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조작과 대비되는 깊은 전략성으로 디펜스 장르의 베스트셀러가 된 퓨리 스튜디오의 킹덤 시리즈. 지난 26일 약 5년만에 후속작 '킹덤 에이티스'로 돌아왔다. 중세 시대를 다뤘던 전작들과 달리 80년대 복고풍을 채택하면서 눈과 귀로 신선함과 즐거움을 선사해주지만 한편으로 신작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전략의 다양성, 색다름이 적어 아쉬움이 드는 작품이다.
게임명: 킹덤 에이티스
장르명: 어디벤처 전략 디펜스
출시일: 2023.06.30
리뷰판: 1.0.0개발사: 퓨리 스튜디오
서비스: 로우 퓨리
플랫폼: PC(Steam), PS, Xbox, NSW
플레이: PC(Steam)
추억 자극하는 80년대 스타일로 눈과 귀를 만족시킨다
킹덤 에이티스가 전작들과 차별화 되는 가장 큰 특징은 세계관의 변화다. 게임명에서 느껴지듯 본래 킹덤 시리즈는 중세를 배경으로 한 디펜스 게임이었다. 성을 중심으로 좌우에서 몰려오는 적을 막아야 하며, 플레이어는 왕이 되어 일꾼과 병사에게 명령을 내려 세력을 확장하고 더 나아가 적들의 기지를 일망타진하는 게 주된 목표다.
반면, 이번 게임은 킹덤 고유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되 중세가 아닌 네온 사인이 거리를 비추는 80년대 복고풍 스타일로 탈바꿈했다. 초원을 뛰어다니는 각종 동물 너머로 농부가 밭을 갈고 성 안에서 궁수와 기사가 훈련을 하는 모습은 이제 잊자. 든든한 탈 것이었던 말들은 자전거와 차로 바뀌었고 성 대신 콘크리트 건축물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시대의 변화는 단순히 과거에서 비교적 현대로 바뀐 것 이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게임을 하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사해주고자 하는 개발사의 의도가 느껴질 정도다. 물론 이는 80년대의 미국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만큼 국내와는 꽤 많은 차이가 있지만 각종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그 시절의 분위기 그리고 여러 패러디 요소가 추억을 자극한다.
시각적인 변화를 먼저 꼽자면 첫 번째 에피소드인 캠핑장은 숲으로 우거진 곳이라 전작과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마을로 진입하는 두 번째 에피소드부턴 현대 느낌의 건물과 화려한 빛을 뽐내는 네온 사인이 거리를 비춘다. 그만큼 더욱 화려해졌으며, 멀고도 먼 중세에 비하면 익숙하고 그리운 감성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밤에 수면 위로 비춰지는 풍경이 압권. 색감도 더욱 풍부해졌고 도트 그래픽도 전작에 비하면 훨씬 깔끔하게 다듬어져서 확실히 전작에 비하면 보는 맛이 좋아졌다. 느긋하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만 해도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랄까.
시설들도 차이가 있는데 예를 들어 금화를 버는 주된 시설 중 하나였던 농장이 80년대 세계관으로 넘어 오면서 낚시터, 수영장부터 각종 식당과 게임장 등으로 달라졌다. 이러한 시설은 에피소드마다 종류가 다양해져서 아이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관찰하는 소소한 재미를 가져다 준다.
탈 것 역시 마찬가지로 나름 현대식으로 바뀌었다. 기본적으로 말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쉴 때마다 물을 꺼내 마시는 디테일을 보여준다. 이후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자전거 혹은 스케이트 보드 등을 얻을 수 있는데 외형적인 변화 외에 속도가 더 빠르거나 지구력이 좋아지는 등의 기능이 추가된다.
재밌는 점은 80년대 시절에 나왔던 인기 영화들의 패러디를 탈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1987년 개봉한 '백 투 더 퓨처'의 타임머신 차 들로리안과 1984년에 개봉한 ET의 하늘을 나는 자전거 등 당시 영화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웃고 넘길 수 있는 요소가 깨알같이 존재한다.
플레이어 캐릭터인 주인공 역시 변화가 이뤄졌다. 청소년 특유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는 모습으로 왕가의 혈통을 지닌 후손이 그리드의 침략에 맞서 싸운다는 게임 설정을 통해 전작과의 연결성을 어느 정도 챙기기도 했다. 참고로 전작에선 성별을 바꾸거나 의상 색을 바꿀 수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없어 살짝 아쉬움이 느껴진다.
시각적인 변화로 첫 인상을 사로 잡았다면 잔잔하면서도 톡톡 튀는 그 시절 감성 멜로디 스타일의 BGM이 몰입감과 만족도를 높여준다. 게임 속 분위기와 정말 잘 맞아 떨어지는 노래는 게임을 하는 내내 편안함을 안겨주며, 엔딩 크래딧과 함께 울리는 노래는 가만히 들으면서 게임 플레이를 곱씹게 해주는 매력이 있었다.
동료들과 함께 싸우는 새로운 전투 방식
게임의 배경과 분위기 다음으로 차별화되는 게 함께 싸워주는 동료들의 등장과 시스템의 간소화다.
전작 역시 왕이 되어 왕국을 다스리는 게임이니 혼자 싸우진 않는다. 오히려 왕은 명령을 내리는 입장이고 실제 전투는 궁수와 기사들이 도맡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이들은 직접 명령을 내릴 수단이 한정적이고 역할 또한 제한적이라 동료보단 수하에 더 가까웠다.
수하만 있어도 게임 플레이에 딱히 부족한 점은 없었지만 왕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초반 플레이 시 게임이 어렵게 느껴지는 점은 분명 있었다. 숙련자들도 고난이도에선 상황에 따라 힘들 정도로 어려운 난이도를 가진 게임인지라 초보자 입장에선 분위기에 취해 흘러가다가 쓴 패배의 맛을 봐야 할 때가 있다.
이처럼 다소 높은 난이도와 역할 분담을 해주기 위해 추가된 게 바로 챔프와 팅커러, 위즈라는 세 명의 동료다. 이들은 에피소드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합류하게 되며, 동료마다 고유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게임 진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만큼 동료가 합류한 시점부터 게임이 쾌적해진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막강한 성능을 보여준다.
동료들은 플레이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특정 상황마다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챔프와 팅커러는 자전거를 타고 적에게 돌진해서 피해를 주기도 하며, 위즈는 레이저를 발사하는 강력한 로봇을 만들고 아예 기계 터렛을 설치해 수성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팅커러는 위즈가 만든 터렛에 방어력을 높여 성벽처럼 쓸 수 있게 해주고 챔프는 추후 대형 쓰레기통을 끌고 다니면서 적들의 공격을 막고 직접 공격을 가게 해준다.
특정 분기마다 나오는 컷신에서 느껴지는 이들의 케미도 꽤 인상적인 편이다. 마치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랄까. 서로의 능력을 보완해주면서 그리드와 맞서 싸우는 과정은 왕 혼자서 싸우던 전작들과 확실히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동료들의 등장은 난이도의 완화와 더불어 시스템의 간소화도 이뤄냈다. 앞서 언급했듯 농부가 아닌 주민이 시설을 이용하면서 금화를 버는 것과 챔프가 대형 쓰레기통을 끌고 공격의 역할을 맡는 것처럼 과정을 단축하고 능력을 압축해 유저가 빠르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포탈을 공격할 때도 이전에는 폭탄을 만들어서 터트리는 것처럼 어떤 액션을 취해야 했지만 이젠 병력을 이끌고 가서 죄다 터트리고 밀어버리면 끝이다. 에피소드를 건너가는 과정이 간단해졌으나 그만큼 직관적으로 바뀌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쉬운 전략의 깊이와 플레이 타임
첫 인상부터 엔딩까지 대부분이 만족스러웠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다. 게임의 난이도를 낮추고 시스템을 간소화한 덕분에 입문자도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지만 그에 비례해서 전략의 깊이가 전작보다 얇아졌다.
킹덤 시리즈가 디펜스 장르의 팬들에게 사랑받았던 비결은 한 손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는 간단한 조작과 직관적인 시스템을 갖췄으면서도 높은 전략적 판단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금화를 언제 어떻게 쓸지, 어떤 라인을 먼저 뚫어서 주요 시설을 구축하고 포탈을 공략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이 다른 디펜스 장르에선 느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했다.
반면, 이번 작품은 동료들의 성능이 워낙 좋다 보니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별다른 위기가 찾아오지 않는다. 때에 맞춰서 부랑자를 주민으로 데려오기만 해도 금화 주머니가 빵빵해지다 못해 흘러 넘칠 정도가 되며, 초반 웨이브는 챔프와 팅커러의 자전거 돌진만 써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다.
이처럼 초중반부터 흘러 넘치는 금화를 사용해서 위즈의 터렛을 적재적소에 설치하기만 한다면 웬만한 웨이브는 수성 병력이 없어도 손쉽게 막을 수준이다. 조금 시간을 들여서 포탈 근처까지 영토를 확장해서 터렛을 깔아두면 터렛만으로 포탈을 부실 수 있을 정도이니 솔직히 오버 밸런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난이도로 엔딩을 본 후 가장 어려운 저주 난이도로 게임을 해봤는데 몬스터가 강력해지고 더 많이 몰려올 뿐 게임 플레이가 크게 달라질 수준은 아니라 여전히 전작에 비하면 할 만하다고 느껴졌다.
쉬운 난이도는 플레이 타임에도 영향을 줬다. 막힘없이 흘러가는 게임 플레이 덕분에 느긋하게 하고자 해도 보통 3~4시간 정도면 엔딩을 볼 수 있었으며, 게임 분량 자체만 두고 봐도 확실히 짧은 편이었다. 게임 가격을 생각한다면 적정 수준이라 생각되지만 전작의 분량과 비교했을 때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정리하자면 킹덤 에이티스는 가장 최신 작품이지만 오히려 킹덤 시리즈의 입문용으로 적합하다고 느껴졌다. 쉬운 초반 난이도로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게임의 분위기면에서도 중세 시대보다 훨씬 다채롭고 정겹게 다가온다. 특히, 시스템의 간소화로 직관성을 높여 입문자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디펜스 게임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전작의 팬 입장에서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게임이지만 전작 이상의 전략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킹덤 시리즈의 세계관 확장에 기대감을 갖고 해보길 바란다.
- 추억을 자극하는 80년대 복고풍 스타일
- 시리즈의 입문용으로 적합한 난이도
- 쓸씀함을 덜어주는 강력한 동료 삼인방
- 단순화되면서 줄어든 전략의 깊이
- 외형만 달라졌을뿐 전작과 비슷한 진행 방식
리뷰 플랫폼: PC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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