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월 26일 개봉한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이 국내 극장에도 상륙했다. 현지에선 개봉 11주 차에 관객 수 256만 명, 총수익 43.2억 엔을 돌파했다. 극장에서 개봉한 건담 시리즈 중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 중이며, 국내에선 나흘 먼저 개봉한 프리미어 상영회에서만 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4월 3일, 국내 정식 개봉 후 350개의 극장 상영을 통해 4만 관객을 돌파했다.

극장 상영을 통해 많은 건담 팬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는 요즘, 건담에 입문할 절호의 기회다. 최근에는 수성의 마녀 1, 2기 흥행에 힘입어 2023년 건담 IP 역사상 최고 매출(한화 약 1조 1,830억 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최고 매출을 경신하며 넷플릭스에선 실사화 영화까지 제작 중이고, 새롭게 유입된 팬들의 허들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 넷플릭스에서 언리얼5로 제작 중인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 中


입문 추천작 "기동전사 건담 시드(SEED)" 시리즈


1979년에 TVA로 방영된 최초의 건담 '기동전사 건담'을 시작으로 해당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을 우주세기, 파생되어 나온 시리즈를 비(非)우주세기(신건담)로 표현한다. 과거에는 우주세기와 비우주세기 팬들 사이에서 파(派)가 나뉘어 싸우기 일쑤였지만, 새로운 세대가 유입되면서 많이 사그라들었다.

입문작으로 추천하는 '시드(SEED)' 시리즈도 비우주세기다. 21세기에 접어들며 매출 압박과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한 반다이를 정상으로 올려놓은 작품이다. 당시의 반다이는 하락세던 건프라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초의 건담 '기동전사 건담'의 성공 요인을 그대로 접목했다. 그 결과 직전 작품보다 훨씬 발전된 작화, 압도적인 건프라 판매량이 증명하는 메카 디자인, 초호화 성우진을 바탕으로 매우 큰 팬덤을 구축할 수 있었다. 감독과 각본가는 신세기 GPX 사이버 포뮬러를 맡았던 후쿠다 미츠오, 모로사와 치아키.

시드는 20년이 넘었지만 지금 봐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퀄리티가 뛰어나다. 시드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기체 '프리덤'은 역대 최고의 건프라 판매량을 바탕으로 지금의 반다이를 있게 만든 1등 공신이다. 디자인 및 인기투표에서 우주세기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기체 뉴 건담, 유니콘 건담보다 프리덤이 더 상위에 랭크될 때도 많다. 메카를 좋아하는 이들이 바라는 낭만이 바로 시드(SEED) 시리즈에 있다.

▲ 기동전사 건담 시드의 주인공 기체 스트라이크 건담과 장비 팩을 공유하는 스카이글래스퍼


뛰어난 접근성 "시드 + 데스티니" 유튜브에 다 있다!


2010년대에 이르러 리마스터 버전을 블루레이로 출시했는데, 2024년인 현재 리마스터된 건담 시드 시리즈를 공식 유튜브 채널Gundam Info)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한글 자막도 지원한다. 파편화되어 한 시리즈를 온전히 감상하기 어려운 다른 작품보다 접근성이 매우 좋다.

외전을 제외한 시드의 메인 시리즈는 '시드(TVA) → 데스티니(TVA) → 프리덤(극장판)'으로 이어진다. 시드는 48화, 데스티니는 50화로 구성되어 있다. 흘러온 이야기를 취합하여 설명하는 총집편 2~3화 정도를 생략하면 각각 45~47화 정도의 볼륨이다. 오프닝, 엔딩을 스킵하면 실제 플레이 타임은 각 화마다 약 18분 정도로 짧기 때문에 정주행에 대한 부담도 적다.

▲ 시드 시리즈 입덕 포인트 1. 출격하는 건담 (주인공 기체 스트라이크 프리덤)

▲ 시드 시리즈 입덕 포인트 2. 먼치킨스러운 메카 전투 씬


건담 시드의 세계관 "내추럴(인간) vs 코디네이터(신인류)"


석유 등 지구의 한정적인 자원들의 고갈, 감당하기 어려운 인구 포화의 위험성 등이 대두되자 지구인들은 우주로 진출했다. 우주에 거주구역 인공 행성(콜로니) 플랜트를 세우고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기득권 세력은 지구에 남길 원했기 때문에 이민자들 대부분 취약 계층에 속했다. 플랜트에서 생산한 자원이 안정적으로 지구에 공급되자 플랜트 건설이 더 가속화되었다.

인간의 우주 진출로 여러 분야의 과학 기술이 진보하자 정체불명의 과학자 집단의 유전자 조작으로 신인류 '코디네이터'가 탄생했다. 자식에게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주고 싶었던 평범한 인간(네추럴)들 사이에서 유전자 조작이 무분별하게 자행되었는데 대부분 부유층이었다.

시간이 흘러 스포츠, 정치 등 여러 학계에서 코디네이터의 활약이 두드러지자 내추럴과 대립이 심해지고, 결국 코디네이터에 대한 탄압과 플랜트 추방으로 이어졌다. 수십 년이 지나 코디네이터가 3세대까지 이어지며 플랜트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자 그들은 자신들을 신인류라 지칭하며 선민사상에 빠져들게 된다.

지구연합은 플랜트의 자원 생산을 극한으로 요구하며 코디네이터를 탄압했다. 코디네이터를 혐오하는 네추럴의 극단주의 세력 블루 코스모스는 플랜트에 크고 작은 테러를 일으켜 자원 생산과 공급 협상의 우위를 점했다. 코디네이터들은 플랜트의 치안 유지를 명분으로 자프트(Z.A.F.T)를 창설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원 생산과 공급 문제로 자프트와 힘겨루기하던 지구연합 내 블루 코스모스가 농업 플랜트 유니우스 세븐에 핵을 발사한다. 처음으로 플랜트가 파괴되었고 수십만 명의 코디네이터가 사망한다. 이로 인해 내추럴 지구연합, 코디네이터 자프트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넘게 되고, 크고 작은 분쟁이 더 큰 전쟁으로 확산된다.

▲ 시드 세계관에서 핵(융합, 분열 기술)은 건담과 함선의 동력원임과 동시에 전략 무기로도 쓰인다


우연히 건담에 탄 소년 "키라 야마토"의 성장 이야기


지구연합은 자프트와의 전쟁에서 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연합군의 주력 공격 전투기 '모빌아머(MA)'보다 자프트의 거대 인간형 로보트 '모빌슈트(MS)'의 성능이 훨씬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연합군은 기술력이 뛰어난 중립국 '오브'와 협력하여 비밀리에 신병기 제작 GAT-X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GAT-X 프로젝트는 오브의 자원 플랜트 헬리오폴리스에서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지만, 자프트가 첩보를 입수하게 된다. 엘리트 자제들이 모인 자프트의 크루제 부대는 헬리오폴리스에 침투해 GAT-X 병기 4대를 강탈한다. 주인공이자 코디네이터인 '키라 야마토'는 자프트의 강탈 작전에 휘말려 우연히 GAT-X105 스트라이크 건담에 탑승하게 되며, 자프트의 파일럿 된 소꿉친구 '아스란 자라'와 조우하게 된다.

자프트의 후속 공격이 이어지고 키라의 스트라이크와 자프트의 MS 전투가 심화되자 플랜트 헬리오폴리스가 파괴되어 버린다. 키라는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지구연합군의 신형 전함 아크엔젤에 승선하며 원하지 않은 전쟁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키라는 코디네이터임에도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지구연합군 소속으로 소꿉친구 아스란, 그리고 자프트와 전투를 벌이며 성장하게 된다. 전쟁을 싫어하며 평화를 원하던 키라는 자프트를 노리던 총구를 돌려 평화를 위해 싸우게 된다. 시드와 데스티니를 거치며 무분별한 피해를 일으키는 전쟁의 확산을 막고 종식하기 위해 고뇌하고 갈등하며 성장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 건담의 주인공 클리셰 : 우연히 전쟁에 휘말려 탑승하게 되는 건담 (시드 1화 엔딩 中)


"씨앗(SEED)과 자유(FREEDOM)"의 의미


시드(SEED)는 강화 인간 코디네이터의 각성을 뜻하는 촉매제다. 우주세기의 뉴타입 설정을 답습한 것으로 유전자 조작으로 DNA가 강화된 코디네이터들이 분노, 슬픔 같은 어떠한 계기를 통해 각성하여 공간지각 능력 등 더 엄청나게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설정이다. 주인공과 주변인들이 중요하거나 위급한 상황에 시드를 터트려 압도적인 전투를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된다.

프리덤(FREEDOM)은 주인공 키라가 스트라이크의 후속 기체 '건담'이다.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자유를 뜻한다. 키라는 자프트나 지구연합에 소속되길 거부하며, 전쟁이 종결되고 분쟁이 피어나지 않는, 완전한 평화 이후 맞이해야 할 '자유'를 위해 싸운다.

작중 초기에는 시드의 발현이 단순히 친구들과 아군을 지키기 위한 매개체였지만, 수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긴 후에는 한층 더 각성하여 평화를 위해, 자유를 위해 싸우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한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시드 프리덤'은 자유를 위한 과정이 순탄치 않음을 암시하며, 평화를 위해 시드를 지닌 코디네이터가 어떠한 역할과 마음가짐으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 시드 프리덤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기체 마이티 스트라이크 프리덤 건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아름다운 결말 "시드 프리덤"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은 2008년 상영을 목표로 2006년부터 기획되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엎어지고 무산되어 영영 잊혀지고 있었다. 시드로 매출을 듬뿍 끌어올린 반다이는 더블오, 우주세기 확장, 빌드 파이터 등 다양한 시리즈를 선보이며 미래의 소비자인 10대를 끌어오기 위해 노력했고, 시드 시리즈는 종결을 의미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데스티니에서 끝내고 외전으로 나온 아스트레이 시리즈 등의 성적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관을 공유하는 외전과 새로운 팬덤을 만드는 것을 더 우선시했다.

계속 땅에 묻혀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법한 시리즈였지만, 20년 만에 마무리 짓는 극장판으로 팬들 곁에 돌아왔다. 포켓몬스터도 그렇듯 건담 역시 건프라 판매를 위해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드 프리덤은 시드 팬들이 원했던 대부분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발전된 메카 전투씬을 그려냈다.

시드 시리즈 자체가 위기의 반다이를 구원하기 위해 최초의 건담인 '기동전사 건담'의 우주세기 시리즈를 철저히 답습하여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제작되었다. 무수히 많은 오마주가 건담 IP 자체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며, 데스티니에서 마무리 짓지 못하하고 설명이 부족했던 여러 이야기를 프리덤을 통해 매듭지었다. 우주세기가 기동전사 건담 → Z 건담 → ZZ 건담의 대단원이 극장판 '역습의 샤아'에서 피날레를 장식한 것처럼, 시드 시리즈도 '프리덤'을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이렇게 시드는 2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되었다. 기존 팬들에겐 낭만을, 새로 입문하는 팬들에겐 감동이 전해지는 기동전사 건담 시드(SEED) 시리즈. 지금이 바로 입문할 타이밍이다. 국내는 총 350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며, CGV와 메가박스에선 3주차 현장 특전 이벤트로 인식표 키링, 8종 캐릭터 카드 세트를 선물로 얻을 수 있다.

▲ 시드 프리덤에서 등장하는 건담 - 임모탈 저스티스(左), 라이징 프리덤(右)



※ 영상 및 이미지 출처 : Gundam 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