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넥슨게임즈의 기대작 '퍼스트 디센던트'는 글로벌 게임 시상식 TGA 2023에서 신규 시네마틱 트레일러와 함께 출시일을 올 여름으로 확정했습니다. 금일 기준 조회수 12만 회를 기록한 해당 영상에는 게임의 출시를 바라는 해외 게이머들의 기대에 찬 댓글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년 9월, 크로스 플레이 오픈 베타를 통해 PC는 물론 콘솔에서도 테스트를 진행한 '퍼스트 디센던트'의 성과는 한 눈에 보기에도 무척 고무적이었습니다. PC 플랫폼 스팀 기준 최다 동접자 77,000여 명을 기록했고, 총 200만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OBT 기간 동안 '퍼스트 디센던트'를 체험했죠. 게다가 콘솔로 참여한 이용자의 수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국산 게임으로는 이례적인 기록들을 세우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세계적인 기대를 받고 있는 이유 중에는, 퍼스트 디센던트가 글로벌 개형 게임사도 선뜻 개발하려 하지 않는 '루트 슈터'라는 장르를 택한 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몇몇 대표적인 게임이 장르를 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작에 대한 기대는 더욱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올 여름 대대적인 출시를 앞두고 있는 현재, '퍼스트 디센던트' 개발진은 지난 테스트를 통해 무엇을 배웠고, 또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넥슨게임즈의 이범준 PD와 주민석 디렉터를 만나 지난해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왼쪽부터 넥슨게임즈 이범준 PD, 주민석 디렉터


OBT 참가자 200만 명, Steam 동접자 77,000명... 그 이후

크로스플레이 베타 테스트부터 더 게임 어워드 트레일러 공개까지, 지난해 하반기엔 '퍼스트 디센던트'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 한 해에 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범준 PD = 재작년 처음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피드백이 정말 많았는데, 당시에는 테스트 일정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테스트를)시작하고 하루 이틀 뒤에 디렉터와 함께 다음 플랜에 대해 의사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모든 테스트 일정이 끝나 정식 분석이 나온 뒤에 의사결정이 진행되면 그만큼 개발 기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게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의사결정도 주고받으며 개선사항을 반영한 것이 지난해 콘솔을 포함해 진행한 크로스플레이 테스트였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욕심을 부린 게 많아 일정을 미뤄야만 했죠. 그래도 연기한 한 달 동안 개선한 요소들의 결과가 정말 좋았어요. 또, 처음부터 오픈 베타를 목표로 했던 건 아니었지만, 더 크고 확실하게 피드백을 받아보자는 의도로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주민석 디렉터 = 작년에는 오픈 베타 테스트가 너무 큰 이벤트였기에, 그 이전은 정확히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도 같습니다. 사실, 내부적으로는 개발하면서 "보이기에는 좋은 결과를 받았는데, 왜 우리는 괴롭지?"같은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여러분들께 숙제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고 개발을 계속하다 보니 작년이 끝났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피드백을 바탕으로 어떻게 런칭까지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 계획을 세우며 작년 연말을 보냈고, 이제는 슬슬 그 결과가 모습으로 보여지는 단계에 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큰 이벤트가 준비돼 있으니, 그 이후에는 아마 오픈 베타 시절이 기억이 안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선보인 트레일러도 상당히 신선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영화같은 연출 덕분에 해외 게이머의 반응도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직접 제작한 영상인가요?

이범준 PD = 음악은 사왔고요(웃음). 스튜디오 내에 사운드, 연출팀 모두가 노력한 결과입니다. 영상 회사 출신 분들도 많이 계시고, 애니메이션 팀에서 지원해 주시고 하면서 스튜디오 내 리소스를 상당히 투입해 만들어낸 트레일러죠. 아무래도 외주를 맡기다 보면 직접 하는 것만큼 감성이 담기지 않는 면이 있어요. 특히, TGA에서 선보인 트레일러는 이 전에 공개한 트레일러 스타일과 다르게 드라마틱한 느낌을 많이 싣는 스타일로 도전해 제 기억에도 많이 남습니다.

작년에는 크로스 플레이 테스트에 대해 부담감도 있었고, 준비해야할 것들도 많아 일정이 연기되기는 했지만, 다행히 그 결과가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이후엔 어떻게 계획을 짤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테스트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개선한 뒤 출시가 가능할 시기를 산정하는 과정도 필요했죠.

그 결과 출시일을 발표하는 시점으로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쟁쟁한 여러 작품들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게임을 기다리는 분들에게는 보다 근사한 자리에서 알려드리는 것도 일종의 선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스스로도 동기부여 측면에서 좋았고요. "열심히 만들고 있고, 언제쯤 출시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자 그 자리를 꼽았습니다.

그래서 여름 출시를 이미 확정된 상황이고, 여름 중 언제 출시할 것인지, 또 앞으로 추가적인 계획은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화하는 단계라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작년 한 해는 정말 큰 이벤트를 치렀고, 그 결과가 좋아 만족스러운 해를 보냈습니다. 올해는 부족하다고 지적받은 부분들의 우선순위를 높여 적극적으로 개선해 보고자 비교적 여유 있게 일정을 가져가려고 합니다.


크로스 플레이 오픈베타 참여자 200만 명, 스팀 동접자 77,000명이라는 상당히 고무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내부의 반응이 어땠을지도 궁금합니다.

이범준 PD = 솔직히 말하면, 저나 디렉터 모두 의외로 잠잠했습니다. 해외 개발사 분들은 소리도 지르던데, 부끄러워서...

외부에서 볼 때는 동시 접속자가 0명에서 77,000명이 됐지만, 저희는 개발하며 게임을 계속 하고 있으니까 그런 실감이 잘 안 나더라고요. 테스트가 끝나고 나서 성과는 어떻고, 앞으로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한 브리핑을 했는데, 그 주제 중 하나도 '왜 우리는 피부로 느끼기 어려울까'일 정도였죠.


왜 피부로 느끼기 어려웠을까요?

이범준 PD = 제 생각에는 한국 이용자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았던 점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매니악한 장르이기도 하고. 특히, 작년에는 해외에 선보인 다른 국내 작품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고요. 해외 이용자들의 칭찬들은 주로 한국에 역수입되는 형태였던 터라 빠르게 피부에 와닿지 않았던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 함께 모여 (지난 테스트의)성과를 설명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기뻐해도 괜찮은 수치고, 여기서 멈추기 아까우니 더 잘해서 더 큰 성과를 누리자는 주제로 예쁘게 PPT도 만들어 발표했죠(웃음). 이렇게 의외로 비현실적인 느낌이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스팀 위시리스트 등 지표의 등수를 매일 확인하는 편인데, 퍼스트 디센던트가 지금 9등, 10등 정도 하는데 약간 실감이 안 납니다. '대단한 것 맞겠지?' 하는 생각이 여전히 들더라고요. 또, 생면부지의 외국 플레이어 분들이 유튜브 영상을 올려주고 하시는 걸 보면 남의 게임처럼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창 개발할 때는 일에 몰입하고 있어서 그런가? 참 신기하죠.


처음 '퍼스트 디센던트'를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던 시점과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많은 것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또 어떤 부분은 변함 없이 남아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범준 PD = 어떤 일이든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의사결정자들에게 피칭을 진행하잖아요. "이 프로젝트는 어떤 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명을, 얼마를 들여 이런 성과를 낼 거야" 하는 발표를 하는데, 제가 2019년 초에 기획안을 썼으니 꽤 오래 됐죠. 그 중에 달성이 잘 된 것도 있고, 바뀐 것도 있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회사를 설득하고 시작한 일의 결과를 마주할 시간이 가까워 오니 신기한 기분입니다.

그 때의 저는 의기양양하게 "동접자 얼마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당시엔 머리로 기획서를 썼지만 지금 결과는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점이 없잖아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이런거죠. "이게 되네" 같은 느낌이랄까.


'루트 슈터'라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장르에 도전하는 만큼, 지난 테스트를 통해 받아본 이용자의 반응이 굉장히 중요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피드백을 보고 '우리가 가려던 방향이 맞았다' 라고 확신하게 된 시점은 없었나 궁금합니다.

이범준 PD = 처음 게임을 개발하려고 마음먹었던 시점을 생각해 보면, 처음 예상했던 게 맞은 건 "(루트 슈터)시장에 신작이 잘 안나온다"는 게 있겠네요. 루트 슈터 장르는 굉장히 게임이 안 나오는 시장인데 왜 그럴까, 하는 고민도 많이 해봤죠. 당시 제 생각은 슈터와 MMORPG를 개발하는 기술 스택의 결이 굉장히 다르고, 거기에 온라인까지 잘 되어야 하기 때문에 도전적인 시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예상과 비슷하게 지금까지도 루트 슈터는 다들 잘 만들지 않고 있는 분위기고요.

그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신작이 잘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퍼스트 디센던트'로 루트 슈터 장르에 도전한다는 제 전략은 맞는 방향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민석 디렉터 = 달랐던 것은 아무래도 게이머들의 슈터 퀄리티에 대한 기대도가 개발팀의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입니다. 첫 테스트 당시 피드백으로 캐릭터 모션, 타격감, 슈터 기본기, 그래플링 훅 등에 대한 피드백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저희가 '이 정도면 되겠지'하고 생각한 슈터 퀄리티가 유저들의 눈높이보다 낮았던 결과죠. 그래서 다음 베타 테스트까지 이를 끌어올리는 작업들을 했고, 두 차례 테스트를 모두 참여한 분들이 비교 평가를 많이 해 주신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개발하는 과정이 게임을 보여드리고, 유저 여러분께 숙제를 또 받는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숙제 열심히 해서 오픈 베타 진행했고, 오픈 베타에서 또 숙제를 많이 받았으니 잘 해결해서 런칭까지 준비해야죠.


실제로 첫 번째 테스트와 지난해 크로스 플레이 OBT를 모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피드백이 반영됐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특히나 이용자의 피드백을 중시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이범준 PD = 저희가 소위 정공법으로, 교과서적으로 만들었다고 표현을 하거든요.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게임이라 저희도 배워가면서 개발하니, 피드백을 중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첫 테스트 때 크게 체감하고, 예상보다 온도 높게 대응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받은 피드백 다 정리하고 다시 테스트한다'고 계획도 싹 변경하고요. 그리고 나서 실제 결과가 기대치보다 잘 나오니 '이 방법이 맞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 거죠.

딱 정해진 답은 없지만, 더 나은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드리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이 우리에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라면 이번 테스트에서 넣을지 말지 고민하던 부분도, 웬만하면 다 고치자는 방향으로 개선을 진행했습니다. 남아있는 이슈들도 최선을 다해 퀄리티를 높여 출시할 계획입니다.


피드백 수용과 비슷한 맥락에서, 첫 테스트부터 굉장히 세밀한 디테일의 개발자 노트를 공개해서 한 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용자와 소통에 상당한 노력을 들이고 계신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계기도 궁금합니다.

이범준 PD = 출시까지 시간이 아직 남은 상황에서, 놀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많이 고민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발자 노트는 저희가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고, '왜' 인지를 설명드리면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방향을 납득하실 수도, 또 기대도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남몰래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투명하게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시작하게 됐습니다. 또, 여러 해외 게임의 사례를 보면 그간 히스토리나, 무엇을 어떻게 했고, 어떤 관점으로 개선하려고 했는지 유저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더라고요. 저 또한 그런 부분에 감명을 받기도 했고요.

앞으로도 개발자 노트는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말씀드렸던 내용들도 자료를 잘 준비해서 (개발자 노트로) 포스팅할 계획입니다. 커뮤니티와 소통하기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루트 슈터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피드백을 접한 만큼 개선할 부분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현재 가장 집중해서 개발하고 있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민석 디렉터 = 한 가지에 모두가 집중해서 개발하고 있다기보다는 각 그룹들이 특정 부분에 집중하는 식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토리도 한 부분이죠. OBT에서 보여드린 대본은 보다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건, 보통 스토리를 새로 개편하면서 더 좋게 만드려는 아이디어를 구상하잖아요. 예를 들어 플레이어인 계승자들이 다른 동료 NPC로 등장하는 계승자들과 만나서 일어나는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는데, 피드백 중에 정확히 "왜 이런 거 안 해주냐"는 글이 올라왔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필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입니다. 이전 테스트에서, 그러니까 지난 두 차례 테스트 모두에서 필드가 비어있다는 피드백이 정말 많았습니다. 의견을 반영해 필드에서 다른 유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 이 부분을 고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 휑한 오픈 필드는 대대적인 개선을 거칠 예정이라고

실제로 크로스플레이 베타를 PS5로 접했는데, 같은 필드에 있는 사람과 같이 미션을 진행하고 싶어도 커뮤케이션 요소가 부족해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도 고민중인지 궁금합니다.

주민석 디렉터 = 커뮤니티 부분은 일단 플레이어가 잘 모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테스트에서는 넓은 필드에서 원하는 미션을 하는데, 서로가 서로 다른 미션을 하는 느낌이 크게 났다는 피드백이 많았죠. 좀 더 같은 임무를 진행하는 확률이 높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기능들은 순차적으로 필요한 기능들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범준 PD = 콘솔도 많이 신경쓰고 있습니다. 처음이라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았어요. 컨트롤러 조작 부분도 개선하려고 고민중입니다. 지난번에 발표하기도 했지만 OBT 당시 콘솔 유저가 전체의 절반 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다양한 개선 사항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적화 측면이나 새로운 추가 기능들 등, 아마 여러모로 나아진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루트 슈터 장르를 즐기는 동료 기자와 몇 번인가 '루트 슈터 장르의 오픈 월드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마다 루트 슈터 장르 팬들이 생각하는 '오픈 월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루트 슈터의 오픈월드 구성은 어때야 할까요? 개발을 해 오고 있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견해가 궁금합니다.

이범준 PD = 이용자들의 인식 사이에 간격이 꽤나 큰 부분인 것 같아요. 루트 슈터 장르를 오래 접하신 분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상대적으로 덜 접한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기존 오픈 월드가 훨씬 익숙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오픈월드가 (루트 슈터의)게임 디자인과 잘 맞느냐에 대한 고민은 저희도 물론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사례로, 루트 슈터 장르인 '데스티니' 시리즈도 보면 실제로는 한 곳에 있는 인원을 특정 수 이상 보이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 제한하기도 하고, 맵도 구분을 나눠두고 있습니다. 또, '오픈월드'에 국한하지 않으면 코옵이나 전투의 퀄리티 측면에 더 힘을 실을 수 있기도 하고요.

여러 고민이 있지만, 결국 오픈월드 자체가 디자인적으로 (루트 슈터와 궁합이)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저희의 한계를 제대로 인지하고,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전투에 더 집중하자는 생각입니다. 미션이 없으면 필드가 비어있다는 부분은 피드백으로 만이들 이야기해 주셔서, 어떻게든 개선해서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계획도 세웠고요.


그런 맥락에서 필드 콘텐츠에 대한 개선 계획도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반복적인 플레이를 요구하지만 지루해선 안 되는, 루트 슈터 장르만의 미묘함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민석 디렉터 = '퍼스트 디센던트'에 어울리는 오픈 필드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해서는, 필드에서 할 일을 더 많이 넣는다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오픈월드 형태에 부합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닐 수도 있어요. 솔직히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나는 필드의 모습은 있지만, 그것이 루트 슈터 장르에 대한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궁극적으로 모두가 납득하는 오픈 필드가 되기는 힘든 이유가, 루트 슈터는 동기화가 많이 들어가는 장르에 속합니다. 특정 적과 대적하고 하는 것에 대한 동기화 비용도 높고, 플레이어의 레벨에도 영향을 받고요. 또 진입로는 어디인지, 적의 위치는 어디인지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나의 진입로를 장담할 수 없는 레벨디자인, 슈터라는 장르의 특징, 온라인 환경을 모두 엮는 오픈월드를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숙제죠.

현실적으로는 필드가 비어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루트 슈터에 어울리는 오픈월드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제 꿈이기는 합니다. 전투 감각을 손해보지 않고, 필드를 잘 만들기가 생각보다 정말 어렵더라고요.

이범준 PD = 사실, 저희도 자주 이야기하는 주제입니다. 어떻게 하면 한 단계 더 진화한 오픈월드를 여러분게 선보일 수 있지 말이죠. 라이브 게임인 만큼 업데이트도 필요하고, 새롭게 선보일 가치가 계속 필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한 가지만 육성하는 것을 선호하는 플레이어도 있을 수 있는데, 퍼스트 디센던트는 여러 캐릭터들이 있지만, 하나의 캐릭터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지장은 없을까요?

주민석 디렉터 = 어떤 콘텐츠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만능형 캐릭터들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특정 콘텐츠에 특화된 캐릭터보다는 좋은 성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글레이'보다는 보스전에서 안 좋겠죠. 다만, 저희가 원하는 플레이 방향은 여러 조합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겨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대한 많은 캐릭터들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퍼스트 디센던트'가 추구하는 것은 캐릭터와 무기를 수집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골라 극단까지 키우는 게임이죠. 한 캐릭터만 키운다고 게임 진행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캐릭터 풀을 넓게 수집하는 방향으로 접근하시면 좀 더 즐겁게 플레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캐릭터만을 깊이 육성하는 게임은 점점 시간이 갈수록 후발주자가 접근하기 굉장히 어려운 게임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깊이가 MMORPG처럼 깊은 편은 아닙니다. 여러 캐릭터를 키우고, 이들을 각각 이용해 콘텐츠를 플레이하는 식으로 획적인 깊이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 두 차례의 테스트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버니'

두 차례 테스트를 통해서 게임 내 캐릭터 디자인에 대해서도 꽤나 호평을 많이 받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퍼스트 디센던트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프로세스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주민석 디렉터 = 먼저 캐릭터를 어느 포지션에 위치하게 할 것인지부터 고민합니다. 동시에 이 캐릭터의 '엣지'는 무엇일지 구상하게 되죠. 이후 설정이나 외형, 콘셉트, 스킬 구성 등을 기획해 이를 기반으로 원화부터 모델링 단계를 거쳐갑니다. 처음 구상한 '엣지'를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죠. 보통 이런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 캐릭터들의 인기가 많았습니다.

'버니'의 경우가 그런 파이프라인이 굉장히 잘 진행된 사례예요. '총을 쏘지 않고, 달리기만 해도 적들을 쓸어버리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아트 팀에서 토끼라는 콘셉트를 떠올려 주었습니다. 그런 개발 단계를 거쳐 지금의 버니가 탄생했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 캐릭터가 인기까지 높은 사례에 등극하게 됐습니다.

캐릭터를 만든 후에는 수 차례 테스트를 진행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수정 작업을 진행합니다. 특히, 콘솔 컨트롤러 조작에 대해서도 테스트를 많이 거치고 있습니다. 컨트롤러를 사용해도 잘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인지, 그렇지 않다면 스킬을 다시 수청하는 작업을 거치면서 하나의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데 꽤 긴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출시 단계에서 캐릭터는 몇 종이나 만나볼 수 있을까요?

주민석 디렉터 = 현재로서는 출시 시점에서 일반 캐릭터 15종, 얼티밋 캐릭터 5종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나 전반적인 전개에 대한 피드백도 많았던 편입니다. 어떤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민석 디렉터 = 스토리는 첫 번째 스팀 베타테스트에서는 프롤로그에서 전달력도 떨어졌고, 스토리 대부분을 주로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통신으로 전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플레이어는 전투를 진행하기 바빠 스토리 전달이 잘 되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죠. 게다가 자막으로 스토리를 읽어야 하는 유저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던 것도 이런 이유들이 바탕이 되었고요.

이후 오픈 베타에서는 스토리의 목표를 보다 명확하게 하고, 알비온이라는 인류의 세력과 '철의 심장'이라는 오브젝트에 집중한 대립 구도를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전투하느라 스토리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를 개선하기 위해 오픈 필드 미션 진행시 스토리가 진행되는 배치를 대폭 줄였죠. 하지만, 그러다보니 미션을 할 때는 스토리가 없다가 퀘스트 때는 스토리가 있다가 하면서 중간에 비는 구간이 생기더라고요. 현재 가장 큰 구조적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미션 내 스토리와 메인 퀘스트 스토리 사이의 밀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스토리 진행이 잘 느껴지게끔 조절했고요. 각 필드별로 주된 목적인 '철의 심장'을 찾기 위해 해야만 하는 작은 목표들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형태로 구성을 잡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유저들이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대본의 퀄리티 또한 캐릭터성을 녹여내기 위해 대대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TGA 시네마틱 트레일러가 인상깊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거대한 존재와 싸우는 주인공들의 모습 때문이었지 않을까 하는데요. 해당 트레일러도 스토리와 연관된 장면들일까요?

주민석 디렉터 = 오픈 베타 당시에는 스토리에서 '거신'의 존재를 다루고 있지 않았는데, 메인스토리에 등장하는 이야기로 개편했습니다. 예전보다 스팩터클하고 몰입감 있는 스토리를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구간별로 삽입되는 시네마틱 컷신도 만족하실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캐릭터를 육성하는 핵심 요소인 모듈도 지난 테스트의 핵심 변경 사항 중 하나였습니다. 변화에 대한 이용자층의 피드백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긍정적이었던 점, 그리고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점이 있다면?

주민석 디렉터 = 지난 피드백에서 게임을 가장 앞서나가는 분들을 보면 모듈을 이용해 최적화 빌드를 짜는 데 고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게 저희가 바라는 바였습니다. 그래서 잘 된 부분이었다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튜닝을 통해 스펙을 극대화하는 것, 원하는 캐릭터로 파워 판타지를 충족하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듈의 목표가 될 예정입니다.

물론, 오픈베타 당시에도 저희가 원하는 바에 도달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듈을 굉장히 여러 가지 만들었지만, 특정 모듈에 대한 사용이 치우쳐 있던 점도 한 가지고요. 하지만, 테스트 기간이 비교적 짧았던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직관적으로 효용이 느껴지는, 소위 '교복'처럼 사용될 여지가 있는 모듈 위주로 사용되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어느 방면을 포기하면서까지 특정 기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빌드는 오픈 베타에서 충분히 동작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 바라는, 이상적인 캐릭터 육성의 모습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주민석 디렉터 = 출시 시점에서 지향점은 캐릭터마다 모듈 세팅을 다르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떤 모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같은 캐릭터라도 이후 모듈 세팅이 달라지도록 스킬 개조 모듈이나 스탯 분배도 재검토하는 중입니다. '캐릭터의 스킬을 어떻게 하면 이 모듈이 더 받도록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궁극적으로 파워 판타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할까'에 대해 고민하며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루트 슈터는 결국 빌드를 짜고, 파워 판타지를 달성해 몬스터를 더 잘 잡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어떻게 조립해 나가느냐에 대해, 두 차례 테스트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있는 단계라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루트 슈터 장르의 흥망은 '엔드 콘텐츠'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퍼스트 디센던트'의 엔드 콘텐츠는 어떻게 구성할 계획일까요?

주민석 디렉터 = 현재 유저분들이 경험해 보신 엔드 콘텐츠는 요격전과 특수작전(방어전)이 있었는데, 요격전의 경우 난도가 높아질수록 게임플레이가 팀플레이 공략, 기믹 파훼로 가기 때문에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출시 시점에 맞춰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들이 있는데, 던전은 물론 더욱 고난도의 콘텐츠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엔드 콘텐츠에 대해서는 이용자의 성향과 파밍처에 맞게끔 여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방향입니다. 라이브 서비스이니만큼 한 번에 끝나지 않고 계속 만들어야 하고요. 아무리 재미있어도 신선도가 떨어지게 되어있으니까요. 현재 업데이트를 통해 (엔드 콘텐츠를)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있고, 점차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변화해 나가게 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범준 PD = 밀도 높은 코옵 플레이가 요격전에 집중된 상태였는데, 그 외에도 밀도 있는 협동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엔드 콘텐츠가 게임의 큰 한 축으로 추가될 예정입니다. 또 하나는 필드, 던전 등에 난이도 옵션를 추가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전체적으로 맵도 3개에서 8개로 확장하고, 전반적인 콘텐츠 볼륨을 늘리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단계입니다. 반복하는 콘텐츠를 늘리는 만큼 편의성 개성은 당연히 따라와야 하는 것이고, 그 과정을 편하게 즐기실 수 있도록 매칭으로 모이거나 지원을 통해 협업하는 기능 등도 최대한 많이 추가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름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 출시 후 '퍼스트 디센던트'가 어떤 게임으로 남기를 바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범준 PD = 높은 메타크리틱 점수를 받고 싶다거나 그런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장르 유저를 위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루트 슈터를 즐기는 많은 분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앞서 잠시 말씀드렸듯, 새로운 작품을 만나기 힘든 시장이기도 하고요. 공통적으로 "제발 게임 좀 만들어 달라"는 장르 팬들의 목소리가 많은데, 그런 신작 루트 슈터 게임 중에서 한 자리를 퍼스트 디센던트가 차지하는 것이 제 소박한 꿈입니다.

주민석 디렉터 = 저는 '오랜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게임 출시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이야기와 콘텐츠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꾸준히 사랑 받는 게임이 되기를 바라고, 그 첫 단계로 초반 탄력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현재 온라인 루트 슈터 장르에서 대표적인 게임이 두 개 있잖아요. 그 두 게임과 함께 돌아가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기대하는 루트 슈터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범준 PD = 여름에 출시하겠다는 약속은 확정된 만큼 꼭 지킬 계획입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자세한 내용은 차차 하나씩 공개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퍼스트 디센던트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