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오구와 비밀의 숲'을 봤을 때만 해도 IP에 의존한 단순한 게임으로 생각했습니다. 유명 IP를 활용한 대형 게임사의 게임도 그럴진대 싱크홀스튜디오라고 다를 리가 없다고 지레짐작한 거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은 게임을 하자 단번에 사라졌습니다.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게임이란 걸 알 수 있었죠. 어떻게 이런 게임이 나올 수 있었을지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2022(이하 BIC 2022) 현장에서 오구 아빠 문종범 작가와 개발을 담당한 싱크홀스튜디오를 만나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탐험 모자를 쓴 아기 오구와 함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세요
Q.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문종범 : 문랩스튜디오의 대표이자 오구 아빠인 문종범입니다. 오구 이모티콘의 작가이며, 싱크홀스튜디오와 협업해 현재 '오구와 비밀의 숲'에 아트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권중규 : 싱크홀스튜디오의 권중규 대표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PC와 모바일 아울러서 다양한 게임을 개발했으며, 스팀에는 세컨드 세컨드, 럭키 히어로즈, 3분 영웅 같은 덱 전략 게임을 주로 출시했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닿아 문종범 작가와 함께 '오구와 비밀의 숲'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Q. 이모티콘 작가가 게임 개발에도 직접 참여한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보통은 IP를 주면 나머지는 개발사가 알아서 만든다든가 하니까요. 어떤 계기로 협업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문종범 : 이모티콘 작가로 오래 일해왔는데 그러다 보니 일종의 매너리즘이 왔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사업을 더 확장할 수 있을까 하는 거였죠. 단순히 굿즈를 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좀 더 오구 IP를 더 각인시킬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는 거였는데 마침 권중규 대표와 만나고 이야기를 하다가 오구 IP를 확장하고자 하는 저의 니즈와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싶어한 권중규 대표의 니즈가 맞아서 본격적으로 투자 및 협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권중규 : 사실 우연히 만난 건 아닙니다. 문종범 작가랑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협업하기 전부터 친구로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던 사이였는데 서로 성격이 잘 맞다 보니까 함께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다가 오구로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발하게 됐습니다.
Q. 어드벤처 장르 같던데 여러 장르 가운데 어드벤처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권중규 : 오구 이모티콘을 보면 탐험하는 콘셉트인 게 있거든요. 그걸 보고 아기 오구가 모험을 떠나는 그런 게임을 만들면 되게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어드벤처 장르로 개발하게 됐습니다.
Q. 오구 IP를 활용한 퍼즐 게임이라든가 캐주얼 게임으로 시작해서 확장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런 도전을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문종범 : 제가 고집이 센 편입니다. 그래서 질문하신 것처럼 퍼즐 게임에 오구 IP를 씌우는 그런 거였다면 아예 시도도 안 했을 것 같습니다. 좋아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게임을 만들 때 첫 번째로 내세웠던 조건이 나부터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오구와 비밀의 숲'은 그런 조건을 충족한 거였고요.
두 번째로 이유로는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정말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과 일하고 싶었는데 그게 권중규 대표였습니다. 친구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이 친구랑 같이한다면, 그리고 저도 '오구와 비밀의 숲'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금적인 부분도 그렇고 아트로 참여하는 것도 그렇고 제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 노동력까지 앞뒤 제지 않고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게 단순히 일로만 생각되면 좀 괴로웠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건 이게 지금 너무 재미있다는 겁니다. 오구 IP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한 모든 것들을 통틀어서 가장 재미있게 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노동력까지 앞뒤 제지 않고 쏟아붓고 있다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식인가요.
문종범 : 게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기 오구부터 시작해서 캐릭터는 물론이고 몬스터나 건물, 심지어는 배경이 되는 돌부터 나무까지 전부 다 제가 그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까지 관여하고 있는데 사실 이게 지금 너무 재미있어서 크게 힘들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들리지는 모르겠지만, 이모티콘이라는 건 아무래도 똑같은 캐릭터만 계속 그려서 힘들 때가 있는데 게임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다양한 것들을 그릴 수 있고 얼마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서 더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권중규 : '오구와 비밀의 숲'이 아직 출시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있는 데에는 이런 작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래라면 IP를 제공하고 아트 디렉션에만 참가한다든가 해도 되는데 정말 다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한 다 만든다는 건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고 24프레임의 각종 캐릭터 스프라이트 애니메이션까지 전부 다 만들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덕분에 엄청 부드럽고 자연스럽죠. 아마 이런 고집이 게임의 비주얼을 한층 끌어올린 한편, 게임의 완성도에도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아무래도 개발하는 개인의 취향이 게임이 반영되기도 하는데 평소에 어떤 게임을 즐기는지 듣고 싶습니다.
문종범 : 어릴 때에는 포켓몬스터를 즐겨서 했고 요즘에는 어드벤처 장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도 해봤고요.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한 게임은 튜닉인데 젤다의 전설도 그렇고 내가 모르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마냥 쉽지는 않은 이지투런, 하드투마스터(Easy to Learn, Hard to Master) 할 수 있는, 그러면서 탐험의 재미를 선사하는 그런 게임을 좋아하는데 '오구와 비밀의 숲'도 그런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권중규 : 저도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하는데 결은 좀 다릅니다. 전 폴아웃이나 스카이링 같은 그런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탐험의 재미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세계관과 게임 내 설정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아무래도 그런 배경이 되는 부분이 탄탄해야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으니까요. '오구와 비밀의 숲'도 그런 식으로 탄탄한 설정에 더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핍진성을 잃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문종범 :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게임의 완성도를 더 올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일종의 콘셉트나 설정을 얘기하면 그걸 권중규 대표가 빼야 할 건 빼고 더해야 할 건 더하면서 게임에 어울리도록 다듬어서 완성도를 높이는 식입니다.
Q. 이제 본격적으로 '오구와 비밀의 숲'에 대해 얘기해보죠. 어떤 게임인가요.
권중규 : 아기 오구가 모험을 떠나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최근 어드벤처 게임들을 보면 전투가 핵심으로 탐험이라는 요소가 옅어진 걸 볼 수 있는데 '오구와 비밀의 숲'은 모험이 주는 재미, 탐험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해보셨으니 아시겠지만, 각종 즐길 거리를 마련해서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는 게 목표입니다.
Q. 제대로 된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플레이 타임도 어느 정도는 보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권중규 : 그렇죠. 그래서 '오구와 비밀의 숲'은 최소 10시간에서 채집 요소를 다 모은다든가 하는 등 업적작까지 한다면 최대 50시간 이상까지 즐기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문종범 : 개인적으로는 난도도 꽤 신경 쓰고 있습니다. 어드벤처 게임인데 너무 쉬우면 시시하니까요. 아기 오구의 모험이라고 하니까 힐링으로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Q. 안 그래도 아기 오구가 주인공이니 되게 쉬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좀 의외였다.
문종범 : 귀엽다고 어렵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커비가 대표적인데 귀엽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엄청 쉬운 건 또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도 귀엽다고 쉽게 만들려는 건 지양하고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제 지론이라고 해야 할까요. 모험을 해야 사람은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모험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게 아니라 인생이 어드벤처, 모험이잖아요. 우리도 역경을 딛고 성장하는데 게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움, 역경이 있어야 더 와 닿고 재미있게 생각되는 거죠.
권중규 : 캐릭터가 귀엽다고 해서 전투도 엄청 시시하고 그러면 진짜 재미없을 테니까요. 오구 IP는 분명 강력한 무기지만, 거기에만 의존하려고 하진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퍼즐 요소나 보스전 기믹 등 콘텐츠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Q. 처음부터 어드벤처 게임으로 만들 생각이었던 건가요.
권중규 : 처음에는 포켓몬스터 같은 게임을 만들까 했었습니다. '오구와 비밀의 숲'에도 있는 요소인데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부르면 길을 막고 있는 걸 치워준다든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아예 이걸 전투 요소로 쓰는 거였습니다.
문종범 : 근데 저렇게 하려니까 친구와 함께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친구를 부려 먹는 느낌이 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지금의 어드벤처 게임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떨까 싶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바꾸길 잘한 것 같습니다. 아기 오구의 모험이라는 콘셉트랑도 잘 어울리는 것 같고요.
Q. '오구와 비밀의 숲'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문종범 : 어릴 때에는 옆 동네에 간다든가 뒷산을 오르는 것도 전부 모험이잖아요. 말 그대로 비밀로 가득한 숲에 들어가는 느낌인데, 게임에서 아기 오구가 그런 식의 모험을 떠난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오구와 비밀의 숲'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런데 워낙 저 제목과 비슷한 게임이 있다 보니까 좀 의혹의 시선을 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일부러 비슷하게 지은 건 아니고 여러 안 중에서 가장 게임에 어울리는 걸 짓다 보니 이걸 선택하게 됐습니다.
Q. 그러고 보니 펀딩 결과가 목표금액인 천만 원을 1,939% 돌파한 1억 9천만 원이 모였죠. 예상한 결과인가요.
문종범 : 예상을 훨씬 웃도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사실 자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구 IP를 활용한 이 게임이 얼마나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지 그게 걱정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바라는 건 오구 IP의 힐링 게임인데 내가 그런 니즈를 잘 못 파악한 건 아닐까 싶었죠. 다행히 이번 펀딩 결과를 보니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금액을 떠나서 이러한 관심 자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권중규 : 문종범 작가는 저렇게 말했지만, 저는 다른 의미에서 걱정이었습니다. 펀딩 항목을 보면 아시겠지만, 금액에 따라 굿즈를 주는 그런 것도 있는데 저 친구가 굿즈를 내는 데에 큰 관심이 없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여기 펀딩하면 오구 굿즈 얻을 수 있대! 이런 마음에 펀딩을 했을 수도 있어서 어떨까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게임과 굿즈의 수요가 반반 정도인 걸 확인할 수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게임 그 자체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그리고 펀딩과 함께 데모를 공개했는데 이게 일종의 베타테스트가 된 것 같습니다. 유저들의 반응을 볼 수 있었는데 열이면 열, 전부 잠자리채를 휘둘러서 나비를 잡으려고 하거나 의자에는 다들 앉으려고 하는 그런 상호작용을 원한다는 걸 알게 돼서 이번에 새롭게 넣게 됐습니다.
Q. 현재 '오구와 비밀의 숲'은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인가요.
권중규 : 현재 약 50% 완성된 상태입니다. 내년 상반기 스팀 얼리엑세스, 모바일에는 베타로 출시할 건데 그때가 되면 한 60% 정도까지 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종 완성 및 정식 서비스는 내년 4분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다음 단계로는 콘솔도 생각 중입니다.
Q. 비주얼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연령대가 주요 타겟일 것 같습니다.
문종범 :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단 제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을 보면 10대 초중반부터 20대 중후반인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게임도 그런 분들을 타겟으로 해서 10대 중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어필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권중규 : 문종범 작가는 저렇게 말했지만, 저는 20대 초반부터 30대까지를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모험이라는 측면에서 해당 연령대의 분들이 향수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끝으로 '오구와 비밀의 숲'은 어떤 게임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문종범 : 누군가의 추억이 될 그런 재미있는 어드벤처 게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한테는 포켓몬스터가 그런 게임이었는데, 누군가에게는 '오구와 비밀의 숲'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권중규 : 귀엽지만, 단순히 IP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게임 그 자체의 재미로 무장한 게임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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