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만큼은 뜨거웠던, 블리즈컨 2023 후기
이찬양,정수형,박이균 기자 (desk@inven.co.kr)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블리즈컨 2023의 막이 내렸습니다. 이번 블리즈컨에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주요 IP에 대한 다양한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여기에, 워크래프트 럼블이라는 새로운 작품이 행사 기간 내 출시되며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인벤팀도 오랜만에 열린 블리즈컨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하루 전 현장에 도착해 행사장의 분위기를 살폈고 오프닝 세레모니부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어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블리즈컨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솔직한 후기를 전해보려 합니다.
Q. 행사 하루 전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행사장을 미리 방문해 살펴보기도 했는데, 기분이 어땠나요?
Aliin : 사실 출국 전은 물론이고 미국에 도착했을 때도, 숙소에 짐을 풀었을 때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행사장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걸렸는데 처음에는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 외에는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도 없었고요. 컨벤션 센터가 눈에 보이고 주위에 블리자드 굿즈를 착용한 사람들이 보이면서 조금씩 '내가 블리즈컨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컨벤션 센터에 도착한 뒤로는 우리가 조금 어려움이 있었잖아요? 취재 패스를 발급받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는데 이때가 가장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뒤에 스토어를 구경갔을 때는 정식 오픈 전임에도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을 보고 꽤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모두들 당당하고 멋지게 행사를 맞이하는 느낌이었죠.
Oddse : 사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가는 해외였고, 입사하고 처음으로 가는 외부 출장이었고, 인생 처음으로 가는 블리즈컨이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긴장한 상태였는데 행사장이 눈에 들어오자 그제야 도착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말씀하신 힘겨운 패스 발급이 끝나고 나서 길거리에 걸린 블리자드 관련 패널들, 노란 우산을 들고 친절히 길을 안내하던 직원들, 블리자드 게임들로 꾸며진 내부를 보니 기대감이 차츰 차오르기 시작했네요.
Camfa : 국내에서 열리는 게임쇼는 거의 다 가봤지만 외국 게임쇼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대를 했는데요. 처음 본 순간 뭐랄까, 풍기는 아우라가 다르달까요. 컨벤션 센터로 가는 길 곳곳에 안내 직원을 배치해 사전 참관객들이 헤매지 않도록 도와줬고 모든 과정이 체계적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Q. 블리즈컨 시작을 앞두고 기대한 소식이 있었을 것 같은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나요?
Oddse : 와우의 확장팩이 나올 타이밍이란 것은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던 만큼, 신규 확장팩이 무엇을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멋들어진 시네마틱 공개 순간도요.
그런데 개막식에서 확장팩을 3개나 공개할 줄은 몰랐네요. 시네마틱도 정말 멋있었고, 현장 분위기도 크리스 멧젠이 나왔던 것에 더해서 상당히 뜨거웠습니다. 다만 이번 시네마틱이 임팩트를 빵 하고 터뜨리는 스타일이기보다는 스랄과 안두인의 정서적인 교감에 대해 잔잔하게 집중했던 만큼 도중에 환호할 타이밍이 없었긴 했네요.
Aliin : 가장 관심을 둔 게임은 디아블로4입니다. 두 분도 알겠지만, 전 블리자드의 여러 게임 중 디아블로를 가장 좋아해요. 뭐 시작되기 전에 디아블로1 리메이크 추측도 있긴 했는데요. 저는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디아블로4에 대해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너무 궁금했죠. 확장팩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이르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나오더라고요.
근데, 전지적 디아블로4 유저 입장에서 보면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일단 개막식 섹션의 짧은 분량부터 디아블로의 현 입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죠. 또, 확장팩이나 시즌2 업데이트, 시즌3 시스템 등이 던져졌지만 직접적으로 마음에 와닿는 것은 없다고 해야 하나. 당장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진 못한 것 같아요. 그나마 마법부여 옵션 미리보기 정도가 반가웠습니다. 확장팩까지 아직 1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서 그런가 봐요.
Camfa : 위에 두 분과 달리 전 블리자드의 모든 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만족과 불만 사이를 오가는 기분입니다. 크리스 멧젠이 와우의 확장팩 발표를 하기 전까지는 사실 불만족이었습니다. 오버워치는 신규 돌격 영웅 '마우가' 발표가 이뤄졌는데 기대했던 순간이지만 그외에 다른 무언가가 없어서 아쉬웠고 디아블로 역시 짧은 확장팩 트레일러 외에는 소식을 풀지 않았죠. 공개한 정보의 질보단 양이 부족해서 아쉬웠달까요. 그래도 레전드 중에 레전드인 크리스 멧젠과 함께 할 와우가 앞으로 어떤 순간을 맞이할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Q. 2일간 블리즈컨이라는 큰 규모의 게임 쇼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좋았던 점이 있다면요?
Aliin : 열정 넘치는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는 것. 영어 실력이 부족해 그들과 직접 이야기를 많이 해보진 못했지만, 표정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게임과 블리자드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행사장에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행사장을 돌고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고 사진을 남기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뭔가, 이런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Oddse : 일이 무척이나 바빴지만... 개발자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전 세계 게이머들이 모여 즐기는 축제라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온라인으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오프라인에서 옆 사람들의 환호, 웃음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Camfa :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취재를 한다는 점이 고되기도 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고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특히, 행사장 규모가 굉장히 넓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고 전 세계에서 몰린 블리자드 팬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었어요. 진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던데 게임 하나에 그런 표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Q. 반대로 각자 아쉬움을 느낀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Aliin : 음, 앞에서 언급한 디아블로4 관련 소식 빼고는 딱히 없는 것 같은데요. 조금 짜내자면 e스포츠가 예전보다 비중이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버워치2 경기가 크게 펼쳐지긴 했지만, 스타크래프트 1/2를 모두 좋아하다 보니 조금 그립긴 하더라고요.
조금 개인적인 영역으로 가보자면, 르세라핌을 못본 것이 정말 아쉽기도 합니다.(웃음) 사실 출발 전부터 동료 기자에게 자랑하기도 했는데 이게 이렇게 되고 말았어요. 행사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와 직캠 영상을 보는데, 조금 마음이 쓰리더라고요.
Oddse : 행사 시작 때 개막식 측에 있었어서 몰랐는데, 오버워치 월드컵의 중계를 끊고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이후 들었습니다. 일정 관리나 오버워치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가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말 개인적인 아쉬움은.. 위와 동일합니다. 르세라핌 공연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요. 저기 코 앞에 있는 경기장에 르세라핌이 있는데...
Camfa : 아쉬웠던 점이라면 너무 기대했다는 걸까요? 솔직하게 말하면...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게 재밌었다고 했는데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부스에서 여러가지 할 거리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몇몇 개를 제외하면 구미가 당기지 않았습니다. 일단, 새로운 신작이 워크래프트 럼블 하나였는데 행사 시작 전에 이미 출시가 됐죠. 현장에서만 해볼 수 있는 색다른 무언가가 없다 보니 현장 체험보단 인테리어에 더 관심이 갔던 것 같습니다.
Q.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스토어와 행사장도 모두 살펴봤어요. 어느 곳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Oddse : 워크래프트 홀의 다크문 축제장에서 패치 뽑기 매장이 기억에 남네요. 무작위 패치가 든 조그마한 캡슐을 뽑을 수 있는 기기가 설치된 곳이었는데, 다들 미친 듯이 기계를 돌리고, 나온 패치들을 벤치에서 자랑 및 교환하고 있었네요.
그리고 디아블로4 Hell's Ink 이벤트도 좋아 보였습니다. 문신까진 아니고 일종의 헤나 같은 걸로 보였는데, 받은 사람들 모습이 멋지더라고요. 저도 한 번 받아볼까 했는데, 대기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결국 못 했습니다.
Aliin : 제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역시 디아블로 행사장인데, 지나고 보니 기억에 남는 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부스입니다. 와 정말 열정들이 대단하더라고요. 시연 PC에도 팬들이 가득 있었고 모든 이벤트에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저희가 일정이 맞지 않아서 르세라핌 콘서트를 보지 못했잖아요? 그때 잠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부스를 마지막으로 살펴봤는데, 그때도 다들 모여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기고 있더라고요. 블리즈컨이 끝나기 직전까지 가장 열기가 가득했던 부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Camfa : 모든 일정을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개막식이 펼쳐졌던 컨벤션 센터 아레나 홀이 아닐까 싶습니다. 행사 전이라 무엇을 공개할지 두근거리기도 했고 평소 실물로 보고 싶었던 유명한 개발자들을 직접 두 눈에 담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 다음에는 워크래프트 부스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역시 이번 블리즈컨의 주인공이라 그런지 인테리어에 많은 힘을 쏟았다는 게 느껴졌는데요. 부스 중앙에 살게라스의 고리발을 박아둔 퍼포먼스도 그렇고 곳곳에 유명인의 1:1 동상을 세워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워크래프트라는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생각해요.
Q. 열정 가득한 관람객들도 만났죠.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경험이 있다면요?
Aliin : 멋진 코스프레나 굿즈를 착용한 관람객들도 많았지만, 오프닝 세레머니 때 제 옆자리에 있던 분은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팬인 것 같았는데요. 소식이 하나씩 전달될 때마다 다양한 리액션을 보여줬어요. 환호를 보내기도 하고 시네마틱 영상이었나요? 감정이 올라와 흐느끼는 소리까지 들리더라고요. 아, 단상에 크리스 멧젠 총괄 매니저가 올라왔을 땐 너무 크게 소리를 질러 깜짝 놀랐습니다.
Oddse : 그 관객분은 크리스 멧젠 등장부터 흐느끼시더니, 시네마틱 도중엔 펑펑 우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일을 위해 급하게 이동하던 중 언뜻 본 와우 전사 캐릭터 코스플레이어분도 기억납니다. 기억상으론 전사 티어6 장비에 아마겟돈 양손검을 들고 계셨었는데... 퀄리티가 엄청나서 급했더라도 사진 찍어둘 걸 하고 엄청 후회하고 있습니다.
게이머들이 게임쇼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정말 블리자드가 좋아서 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실망을 보이기보다는 전반적으로 게임쇼 자체를 즐기면서 만족스럽게 돌아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Camfa : 저도 크리스 멧젠을 보면서 울던 그 분이 기억에 남네요. 국내 게임쇼에서는 보지 못하던 모습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또 다른 관람객이라면 다크문 축제에서 서로의 굿즈를 교환하는 사람들일까요? 정말 놀랐던 게 상품을 판매하는 공식 판매점 외에 관람객들이 사설로 곳곳에 자리 잡고 굿즈를 펼쳐놓더라고요. 그걸 지나다니는 다른 관람객이 보고 굿즈를 교환하는데 이걸 위해 줄까지 서면서 열정적으로 바꾸는 걸 보고 참 신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탐이 나 몇 개 뽑았는데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서 살펴보니 중복이 하나 있더군요. 그때 줄 서서 바꿀껄 그랬습니다.
Q. 그렇다면, 블리즈컨이 한국 게임 쇼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liin : 일단 그 넓은 컨벤션 센터가 한 개발사의 IP로 가득 찬다는 것부터 특별한 것 같아요. 그리고 게임 쇼가 신작 발표와 시연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워크래프트 럼블을 제외하면 그런 느낌이 적었잖아요? 방문객들 또한 소식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그냥 좋아하는 게임을 현장에서 만나고 즐기는 느낌이 조금 더 강하더라고요.
Oddse : 행사장 내부 및 외부에 굉장히 많이 배치된 진행 요원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길목 곳곳에 하늘색 셔츠와 노란 우산을 들고서 관람객들에게 길을 친절히 알려줬는데요. 덕분에 길 헤멜 일없이 컨벤션 센터를 잘 찾아갈 수 있었고, 내부에서도 쉽게 돌아다녔습니다.
Camfa : 국내에도 게임사에서 여는 게임쇼가 있긴 한데 블리즈컨과는 규모면에서 큰 차이가 있잖아요. 게임사 하나가 단독으로 이처럼 거대한 게임쇼를 1박 2일 동안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확실히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또, 그걸 보기 위해 먼 곳에서도 비싼 이용료를 지불하고 오는 팬이 있다는 것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Q.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이번 블리즈컨에 몇 점을 주고 싶나요?
Aliin : 아 어렵네요. 열정과 분위기는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개막식과 이후 여러 코너를 통해 발표된 소식은 디아블로4의 변화를 기다리던 저에겐 크게 다가오지 않았거든요. 현장 분위기 10점, 디아블로4 소식에 6점을 매겨 평균 8점으로 하겠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디아블로4는 조금 더 적극적인 반응이 필요했던 시기인 것 같아요. 오프라인 행사 자체는 정말 멋졌고 만난 사람들도 매우 친절해 더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Oddse : 8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블리즈컨이 과거 규모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걸로는 알고 있지만, 직접 참가해보니 열기도 뜨겁고, 공개된 정보들도 대부분 알찼습니다. 특히 세계혼 서사시는 정말 만족스러웠네요.
다음 블리즈컨은 준비 중이라는 신규 IP인 오디세이나, 스타크래프트 등 더 다양한 소식과 더 크고 성대한 규모로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블리자드가 아쉬운 행보도 보이곤 했는데, MS 인수 건도 마무리된 만큼 더 발전한 모습으로 만나고 싶네요.
Camfa : 다들 후한 점수를 주시는군요. 그럼 전 6점 주겠습니다. 개막식 이후 진행된 게임별 패널쇼를 통해 공개된 정부를 모두 모으면 확실히 이번에 이런저런 발표가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장을 직접 체험했던 소감만 두고 본다면 높은 점수는 못 줄 것 같아요. 오버워치 경기는 송출 도중에 끊어졌는데 이후 어떤 얘기도 나오지 않았죠. 그리고 부스에서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것도 많지 않았고요. 앞으로 더 나아질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인벤팀도 오랜만에 열린 블리즈컨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하루 전 현장에 도착해 행사장의 분위기를 살폈고 오프닝 세레모니부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어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블리즈컨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솔직한 후기를 전해보려 합니다.
Q. 행사 하루 전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행사장을 미리 방문해 살펴보기도 했는데, 기분이 어땠나요?
Aliin : 사실 출국 전은 물론이고 미국에 도착했을 때도, 숙소에 짐을 풀었을 때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행사장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걸렸는데 처음에는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 외에는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도 없었고요. 컨벤션 센터가 눈에 보이고 주위에 블리자드 굿즈를 착용한 사람들이 보이면서 조금씩 '내가 블리즈컨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컨벤션 센터에 도착한 뒤로는 우리가 조금 어려움이 있었잖아요? 취재 패스를 발급받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는데 이때가 가장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뒤에 스토어를 구경갔을 때는 정식 오픈 전임에도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을 보고 꽤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모두들 당당하고 멋지게 행사를 맞이하는 느낌이었죠.
Oddse : 사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가는 해외였고, 입사하고 처음으로 가는 외부 출장이었고, 인생 처음으로 가는 블리즈컨이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긴장한 상태였는데 행사장이 눈에 들어오자 그제야 도착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말씀하신 힘겨운 패스 발급이 끝나고 나서 길거리에 걸린 블리자드 관련 패널들, 노란 우산을 들고 친절히 길을 안내하던 직원들, 블리자드 게임들로 꾸며진 내부를 보니 기대감이 차츰 차오르기 시작했네요.
Camfa : 국내에서 열리는 게임쇼는 거의 다 가봤지만 외국 게임쇼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대를 했는데요. 처음 본 순간 뭐랄까, 풍기는 아우라가 다르달까요. 컨벤션 센터로 가는 길 곳곳에 안내 직원을 배치해 사전 참관객들이 헤매지 않도록 도와줬고 모든 과정이 체계적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Q. 블리즈컨 시작을 앞두고 기대한 소식이 있었을 것 같은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나요?
Oddse : 와우의 확장팩이 나올 타이밍이란 것은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던 만큼, 신규 확장팩이 무엇을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멋들어진 시네마틱 공개 순간도요.
그런데 개막식에서 확장팩을 3개나 공개할 줄은 몰랐네요. 시네마틱도 정말 멋있었고, 현장 분위기도 크리스 멧젠이 나왔던 것에 더해서 상당히 뜨거웠습니다. 다만 이번 시네마틱이 임팩트를 빵 하고 터뜨리는 스타일이기보다는 스랄과 안두인의 정서적인 교감에 대해 잔잔하게 집중했던 만큼 도중에 환호할 타이밍이 없었긴 했네요.
Aliin : 가장 관심을 둔 게임은 디아블로4입니다. 두 분도 알겠지만, 전 블리자드의 여러 게임 중 디아블로를 가장 좋아해요. 뭐 시작되기 전에 디아블로1 리메이크 추측도 있긴 했는데요. 저는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디아블로4에 대해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너무 궁금했죠. 확장팩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이르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나오더라고요.
근데, 전지적 디아블로4 유저 입장에서 보면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일단 개막식 섹션의 짧은 분량부터 디아블로의 현 입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죠. 또, 확장팩이나 시즌2 업데이트, 시즌3 시스템 등이 던져졌지만 직접적으로 마음에 와닿는 것은 없다고 해야 하나. 당장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진 못한 것 같아요. 그나마 마법부여 옵션 미리보기 정도가 반가웠습니다. 확장팩까지 아직 1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서 그런가 봐요.
Camfa : 위에 두 분과 달리 전 블리자드의 모든 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만족과 불만 사이를 오가는 기분입니다. 크리스 멧젠이 와우의 확장팩 발표를 하기 전까지는 사실 불만족이었습니다. 오버워치는 신규 돌격 영웅 '마우가' 발표가 이뤄졌는데 기대했던 순간이지만 그외에 다른 무언가가 없어서 아쉬웠고 디아블로 역시 짧은 확장팩 트레일러 외에는 소식을 풀지 않았죠. 공개한 정보의 질보단 양이 부족해서 아쉬웠달까요. 그래도 레전드 중에 레전드인 크리스 멧젠과 함께 할 와우가 앞으로 어떤 순간을 맞이할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Q. 2일간 블리즈컨이라는 큰 규모의 게임 쇼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좋았던 점이 있다면요?
Aliin : 열정 넘치는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는 것. 영어 실력이 부족해 그들과 직접 이야기를 많이 해보진 못했지만, 표정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게임과 블리자드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행사장에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행사장을 돌고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고 사진을 남기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뭔가, 이런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Oddse : 일이 무척이나 바빴지만... 개발자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전 세계 게이머들이 모여 즐기는 축제라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온라인으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오프라인에서 옆 사람들의 환호, 웃음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Camfa :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취재를 한다는 점이 고되기도 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고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특히, 행사장 규모가 굉장히 넓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고 전 세계에서 몰린 블리자드 팬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었어요. 진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던데 게임 하나에 그런 표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Q. 반대로 각자 아쉬움을 느낀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Aliin : 음, 앞에서 언급한 디아블로4 관련 소식 빼고는 딱히 없는 것 같은데요. 조금 짜내자면 e스포츠가 예전보다 비중이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버워치2 경기가 크게 펼쳐지긴 했지만, 스타크래프트 1/2를 모두 좋아하다 보니 조금 그립긴 하더라고요.
조금 개인적인 영역으로 가보자면, 르세라핌을 못본 것이 정말 아쉽기도 합니다.(웃음) 사실 출발 전부터 동료 기자에게 자랑하기도 했는데 이게 이렇게 되고 말았어요. 행사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와 직캠 영상을 보는데, 조금 마음이 쓰리더라고요.
Oddse : 행사 시작 때 개막식 측에 있었어서 몰랐는데, 오버워치 월드컵의 중계를 끊고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이후 들었습니다. 일정 관리나 오버워치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가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말 개인적인 아쉬움은.. 위와 동일합니다. 르세라핌 공연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요. 저기 코 앞에 있는 경기장에 르세라핌이 있는데...
Camfa : 아쉬웠던 점이라면 너무 기대했다는 걸까요? 솔직하게 말하면...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게 재밌었다고 했는데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부스에서 여러가지 할 거리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몇몇 개를 제외하면 구미가 당기지 않았습니다. 일단, 새로운 신작이 워크래프트 럼블 하나였는데 행사 시작 전에 이미 출시가 됐죠. 현장에서만 해볼 수 있는 색다른 무언가가 없다 보니 현장 체험보단 인테리어에 더 관심이 갔던 것 같습니다.
Q.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스토어와 행사장도 모두 살펴봤어요. 어느 곳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Oddse : 워크래프트 홀의 다크문 축제장에서 패치 뽑기 매장이 기억에 남네요. 무작위 패치가 든 조그마한 캡슐을 뽑을 수 있는 기기가 설치된 곳이었는데, 다들 미친 듯이 기계를 돌리고, 나온 패치들을 벤치에서 자랑 및 교환하고 있었네요.
그리고 디아블로4 Hell's Ink 이벤트도 좋아 보였습니다. 문신까진 아니고 일종의 헤나 같은 걸로 보였는데, 받은 사람들 모습이 멋지더라고요. 저도 한 번 받아볼까 했는데, 대기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결국 못 했습니다.
Aliin : 제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역시 디아블로 행사장인데, 지나고 보니 기억에 남는 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부스입니다. 와 정말 열정들이 대단하더라고요. 시연 PC에도 팬들이 가득 있었고 모든 이벤트에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저희가 일정이 맞지 않아서 르세라핌 콘서트를 보지 못했잖아요? 그때 잠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부스를 마지막으로 살펴봤는데, 그때도 다들 모여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기고 있더라고요. 블리즈컨이 끝나기 직전까지 가장 열기가 가득했던 부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Camfa : 모든 일정을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개막식이 펼쳐졌던 컨벤션 센터 아레나 홀이 아닐까 싶습니다. 행사 전이라 무엇을 공개할지 두근거리기도 했고 평소 실물로 보고 싶었던 유명한 개발자들을 직접 두 눈에 담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 다음에는 워크래프트 부스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역시 이번 블리즈컨의 주인공이라 그런지 인테리어에 많은 힘을 쏟았다는 게 느껴졌는데요. 부스 중앙에 살게라스의 고리발을 박아둔 퍼포먼스도 그렇고 곳곳에 유명인의 1:1 동상을 세워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워크래프트라는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생각해요.
Q. 열정 가득한 관람객들도 만났죠.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경험이 있다면요?
Aliin : 멋진 코스프레나 굿즈를 착용한 관람객들도 많았지만, 오프닝 세레머니 때 제 옆자리에 있던 분은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팬인 것 같았는데요. 소식이 하나씩 전달될 때마다 다양한 리액션을 보여줬어요. 환호를 보내기도 하고 시네마틱 영상이었나요? 감정이 올라와 흐느끼는 소리까지 들리더라고요. 아, 단상에 크리스 멧젠 총괄 매니저가 올라왔을 땐 너무 크게 소리를 질러 깜짝 놀랐습니다.
Oddse : 그 관객분은 크리스 멧젠 등장부터 흐느끼시더니, 시네마틱 도중엔 펑펑 우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일을 위해 급하게 이동하던 중 언뜻 본 와우 전사 캐릭터 코스플레이어분도 기억납니다. 기억상으론 전사 티어6 장비에 아마겟돈 양손검을 들고 계셨었는데... 퀄리티가 엄청나서 급했더라도 사진 찍어둘 걸 하고 엄청 후회하고 있습니다.
게이머들이 게임쇼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정말 블리자드가 좋아서 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실망을 보이기보다는 전반적으로 게임쇼 자체를 즐기면서 만족스럽게 돌아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Camfa : 저도 크리스 멧젠을 보면서 울던 그 분이 기억에 남네요. 국내 게임쇼에서는 보지 못하던 모습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또 다른 관람객이라면 다크문 축제에서 서로의 굿즈를 교환하는 사람들일까요? 정말 놀랐던 게 상품을 판매하는 공식 판매점 외에 관람객들이 사설로 곳곳에 자리 잡고 굿즈를 펼쳐놓더라고요. 그걸 지나다니는 다른 관람객이 보고 굿즈를 교환하는데 이걸 위해 줄까지 서면서 열정적으로 바꾸는 걸 보고 참 신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탐이 나 몇 개 뽑았는데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서 살펴보니 중복이 하나 있더군요. 그때 줄 서서 바꿀껄 그랬습니다.
Q. 그렇다면, 블리즈컨이 한국 게임 쇼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liin : 일단 그 넓은 컨벤션 센터가 한 개발사의 IP로 가득 찬다는 것부터 특별한 것 같아요. 그리고 게임 쇼가 신작 발표와 시연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워크래프트 럼블을 제외하면 그런 느낌이 적었잖아요? 방문객들 또한 소식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그냥 좋아하는 게임을 현장에서 만나고 즐기는 느낌이 조금 더 강하더라고요.
Oddse : 행사장 내부 및 외부에 굉장히 많이 배치된 진행 요원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길목 곳곳에 하늘색 셔츠와 노란 우산을 들고서 관람객들에게 길을 친절히 알려줬는데요. 덕분에 길 헤멜 일없이 컨벤션 센터를 잘 찾아갈 수 있었고, 내부에서도 쉽게 돌아다녔습니다.
Camfa : 국내에도 게임사에서 여는 게임쇼가 있긴 한데 블리즈컨과는 규모면에서 큰 차이가 있잖아요. 게임사 하나가 단독으로 이처럼 거대한 게임쇼를 1박 2일 동안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확실히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또, 그걸 보기 위해 먼 곳에서도 비싼 이용료를 지불하고 오는 팬이 있다는 것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Q.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이번 블리즈컨에 몇 점을 주고 싶나요?
Aliin : 아 어렵네요. 열정과 분위기는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개막식과 이후 여러 코너를 통해 발표된 소식은 디아블로4의 변화를 기다리던 저에겐 크게 다가오지 않았거든요. 현장 분위기 10점, 디아블로4 소식에 6점을 매겨 평균 8점으로 하겠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디아블로4는 조금 더 적극적인 반응이 필요했던 시기인 것 같아요. 오프라인 행사 자체는 정말 멋졌고 만난 사람들도 매우 친절해 더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Oddse : 8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블리즈컨이 과거 규모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걸로는 알고 있지만, 직접 참가해보니 열기도 뜨겁고, 공개된 정보들도 대부분 알찼습니다. 특히 세계혼 서사시는 정말 만족스러웠네요.
다음 블리즈컨은 준비 중이라는 신규 IP인 오디세이나, 스타크래프트 등 더 다양한 소식과 더 크고 성대한 규모로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블리자드가 아쉬운 행보도 보이곤 했는데, MS 인수 건도 마무리된 만큼 더 발전한 모습으로 만나고 싶네요.
Camfa : 다들 후한 점수를 주시는군요. 그럼 전 6점 주겠습니다. 개막식 이후 진행된 게임별 패널쇼를 통해 공개된 정부를 모두 모으면 확실히 이번에 이런저런 발표가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장을 직접 체험했던 소감만 두고 본다면 높은 점수는 못 줄 것 같아요. 오버워치 경기는 송출 도중에 끊어졌는데 이후 어떤 얘기도 나오지 않았죠. 그리고 부스에서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것도 많지 않았고요. 앞으로 더 나아질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