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오전, 양재 엘타워 골드홀에서 '2024 게임과학포럼'이 진행되었다. 게임과 연관한 기초 과학부터 시작해 보다 학술적인 측면에서 게임에 접근해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어가기 위한 대의에서 설립된 게임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디그라한국학회 윤태진 학회장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게임과학연구원 산하 센터의 연구 성과 발표로 이어졌다. 이날 발표한 센터는 '게임과 뇌', '게임과 인지', '게임과 사람' 총 3개 센터로 구성되었다.
행사: 2024 게임과학포럼
일시: 2024년 7월 2일(화) 10:00~13:40
내용: 게임과학연구원 내 3개 센터 연구 결과 발표
기조강연 - '잘난 게이머'에 대한 연구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이자 게임과 인지 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경일 이사장의 짧은 인사 이후, 디그라한국학회 윤태진 학회장의 기조 연설이 시작되었다.
먼저, 윤태진 학회장은 발표된 논문 수를 근거로 최근 게임에 대한 연구 주제 자체가 점점 변화하고 있음을 말했다. 이전에는 게임의 산업적 측면, 즉 수익이나 게임 시장 등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 게임의 사회적, 인문학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게이머'라는 계층에 대한 연구도 깊어졌다. 기존의 관점에서 게이머가 단지 게임을 향유하는 계층에 머물렀다면, 이제 보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게이머 계층을 조명하고 있다는 뜻이다. 윤태진 학회장은 여기서, 한 가지 화두를 던졌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게이머'를 대하는 견해는 부정적 식견이 섞여 있다. 소비자로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주체로서의 게이머라는 중립적인 시선도 일부 존재하지만, 환자로서, 혹은 계몽이나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서의 게이머를 조명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어떤 연구에서도, '잘난 게이머'를 조명하진 않는다. 게임을 통해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선한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게이머. 윤태진 학회장은 이 '잘난 게이머'들을 어떻게 연구할 수 있을지를 제시했다.
먼저, 윤태진 학회장은 잘난 게이머를 임의의 기준을 통해 몇 가지로 분류했다. 'e스포츠' 씬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말 그대로 게임을 잘 하는 게이머들. 이들은 스포츠 관점에서의 긍정적 영향을 만들어내고, 자존감과 관련된 사안에서 좋은 영향력을 만들어낸다.
다른 하나는 '게임을 잘 이용하는' 게이머다. 게이미피케이션의 개념에서 게임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들은 물론, 게임을 통해 개인의 스트레스를 유의미하게 조절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용도로서 게임을 향유하는 집단이다.
마지막은 '잘난 척 하는 게이머'다. 이들은 실제로 잘났다고 보긴 어려울 수 있지만, 게임을 통해 우월감을 느끼고, 상대를 억누르는 이들은 너무나 많다. 이들 또한 하나의 연구 과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윤태진 학회장의 이 말은, 곧 게임과학연구원 산하 3개 센터에서 지금껏 해온 연구 주제와도 결부되어 있었다.
먼저, 게임과 뇌 센터에서는 신체적, 인지적 기능 연구를 통해 게임을 잘 하는 게이머를 육성하거나, 게임을 통해 다양한 인지 기능을 개발해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게임과 인지 센터에서는 게임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다양한 긍정적 요소와, 어떻게 해야 게임을 잘 이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자신감과 즐거움, 성취감에 이르기까지 게임은 여러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지나친 자신감이나 지루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게임과 사람 센터에서는 '진짜 게이머'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말한다. 헤비 게이머, 진성 게이머, 겜부심을 부리는 게이머는 어떤 이들이고, 이들의 정체성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이들의 게임관과 커뮤니케이션 행태는 어떠한지, 실제 존재하는 핵심 게이머들이 어떤 이들인지를 연구하고 정의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윤태진 학회장은 이와 같은 3개 센터의 연구 주제를 말한 후,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이들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어떤 사태에 대한 묘안을 제시하기 위함이 아닌, 차후 이뤄질 수 있는 다양한 게임 관련 연구를 위한 모델과 보편적 통계 자료, 그리고 근본적인 개념을 구축하기 위함이라는 것. 지금 당장 이 연구들이 어떤 변혁을 만들어낼 수는 없겠지만, 이 연구 결과들이 장기적으로 게임 문화, 산업, 정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이후, 앞서 말한 게임과학연구원 산하 3개 센터의 연구 결과 발표가 이어졌다.
게임과 뇌 센터 - 게임적성평가도구 개발
게임과 뇌 센터는 ICD-11에서 논의된 게임 과몰입에 대한 반증을 만들어내고자, 게임이 실질적으로 어떤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게임에 필요한 심리, 인지, 신체 영역에서의 적성을 평가하기 위한 '게임적성평가도구'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계층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고, 보다 나은 게임 플레이 방법을 제시하고자 했다.
게임과 뇌 센터는 일반 청소년 91명과 게임 전문 참여군(아마추어 및 프로 선수) 37명을 대상으로 수 년 반복적인 적성 평가 및 측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측정 기준과 방법을 계속해 조절하면서 보다 미세한 측정이 가능한 모델을 구축 중이다.
이 과정에서, 게임과 뇌 센터는 실제 게임을 깊게 파고드는 계층과 가볍게 즐기는 이들, 그리고 게임을 자주, 오래 하는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간 인지기능 및 운동제어 능력의 차이를 검증했으며, 이를 토대로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게임 참여 형태를 탐색하고 있다.
게임과 인지 센터 - 게이머가 자각한 필요 능력, 실제 필요한 능력간 비교 연구
게임과 인지 센터에서는 게임 내 수행과 관련된 심리적 변인에 대한 탐색적 연구를 진행했다. 주요 연구 주제는 '자신감'으로 이 자신감이 실제로 게임 내 수행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쉽게 말하면 본인이 잘 한다고 믿는 이들이 실제로 게임을 잘 하는지를 연구했다는 뜻이다.
여기서 변수가 되는 건 '어떤 게임'을 하는지이다. 게임과 인지 센터는 개인의 성향에 맞는 성공이 더 높은 자신감을 불러오고, 성향과 성과가 유의미한 상관이 있는 게임에서는 개인의 자신감이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검증했다.
게임과 인지 센터는 이 과정에서 게임 플레이 자체가 즐거움을 주는게 아닌, 스스로 게임을 잘 한다는 자신감, 그리고 게임 플레이를 통해 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게임 자신감이 높은 인물일수록, 게임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적지만 반대로 게임 플레이에서 더 쉽게 지루함을 느낀다는 점도 발견했다. 게임과 인지 센터는 지속 연구를 통해 계속해서 각종 능력과 게임의 관계를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게임과 사람 센터 - 진성 게이머 연구
게임과 사람 센터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게이머는 누구인가?'라는 주제. 이전에는 '게임을 모르는 세대'로 여겨졌던 노년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금은 '최초의 게이머 세대'로 변했고, '게임을 모르는 학부모'로 스테레오타입이 굳어진 중년층이 이제 '게임을 즐기며 자라온 계층으로 바뀐 지금, 실제 '헤비 게이머'로 분류되는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게임을 향유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였다.
게임과 사람 센터는 헤비 게이머는 '어떻게 게임을 즐기고', 이들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게임 커뮤니티는 이 정체성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그리고 헤비 게이머의 '행위는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지고 의미화되는지'를 핵심 연구 질문으로 삼아 32명의 대상자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과 사람 센터는 '헤비 게이머'와 '진성 게이머'를 구분해야 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헤비 게이머는 물리적인 개념에서 게임을 오래, 많이 즐기는 집단이라면, '진성 게이머'는 이 '헤비 게이머'중에서도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주류 여론을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이와 합일하는 이들을 말한다. 진성 게이머는 헤비 게이머의 부분집합이지만, 결코 같은 개념이라 둘 수는 없는 셈이다.
게임과 사람 센터는 헤비 게이머가 계속해서 분화되고, 이중 일부는 게임 내에서, 웹 상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현실 내에서 목소리를 내는 요즘의 시대상에서, 게임을 삶의 주요 가치로 여기고 향유하는 게이머층을 분석해 분류하면서, 추후 게이머를 대상으로 진행될 다양한 연구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만들고, 보다 정확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