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만으로 수많은 게이머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최신작, '파이널 판타지16'이 다가오는 6월 22일에 정식 출시된다. 발매일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정식 런치 트레일러와 함께 다양한 인게임 정보들이 끊임없이 공개되어, 이제는 정말 출시만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파이널 판타지16이라는 게임이 처음 발표됐을 때는 파이널 판타지14를 다시 일으켰던 거장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와 그의 사단이 개발하는 작품, 최신 게임 콘솔인 PS5의 모든 성능을 활용하여 만든 '최고의 비주얼', 그간 전체 공격 스킬 취급을 면치 못했던 소환수들이 전면으로 드러난 장대한 '소환수 배틀', 지금까지의 시리즈에서는 단 한 번도 만나볼 수 없었던 성인들을 위한 '19금 FF' 등 여러 키워드가 팬들의 기대를 키워온 바 있다.
하지만 스퀘어에닉스가 앞서 공개했던 전작 '포스포큰'이 받았던 혹평부터 오직 PS5로만 플레이할 수 있는 기간 독점 정책, 그리고 RPG 장르를 좋아하는 팬들이 기다리는 또 하나의 기대작 '디아블로4'와 붙어버린 발매 시기까지 불안 요소로 남아있는 것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다.
SIEK는 지난 24일, '파이널 판타지16'의 초반 구간 플레이를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공개하는 데모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공개된 데모 빌드는 게임의 첫인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별다른 수정을 가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상태였으며, 지난 2월에 소개됐던 전투 데모 외에도 약 네 시간 분량이 더해진 빌드였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타카이 히로시 메인 디렉터는 체험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마지막까지 즐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정식판보다 난이도를 조금 낮게 설정해두었지만 본편의 초반 스토리와 콘텐츠를 편집 없이 그대로 담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달라는 당부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만약 PS5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게이머라면, 파이널 판타지16이 'PS5를 미리 구매하고 기다려야 할만한 게임'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여전히 선택을 망설이고 있을 이들을 위해, 약 네 시간 분량의 게임 초반부를 미리 플레이해본 소감과 간단한 후기를 공유해보려 한다.
※ '파이널 판타지16' 체험은 미디어 시연용으로 제작된 특별 빌드로 진행됐습니다. 기사에 포함된 모든 콘텐츠와 이미지는 게임의 최종 버전과 다를 수 있습니다.
FF16, 진중한 스토리에 푹 빠지다
굵직한 판타지 세계관에서 그려지는 영화 같은 스토리 / 컷신을 감상하는 스토리 전개가 싫다면 호불호
초반 빌드 체험에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파이널 판타지16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불사하면서까지 스토리 연출에 힘을 많이 주었고, 그만큼 흡인력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이었다. FF 고전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중세 판타지 세계관으로 회귀하면서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정치 싸움과 대립,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후계자 다툼이나 노예 문제 등 여러 이야기를 가감 없이 그려냈고, 플레이어로 하여금 주인공 클라이브의 생애를 따라가는 게임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별도의 세계관이 확립되어 있는 판타지 스토리를 읽을 때면 각 국가의 명칭이나 범람하는 고유 명사에 매몰되어 쉽게 몰입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파이널 판타지16의 스토리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듀얼센스의 터치패드 버튼을 누르면 '액티브 타임 로어'라는 안내 기능을 통해 각각의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게 되어있다. 스토리가 진행될 때마다 모르는 키워드가 있으면 바로바로 체크하면서 높은 밀도로 채워져 있는 약 35시간 가량의 스토리 볼륨을 온전하게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다양한 고유 명사들이 초반부터 계속 쏟아져 나왔지만, 네 시간가량 초반 빌드를 플레이하는 동안 아무런 걸림돌 없이 클라이브의 여정에 온전히 몰입하게 됐다. 이후 스토리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이며, 과연 클라이브의 앞날엔 어떤 일들이 펼쳐질 것인지, 아직 연재되지 않은 월간 만화나 드라마의 다음 시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것 같은 초조함과 두근거림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호불호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이러한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있어 그저 화면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컷신이 차지하는 게임 내 비중이 생각보다 더 컸다는 점이다. 초반부 스토리에서는 플레이어가 조작을 통해 어떤 행동을 취하면 이것이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방식 대신, 그저 '다음 스토리 컷신을 보기 위해 특정 포인트로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방식'만이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잠깐 캐릭터를 움직인 뒤 약 10분 길이에 달하는 영상 컷신을 감상하고, 이제 좀 캐릭터를 조작하나 싶었더니 곧바로 긴 컷신을 감상하게 되는 식이다. 물론, 컷신이 싫다면 스킵해버릴 수도 있지만 말이다.
유저가 스토리 진행에 참여하는 느낌을 더해주기 위해 무거운 문을 열거나 좁은 틈새를 지나고, 막힌 판자를 부숴 뚫을 때 특정 버튼을 누르는 등의 가벼운 조작 연출이 더해졌으나, 사실 듀얼센스의 햅틱 기능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 외에 큰 존재 의의를 느낄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후반부 게임 플레이에 어떤 조작 요소가 더해질 것인지 당장은 예측할 수 없으나, 적어도 초반 네 시간 분량의 게임 플레이에서는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자신이 파이널 판타지16에서 그려지는 스토리를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이러한 요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각 키워드를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안내 장치가 갖춰져 있고, 어색함 없이 부드럽게 적용된 영문 더빙과 한국어 자막을 통해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는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몰입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지를 골라 스토리 진행에 직접 관여하고, 숨겨져 있는 퍼즐을 풀어 길을 여는 등 조작을 수반하는 스토리 플레이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였다.
FF16, 전투 액션에도 진심 담았다
수십 가지 조작이 가능한 빠르고 깊이 있는 콤보 액션 /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강력한 '서포트 액세서리'
파이널 판타지16의 전투는 가감없는 성인용 스토리 묘사와 함께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은 또 하나의 어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를 통해 3D 액션 게임 경험을 쌓아온 스즈키 료타 개발자가 컴뱃 디렉터로 합류하면서 파이널 판타지16은 기존의 FF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깊이 있는 액션을 갖춘 게임이 됐다.
실제로 파이널 판타지16의 전투는 무작정 공격이나 강력한 기술을 난사하는 것이 아닌, 항상 상대방의 움직임을 보며 다음 행동을 준비해야 하는 전략적이고 깊이 있는 형태로 완성됐다. 모션 하나하나를 살피고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이나 회피를 넣어 '패링'이나 '프리시전 닷지'를 성공시켰을 때의 상쾌함, 그 순간에 발생하는 절호의 공격 찬스에 강력한 연속기를 마구 때려넣을 때의 호쾌함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별다른 소환수 스킬 하나 없이 기본 공격과 원거리 마법, 회피 정도의 간단한 조작만 가능한 초반에도 말이다.
이후 직접 조작할 수 있는 동료로 늑대 '토르갈'이 파티에 합류했을 때는 기본 연타 콤보 이후에 공중으로 적을 띄워 올려 추가 콤보를 이어나가는 등, 마치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에서나 가능할법한 화려한 연속 콤보를 구현하는 것도 가능했다. 활용할 수 있는 수십가지에 이르는 액션을 적재적소에 욱여넣을 수 있을 정도까지 숙련된다면, 적이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끊기지 않는 화려한 콤보로 매드 무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적의 모션을 살펴보며 하나하나 반응해야하는 어려운 액션이 부담스럽다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제공되는 다양한 '서포트 액세서리'를 활용하면 된다. 파이널 판타지16의 서포트 액세서리는 앞서 공개된 것처럼 총 다섯 가지로, 회피가 필요한 순간을 슬로우 모션으로 표시해주는 '오토 스로', 클라이브의 공격에 맞춰 자동으로 토르갈이 지원해주는 '오토 토르갈', 공격 버튼 하나를 연타하는 것만으로 다양하고 화려한 기술이 자동으로 이어지는 '오토 어택', 모든 공격을 자동으로 회피해주는 '오토 도지', 그리고 체력이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포션을 먹어주는 '오토 포션'이 있다.
적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 '오토 스로', 혹은 '오토 도지' 액세서리 하나만 착용하면 전투에서 불필요한 리트라이를 반복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다. 그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에, 지금까지 액션 게임을 단 한 번도 플레이해보지 않은 유저들조차도 끝까지 스토리를 즐기는 데에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사실상 '무적 치트키'를 쓰고 플레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강력한 성능의 서포트 액세서리가 제공되다보니, 이것을 착용한 상태로 플레이하는 것에 적응되면 모든 전투가 비슷한 양상을 가지게 되고, 결국엔 전투 파트에서 아무런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긴 스토리 컷신을 보다가 중간중간 환기가 되어주는 것이 전투 파트인데, 강력한 액세서리의 도움을 받아 아무런 위기감 없이 전투 파트를 이냥저냥 가볍게 넘기게 되면, 사실상 게임 전체가 정말 단조롭게 흘러갈 수 있다.
실제로 데모 버전 체험에서는 원만한 진행과 스토리 볼륨 확인을 위해 오토 스로 악세서리를 착용한 채로 게임을 진행했는데, 초반 네 시간 볼륨에 포함된 약 다섯 차례의 보스 전투가 거의 비슷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전투의 재미를 느껴보고자 트레이닝 모드와 리플레이 모드를 제공하는 '아레테 스톤'을 통해 액세서리 없이 같은 보스를 상대해보았는데, 그제서야 패링, 프리시전 닷지의 쫄깃함과 전투의 재미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다.
게임에서는 이 강약 난이도의 밸런스를 게이머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으므로, 파이널 판타지16이라는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이 부분을 확실히 염두에 두고 플레이할 필요가 있다.
FF16, 6월 22일 정식 발매
스토리와 전투 액션은 합격점, 게임 플레이를 더욱 풍성하게 채워줄 필드 콘텐츠 더해질까
파이널 판타지16은 커다란 월드 맵을 커서로 이동하는 스테이지 방식의 액션 RPG다. 맵과 맵을 이동하는 절차는 대부분 간소화되거나 생략됐고, 스테이지를 하나씩 건너가며 준비된 스토리 컷신 영상과 전투 스테이지를 감상하고, 클리어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초반 빌드를 플레이하며 느낀 점은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굵직한 핵심 콘텐츠인 '스토리'와 '전투'는 완성도 있게 잘 꾸며졌으나, 이러한 콘텐츠와 콘텐츠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는 느낌이었다. 'JRPG' 키워드를 떠올리면 응당 기대하게 되는 모험과 탐험의 재미가 초반 4시간의 게임 플레이에서는 크게 체감되지 않았다.
물론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는 중반 이후엔 '모험'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공개된 트레일러에서도 넓은 사막을 질주하는 초코보의 모습이 소개된 적이 있고, 국내 미디어와 인터뷰를 진행한 타카이 히로시 디렉터 역시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진 네 개의 넓은 맵이 등장할 것"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나머지 콘텐츠들은 게임 속에 어떤 모습으로 채워질 것인지, 다가오는 6월 22일엔 분명해질 전망이다. 파이널 판타지16이 초반 데모에서부터 보여준 스토리와 전투의 몰입도는 후반까지 계속 이어가고, 미처 소개하지 못한 나머지 부분까지 알차게 채워 그야말로 '명작'으로 부를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계속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