 때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라운드당 플레이 시간을 짧게 가져갔다. 속도감이 빠른 FPS가 취향인 유저들이라면 '프래그펑크'를 하면서 굉장한 흥분감, 그리고 만족감을 느끼리라 생각한다.


Q. '프래그펑크'의 차별점이라면 샤드 카드 시스템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넣게 됐나.

= 라운드마다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넣게 됐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는 캐릭터 조합이나 무기 조합이 있지 않나.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근본적인 부분에서 유저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샤드 카드를 이용해 게임의 규칙을 변경하는 방식을 넣게 됐는데 만족스러워서 제대로 만들게 됐다. 아마 이런 부분을 유저들이 매우 흥미롭게 여길 거로 생각하고 있으며, 다른 게임과는 차별화된 우리 게임만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한다.


Q. 보는 재미도 확실해 보이는데 e스포츠 계획은 없나.

= 아직 게임을 출시하지 않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e스포츠 계획을 말하기는 많이 이른 것 같다. 일단은 게임을 완성하는 게 먼저다. 그런 측면에서 말하자면 현재까지는 e스포츠 계획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