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노트북을 오랫동안 써왔지만, 여느 제품들과 다르게 쉽게 추천하기 어려운 기기 중 하나이며 IT 제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제품군이기도 하다. 흔히 게이밍이라 하면 일부분을 포기하더라도 극강의 성능을 출력하는 그런 제품이다. 그런데 노트북은 제한된 전력량과 더불어 휴대를 위한 경량화라는 특징으로 인해 게이밍과는 사뭇 기름과 물 같은 제품이다.

물론 요즘 모바일 칩셋 자체가 상당히 좋아지기도 했고, 여러 기술을 접목해 배터리 효율을 높였다곤 하나 여전히 물리적인 무게와 랩탑 / 모바일 칩셋의 성능 차이는 확실히 좁히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러한 단점으로 인해 게이밍 노트북은 사뭇 남들에게 추천하긴 어려우나, 다행인지 주변엔 게이밍 노트북을 하나쯤은 구비해두는 진짜 덕후들만 있어 서로 무슨 제품이 좋은지 얘기를 나누곤 한다.

특히 데스크탑 대신 게이밍 노트북만 7년 넘게 사용한 입장에선 이만한 효자도 없다. 전 직장은 일정 주기마다 전국 타지를 순회하며 근무해야 했기에 들고 다니기에 적합했고, 또 모니터와 본체, 키보드 등 복잡하게 여럿 놓을 필요 없이 노트북과 마우스 하나면 되니 공간 절약도 탁월했다. 물론 고사양 게임을 풀옵션으로 돌릴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옵션 타협만 한다면 충분히 돌릴 수 있고 겸사겸사 여러 작업 프로그램도 무리 없이 구동할 수 있다.

그래서 게이밍 노트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다른 사람에겐 함부로 추천하긴 어려운 제품이라 한 것이다. 게이밍 노트북의 큰 걸림돌은 그럼 뭘까. 개인적으로는 무게라고 생각한다. 가격과 성능, 발열 등이 있긴 하지만 노트북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의의를 생각해 보면 '휴대하며 들고 다닐 수 있는 PC'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들고 다니기 무리 없으면서 여러 작업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웬만한 게이밍 노트북은 2kg을 훌쩍 넘기기 때문에 이게 큰 부담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는 두께다. 게이밍 노트북은 최대한 발열을 잡으면서 쓰로틀링을 억제하기 위해 거대한 히트파이프를 넣어 무게와 두께가 저절로 커져 버려 일부 플래그십 모델은 이를 포기하고 성능을 올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슬림한 제품 중에는 플래그십 제품을 보기 어려울까? 그건 아니다. 최근에는 나노 공정이 정밀화되어 탑재되는 부품들 크기가 전체적으로 작아지기도 했지만, 쿨링 시스템 및 내부 구조 노하우가 쌓이면서 점점 노트북의 두께가 얇아지고 있다. 플래그십 모델은 옛날에만 써봤고, 최근에는 보급형 모델만 사용했기에 이 '얇아진' 게이밍 노트북에 대해선 잘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괜찮은 제품이 눈에 띄어 리뷰를 요청했다. 출시한 지는 조금 기간이 지났지만 이런 문제점을 시원하게 타파해 줄 제품 중 하나라 생각해서다. 이번에 리뷰할 제품은 HP의 OMEN Slim 16이다.



HP OMEN Slim 16
디스플레이: 16인치, WQXGA (2560X1600), OLED 패널, 240Hz, SDR 400니트(HDR 500니트)
GPU: NVIDIA GeForce RTX 4070
CPU: Intel Core i9-14900HX
저장장치: 1TB M.2 SSD
메모리: 16GB DDR5 5600 x2
배터리: 97Wh
크기 및 무게: 35.65 x 26.9 x 1.99cm, 2.09kg
I/O 포트: USB-A x2, USB-C x2 (PD 지원), 3.5 Audio Jack, HDMI 2.1, 이더넷
가격: 3,678,000원

외형 및 디스플레이


▲ 윗면 모습. 중앙에 OMEN 로고만 적혀 있는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

▲ 밑면은 절반이 흡입구로 구성되어 있다. 배터리가 있는 부분만 막혀있다

▲ 왼쪽은 USB-C타입 포트 2개와 오디오 잭이 있다. 물론 PD 충전을 할 수 있다

▲ 오른쪽은 USB-A타입 포트 1개가 있다

▲ 뒤쪽은 USB-A타입, HDMI 2.1, 이더넷, AC 포트가 하나씩 있다

▲ 펼쳤을 때의 모습

▲ 240Hz 주사율을 강조하는 스티커

▲ 키보드는 이런 모습. 텐키가 없는 대신 간격이 넓다

▲ RGB는 총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좌측, 중간, 우측, WASD 버튼으로 구분되어 있다

▲ 오멘 라이트 스튜디오를 통해 커스텀할 수 있다

▲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전원 버튼 위치. 어째서 백스페이스 바로 위에 있는 걸까

▲ 디스플레이가 큰 건 좋은데, 하단 베젤이 너무 두껍다

▲ 상단 중앙에 있는 웹캠. FHD 화질을 지원한다. 물리 셔터가 없을 줄 알았는데

▲ 요렇게 돌기가 있는 버튼을 왼쪽으로 밀면

▲ 물리 셔터가 카메라를 가려 보안도 문제없다

▲ 2560 x 1600 해상도에 240Hz 주사율, 최대 500니트를 자랑하는 OLED 패널

▲ 확실히 보는 맛이 뛰어나다. 단순 업무뿐만 아니라 영상 시청할 때도 좋다

▲ 옆에서 봐도 쨍한 색감이 잘 보인다

▲ 한 가지 아쉽다면 빛 반사가 심해서 사용자 모습조차 잘 비친다

▲ 구성품인 충전기와 전원선

▲ 두 개의 무게는 781g. 노트북까지 합하면 거의 3kg에 가깝다. 고사양 게이밍 노트북 치곤 납득할 정도


벤치마크


▲ 3DMARK 파이어 스트라이크 기준 26,979점

▲ 파이어 스트라이크 익스트림은 14,659점

▲ 타임 스파이 13,316점

▲ 타임 스파이 익스트림은 6,217점을 기록했다. 대부분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

▲ 시네벤치 R23 멀티 코어 점수는 19,083점

▲ 멀티 코어 점수는 2,151점이다

▲ 모든 옵션을 최상으로 한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벤치 점수


게임 테스트


▲ 고스트 오브 쓰시마. 모든 설정은 최고로 했다

▲ 일반 필드에선 상당히 높게 나온다

▲ 빠르게 이동 시에도 문제없는 모습

▲ 전투가 발생해도 높은 프레임을 유지했다

▲ 가끔 부하가 걸리는 듯 프레임이 떨어질 때도 있으나, 그래도 60프레임 이상을 유지했다

▲ 다음은 언리얼 엔진 5.2로 유명한 퍼스트 디센던트. 레이 트레이싱은 끄고 나머지는 최고로 설정

▲ 메인 화면 정도는 우습다

▲ 마을에서도 100에 가까운 프레임이 나온다

▲ 프레임이 가장 안 나오기로 유명한 메아리 늪지. 간헐적으로 끊기지만 60프레임 이상을 유지했다

▲ 적이 다수 출몰하는 미션을 해도 60프레임 이상은 유지하는 모습

▲ 요즘 뜨거운 게임, 원스 휴먼도 참을 수 없다. 모든 설정은 최고로 했다

▲ 역시 캐릭터 생성 창 정도는 거뜬하다

▲ 튜토리얼 보스 상대 장면. 퍼스트 디센던트보다 안정적이다

▲ 필드에서 비행 중인 모습. 아직 60프레임 이상 유지하고 있다

▲ 필드에서 몬스터와 전투 중. 이 정도면 고사양 게임도 문제없는데?


마치며


16인치다 보니 확실히 기본적인 무게가 있지만, 그래도 2kg를 조금 넘는 무게는 상당히 좋다. 어차피 게이밍 노트북은 대부분 2kg를 넘어가는 데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OMEN Slim 16은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준다. 게다가 16인치 모델임을 잊어선 안 된다. 무겁긴 해도 사용할 때 커다란 화면을 펼치면 그 몰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두께도 꼽을 수 있다. 2cm에 살짝 못 미치는 두께는 어느 가방에도 원활하게 넣을 수 있으며, 사용 시에도 높은 두께로 인해 손목이 불편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단순 무게와 두께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에 대한 만족감도 상당히 컸다. 16인치라는 커다란 화면과 더불어, 2560 x 1600 OLED는 화려한 색감을 여실히 표현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단 베젤이 너무 두꺼워 거슬린다는 점, 안티 글레어가 적용되지 않아 빛 반사가 심하다는 점이다.

이런 몇 가지 아쉬운 점만 제외한다면 웬만한 데스크탑 수준의 성능, 만족스러운 사용감, 노트북이라는 특성을 놓치지 않은 무게와 두께, 화려한 디스플레이는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다.

종합하자면 게임을 할 때는 웬만한 데스크탑만큼 쾌적한 성능을 보여줬으며, 여러 업무 작업도 원활하게 구동했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무게와 두께는 확실히 매력적인 요소였다. HP OMEN Slin 16은 충분히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성능을 보여줌과 동시에, 16인치라는 쾌적함과 2kg 남짓한 무게와 2cm를 넘지 않는 슬림함으로 노트북이라는 특징도 놓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인 제품이다. 이 제품이라면 게이밍 노트북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충분히 씻겨낼 수 있는 제품이라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