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하여 실제로 사용 중인 바하마 연방이 CBDC의 유통량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하마 중앙은행은 지난 2020년 10월, 세계 최초로 CBDC인 샌드 달러(Sand Dollar)를 발행한 바 있다. 샌드 달러의 출시 당시 바하마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가 금융 포용성을 증진시키고, 서비스 제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금융 서비스의 거래 효율성까지 개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샌드 달러가 출시되고 약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바하마 중앙은행이 기대했던 수준의 호응은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샌드 달러의 유통량은 2024년 2월까지 전체 현금 유통량의 0.5%에 불과한 210만 달러에 그쳤고, 바하마 중앙은행의 존 롤(John Rolle) 총재는 샌드 달러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존 롤 총재는 바하마의 모든 시중은행이 새로운 전략에 참여하게 될 것이며, 각 은행은 고객들이 CBDC인 샌드 달러에 더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앙은행이 나서 시중은행에 CBDC를 배포하는 것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찬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일부는 대출 기관과 중앙은행 간 예금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EU의 경우, 이탈리아와 독일을 포함한 기타 주요국의 은행협회가 CBDC 출시 및 배포 시 은행의 이익을 보호해 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ECB는 보유 한도 부여 및 무이자 혜택으로 인해 주민들이 디지털화폐를 보유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라며 은행권의 우려를 일축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오는 11월에 최대 10만 명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CBDC 실거래 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CBDC를 도입한 바하마에서 여러 시행착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예상되는 여러 문제를 사전에 대비하여 부작용을 줄이고, CBDC 도입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