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과 AI의 결합, 그리고 두 기술이 만들어낼 시너지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워낙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두 기술의 결합이 어떤 가치를 창조할 것인지에 대해 막연한 추측만 이어지던 중, 유럽블록체인협회(EBA)가 나름의 의견을 제시했다. 두 기술의 융합이 디지털 시대 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규 당면 문제들을 완화하고, 나아가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과 혁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EBA와 신뢰 블록체인 응용 국제 연합(INATBA)은 지난 7월 8일, 공동으로 AI와 블록체인의 융합 보고서를 발표했다. 두 기관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AI와 블록체인의 융합이 기술 산업의 중요 발전이라고 전제한 뒤, 파괴적인 잠재력을 갖춘 두 기술이 디지털 시대에 당면한 각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분석과 전망을 제시했다.

현시점에 AI와 블록체인의 융합이 주목받는 이유는 디지털화 촉진으로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오용, 위험 완화를 위한 복잡성 증대 등 시급히 해결할 필요가 있는 과제들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EBA는 이외에도 잘못된 정보와 가짜 뉴스의 확산이 가속되어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과 신뢰 확보가 어려워졌고, 이 과정에서 심각한 위협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는 두 가지 기술의 융합 진단에 앞서 양 기술의 독립적인 발전과 해당 기술들이 변화하고 있는 영역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뒤, 각각의 기술의 발전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먼저 AI는 이론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파장이 큰 머신러닝, 딥러닝 등 응용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생성형 AI'라는 기술 트렌드를 형성했고, 기존 작업을 자동화하고 단순화하는 등 많은 장점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동시에 AI 모델이 사용하는 데이터 소스의 신뢰성, 생성된 정보의 품질, 정보 액세스의 소유권 등의 문제가 함께 발생하기도 했다.

▲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작업의 단순화가 이뤄졌으나, 남아있는 과제도 많다

'블록체인'은 초기 암호화폐 애플리케이션을 넘어 다양한 산업에서 보안을 강화하고, 투명성 및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서 자리잡은 상황이다. 블록체인 기술 특유의 분산성, 불변성, 투명성, 보안성이 혁신적 기술로서 가치를 얻게 됐으나, 동시에 확장성 부족,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복잡성, 각국의 모호한 규제 등 해결되지 않은 다수의 과제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두 개의 기술을 융합하면 블록체인이 AI의 데이터 무결성과 신뢰를 보장하고, AI는 블록체인의 효율성과 보안 능력을 향상해주는 등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형태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현재 시점에서 두 기술의 융합은 데이터 분석 및 의사결정 부문 AI 역량을 블록체인의 분산화, 투명성, 보안 기능 등과 결합하여 기술적, 사회적 과제 해결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후 두 기술의 융합이 궤도에 오르면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통한 AI 시스템의 고도화, 분산화된 AI 모델 교육을 활용한 시너지 창출, 그리고 디파이와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산업 등에도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보고서를 발표한 EBA와 INATBA는 먼저 데이터 공유 부문의 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분산 네트워크 전반의 데이터 무결성 강화, 고급 동의 관리 시스템 구현, AI와 블록체인 통합을 위한 윤리적 프레임워크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AI와 블록체인 융합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글로벌 단위의 협력은 물론, 전 세계 기업들이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기술 발전에 충분히 공감하고 통합적 접근을 광범위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