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돈 잔치가 끝난 M&A, 게임 업계를 흔드나
강승진 기자 (Looa@inven.co.kr)
이제는 꽤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코로나19로 촉발된 팬데믹은 실물 경제의 위기를 불러왔었습니다. 제조, 유통, 여행, 서비스 산업 가리지 않고 위기라는 말이 매일 뉴스로 나왔죠. 반대로 비대면 시장은 호황을 누렸습니다. 게임도 그 특수를 누렸고요. 모바일 게임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한 번 붐을 일으켰습니다. 스팀 등 PC 게임 소비도 늘었고요. 콘솔 부문도 유통 문제로 기기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데도 큰 성과를 냈습니다.
이용자 수도 늘고, 이용 세대도 넓어지며 성장을 빨랐고 게임에 관한 인식도 좋아졌습니다. 한쪽에서는 늘어나는 현금을 쓰길 원했습니다. 다른 쪽에서는 성공으로 커진 회사를 안정적인 운영할 미래를 바랐습니다. 누군가는 이 기회를 발판삼아 회사의 성장 동기를 마련하고자 했죠.
그렇게 2020년부터 막대한 자금이 오가는 M&A 파티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금광을 찾아온 사람들이 떠나자 유령도시가 늘었던 골드 러시처럼 인수 합병의 여파는 엔데믹 시기에 접어들며 그 폐단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M&A 예상 규모를 뒤엎은 팬데믹 3년
국지적 감염병인 에피데믹을 넘어 전 세계에 감염병이 유행하는 팬데믹이 선언된 2020년. 글로벌 M&A는 전년 대비 약 20% 늘어났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호황을 누렸던 게임 및 소프트웨어 부문의 M&A는 130%가량 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보다 더 큰 건 인수 금액입니다. M&A 규모 10억 달러 이상. 그러니까 한화로 약 1조 3천억 원을 넘는 게임 업계 M&A는 지금까지 모두 19차례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텐센트의 슈퍼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킹, 마이크로 소프트의 모장,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VR, 반다이의 남코 인수 등 5개 사례를 빼면 모두 2020년 이후에 발생한 거래입니다. 이름 꽤 알려진 중소규모 스튜디오 인수까지 더하면 2020년 이후 게임사 간의 M&A의 수는 더욱 늘어나고요.
게임 업계는 물론 글로벌 M&A 전체에서 봐도 손으로 꼽힐 대형 딜인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특히 눈에 띕니다. 687억 달러, 우리 돈으로 90조 원이 넘는 규모의 인수였으니 파급 또한 엄청났죠. 월트 디즈니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는데 713억 달러로 딜을 했으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대충 실감하실 수 있겠죠.
워낙 큰 M&A기에 게임사는 물론 구글 같은 플랫폼 운영사들도 저마다 의견을 냈고 반독점 우려로 법정 싸움도 이어졌습니다. 내놨다 하면 연간 판매량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콜 오브 듀티'를 두고 MS와 소니가 싸우며 여러 내부 정보가 공개되기도 했고요.
사실 규모도 규모지만, 업계 전체에 미칠 영향은 주요 프랜차이즈의 이동에 있습니다.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말고도 베데스다의 모회사 제니맥스를 인수했습니다. 레어, 닌자시어리, 인엑자일, 옵시디언, 더블파인 등 개발 능력을 보여준 스튜디오. 유통 역량을 가진 퍼블리셔 가리지 않고 흡수하기도 했죠.
너티독, 밴드 스튜디오, 서커 펀치, 게릴라 게임즈 등 오늘날 회사를 대표하는 스튜디오를 인수한 소니는 이후로도 인섬니악, '데스티니'의 번지 등을 인수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거래 규모가 잡히지 않은 인수도 많지만, 지금의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를 생각하면 알짜 회사들을 잡은 셈입니다. 이들이 '언챠티드', '마블 스파이더맨', '호라이즌 제로 던' 시리즈 등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의 성공을 이끈 게임을 다수 만들었으니까요.
또 다른 인수 강자는 텐센트였는데요. 2016년 잘나가던 슈퍼셀 인수 외에도 '워프레임'의 디지털 익스트림스를 보유한 레이유, '패스 오브 엑자일'의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 '다잉라이트'의 테크랜드, 스모 디지털, 터틀락 스튜디오, 펀콤 등 많은 게임사를 인수하며 크기를 불렸습니다. 2011년 인수 후 오늘날까지 MOBA 시장의 강자인 라이엇 게임즈야 말할 것도 없고요.
이렇게 회사, 혹은 장르를 대표하는 많은 프랜차이즈가 M&A를 통해 대형 게임사들에 집중됐습니다.
새로운 미래 계획의 출발(일지도 몰랐을) M&A
M&A의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회사 운영의 탄력성, 비즈니스에서의 새로운 계획 수립을 꼽을 수 있습니다.
소니의 예가 대표적인데요. 아마 근래 소니의 인수 중 가장 기억나는 건 37억 달러 규모의 인수 거래였던 번지 인수일 겁니다. 소니는 아니라고는 했지만,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이후 이어진 소식인 만큼 경쟁적인 인수 거래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소니는 닉시스 소프트웨어, 발키리 엔터테인먼트, 헤이븐 스튜디오 등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게임에 익숙한 팬이 아니라면 번지는 알아도 나머지 회사들은 모를 수 있죠. 실제로 이들은 게임을 다른 플랫폼으로 포팅하거나 개발 지원에 전문성을 가진 회사입니다. 대신 소니의 사업 영역을 넓히는 핵심 회사기도 하죠. 닉시스는 '마블 스파이더맨', '라쳇앤클랭크: 리프트 어파트',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등 PS 독점 게임을 PC 버전으로 포팅했습니다. PC로 영역을 넓히는 소니의 사업 계획과 맞닿은 스튜디오인 거죠.
소니는 헤이븐 스튜디오 인수도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의 핵심 역량인 클라우드 기술이 투자 이유로 꼽혔습니다. 온라인 서비스, 클라우드 게이밍 등을 내다보는 소니의 미래를 위한 투자였던 거죠.
인수 대상 기업에도 M&A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게임 사업의 첫 단추였던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의 션 크랭클 대표는 인수 당시 넷플릭스의 재정적 지원 아래 팀이 성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들의 후속작인 '옥센프리2'는 넷플릭스가 퍼블리싱을 맡으며 출시됐고요.
중소 규모 개발사는 갑작스러운 게임의 성공이 장기적인 재정적 안정을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이 저렴하거나, 수익화 부분에 약점이 있거나, 인기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거나, 그 이유는 많죠. 분명 M&A를 통한 재정 지원은 후속작 개발에 도움이 됩니다. 팬데믹 시기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폴 가이즈'의 개발사 미디어토닉도 에픽게임즈의 품을 선택하기도 했고요.
잔치가 끝나고, 전에 없던 정리해고
문제는 팬데믹이 끝난 지금에서 드러납니다. 엄청난 유저 증가와 주체할 수 없던 자금줄은 끊겼습니다. 매출, 이익 하락은 업계 전체에 드리워졌습니다.
2022년 말부터 2023년.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 소프트 등은 1만 명 이상의 직원을 정리해고했습니다. 아마존은 외부에 알려진 것만 만명, 8천 명, 9천 명을 연이어 해고했고 메타도 만명 이상 해고를 2022년 11월과 2023년 3월에 단행했죠. 정리해고 추적 기능을 제공하는 웹사이트 Layoff Stracker 기록에 따르면 2023년에만 주요 테크 회사의 정리 해고는 25만 명에 달했습니다. AI의 발전으로 인력 대체가 수월해진 상황 역시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시기 IT 수요가 늘며 직원 수를 크게 늘린 점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M&A로 회사 규모를 키운 게임 업계 역시 찬바람이 불었죠. 2023년 주요 비디오 게임 시장의 정리 해고는 Game Industry Layoffs 기록 9,000명에 이릅니다. 2022년 약 1,000명과 비교하면 그 상승 폭을 실감할 수 있죠.
에픽게임즈는 830명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폴 가이즈'의 미디어토닉 직원이 감원 명단에 이름을 다수 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3년에만 천 명 이상을 감축한 EA 역시 인수 기업에도 정리해고의 칼끝을 겨눴습니다. 2021년 인수를 마무리하며 EA 합류 약 2년이 된 코드마스터즈의 일자리를 줄였죠. 마이크로소프트가 1만 명의 정리해고를 단행할 때 '헤일로'의 스튜디오인 343 인더스트리의 직원 100여 명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소니에 인수된 번지 역시 1,200명의 직원 중 추정 인원 100명 정도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소니가 번지의 경영 통제권 장악 위기에 따른 재정 안정화가 해고의 이유라고 지적했는데요. 이들은 번지가 특정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사회 해산과 함께 소니가 회사를 통제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는 인수 조항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장대로라면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하면 회사 경영권을 아예 넘겨줄 위기였던 거죠. 번지 입장에서는 경영권 유지를 위해 직원 감축으로 재무 목표를 달성하려 한 셈이었습니다.
M&A가 경영 효율성을 위한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견해. 새로운 사업 확장을 위한 고용 투자로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견해. 여전히 M&A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팬데믹 시기 M&A는 팬데믹 이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전미경제연구소의 2020년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속 기업 구조조정 규모 보고서에는 이 시기 M&A가 결국 일자리 감소와 임금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정리해고는 역설적이게도 서구권 게임 시장에서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던 게임 노동자의 생계 보호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고용 불안과 경제적 위협에 노조 설립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거죠. 제니맥스, 액티비전의 레이븐, CD 프로젝트 레드 등에 대규모 정리 해고 이후 노동자 조합이 설립됐습니다.
게임보다 투자를 위한 투자
M&A에 따른 대규모 정리 해고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걸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회사도 있는데요. 주인공은 엠브레이서 그룹입니다. 올드 게임 팬들에게는 노르딕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엠브레이서 그룹은 그 이름만으로는 여전히 낯선 회사입니다. 하지만 게임산업 M&A에 관심을 둔 게이머라면 익숙한 이름일 겁니다. 근 5년, 특히 팬데믹 이후 엠브레이서 그룹이 정말 앞뒤 없이 게임사들을 인수했기 때문입니다.
2018년 커피 스테인 스튜디오를 인수한 THQ 노르딕 AB는 엠브레이서 그룹으로 회사를 리브랜딩 한 2019년부터 '리틀 나이트메어'의 타시에, '메트로' 시리즈의 4A 게임즈, '섀도 워리어'의 플라잉 와일드 호그, 포팅 전문회사로 이름을 널리 알린 아스피르, 수많은 스튜디오를 거느린 세이버 인터랙티브를 짧은 기간 안에 인수했습니다.
여기에 크리스탈 다이내믹스, 에이도스 몬트리얼 등 스퀘어 에닉스 유럽의 스튜디오 일부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툼레이더, 데이어스 엑스, 씨프 등 대표적인 IP가 엠브레이서에게 넘어갔죠. 2021년에는 '보더랜드'로 유명한 기어박스 엔터테인먼트를 13억 달러에 인수하며 M&A 10억 달러 그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나아가 미들-어스 엔터테인먼트와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반지의 제왕 3부작, 호빗, 회사가 가진 가운데땅 관련 작품의 IP까지 가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M&A 전략을 적극 선보인 엠브레이서는 스튜디오 매각, 프로젝트 폐기, 직원 해고 등을 짧은 기간 안에 진행했습니다. 크리스탈 다이내믹스, 기어박스 퍼블리싱, 젠 스튜디오 등 많은 그룹에서 정리해고가 연이어 일어났죠. '세인츠로우' 리부트를 선보인 볼리션을 포함해 여러 스튜디오가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스튜디오 구즈 바이트는 2023년 8월 매각됐고 기어박스 역시 매물로 올라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상태입니다.
엠브레이서가 인수 속도를 늦추고 구조 조정을 단행한 건 새비 게임즈 그룹과의 투자 계약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였습니다. 새비 게임즈 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게이밍 자회사입니다. 의장 빈 살만 왕세자로 잘 알려진 사우디의 오일머니 투자 계약 불발되자 다급하게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겁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는 이미 EA, 테이크 투, 액티비전 블리자드, 닌텐도에 넥슨, 엔씨소프트까지 게임사에도 많은 투자를 이어오기도 했죠.
엠브레이서와 새비 게임즈 그룹의 투자 거래는 20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는데요. 엠브레이서가 앞서 반지의 제왕과 호빗 IP를 얻어낸 것을 비롯해 성사한 대형 게임사 인수에 나섰다고 했죠. 이 배경에 새비 게임즈 그룹의 10억 달러 투자가 배경에 있었다는 보도도 당시 함께 나왔습니다. 추가적인 투자 유치를 위한 인수가 계속됐던 거죠. 물론 실패했고요.
엠브레이서 그룹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여기에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는 사우디 정부를 향한 인권 침해 논란을 고려할 때 투자를 받는 게 옳은 일인가 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게임 업계에서는 매물로 떠오른 기업을 빠르게 낚아채 시장 혁신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신작 개발이나 게임 사업의 성장보다는 투자를 위한 인수, 그 자체에 머물렀으니 말이죠.
혁신, 자유, 창의성은 사라지나
서로 다른 기업의 합병이 불러오는 정체성의 혼동 역시 M&A에서 우려되는 점으로 꼽히는 내용입니다. 게임사가 가지는 아이덴티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죠.
물론 오늘날 많은 게임사 M&A에서 기업은 스튜디오의 독자적인 운영, 주체적인 개발을 약속하곤 합니다. MS 게이밍의 필 스펜서는 Xbox 산하 스튜디오의 개발 방향을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죠. EA의 앤드류 윌슨도 레이싱 명가 코드마스터즈를 인수할 당시 코드마스터즈를 리스폰과 같이 대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F1', '그리드' 등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말이죠. 리스폰이 '스타워즈: 제다이' 시리즈, '에이펙스 레전드' 등 독자적인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하지만 큰 회사 아래 스튜디오가 온전히 자기 게임 개발에 몰두할 수 있다고 확답하긴 어렵습니다. 액티비전이 대표적이죠. 액티비전은 자사의 핵심 프랜차이즈인 '콜 오브 듀티' 개발을 위해 산하 스튜디오 다수를 게임 개발 작업에 밀어 넣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거의 매년 게임이 출시되기에 인피니티 워드, 트레이아크, 슬레지해머가 저마다 시리즈를 이어 만들 주력 개발사를 두고 산하 스튜디오를 개발 지원에 몰아넣습니다. 2021년에는 토이즈 포 밥까지 처음으로 '콜 오브 듀티'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모든 액티비전의 스튜디오는 내부 프로젝트보다는 '콜 오브 듀티' 개발에 몰입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EA 역시 코드마스터즈에 독자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더트' 개발팀 코드마스터즈 채셔를 크라이테리온 게임즈에 편입시켰습니다. 그리고 EA의 레이싱 게임 '니드 포 스피드' 신작 개발을 돕게 했죠. 최근 공개된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역시 머신게임즈가 핵심 개발을 담당하지만 343 인더스트리, 이드 소프트웨어, 탱고 소프트웍스 등이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이 정식 발표 이전부터 루머로 돌았습니다.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의 토드 하워드가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만큼 여러 스튜디오의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오갔죠.
또 다른 우려는 대형 퍼블리셔에 편입된 회사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소신껏 게임을 만들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최근 유출된 인섬니악 내부 문건에는 '마블 스파이더맨2'의 개발 예산이 3억 달러에 달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한화로 계산하면 4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입니다. 마블에 제공하는 라이선스 비용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게릴라 게임즈의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역시 2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높아진 게임 개발 비용은 결국 더 많은 판매량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독창적인 무언가보다는 대중적으로 잘 팔리는 것,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으로 안정적인 판매 루트를 구축하는 것. 요소요소 뜯어서 잘 만든 게임은 있을지언정 전체적인 특징은 획일화되고 있다는 거죠.
개발비 상승의 원인 역시 독립되지 못한 개발 환경이 꼽히기도 합니다. 더 큰 게임을 만들길 원하는 모회사. 그리고 그 조율 과정이 간결한 개발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고요. 개발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늘어가는 인건비와 리소스 관리 비용도 발생하고요.
지난해 10월 팟캐스트 랜 파티에 출연한 전 SIE 대표 숀 레이든은 인수 합병이 불러올 창의성 상실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최근 난립하는 M&A가 스튜디오에게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보다는 흡수되는 모습이 되어갈 거라는 걱정을 드러냈습니다. 실제로 액티비전이나 EA 외에도 이런 사례는 적지 않고, 또 언제든 반복될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치열할 M&A 경쟁
그럼 이제 엔데믹에 접어들고, 또 외출이 자유로워져 게임 이용자는 줄었으니 M&A도 줄어들까요?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앞서 말했죠? 게임에 관한 인식 상승. 이건 단순히 게임사가 아니라 비게임사로 구분되던 기업들이 게임 사업에 눈독을 들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셔도 됩니다. 팬데믹은 게임에 대한 분석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기업들에 게임이 돈이 된다는 걸 확실히 깨닫게 했으니까요.
대형 M&A를 성사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은 단연 디즈니입니다. 밥 아이거가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CEO로 돌아온 이후 EA를 비롯해 대형 게임사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소식통 인용 보도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디즈니는 2021년 폐쇄했던 루카스아츠를 루카스필름이라는 게임즈라는 이름으로 되살렸습니다.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등의 핵심 IP 게임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도였죠. 2022년에는 디즈니, 21세기 게임즈, 루카스필름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게임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 역시 게임으로 비즈니스 확장을 노리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입니다. 동영상 서비스에 이어 게임으로 콘텐츠 앱으로의 넷플릭스를 그리고 있죠. 구독 서비스에 포함되는 게임에도 단순히 서비스 계약만이 아니라 독점 계약, 나아가 인수를 통한 자체 스튜디오화까지 폭넓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구글과 애플도 각기 핵심 구독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유튜브 프리미엄, 애플 아케이드가 포함된 구글 원에 게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업의 게임 사업 진출. 그리고 게임 개발에 큰 비용이 들어가며 젊고 유능한 재원 확보, 코어 팬을 확보한 IP 확보까지 생각하면 M&A는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결국,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할 테니 매물로 나오는 기업에 손을 뻗는 대형 게임사는 여전할 전망입니다.
시장 논리에 따라 반독점법에 위반될 정도가 아니라면 계속될 M&A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어쩌면 그저 인수될 게임사들이 억눌리지 않을 창의성을 발산할 개발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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