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노트북은 대개 커다란 크기와 묵직한 무게를 기본으로 한다. 아무래도 게임을 하기 위해선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함은 물론, 키보드 오입력이나 고사양 프로세서의 발열 제어 등을 고려하면 크기와 무게는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요 몇 년 사이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를 이루면서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되 무게는 가볍고 두께는 얇아지는 슬림 모델들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게이밍 제품이라는 기반과 더불어, 포기할 수 없는 크기의 제약으로 인해 2kg 안팎이라는 무게의 벽을 깨는 제품은 쉽사리 보기 힘들었다. 어차피 가벼운 제품을 선호하는 유저는 대부분 사무용으로 사용할 테고, 가벼운 노트북에 게이밍을 조합하려 했다 괜히 애매한 성능으로 인해 외면을 받을 위험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ASUS의 신제품 중 14인치의 작고 가벼운 게이밍 노트북이 출시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이 위험에 도전하는 브랜드가 있을까 싶었는데, 이게 정말 나올 줄은 예상도 못 했다. 물론 게이밍 노트북이라고 해도, 가벼움에 대한 니즈가 없진 않을 것이다. 애초에 노트북 자체가 휴대용 PC를 갈망한 소비자를 위한 제품군이니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좋으니 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테스트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과연 게이밍 노트북과 경량화의 조합은 어떤 맛일지 궁금함을 곱씹으며, 앙증맞은 박스 속 더욱 앙증맞은 크기의 노트북을 꺼내보았다.


ASUS TUF Gaming A14 FA401
디스플레이: 14인치, WQXGA (2560X1600), IPS 패널, 165Hz, 400니트
GPU: NVIDIA GeForce RTX 4060
CPU: AMD Ryzen 7 8845HS
저장장치: 512GB M.2 SSD
메모리: 16GB DDR5 7500 x2 온보드
배터리: 73Wh
크기 및 무게: 31.1 x 22.7 x 1.69~1.99cm, 1.46g
I/O 포트: USB-A x2, USB-C x2 (PD/DP 지원), 3.5 Audio Jack, HDMI 2.1, MicroSD 슬롯
정식 가격: 1,799,000원

외형 및 디스플레이


▲ 정면은 이런 느낌. 맨날 큼직한 제품만 봐서 그런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다

▲ 뒤를 보면 이런 느낌. 우측 위 깔끔한 TUF 로고만 보인다

▲ 왼쪽엔 충전 포트와 HDMI 2.1, USB-C / A타입, 오디오 잭 포트가 하나씩 있다

▲ 오른쪽은 microSD, USB-C / A타입 포트가 하나씩 있다

▲ 뒤는 환풍구만 있을 뿐, 별다른 포트는 없다. 기존 TUF 시리즈도 이런 구조였던 걸로 기억한다

▲ 하판 통풍구는 넓은 편. 중간에 삼각 받침대는 원래 플라스틱 재질인데 A14는 고무 재질로 되어있다

▲ 전원을 켜면 이런 느낌

▲ 내부를 보니 기존 TUF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방향키가 큼직한 게 마음에 든다

▲ 키보드는 흰 색상의 백라이트가 적용되었으며, 투명 키캡은 적용되지 않았다

▲ 터치 패드 밑모서리는 모니터를 펼치기 쉽도록 대각선으로 깎였다.

▲ 우선 전원 버튼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주고 싶다

▲ 그 외 볼륨 조절, 아머리 크레이트 같은 핫키도 똑같이 구현되어 있다. 크기만 작을 뿐 TUF가 맞다

▲ 모니터 베젤도 동일하다. 상단이 조금 넓고 하단은 널널한 수준

▲ FHD 해상도의 웹캠도 탑재되어 있는데, 일반 TUF 시리즈와 달리 위로 튀어나와 있지 않다

▲ 요즘은 게이밍 노트북도 180도 펼칠 수 있게 나오는 게 참 마음에 든다

▲ 2.5K 해상도, 400nits, 100% sRGB 디스플레이 덕에 생생하고 화사한 색감이 매력적이다

▲ 참고로 주사율은 최대 165Hz다

▲ 옆에서 봐도 꽤 좋다

▲ 이 정도면 정말 게이밍뿐만 아니라 사무용도 괜찮은 걸

▲ 실측 무게는 1.5kg이 조금 안 된다. 진짜 노트북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무게다

▲ 기본 구성품인 충전 케이블과 어댑터

▲ 실측 기준 0.572kg. 노트북까지 합해도 2kg을 아주 약간 넘는다. 출장이나 미팅 때 들고 가도 괜찮겠는데?

제품 상자 자체가 약간 작다 싶었는데, 내용물을 열어보니 훨씬 깜찍한 크기의 노트북이 반겨줬다. 본디 ASUS의 TUF 시리즈란 게이밍 제품군 중에서 가성비와 밀스펙 인증이 특징인 보급형 모델이다. 그렇다 보니 조금 둔탁하면서도 묵직한 멋이 강조되었는데, 이번 제품은 그 든든한 멋은 벗어두고 사무용 제품 느낌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그래도 TUF라는 이름 답게 전체적으론 기존 TUF의 분위기가 담겨있다.

그런데 TUF 시리즈 노트북 중에 이렇게 작은 크기의 모델은 처음 출시한 것으로 기억한다. 여태 나온 제품 중 가장 작았던 크기가 15인치형 모델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 제품은 게이밍뿐만 아니라 사무용으로도 중점을 뒀는지 휴대하기 좋은 무게와 크기가 눈에 띈다.

크기가 작으니 자연스레 내부에 대한 걱정이 떠 올랐다. 우선 키보드 자체가 너무 오밀조밀해져서 오타가 나기 쉽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좁은 내부에서도 전원 버튼은 따로 상단에 배치해 잘못 누를 위험을 배제했다는 것, 그리고 TUF의 전체적인 모습은 유지하면서 사무용에도 맞게 깔끔해진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웹캠의 위치 변경이다. 원래 TUF 시리즈는 웹캠이 디스플레이 약간 위에 살짝 튀어나온 듯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웹캠이 튀어나오지 않고 디스플레이 상단 패널에 자리 잡고 있는데, 덕분에 깔끔한 직사각형의 외형을 가지고 있어 깔끔하면서도 사무용 같은 디자인이 돋보인다.


벤치마크


▲ 시네벤치 R23 기준 멀티 코어 17,360점

▲ 싱글 코어 1,785점을 기록했다

▲ 3DMARK 파스 기준 24,590점

▲ 파스 익스트림 기준 12,032점으로 유일하게 평균보다 약간 낮게 나왔다

▲ 타스는 10,572점으로 평균과 베스트 점수 사이를 기록했다

▲ 타스 익스트림은 4,919점이다

▲ 최대한 높은 설정으로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벤치마크를 돌린 결과, 상당한 결과가 나왔다

시네벤치 R23과 3DMARK의 파스, 타스를 순서대로 돌려보았다. 해당 프로세서는 타 리뷰 제품을 통해서도 여러 번 테스트를 진행했으니 어느 정도의 점수가 나올 진 짐작할 순 있었지만, TUF A14 모델은 워낙 얇다 보니 과연 쿨링이 제대로 될지가 의문이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평균을 넘는 훌륭한 점수를 기록했다. 팬 소음도 조용하길래 테스트 도중 스로틀링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이 정도로 점수가 잘 나온다면 고사양 게임을 장시간 돌리더라도 오랫동안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어 몇 가지 게임으로 테스트해 보았다.

게임 플레이


▲ 가볍게 예열할 겸 정출 후 좋은 평가를 받는 오구와 비밀의 숲을 해봤다



▲ 사양이 낮은 게임이라 그런지, 최대 주사율인 165프레임을 유지했다


▲ 이번엔 명조 워더링 웨이브를 해보았다

▲ 일반 필드를 돌아다닐 시, 이따금 프레임이 하락하지만 대부분 60프레임을 유지했다

▲ 궁 연출 시에도 60프레임 유지

▲ 전투 중 화려한 효과가 여럿 발생해도 60프레임을 유지했다


▲ AAA급 게임 테스트도 해봐야지.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최고 설정으로 실행했다

▲ 로딩 직후는 프레임이 살짝 불안정한가 싶었는데

▲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80프레임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 여러 명의 적이 달려들어도 80프레임을 여유롭게 방어했다


▲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퍼스트 디센던트 테스트만 남았다. 양심상 그래픽 품질은 높음으로 했다

▲ 유저가 많은 마을에서는 대략 80~90대의 프레임이 나왔다

▲ 예상외로 메아리 늪지도 프레임 방어를 잘해 놀랐다

▲ 적이 많이 리스폰 되는 미션을 해도 이따금 50 후반으로 떨어질 뿐, 60 이상을 잘 유지했다


마치며


게이밍과 가벼움, 마치 물과 기름의 조합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외의 완성도에 깜짝 놀랐다. 물론 여느 사무용 노트북에 비하면 살짝 무거운 편이나 2kg 남짓한 게이밍 노트북에 비하면 확실히 매우 가벼워 휴대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듦과 동시에, 강력한 성능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중간한 사무용 / 게이밍 노트북보다 훨씬 구매할 가치가 있는 제품임을 느꼈다.

특히 게이밍 뿐만 아니라, 사무용으로 사용하기에도 손색없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게이밍 노트북이란 무게도 무게지만 엄청난 팬 소음이 큰 걸림돌 중 하나였는데, ASUS TUF A14는 팬 소음도 잘 잡았다. 팬 소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고 속도로 돌아갈 때조차 일반 게이밍 노트북의 절반 정도의 팬 소음 정도였으며 일반적으로 사용할 땐 사무용 노트북 수준의 저소음만 발생했다. 아무래도 0.1mm밖에 되지 않는 얇은 팬 두께와 ASUS의 노하우가 크게 작용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TUF라는 시리즈의 본질은 잊지 않았다는 걸 과시하듯 여전히 MIL-STD-810H(밀스펙) 테스트를 인증받았다. ASUS에서 정말 칼을 갈고 제작한 제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제품이다. 만약 올라운더 노트북을 고려하고 있다면 ASUS TUF Gaming A14를 꼭 고민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