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디오 게임 전문 잡지 게임 인포머(Game Informer)가 현지 시각으로 2일 공식 폐간을 알렸다. 33년간 이어진 잡지 역사도 7월 발간된 367번째 이슈를 끝으로 끊기게 됐다. 근래 이어지는 게임 전문 매체의 합병, 폐쇄에 오래도록 이어진 게임 인포머의 폐간까지 이어지며 서구권 비디오 게임 저널리즘의 위험까지 언급되고 있다.
다음 화 70% 완성됐는데
과거 역사까지 찾을 수 없는 게임 인포머
게임 인포머는 2일 공식 SNS 채널을 통해 'The Final Level'이라는 문구를 남기며 폐간을 알렸다. 잡지 타이틀 이미지와 함께 공개된 성명은 '33년 동안 최신 뉴스, 리뷰, 인사이트를 전한 게임 인포머가 아쉽게 문을 닫았다'는 문장으로 시작됐다. 또한, '인쇄물이 멈추더라도, 우리가 함께 키워온 게임에 대한 열정은 살아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성명이 누구의 손에 의해 작성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게임 인포머의 한 소식통은 코타쿠를 통해 누군가 해당 성명을 작성한 것이 아니며 직원들에게 해고 소식을 전하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직원들은 뒤늦게 성명이 공개된 X(전 트위터)나 주변 소식을 통해 먼저 해고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고, 발표 초기 일각에서는 SNS를 하지 않는 직원들이 여전히 해고 소식을 모르고 있다는 내용도 나왔다.
게임 인포머의 매거진 콘텐츠 디렉터 카일 힐리어드는 뉴스 공개 이후 X를 통해 다음 호 작업이 이미 70%가량 완료된 상태였다며 멋진 표기가 실릴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직원이 해고되고 기타 과정 역시 자신의 손을 떠났다고 밝혔다.
1991년 처음 발간된 게임 인포머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비디오 게임 역사와 그 이면의 다양한 정보를 잡지로 실어 공개해왔다. 그들의 뉴스, 출판물이 일종의 게임 역사의 일부로 주요 비디오 게임 박물관에 과거 주요 출판 잡지가 전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모회사인 게임스탑은 공식 홈페이지 역시 SNS에 공개된 이미지와 성명문 단일 페이지로 변경했다. 과거의 기사를 찾아볼 수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묻는 SNS 글에 카일 힐리어드는 해고와 함께 자신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과거 게임 인포머 편집자 겸 프로듀서 벤 헨슨이 출범한 MinnMax는 디스코드를 통해 게임 인포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게임스탑 손에서 끝나다
시대의 변화, 그리고 종말에 대한 애도
게임 인포머의 성장은 높아진 세간의 비디오 게임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1991년 첫 출판 당시 격월 잡지로 출판됐던 게임 인포머는 출간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월간 출판물로 변경됐다. 2000년에는 게임 인포머를 판매하던 소매점 펀코랜드를 게임스탑이 인수하며 게임 인포머도 자연스럽게 게임스탑 산하로 들어가게 됐다.
이후 게임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높은 여성 중 한 명으로도 꼽혔던 프로덕트 매니저 캐시 프레스턴은 게임스탑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게임 인포머를 묶으며 실물 잡지로서의 영향력을 끌어 올렸다. 특히 2010년에는 500만 부를 팔았고 2011년에는 800만 부 이상 팔리며 미국에서 3번째로 많이 팔리는 잡지로 등극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타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플레이보이보다 높은 순위였다.
당시에도 비디오 게임 시장의 정보 소비층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시기인 만큼 전체 잡지의 발행물 양은 줄었다. 하지만 게임 인포머는 위와 같은 성장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게임스탑의 구독 시스템 연동을 통한 시장 지배적인 저널리즘 영향력, 그리고 까다로운 게임 커뮤니티의 입맛을 채워주는 수준 높은 콘텐츠 구성과 게임사와의 친밀한 관계가 이유로 꼽혔다. 이를 통해 게임사에서 제공하는 독점 정보나 콘텐츠 제공도 있었다.
하지만 게임스탑은 일찌감치 게임 인포머의 변화 아닌 변화를 시도했다. 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과 시장 분위기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게임스탑 재무 상태 악화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120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여기에는 장기 근속한 핵심 편집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게임스탑은 당시에도 휴가 기간을 틈타 해고를 진행해 당사자들이 해고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려 비판을 사기도 했다. 이후로도 초기부터 함께한 편집장 앤디 맥나마라 등 주요 인사들이 정리 해고의 영향으로 회사를 떠났다.
자랑하던 콘텐츠 품질의 저하가 우려됐지만, 2021년 이후로도 해고 러시는 계속됐다. 그러면서도 게임스탑은 새로운 매체 스타일 적응을 위한 변화를 요구했다. 또 최근 멤버십 프로그램에서 별도의 게임 인포머 관련 구독제를 분리하며 실물 잡지 영향을 축소시키기도 했다.
게임스탑 CEO가 된 라이언 코헨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라이언 코헨은 애플 투자에 이어 게임스탑 투자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특히 그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주가 변동서이 큰 밈 주식을 이끌고 베드 배스 앤 비욘드 관련 시세 조작, 내부 거래 혐의 등으로 법적 분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MinnMax를 설립한 게임 인포머 출신 벤 헨슨은 작성자를 알 수 없는 게임 인포머의 성명이 공허하고 허위의 메시지를 내뱉고 있다며 AI가 썼다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게임스탑과 라이언 코헨에 대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비디오 게임 매체가 살아남는 법
합병과 폐간, 그 사이
게임 인포머 이전 비디오 게임 전문 매체에 대한 가장 거대한 소식은 지난 5월 발표된 게이머 네트워크 인수일 것이다. 게이머 네트워크는 유로게이머, 락 페이퍼 샷건, 게임즈인더스트리, VG247 등 해외 전문 게임 매체 다수를 보유한 비디오 게임 브랜드다. 게이머 네트워크를 인수한 Ziff Davis는 2013년 IGN 엔터테인먼트를 인수, 이미 비디오 게임 매체의 영향력을 가진 곳이다.
GAMURS 그룹 역시 떠오르는 거대 게임 미디어 그룹 중 하나다. 일찌감치 e스포츠 전문 매체인 e스포츠네이션, 정보 사이트 프로 게임 가이즈를 인수한 GAMURS는 2022년에는 프리마 게임즈를 시작으로 트윈피니트를 인수했고 엔수지애스트 게이밍의 디스트럭토이드, PC 인베이젼, 이스케이피스트 매거진의 운영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러한 거대 게임 미디어의 합병에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IGN 엔터테인먼트는 게이머 네트워크 인수와 함께 산하 매체인 유로게이머, 락 페이퍼 샷건, 게임즈인더스트리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정리 해고를 단행했다. GAMURS 역시 7월 디스트럭토이드, PC 인베이젼, 닷 e스포츠의 일자리 일부를 정리했다. Ziff Davis는 과거에도 보유한 브랜드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인수한 게임스파이, 1UP 등의 사이트 운영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의 핵심 자원과 트래픽을 내어주는 합병을 선택할 수 없는 소규모 매체들의 폐쇄도 이어졌다. 포브스는 2일 게임 인포머 소식을 전하며 자신들과 같은 게임 섹션이 남아있는 주류 매체가 아니라면 운이 좋게 유료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위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근래 꾸준히 이어지는 합병과 폐간에 북미, 유럽 비디오 게임 매체의 위기를 언급한다. 전통적인 인쇄 기반 매체와 독립 웹진의 독자 감소와 그에 따른 수익 감소, 운영 비용의 상승에 따른 규모의 축소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유료 뉴스레터로 수익을 내는 전통적인 서구권 게임 매체에 치명적인 타격이 이어진다는 개념이다.
팬데믹 이후 확장된 시장과 비용 상승을 이유로 단행되는 게임사의 정리해고 영향이 게임 매체에도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리해고, 크런치 등에 따른 과도한 업무, 학대와 성차별 등의 사내 부조리 등이 근래 수없이 불거진 문제들로 서구권 게임 시장에서 비디오 게임 노조에 관한 관심이 커졌듯 게임 매체 역시 이러한 노조 설립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대형 매체로의 인수합병이 계속되고 목소리를 내는 중소형 매체의 수가 줄면 동시에 사안을 보는 다양한 시각과 분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장 미래는 단언할 수 없지만, 시대의 변화에 수많은 북미 비디오 게임 개발자들이 어린 시절부터 즐겨 본 게임 전문 잡지라며 애도를 표한 게임 인포머의 종말. 그것이 현실이 됐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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