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원 PC는 고사양 CPU를 탑재해 각종 작업이나 사무업을 할 때는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별개의 데스크탑이 필요하지 않아 공간이 절약된다는 점, 깔끔한 디자인으로 하나의 인테리어로도 작용한다는 강점 덕분에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제품군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가격이 조금 비싸기도 하고, 마음대로 커스텀이나 성능 확장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껄끄러워하는 사람도 있기도 하다. 특히 업무나 각종 작업을 할 때나 괜찮은 성능이지, 하이엔드급 외장 그래픽카드가 탑재되지 않아 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굳이 비싼 금액을 들여 구매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제품군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내 돈 주고 사서 사용하고 싶진 않은데 한 번은 어떤지 체험해 보고 싶은 기분, 올인원 PC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다양한 전자 기기를 다뤄봤지만 올인원 PC만큼은 한 번도 시연은커녕 만져보지도 못한 것 같다. 보통 게이밍 제품 중심으로 다룬 것도 있기도 하고, 올인원 PC 자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썩 없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역시 든든한 지원군이 있기 마련. 평소 독특한 느낌의 제품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떠올라 바로 연락을 한 결과 운이 좋게도 해당 제품이 있다고 해 잠깐 대여할 수 있었다. 과연 올인원 PC는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직접 체험해 보았다.
HP Envy move 24
디스플레이: 24인치, QHD (2560X1440), IPS, 터치스크린, 74.97Hz
GPU: intel UHD 그래픽
CPU: intel Core i5-1355U
저장장치: 512GB PCle NVMe Gen 4 SSD
메모리: 8GB LPDDR5 RAM
배터리: 최대 4시간 이용 가능
크기 및 무게: 552.3 x 148.6 x 366.6mm, 4.1kg
I/O 포트: USB-A x1, USB-C x1, HDMI 2.1
HP 엔비 무브 24는 흔하디흔한 올인원 PC와는 조금 다르다. 크게 보면 올인원 PC 군에 속하긴 하나, 엔비 무브는 휴대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보통 PC란 특정한 공간에 거치한 뒤 사용하는 제품이나, 엔비 무브는 마치 노트북처럼 휴대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노트북처럼 작은 것도 아닌 게, 24인치의 커다란 디스플레이는 '나는 PC야'라고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정도 크기의 제품을 어떻게 휴대하고 다닐까 싶었는데 제품 상단에 쥘 수 있는 손잡이가 있다. 평소에는 뒷면에 자석으로 부착되어 깔끔하게 가려지고, 이동이 필요할 땐 가볍게 뗄 수 있는 방식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커버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멀리서 보면 깔끔한 흰색의 제품이라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대리석과 같은 검은 반점들이 새겨져 있었다. 게다가 살짝 손끝에 걸리는 듯한 까끌까끌한 촉감이 특이했다. 이는 HP의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했다고 한다. 또한 느낀 것과 동일하게 모래를 콘셉트로 한 무늬와 질감을 살렸다고 한다.
외형
외형은 그냥 깔끔한 모니터 같지만, 전원을 켜면 PC로 사용할 수 있는 게 마음에 든다. 보통 휴대용 PC하면 노트북이 일반적이긴 하나, 별다른 연결 없이 큰 화면으로 자료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꽤 마음에 든다. 그렇기 때문에 가벼운 작업이나 공부 등을 할 때는 노트북, 태블릿이 낫고, 여러 사람과 회의를 진행하거나 외부 미팅이 잦은 사무직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다.
디스플레이 자체가 터치를 지원하기 때문에 가벼운 조작을 할 수 있지만, 인터넷이나 각종 업무 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키보드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본 구성품 중, 블루투스 키보드가 포함되어 있다. 동일한 하얀색 기반의 얇은 블루투스 키보드로, 거추장스럽게 마우스까지 들고 다닐 필요가 없도록 키보드 우측에 터치 패드가 탑재되어 있다. 총 4개의 건전지를 넣어야 하며, 사용하지 않을 땐 엔비 무브 후면에 부착된 홀더에 넣어 보관할 수 있다.
조금 특이한 것은 스탠드와 각도 조절이다. 엔비 무브의 아래를 보면 검은 막대가 있다. 바닥에 내려놓으려 하면 이 막대가 눌리면서 숨겨져 있던 스탠드가 나오는 방식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평평한 곳에 놓기만 한다면 안정적으로 거치할 수 있다. 또한 모니터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놀라웠다. 또한 큰 폭은 아니지만 모니터 각도를 뒤로 약간 조절할 수 있어 사용 환경에 따라 적절한 각도로 조절할 수 있다.
실 사용
엔비 무브만의 특징을 살펴보았으니, 이제 직접 사용해 볼 차례다. 이런 제품은 어떻게 써야 잘 사용했다고 소문이 날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역시 떠오르지 않아 우선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마침 날씨도 비가 온 직후라 더없이 맑아 더움만 없다면 나들이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마치며
나름 흔한 제품이기도 하지만 또 쉽사리 접하기는 어려운 올인원 PC, 그중에서도 다소 독특한 포지션을 갖고 있는 HP 엔비 무브를 짧은 시간 사용해 볼 수 있었다. 엔비 무브를 사용할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 디스플레이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노트북은 접으면 디스플레이가 안쪽으로 보호가 되는 구조고, 태블릿은 작은 크기와 전용 파우치로 파손 위험을 덜 수 있다. 반면에 엔비 무브는 24인치의 디스플레이인 데다, 따로 담을 수 있는 가방도 없기에 들고 이동하기에 손이 덜덜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막상 사용하니, 왜 전용 가방이 없는지 알 수 있었다. 휴대가 가능하다곤 하나 키보드를 포함한 5kg의 무게는 장시간 들고 이동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장거리 이동 시 사용하기 보다는 건물 내부에서 가볍게 위치를 옮긴다거나, 가까운 곳 또는 자차로 이동 시에 엔비 무브를 활용하기 좋지, 그 외의 상황에선 사용하기 부적합한 제품이다.
또 굳이 아쉬운 점을 하나 더 꼽자면, 성능에 대해서 꼽을 수가 있겠다. 요즘 같은 시대엔 프로그램 몇 개만 켜도 램이 부족하거나 용량이 부족한 일이 있는데, 8GB 램과 512GB SSD 탑재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이는 구매 전 옵션 선택을 통해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이나, 가격 차이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스펙의 아쉬움이 있긴 하나 괜찮은 스피커도 탑재되어 있고, 소음도 없는 수준인 데다 일반 사무 작업을 할 때는 무리 없어 사무용 또는 집에서 근무용으로 사용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휴대용 전자기기를 사용하거나 잦은 이동을 하지 않는 소비자에겐 어필하기 어려운 제품일 순 있지만, 확실히 특정 수요층을 겨냥한 제품이라 느낄 만큼 엔비 무브의 색깔과 특징은 강렬히 느껴졌다.
엔비 무브는 올인원 PC긴 하나 휴대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들고 다니기 편한 구조가 꽤 마음에 들었다. 우선 손잡이 부분은 타원형이라 손에 쥐었을 때 그립감이 좋아 미끄러지는 느낌이 적었고, 본체와 손잡이를 잇는 가죽끈은 튼튼해 장시간 들고 있어도 내구성에 문제가 없었다. 무엇보다 얇은 두께 덕에 들고 다닐 때의 부담을 덜어줬고, 바닥에 놓을 때 숨겨져 있던 스탠드가 나오는 디테일도 상당히 괜찮았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단순 업무뿐만 아니라 피크닉을 자주 즐기는 등 야외 여가 생활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꽤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과 성능의 균형만 잘 잡는다면 마이너하지만 인기 있는 제품군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