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앙은행(ECB)이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인 '디지털 유로' 개발과 관련하여 첫 번째 진행 보고서를 발표하고, 디지털 유로가 발행될 경우를 대비한 오프라인 기능, 보유 한도, 구성 요소 공급업체 선정 절차 등을 공개했다. 여기서 유럽 중앙은행은 유럽연합(EU)의 12개국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로, 국내의 한국은행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EU 집행위원회와 ECB는 '디지털 유로 첫 번째 종합 보고서' 발표 이후 디지털 유로에 대한 검토를 본격화하고 있다. 디지털 유로는 데이터 보호에 초점을 맞춰 가명 처리, 해싱(hashing), 독립적 감사 보장으로 거래 추적성과 관련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본격적인 추진 일정에 따라 조사 단계, 준비 단계를 거쳤으며, 현재 실제 발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계속 검토 중인 상태다. 이 과정에서 ECB는 디지털 유로화를 통한 '진정한 프라이버시 구현' 방침을 제시했고, 새롭게 공개된 보고서에도 개인정보 보호 부문의 진행 상황이 상세히 포함됐다.

▲ ECB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 단계별 일정 계획

EU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데이터는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PbD)' 원칙에 따라 초기부터 핵심 보호 영역으로 간주하고, 이를 프로젝트의 모든 단계에서 우선시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유로는 오프라인 상점과 개인 간 결제에서 현금과 같은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오프라인 결제 시 개인 거래 정보는 오직 결제자와 수취인만 알 수 있게 된다. ECB는 디지털 유로 준비 단계에서 온라인 디지털 유로화 거래가 현 디지털 결제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제공하고, 사기 행위를 강력하게 방지하는 기술 도입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유로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인터넷의 연결 없이도 오프라인으로 결제하고, 3자 지원 없이 사용자 장치 간 결제를 지원하도록 설계된 점이다. 오프라인 기능을 통해 근거리, 네트워크 범위, 심지어 정전 등의 상황에서도 결제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 사용자 편의성을 키웠다. ECB는 오프라인 기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디지털 유로의 접속 및 사용은 모바일 기기의 물리적 사양이나 각국의 입법 논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제약이 있음에도 ECB는 디지털 유로의 활성화를 위해 배터리 구동 스마트카드, 브리지 장치를 이용한 무전원 스마트카드 등 여러 거래 방식을 함께 연구 중이다.

▲ ECB의 오프라인 디지털 유로 사용 사례

ECB는 지난 1월, 디지털 유로 구성 요소와 서비스에 대한 잠재적 공급업체 선정을 위해 11억 유로(한화 약 1조 6,560억 원) 상당의 모집 공고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공고는 온라인 테스트 및 감독, 출판물 제작 작업, 재무 관리 시스템에 대한 컨설팅 제공, 리더십 개발 서비스, 의료 자문 및 리뷰 서비스 등 5개 분야에서 이뤄졌다. ECB는 업체 선정은 디지털 유로화 설계와 최종 기술적 세부 사항 결정을 더 촉진할 것이라며, 최적의 공급자와 프레임워크 계약을 체결하여 디지털 유로 개발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ECB는 디지털 유로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 시점에 소유할 수 있는 최대 수량 제한을 신중히 고려 중이다. 지난 23년엔 가상의 디지털 유로 유통이 EU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력과 관련하여 시뮬레이션을 진행, 1인당 CBDC 보유 한도가 3,000유로일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업계는 해당 결과를 근거로 디지털 유로 보유 한도 역시 '3,000유로'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으나, ECB는 디지털 유로가 출시되는 당시의 경제 및 금융 상황을 고려하여 출시일에 가까운 시점에 정확한 수량을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에 새롭게 발표된 디지털 유로 관련 1차 진행 보고서는 현재까지의 디지털 유로 준비 단계 계획, 설계 및 의사 결정 진행 상황을 포괄적으로 업데이트한 것은 물론, EU 전역의 CBDC 현실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디지털 유로의 정확한 발행 여부는 오는 25년 3분기 내에 최종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 ECB의 디지털 유로 주요 타임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