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유의 전략 RPG '드래곤 크로니클: 블랙 티어스(이하 블랙 티어스)'가 지난 15일, 얼리액세스를 끝마치고 마침내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됐다. '블랙 티어스'는 앤유의 전작인 모바일 카드 게임 '드래곤 크로니클'의 IP를 새롭게 재해석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20명의 영웅으로 덱을 구성하고 72종의 유물과 180종의 다양한 각인석을 자유롭게 조합해 영웅들을 육성하는 한편, 세계를 오염시키는 검은 눈물의 위협에 맞서야 한다.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게임임에도 스팀에서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23일을 기준으로 76%가 게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이라는걸 어느 정도 고려해야겠지만, 앤유의 스팀 첫 작품으로는 여러모로 나쁘지 않은 성과다.
다만, 가격대를 고려하면 할만한 게임이라는 것과 객관적으로 할만한 게임이라는 건 다른 얘기다. 과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어떨까. 이제부터 그 얘기를 해볼까 한다.
게임명: 드래곤 크로니클: 블랙 티어스
장르명: 전략 RPG
출시일: 2024. 7. 15.
리뷰판: 출시 빌드개발사: 앤유
서비스: 앤유
플랫폼: PC
플레이: PC
무늬만 전략은 가라
영웅, 유물, 각인이 만드는 방대한 덱빌딩
얼핏 카드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블랙 티어스'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는 여러모로 달랐다. 그보다는 '다키스트 던전'으로 대표되는 전략 RPG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스트레스에 해당하는 오염도 시스템부터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지 선택해야 하는 점, 그리고 시너지를 고려해 파티를 짜는 덱빌딩 시스템과 전투 시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는 점에 이르기까지 여러모로 비슷한 결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다키스트 던전'처럼 터무니없이 어려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그런 게임이라는 건 아니다. 밈으로도 유명한 것처럼 '다키스트 던전'은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른 선택의 중요성과 전략을 강조함에도 그 못지않게 플레이 전반에 걸쳐서 운에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치명타 확률 등의 확률 요소 역시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인 건 분명하지만, '다키스트 던전'의 경우 그게 심해도 너무 심했다는 게 문제였다.
한 번의 실수로 판이 뒤집히는 건 그래도 잘못된 선택이니 납득할 수 있지만, 운이 없으면 딱히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음에도 적의 공격이 치명타로 작렬해 그대로 판이 터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조차도 '다키스트 던전'과 같은 하드코어 전략 RPG가 추구하는 하나의 재미, 방향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략 RPG임에도 운이 승부를 좌우하는 그런 것들을 모든 플레이어가 마냥 좋게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실제로 이 때문에 게임을 접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니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반면, '블랙 티어스'는 운이 좌우하는 이런 부분을 대폭 줄였다. 치명타, 반격, 회피 등 확률 요소가 존재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RPG라면 으레 있을 법한 정도에 그친다. 운이 관여하는 부분이 적은 만큼, 어떤 면에서는 다른 게임보다 더욱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시쳇말로 '운빨'에 의존하는 게 아닌 플레이어가 짜놓은 전략대로 게임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블랙 티어스'가 추구하는 전략은 영웅들로 파티를 구성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20명의 영웅으로 구성할 수 있는 파티 조합은 제법 다양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조합했다간 소위 망파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파티를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연계'라고 하는 영웅들의 시너지다. 플레이어는 '연계'를 기반으로 영웅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파티를 짜고 이를 전략적으로 써야 한다.
대표적인 조합으로는 파멸의 문장을 부여하는 영웅과 문장 중첩에 따라 폭딜을 넣을 수 있는 영웅의 조합을 들 수 있다. 파멸의 문장은 장황한 명칭과는 별개로 그 자체로는 어떠한 대미지도 주지 못한다. 하지만 베르딘이나 헬카이트가 파티에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장이 중첩될수록 대미지가 증폭하기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정비례해서 폭딜을 넣는 게 가능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출혈 디버프를 부여하는 영웅과 적이 출혈 상태일 때 대미지가 증가하는 영웅과의 조합부터 가드 스킬을 쓸 경우 적을 도발하고 대미지를 입을 때 반격하는 탱커 영웅과 보호막을 부여하고 오염도 및 체력을 치료해 주는 힐러 조합을 통해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파티 조합이 전략의 시작이라면 액티브 턴 방식은 전략을 꽃피우는 기반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저 순서대로 턴이 돌아가는 일반적인 턴 방식이 아닌 시간을 기반으로 한 액티브 턴 방식을 차용함으로써 '블랙 티어스'는 속도감과 전략성을 손에 넣었다. 행동력을 기반으로 하기에 모든 캐릭터의 턴은 저마다 다르다. 이는 적도 마찬가지다. 속도 스탯이 빠른 캐릭터가 2초마다 턴을 갖는다면 속도가 느린 탱커나 마법사 타입의 캐릭터는 3초마다 턴을 갖는 식이다.
시간을 기반으로 한 게 뭐가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이걸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킬을 써서 시간을 단축시키거나 반대로 적에게 디버프를 걸어서 턴이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늘리는 건 물론이고 기절 등의 상태이상 스킬로 아예 몇 초 동안 멈추는 것도 가능하다. 전략의 폭이 더욱 넓어진 셈이다.
버프, 디버프 스킬을 쓸 때 한 번 더 생각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일반적인 턴 방식이라면 3턴 동안 버프, 디버프를 건다든가 하는 식이겠지만, 액티브 턴 방식인 '블랙 티어스'에서는 그 기준이 시간이다. 몇 초 동안 버프, 디버프가 유지되는 방식이기에 스킬을 쓸 때도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엘리트 몬스터나 보스가 차지 공격을 한다고 할 때 약체화 스킬을 써서 적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데 이때 디버프가 2초만 유지된다고 해보자. 그런데 보스의 차지가 끝날 때까지 3초 정도 남은 상황이라면 디버프를 걸어도 무의미하다. 2초 동안만 약해지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오염도는 '다키스트 던전' 등의 게임에서 흔히 쓰이는 피로도로 이해하면 된다. 적에게 공격을 당하거나,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함정을 건드리거나, 혹은 선택지의 결과로 오염도가 축적되고 일정 수치 이상일 경우 동료들에게 오염도를 전염시켜 파티의 오염도가 급격히 늘게 된다. 그리고 오염도가 100%가 될 경우 그 즉시 사망하기에 플레이어는 오염도를 관리하는 한편, 다양한 영웅을 조합해서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오염도는 전투 중 캐릭터의 스킬로 회복하거나 유물의 효과로 낮추거나 마을의 여관에서 쉬게 해서 제거할 수 있다. 의도적으로 다양한 영웅을 조합해서 쓰도록 유도하는 모습이다.
유물과 각성석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장착 시 파티 전체에 다양한 패시브 효과를 부여하는 유물과 영웅에게 장착해 새로운 스킬을 쓸 수 있게 하거나 능력치를 강화하는 각성석을 통해 파티 조합을 한층 날카롭게 벼려낼 수 있다.
마법 역시 주목할 만하다. 별도의 마나와 글로벌 쿨타임을 기반으로 하는 마법은 전략적인 요소를 더해지는 요소로서 플레이어가 좀 더 능동적으로 개입하도록 보조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마법은 그 자체로는 딱히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지 않지만, 일종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소로써 쓰인다.
적의 체력이 50% 이하일 때 대미지가 증가하는 스킬을 지닌 영웅의 턴일 때 적의 체력이 50~60% 정도라면 공격 마법으로 체력을 깎거나 앞서 언급한 파멸의 문장으로 적을 공격하기 직전이라면 적의 방어력을 감소시키는 스킬을 쓰거나 반대로 아군의 공격력을 강화하는 마법을 쓰는 식이다.
완성도 높은 스토리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었을까?
사실상 장식에 가까운 스토리와 콘텐츠
이런 '블랙 티어스'의 전투 시스템은 많은 부분을 기대케 했다. 원래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지 않던가. 매력적인 캐릭터 일러스트, 준수한 전투 시스템을 갖췄으니, 그에 못지않은 스토리, 콘텐츠는 당연히 갖췄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먼저 게임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의 경우 솔직히 여러모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고유명사를 남발한다든가 스토리가 엉성하다는 그런 수준의 얘기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블랙 티어스'의 스토리는 아예 없는 수준에 가까웠다. 프롤로그에서 검은 눈물의 위협을 막기 위해 영웅들이 여정을 떠났다는 배경 정보가 주어지고 그걸로 끝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게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마저도 그저 대화 몇 마디가 전부다. 전투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라지만,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이다.
원정을 떠나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선택의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건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예상외의 기쁨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블랙 티어스'는 그런 부분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다 보니 오히려 예상외의 기쁨조차도 없앤 모습이다. 어디에 어떤 자원이, 적이 있을지 다 알 수 있을뿐더러 굳이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도 여럿 있어서 되려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으레 있어야 할 일말의 긴장감도 느끼기 어려웠다. 플레이어가 받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고 너무 신경 쓴 게 되레 독이 된 모습이다.
그나마 스테이지에서의 연출이라도 좋았다면 나았을지 모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배경 일러스트 한 장으로 때운 게 전부로 휑할뿐더러 덜 완성됐다는 인상만 남겨준다. 엄청나게 화려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다음 지역으로 넘어갈 때 지역을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1인칭 시점에서 걷는 듯한 연출이 들어가길 바라는 게 큰 욕심이었을까. 전투 시스템과 비교한다면 여러모로 완성도가 낮은 느낌이어서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절반의 성공
조금만 더 다듬고 보충했더라면 어땠을까
결론을 내리자면 다양한 조합, 전술을 고민해야 하는 전략 RPG가 취향인 게이머라면 '블랙 티어스'는 분명 나름의 재미를 안겨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게이머라고 해서 스토리 등에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블랙 티어스'의 스토리는 일차원적일뿐더러 단조롭기 그지없다. 제아무리 스토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게이머라고 하더라도 "이게 전부야?" 하고 되물을 정도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스토리는 어차피 거시서 거기니 그냥 전투만 재미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이머라면 나름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겠지만, 제법 준수한 스토리를 기대하는 게이머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연출 역시 마찬가지다. 전투에서의 연출은 나쁘지 않지만, 원정에서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방식은 여러모로 아쉽다. 단출할뿐더러 이렇다 할 긴장감을 느끼기 어렵기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손에 땀을 쥐는 그런 걸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아쉽다고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소위 말하는 망겜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전투만큼은 확실히 재미있다. 개발 역량을 전부 여기에만 쏟은 건 아닐까 싶었을 정도다. 비록 꽉 찬 육각형 같은 게임은 아닐지 몰라도 전투 하나만큼은 확실한 전략 RPG라는 점에서 레벨로 찍어 누르는 게 아닌 전략이 중심이 된 게임을 찾는 게이머에게 있어서 '블랙 티어스'는 나름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전투 하나만큼은 확실한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 액티브 턴 방식이 주는 속도감과 전략성
- 매력적인 일러스트, 화려한 스킬 연출
- 단조롭고 일차원적인 메인 스토리
- 메인 스토리 외에 거의 없는 수준의 콘텐츠
리뷰 플랫폼: PC (출시 빌드)
인벤 주요 뉴스
▶ [뉴스] 엔씨 신작, ‘저니 오브 모나크’ 사전예약 400만 달성 [0] | 박광석 (Robiin@inven.co.kr) | 10-30 |
▶ [뉴스] '프로스트펑크: 비욘드 더 아이스’ 글로벌 정식 출시 [0] | 박광석 (Robiin@inven.co.kr) | 10-30 |
▶ [뉴스] '지스타 2024'에서 만날 수 있는 넥슨 신작 5종 미리보.. [1] | 박광석, 이두현 (Robiin@inven.co.kr) | 10-30 |
▶ [뉴스] '격차' 벌린 넥슨, '빅앤리틀' 프로세스 본격 도전 [4] | 양영석,이두현 (desk@inven.co.kr) | 10-30 |
▶ [뉴스] 오버킬 최초 시연! 넥슨 신작 4종, 지스타서 시연 가능 [0] | 양영석,이두현 (desk@inven.co.kr) | 10-30 |
▶ [뉴스] SIE, '콘코드' 개발사 파이어워크 스튜디오 폐쇄 [3] | 윤서호 (Ruudi@inven.co.kr) | 10-30 |
▶ [동영상] WiiU라 못 했던 '제노블X', 스위치로 리마스터 [0] | 강승진 (Looa@inven.co.kr) | 10-29 |
▶ [프리뷰] 영화의 진정한 계승작,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1] | 윤홍만 (Nowl@inven.co.kr) | 10-29 |
▶ [뉴스] 확 바뀌는 2025 LCK…각 팀의 반응은? [4] | 김병호 (Haao@inven.co.kr) | 10-29 |
▶ [뉴스] 컵 대회 창설, 단일 시즌 변화 등...LCK, 2025년 완전.. [41] | 김병호 (Haao@inven.co.kr) | 10-29 |
▶ [뉴스] 큰 소리를 내면 끝, 공포 게임 '돈 스크림' 출시 [1] | 박광석 (Robiin@inven.co.kr) | 10-29 |
▶ [인터뷰] 크래프톤이 선보이는 탑다운 전술, '프로젝트 아크' [10] | 이두현 (Biit@inven.co.kr) | 10-29 |
▶ [리뷰]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걱정과 기대의 '이중 노출' [2] | 김규만 (Frann@inven.co.kr) | 10-29 |
▶ [동영상] '칼리스토 프로토콜' 세계관, 로그라이트는 다를까? [4] | 강승진 (Looa@inven.co.kr) | 10-29 |
▶ [뉴스] 국산 액션 RPG '더 렐릭' 지스타서 시연 빌드 공개 [6] | 박광석 (Robiin@inven.co.kr) | 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