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례와 상대편의 차례를 번갈아 진행하거나, 바둑판, 체스판 같은 타일에 캐릭터나 기물을 옮겨가며 행동하는 것, 좋은 행동이나 선택은 캐릭터의 성장이나, 아군 세력이 점점 강해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명: 페르소나5 택티카 | 개발사: ATL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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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5 택티카의 기본 뼈대는 본편인 페르소나5의 그것입니다. 캐릭터는 근접 무기와, 원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요. 사람의 내면에 있는 '또 하나의 자신'을 실체화할 수 있는 페르소나를 만들거나,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택티카는 'SRPG'의 'S'가 가지고 있는 스테레오 타입들을 몇 가지 채용했고, 택티카만의 'S'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캐릭터가 숨을 수 있는 엄폐물이 낮거나, 높거냐에 따라 방어 성능이 달라진다는 부분만 보면, XCOM과 비슷한 게임으로 보이기도 하고, 마법과 같은 페르소나 스킬을 사용한다는 걸 보면, 파이어 엠블렘같은 일본식 SRPG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택티카의 전략성은 XCOM이나 파이어엠블렘과 완전히 다릅니다. XCOM, 웨이스트랜드, 재기드 얼라이언스같은 게임의 전략성은 기본적으로 확률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부분이 강합니다. 내가 조금 더 높은 확률로 공격하고, 낮은 확률로 공격당하는 것이 전략의 기본입니다.
파이어 엠블렘, 택틱스 오우거, 랑그릿사식 전략성은 상성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은 도끼에 강하고, 도끼는 창에 강하고, 창은 검에 강한 유닛 상성이나, 불, 바람, 땅, 물으로 대표되는 속성 상성 같은 부분이 게임에 중요한 전략성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페르소나5 택티카는 두 종류의 전략성과는 아예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공격에 확률은 없고, 유닛 상성 관계도 없습니다. 택티카는 택티카만의 전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략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여신전생, 페르소나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원 모어' 시스템입니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상성이 좋은 공격이나 크리티컬을 발생시키면 '프레스 턴' 또는 '원 모어 턴'으로 한 번 더 행동할 수 있는 이득을 얻게 되는데요. 택티카에서는 가드 상태가 아닌 무방비의 대상을 공격할 때, 대상을 '다운'시키면서 '원 모어'턴을 얻게 됩니다.
한 번 더 공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아예 새로운 턴을 받습니다. 다른 대상으로 '원 모어'턴을 또 발동할 수 있습니다. 행동 기회를 많이 받는 것은 택티카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두 번째 요소인 '총공격'이라는 공격 방식 때문입니다.
다운된 상대 유닛을 아군 세 명으로 에워쌌을 때 그 형성된 삼각형 안의 모든 유닛에게 큰 피해를 줍니다. 삼각형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더 많은 유닛을 삼각형 안에 포함시킬 수 있는거죠. 택티카는 한 캐릭터로 계속 턴을 얻으면서, 거대한 삼각형을 만드는게 가장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기존에 해왔던 SRPG의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미니 퍼즐을 계속 푸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게 합니다.
페르소나5 택티카는 '괴도단' 여덟명과 이 작품에서 새로 등장하는 '엘'이라는 소녀와 젊은 정치가인 '카스카베 토시로'가 이야기의 중심이 됩니다.
이미 전 작품에서 괴도단은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이 완성된 상태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캐릭터성의 변화나 확장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페르소나5를 해보지 않았던 분들은 기존 캐릭터에 대한 서사가 없기 때문에, 캐릭터의 성격과 서로의 관계에 대해 문맥이나 게임에서 제공하는 메모로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긴 합니다.
전투에 참가하는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3인입니다. 캐릭터는 각자 사용하는 무기와 스킬의 종류가 다릅니다.
예를들면, 하루라는 캐릭터는 넓은 범위를 공격할 수 있는 유탄 발사기와 적을 당겨올 수 있는 '사이' 계열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캐릭터별로 볼티지(Voltage) 게이지를 사용하는 '유니크 스킬'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특징을 가진 파티를 구성할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 스테이지에서 선발 출격하지 않은 캐릭터는 다음 전투에서 '베스트 컨디션'이라는 버프를 받기 때문에, 매 판마다 조합을 바꿔가며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정해진 캐릭터에 변주를 주는 것이 '페르소나'입니다. 택티카에서는 모든 괴도단이 페르소나를 장비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준비된 페르소나는 200종 이상으로 아주 많습니다. 페르소나를 장비하면, 그 페르소나가 가지고 있는 HP, SP, 공격력이 캐릭터에 더해집니다. 전작과는 달리, 페르소나의 레벨을 올려도 새로운 스킬들을 배우지는 않습니다. 그 페르소나의 고유 스킬과, 합체 때 사용된 페르소나의 스킬 중 하나를 계승해서 두 개의 스킬이 캐릭터에 더해지게 됩니다.
액티브 스킬과 패시브 스킬 모두 계승할 수 있기 때문에, 근접 공격력에 특화된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고, 빙결과 화염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도 만들 수 있습니다.
게임의 플레이타임은 25시간 정도입니다. 저는 최고 난이도 기준 1회차 종료까지 22시간 걸렸습니다. 모든 퀘스트와 스테이지 3별, 최고 수준의 페르소나를 1회차부터 얻길 원하신다면 25시간에서 30시간 정도의 볼륨이라고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회차 계승 요소도 존재합니다. 2회차에서는 소지금, 장비, 페르소나 전서 등이 계승됩니다.
스토리는 페르소나 시리즈의 전형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우정, 정의, 노력, 희망, 저항 이런 키워드가 중심이 됩니다. 괴도단과 신규 인물들이 섞여서 만들어가는 이야기도 좋지만, 다소 뻔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페르소나 시리즈가 자랑하는 BGM은 택티카에서도 여전히 좋습니다. 경쾌하고 모던한 사운드는 전투 뿐만이 아니라, 로비에서도 귀가 즐겁습니다. 플레이하는 내내 버그도 없었고, 번역 오류도 찾지 못할 정도로 깔끔하게 잘 나왔습니다. 스팀덱으로도 60프레임이 유지됩니다.
페르소나5 택티카는 약점 역시 분명히 있는 게임입니다.
첫 번째는 난이도입니다. 택티카의 난이도 단계는 다섯 개가 존재합니다. 스토리를 즐기는 유저부터 도전적인 난이도를 원하는 유저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고 봐야 하는데요. 최고 난이도인 RISKY 난이도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정상적으로 진행 시점에 장비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페르소나도 레벨에 맞게 가지고 있으면, 대부분의 미션을 한 번에 깰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시너지가 나는 조합을 고민하거나, 캐릭터 별 특징을 최대한 살리는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두 번째는 전략, 전술의 깊이입니다.
게임의 난이도가 높지 않으니, 전략의 깊이 역시 얕다고 느껴지게 됩니다. 가드 상태인 적을 무방비로 만들 수 있는 방해 요원 한 명과 이동 속도가 높고, 사격 사거리가 긴 러너 한 명으로 '총공격'을 한 턴에 많이 사용하는 것이 처음부터 게임이 끝날 때까지 가장 효율이 높은 공격 방법입니다.
어떤 맵이 나오든, 어떤 적이 나오든, 아군의 구성이 어떻든, 어떤 페르소나를 장비하든 이 방법이 가장 좋고, 편하고, 가장 선호하게 되실 겁니다.
적을 제거하는 방법이 많으면 많을수록 전략의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요. 가장 효율이 좋은 방식이 툭 튀어나와 있는 모양새라 아쉽습니다.
보스와 일반 몬스터의 종류 역시 적은 편입니다. 보스전의 기믹은 재밌지만, 난이도가 높지 않아서 보스전 중간부터는 지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페르소나 역시 종류도 많고, 다양한 스킬이 있습니다만, 굳이 이런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맵이나 일반 몬스터의 기믹이 조금 더 다양하고, 치명적인 수준이 되었다면, 어떤 캐릭터를 고를 것이냐, 어떤 페르소나를 장비할 것이냐에 대한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페르소나5 택티카는 전체적으로 괜찮은 SRPG입니다.
이미 전작으로 검증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귀여운 아트로 재탄생한 것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습니다. 약점으로 난이도가 다소 쉽게 느껴진다는 것을 얘기하긴 했습니다만, 한 턴에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적당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