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하 스모킹 건)'은 크래프톤의 11번 째 개발 스튜디오이자, AI를 적극 활용한 게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렐루 게임즈'의 신작입니다. 플레이어는 AI 범죄 전문 탐정이 되어, 사건 현장에 있었던 로봇들을 심문하며 진실을 파헤치게 됩니다.

이 게임이 흥미로운 점은, 게임 속 인공지능 로봇과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에 OpenAI의 인공지능 챗봇 챗GPT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실제 사건 당사자에게 질문하듯 텍스트를 제공할 수 있고, 인공지능 로봇은 전달받은 텍스트에 따라 상황에 맞는 답변을 주게 됩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이 게임 개발 과정은 물론 콘텐츠 측면에도 눈에 띄는 변화를 주는 시점에서, '스모킹 건'을 주목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 작품은 게임의 본분인 '재미'를 잃지 않는 선에서 몰입감을 높이는 용도로 AI가 활용 됐을 때, 플레이어에게 색다른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습니다.

※ 게임 플레이 특성 상, 주요 스포일러 일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아직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거나, 스포일러에 민감하다면 뒤로가기를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게임명: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장르명: 어드벤처
출시일: 2024. 6. 24.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ReLU Games
서비스: ReLU Games
플랫폼: PC
플레이: PC


정석적인 탐정 어드벤처
실시간으로 인공지능을 심문하는 AI를 곁들이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것을 강조하는 게임들은 보통 기술 자체에 너무나 몰두한 나머지, 게임을 구성하는 여러 다른 요소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 측면에서 '스모킹 건'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게임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인 2030년,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은 AI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데 특화된 탐정으로,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다는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탐정으로서 일련의 사건을 해결해 나가게 됩니다.

▲ 훌륭한 탐정이란, 사건 현장을 구석구석 들춰 봐야 하는 법!

지금으로부터 약 6년 후라는, 애매한 정도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은, 어쩐지 요 근래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AI 기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하루가 다르게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오늘 날, 어쩌면 6년 쯤 뒤에는 진짜로 로봇과 공존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갖게 하죠.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인간이자(과연 그럴까요? 사실 모르는 일입니다) 탐정으로서, AI와 대화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갑니다.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물(?)들이 모두 AI 로봇이라는 점 또한 자연어를 활용해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것을 강조한 게임의 콘셉트와 잘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죠.

거기에 더해 플레이어가 풀어나가는 사건들, 이 또한 게임의 대주제라고 할 수 있는 'AI'에 대해 많은 고민을 들인 흔적이 나타납니다. 급격한 AI의 발전과 이를 통해 발생하는 사건들은, 스테이지를 넘어가며 그 규모와 범죄 수준 또한 높아집니다.

▲ 단서를 직접 나열해 가며 사건을 풀어내는 재미는 분명합니다


내 말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NPC
AI가 열어 주는, 새로운 상호작용의 예시?


'스모킹 건'의 전반적인 게임플레이는 정석적인 탐정 어드벤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사건의 진실과 범인을 알아내는 것이죠. 현장에는 언제나 플레이어가 탐문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로봇 NPC가 배치되어 있고요.

그리고 이 NPC와의 대화를 통해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이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Chat GPT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로봇들에게 자연어로 질문을 하면, AI가 플레이어의 질문을 바탕으로 답변을 줍니다. NPC가 준 답변의 진위 여부, 그리고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를 종합해 진실을 밝혀내는 것. 바로 그것이 플레이어의 임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약간 놀리는 것 같지만..? 그래도 말을 들어 주긴 합니다

인공지능 NPC와 대화를 통해 느낀 첫인상은 '생각보다 상당한 몰입감을 안겨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호기심에 괜히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질문을 하며 꽤 오랜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사건 현장과 스테이지의 목표가 주어지니 빠르게 탐정인 주인공에 감정 이입하기도 쉬웠죠.

특히,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생성형 AI들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프롬프트를 작성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기 용이하지만, '스모킹 건'에서는 그정도로까지 치밀하게 질문을 생각하지는 않아도 됐습니다.

사건의 핵심이 되는 몇 가지 단어, 그리고 증거물의 이름만으로도 상대 로봇은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고, 또 이것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플레이마다 다른 내용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몇가지 핵심적인 단어가 포함되면, 이렇게 격정적인 반응을 보여줍니다

▲ 요즘 유행한다는 수사 방법을 써봤지만,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하지만, AI와 대화하는 것 만으로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고도로 발달한(?) 이 인공지능 로봇들은 플레이어에게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재주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다간, 애먼 당사자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불상사를 마주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거기서만 끝나면 다행이지만, 플레이어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은 게임의 레벨디자인 측면에서 굉장히 나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스모킹 건'은 이러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 과부하]와 [확인 정보]라는 요소를 통해 플레이어가 AI의 진술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기술, 내러티브, 게임플레이의 3박자
'스모킹 건'을 끝까지 하게 되는 이유


▲ 스테이지는 다섯 개 뿐이지만, 그 모두를 아우르는 거대한 비밀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콘셉트만 놓고 보면 생성형 AI가 탑재된 NPC들과 무한정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수집하거나, 명탐정 포와로에 빙의해 날카로운 질문 한 번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가능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안정적인 게임 플레이(와 플레이타임 확보)가 가능하도록 많은 부분에 울타리를 쳐둔 것으로 보입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NPC들은 챗 GPT를 통해 플레이어와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마다 다른 성격이 할당되어 있어 플레이어의 질문에 답변하는 태도부터, 말투까지 모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수행하는 상호작용이 좀 더 풍부하게 함은 물론, NPC마다 다른 접근 방식을 사용하며 진실을 파헤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 장문의 문장으로 과부하를 시킬 때의 쾌감이란!

[시스템 과부하]와 [확인 정보]는 이런 AI와 대화에서 일종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AI가 한 말 중에 무엇이 진실인지, 또 무엇이 거짓인지를 보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하죠. 가령, AI가 [시스템 과부하]를 일으키며 이야기한 내용은 거짓말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반대로 [확인 정보]는 AI가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나타나는 요소입니다. 플레이어는 단서를 꼼꼼히 수집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확인 정보] 또한 유효한 증거로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어떻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다른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꽤나 몰입감 넘치는 경험입니다

▲ 그치만, 가끔은 무섭기도 해

이 두 가지 이정표가 중요한 이유는, 게임 속 단서에서도 몇 번이고 언급되는 '할루시네이션' 현상 때문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AI가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마치 실존했던 사실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말하는데, 플레이어와의 대화 중간에 더러 쓸데 없는 정보를 학습하고, 마치 사건에 연관된 정보인 양 떠들기도 하는 경우를 들 수 있죠.

한 가지 사례로, '스모킹 건'을 플레이하면서 한 NPC에게 조금 '강압적'인 태도로 질문을 계속 한 결과, 해당 NPC가 갑자기 자신이 피해자를 죽였다면서 자백을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문장에는 [시스템 과부하] 표시도, 또 [확인 정보] 표시도 존재하지 않았죠. 게다가 알고 보니 그 사건의 범인은 전혀 다른 NPC였습니다.

이런 할루시네이션은 대화를 멈추고 다시 대화를 시작하면 대부분 사라지지만, 마치 사건에 큰 연관성이 있는 정보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게임 내 곳곳에서 해당 현상에 대한 주의를 언급하고 있는 점은 나름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위와 같은 NPC의 거짓 자백과는 별개로, 진짜 [자백 모드]도 존재합니다. 한 NPC에게 [시스템 과부하]를 여러 차례 일으킬 경우 자백 모드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아주 핵심적인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AI가 자백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단서를 활용한 질문을 꾸준히 던지는 것. 완성도 높은 프롬프트로 최적의 결과물을 얻어내는 AI활용법과 상당히 맞닿아 있는 것 같지 않나요?

▲ 사건을 해결할수록, 점점 어두워지는 스토리도 매력적

이처럼, '스모킹 건'은 주요 특징인 AI와의 대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그 외에 전반적인 게임의 배경이나 시나리오 등, 'AI와 대화를 하는 것'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들였습니다. 그리고 이 대화가 그저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게임이 가진 엔딩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수단으로 활용되도록 했죠.

AI를 두고 여러 논의가 벌어지는 근미래 배경, 심도 있는(?)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 AI, 탐정물의 정석을 따라가는 게임플레이. 이들 중 하나라도 미흡했다면 '스모킹 건'은 그저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때면 으레 등장하는 그런 종류의 게임이 됐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모든 박자가 갖추어지고 나니, 플레이어를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생기는 것이죠.


'재미'를 지켰기에 더욱 빛날 수 있었던 신기술
앞으로는 또 어떤 AI 게임이 등장할지?


▲ 저마다 다른 성격이 탑재돼 있는 NPC는 대화에서 오는 지루함을 덜어줍니다

리뷰를 시작하면서도 이야기했지만, 최근 게임 산업에서 AI는 게임 개발 과정 상 필연적인 반복되는 작업을 효율화하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특히 생성형 AI의 급부상 이후, 이용자의 경험을 대폭 개선하는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죠. 미리 작성된 스크립트 없이, 플레이어의 이야기를 알아듣고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NPC라니. 과거에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것들이 이제는 손끝에 닿을 듯한 미래로까지 다가와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스모킹 건'은 어쩌면 생성형 AI와 상호작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를 엿볼 수 있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적절한 플레이어 경험을 위해 여러 부분들에 제약이 필요했겠으나, 얼추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의 게임 환경을 아주 조금은 맛 볼 수 있었다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이 게임이 흥미로움을 줄 수 있던 것은, AI와 대화하는 기술 자체에만 몰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만약 '스모킹 건'이 캐치한 배경 스토리나 그 다음이 궁금해지는 연속적인 사건들, 곳곳에 숨어있는 단서와 반전이 없이 그저 AI와 대화에만 집중했다면, 이용자들에게 몰입감을 전달할 가능성은 희박했을 것입니다.

▲ 이미 내용을 알고 나면, 반복 플레이 가치가 없다는 점은 아쉬웠지만요

하지만, '스모킹 건'은 핵심 콘텐츠인 AI와의 대화를 철저히 하나의 게임 속 기능이자 도구로서 활용했고, 그 외 게임을 이루는 모든 부분에도 나름대로 신경을 쓴 흔적을 보여줬습니다. 개인적으로 알파벳 하나만 띡 하고 띄워주는 UI는 좀 불만이지만, 그조차 전반적인 게임의 아트 스타일과 통일성을 유지하는 모습으로 비춰집니다.

지금도 여러 개발자들은 생성형 AI가 게임 속에서 어떤 형태로 기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저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신기한 게임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AI와 대화도 하면서, 또 꽤나 흥미진진한 사건 파일을 들여다보고 싶은 게이머라면, '언더커 더 스모킹 건'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