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기, 그런 레고 조립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 출시됐다. 물론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나쁘지 않다.
게임명: 레고 브릭테일즈 | 개발사: ClockSt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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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즐기는 ‘조립’의 즐거움
레고 브릭테일즈는 일단 확실히 타 레고 시리즈와 다르게 실제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에 가장 가까운 게임이다. 그동안 많은 레고 게임 시리즈가 레고 자체가 배경으로 활용되었다면, 브릭테일즈는 레고를 배경뿐 아니라 소재로도 이용했다.
흐름 자체는 참 단순하다. 게임 진행에 필요한 요소를 레고 블록으로 만들어내고, 그 결과물이 다시금 배경에 녹아든다.
거기다 그저 단순히 보고 따라 만드는 게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베이스 블록이나 지형지물 정도만 주어질 뿐, 실제 조립은 플레이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과정 설명이나 완성품이 예시로 주어지지 않기에 그야말로 원하는 대로, 손 가는 대로 블록들을 조립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가능하다. 그 덕택에 블록을 진짜로 조립하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재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시작 지점과 끝, 뼈대, 혹은 미션 등 때마다 일부 전제 조건은 주어진다. 하지만 그 전제를 가지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지는 오직 플레이어에게 달려있다. 해당 조건들은 퍼즐 요소를 좀 더 다이나믹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조금이라도 가이드를 주기 위해서 제공될 뿐이다.
오브젝트를 만들어내기 위해 팔레트에 제공된 블록을 모두 활용할 필요도 없고, 반드시 칼 같은 각을 맞춰야 할 필요도 없다. 대칭이 완벽한 건축물을 제작할 필요도 없고, 아름다운 뭔가를 만들 필요도 없다. 그 모든 요소는 그저 선택이다.
어떻게든 빠르게 퍼즐 요소를 풀어나가는 게 목적이라면 외형에 신경 쓸 필요 없이 가장 심플하게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반대로 배경에 딱 들어맞는 멋진 오브젝트를 만들고 싶다면 샌드박스 모드까지 활용해 아름답거나, 창의적이거나, 신기한 결과물을 이끌어내도 된다. 가지고 있는 상상력을 열심히 풀어낼 수 있달까.
여기에 제작품의 종류도 꽤 다양해서 질릴 틈이 없다. 다리, 헬기, 자동차 등 실제 레고 제품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것들 뿐 아니라, 캣타워나 왕의 의자, 화재 대피 계단 등 독특한 오브젝트들도 등장한다. 후반 챕터에서는 이미 조립되어 있는 블록을 풀어서 다시 제작하는 방식도 있다.
다만 그렇기에 평소 동봉된 설계도를 보고 ‘조립’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에겐 브릭테일즈는 조금 맞지 않는 선택일 수 있다. 아무런 힌트 없이, 그리고 가이드라인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풀어나가는 게임에 가까워서다.
텅 비어있는 하얀 배경 위에 직접 블록을 하나하나 쌓아가며 오브젝트를 만들어나가야 하기에, 자신이 평소 레고를 좋아했더라도 즐거움을 어떤 과정에서 얻는지 생각해본 뒤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브릭테일즈는 그저 샌드박스 게임은 아니다. 오히려 게임의 메인 자체는 퍼즐 어드벤처에 가깝다. 오브젝트 조립 역시 차지하는 부분이 커서 그렇지 등장하는 퍼즐의 일종이다. 그 외에도 그림 맞추기, 스킬을 활용한 미로 풀기 등 몇 가지의 퍼즐 종류가 더 등장한다. 물론 조립을 제외한 퍼즐 요소는 크게 어려운 편은 아니다.
외에도 수집이나 스토리 등 어드벤처 요소 역시 적절히 잘 버무려져 있다. 특히 수집의 경우 스킬 활용과 어우러져 다회차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즐기도록 도와주는 콘텐츠로 작용한다. 이는 샌드박스 모드와도 연결되는데, 기본 제공되는 블록을 제외한 추가적인 블록들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는 수집 코인들로 구매해 추가할 수 있다.
즉, 좀 더 다양한 제작을 경험하고자 한다면 자연스레 수집 콘텐츠도 즐기면 된다. 수집은 스킬을 변경하기 위해 왔다갔다 이동해야 하는 것만 제외하면 크게 어렵지 않으니 부담스러운 편도 아니다.
스토리 역시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을 재건한다는 메인 아래 정글, 이집트, 중세, 도시 등의 배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길지 않게 풀어낸다.
그리고 게임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는 바로 그 다양한 배경 자체다. 각 배경의 특징을 레고로 살려냈을 뿐 아니라, 지하, 동굴, 던전 등 여러 구역을 하나하나 디오라마로 감상할 수도 있다. 다만 디오라마 감상 모드를 제외하면 시야를 마음대로 이동시킬 수 없는 건 은근히 아쉬운 부분이다.
편의성도, 시인성도 아쉽다
퍼즐 게임이다 보니 당연하게도 챕터가 진행될수록 레고 블록으로 풀어내는 퍼즐 자체의 난이도는 어려워진다. 챕터에서 등장하는 퍼즐 모두가 그렇다기보단, 전체적인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다만 그 중 몇 가지 퍼즐은 정말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어렵다.
챕터 전체를 통틀어 한두 개 정도의 높은 난이도 블록 퍼즐이 있는데, 해당 퍼즐들은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머리를 싸매야 한다.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새장이라거나, 텅 빈 벽에 4단으로 설치해야 하는 화재 대피 계단이라거나.
분명 초반부 매우 간단하면서도 부담 없이 손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블록을 쌓아올리던 것에 비하면 과도하게 어렵다. 그래서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차라리 초반부처럼 자유도를 높게 주고 확실한 샌드박스 게임으로 풀어나가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서다.
물론 난이도라는 건 개인의 호불호 영역이지만, 문제는 조작의 불편함으로 인해 체감하는 난이도는 더 높아지고 풀이에 들어가는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브릭테일즈의 경우, 레고를 조립하는 게 핵심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그 정확도나 시인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오직 그림자를 보고 블록의 위치를 가늠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잘 보이지도 않고, 오브젝트가 커지거나 높아질수록 점점 더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이때문에 아주 단순한 조립에서도 원하는 위치가 아닌 다른 장소에 블록이 떨어지거나 꼽히는 경우가 태반이며, 이는 복잡한 오브젝트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 3D 격자가 있거나, 확실하게 상단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기능이라도 존재했다면 이렇게까지 조립 과정이 부정확하진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편의성과 완성도가 꽤, 아니 많이 부족한 편이다. 당장 조립이라는 특성상 전체를 해체하고 다시 재조립해야 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블록 일괄 해체도, 일괄 이동도 존재하지 않는다. 바닥에서 일부 블록을 조립해서 들어 올리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하다.
실시간으로 오브젝트 제작의 적합성을 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모드는 참 좋지만, 분명 시뮬레이션에서 문제가 없었음에도 정작 배경에 설치된 오브젝트를 내 캐릭터가 사용할 수 없는 그런 당황스러운 상황을 몇 번이나 겪기도 했다.
이는 시인성 부족과 합쳐져 조립 과정을 훨씬 험난하게 만든다. 물론 손으로 레고를 직접 조립하는 만큼은 절대 안되겠지만, 타 건설 게임들이 제공하는 정도의 편의성만 존재했더라도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레고 브릭테일즈의 장점은 확실하다. 레고를 조립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 거기다 평소 레고 조립을 좋아하고 퍼즐도 어느 정도 좋아한다면 정말 단점을 모두 덮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은 게임이기도 하다.
완전히 자유로운 샌드박스를 제공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어진 조건 하에서는 마음껏 오브젝트를 만들어나갈 수 있고, 중간중간 지루하지 않게 어딘가 살짝 나사 빠진 스토리를 보거나 귀여운 동물들을 수집할 수도 있다.
다만 타겟층이 어딘가 살짝 애매하다. 물론 레고가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제품 라인을 선보이고는 있지만, 어쨌든 레고라는 브랜드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라는 이미지를 메인으로 가져가고 있다. 타 IP와 함께하는 레고 게임 시리즈들 역시 일반적인 게임에 비해 조작 난이도가 크게 어렵지 않은 것도 그렇다.
하지만 브릭테일즈는 누가 플레이하더라도 조립의 즐거움을 완벽하게 얻을 정도로 쉽거나 친절한 건 아니다. 퍼즐이라는 장르 자체의 특징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아쉽게 느껴진다. 좀 더 자유롭게, 조립 과정에서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