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확률형 아이템 규제, 앞으로 과제는
이두현 기자 (Biit@inven.co.kr)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지난 13일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시행령을 발표했다. 당시 전병극 1차관은 "게임 기업들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게이머들의 아픔이 존재하고 있다"며 "단순히 게임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게이머들은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야 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 역시 온전히 게이머들의 몫이었다"고 게임사를 향해 예상보다 강도 높은 말을 했다.
전 차관의 발언은 게이머 권익 보호를 위해 시행령을 꼼꼼하게 준비했단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이번에 발표된 시행령은 여전히 물음표를 남긴다. 컴플리트 가챠에 대한 여전한 불만, 해외게임사와의 역차별, 치장형과 능력형의 차이, 기댓값 표시,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불신 등이다.
컴플리트 가챠에 대한 게이머 불만은 해결되지 못했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를 되돌아보면 게이머의 불만은 표시보다는 확률 그 자체와 방식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물론 국회가 '표시'만 의무로 해뒀기에 문체부가 컴플리트 가챠와 같은 '방식'에 대한 제한을 걸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전 차관이 "시행령이 게임사와 게임 이용자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게이머들의 생각이 모이면 생각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 스스로 호평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기존 자율규제를 따르지 않은 게임사 대부분이 해외게임사였다. 다만, 앞으로 법이 시행되는 것은 기존 자율규제와는 무게가 다르다. 해외게임사가 확률정보를 표시하지 않으면, 법을 어긴 게 된다. 법을 어겼음에도 제한할 수 없는 건 문제다. 우리 법 영역 안에 들여오지 못하면 국내게임사와 해외게임사 사이에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문체부는 국회에 제출된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 통과와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들과의 협조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다만, 해외게임사가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를 어기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이런 우려에 대한 대안은 마땅치 않은 상태다. 아울러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들과의 협조도 PC나 콘솔 시장에서는 효과가 없다. 문체부가 제시한 대안 모두 허점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단순 치장형 상품과 능력형 상품이 똑같은 규제를 받는 것도 논의 거리다. 일반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은 P2W(pay to win)에 기반한다. 게임의 결과가 숙련이 아닌 돈과 확률에 결정된다는 문제였다. 이 측면에서 치장형 상품은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과는 거리가 멀다. 치장형과 능력형 상품을 같은 선상에 두고 볼지 추가 논의 여지가 있다.
정보 표시에 '기댓값'을 넣는 걸 문체부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변동확률이나 독립시행에 바로 적용하기 힘들더라도, 단순 계산으로 1만 원 상품에 확률이 1%면 기댓값을 100만 원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문체부가 제시한 일반원칙에 '이용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이 들어가 있다. 기본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 상품인 만큼, 기댓값을 표기하면 이용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문체부 관계자가 해설서를 만들 때 고려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시행령 관리감독 주체라는 점도 게이머들 시선에선 마땅치 않다. 게임위 외에 대안이 없다는 문체부의 고민도 이해는 간다. 문체부는 게임위가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해서 혁신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방안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 답답함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의미가 있는 건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개념이 법적으로 정의되었단 점이다. 인제야 확률형 아이템이 제도권 안에 들어왔다. 문체부는 이번 시행령 발표로 유저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게임업계는 정부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시작되기가 어려웠지 추가 규제는 비교적 쉽다는 걸 알아야 한다. 시행령을 회피할 창의적인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 고민보다는, 친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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