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이벤트 복귀를 대대적으로 알렸지만, 주요 게임사 불참 소식만 줄곧 전해졌던 E3. 결국, 미국의 비디오 게임 산업 협회인 ESA(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는 E3 2023의 개최를 완전 취소했다.


ESA와 이벤트 제작을 맡은 리드팝은 현지 시각으로 30일 E3 2023의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E3 2023은 오프라인 대면 이벤트 외에도 디지털 이벤트도 개최되지 않는다.

E3의 대면 행사 개최는 2020년 이후 약 3년 만에 이뤄질 예정이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 E3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게임 컨퍼런스가 취소됐다. 다만,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등이 발 빠르게 온라인 개최로 방향을 틀었던 것과 달리 E3는 디지털 행사 시도도 하지 못했다.

2021년에는 E3 역시 온라인으로 개최됐지만, 예년 같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2022년에는 온라인 행사마저 치러지지 못했다. ESA는 엔데믹 맞은 코로나 19에 2023년 만큼은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행사 3개월여를 앞두고 다시 한 번 행사가 취소되며 무용론만 다시 불거지게 됐다.


세계 최대 게임 행사로 꼽혔던 E3의 쇠락은 여러 방면으로 예견됐다. 온라인 영상 플랫폼의 발달로 게임 행사의 무게 중심은 미디어 중심의 현장 행사에서 팬을 위한 디지털 행사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게임사들은 각자의 온라인 채널을 통해 게임을 알리기 시작했고 밀도 높은 영상으로 부족한 현장감을 대신했다.

반면, 미디어 중심 행사로 시작된 E3는 체험 중심의 여타 게임 컨퍼런스가 가진 체험형 이벤트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디지털 행사로의 전환도 뒤처지며 소니, MS, 닌텐도, EA, 유비소프트, 세가, 텐센트 등 독자 디지털 이벤트를 열 능력이 되는 게임사들은 공공연히 E3 불참을 알렸다.

반대로 E3를 대신할 중소 개발사 들을 위한 문은 새롭게 열려있다. 더 게임 어워드를 단순 게임 시상식을 넘어 성공적인 게임 이벤트로 안착시킨 제프 케일리는 E3가 취소된 2020년부터 서머 게임 페스트라는 새로운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주요 게임 발표 이벤트를 묶는 형태에 그쳤던 서머 게임 페스트는 2021년에는 하나로 통합된 온라인 쇼케이스를 열었다. 제프 케일리는 올해 서머 게임 패스트를 수천 명의 팬 앞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쇼로 준비, 원래 E3가 열렸어야 할 기간보다 조금 앞선 6월 8일 캘리포니아 잉글우드 유튜브 시어터에서 오프라인 이벤트로 서머 게임 페스트2023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미 수많은 경험을 쌓은 제프 케일리에 MTV 어워드, 피플스 초이스 등을 연출한 키미 킴 프로듀서. 다수의 조명 감독상에 노미네이트 된 르로이 베넷 디자이너가 함께 이벤트를 꾸리며 이번 행사는 더 게임 어워드 수준의 이벤트로 예고됐다. E3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행사가 된 셈이다.


한편 ESA의 스탠리 피에르 루이스 대표는 게임즈 인더스트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들의 비즈니스, 마케팅 결정은 개별적으로 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4년 개최에 대한 질문에는 업계의 요구를 충족하는 역동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델과 플랫폼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답을 갈음했다. 여러 회원사를 참가시킬만한 변화가 없다면 내년 이벤트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