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의 인디 게임 전문 플랫폼 '스토브 인디'가 어느덧 3주년을 맞이했다. 2019년 오픈했을 당시만해도 4개의 게임밖에 없었던 '스토브 인디'는 3년 사이 눈부시게 성장해 이제는 국내외 수백 개의 인디 게임을 서비스하는 전문 플랫폼으로 그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단순히 인디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 아닌 공식 한국어화 등 인디 게임 팬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 덕분이다. 그런 '스토브 인디'가 국내 최대 인디 게임 행사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2022(이하 BIC 2022)를 최초로 찾아왔다. 3주년을 맞아 더 큰 도약을 준비 중인 '스토브 인디'다. 과연 '스토브 인디'의 비전은 뭘지 그리고 그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스토브의 여승환 이사와 오경엽 팀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인디 게임하면 '스토브 인디'가 떠오를 수 있는 있도록
Q. 대형 게임사 가운데 스마일게이트만큼 인디 게임에 신경을 쓰는 곳도 또 없는 것 같다. 이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인디 게임 업계를 지원했는데 인디 게임 유통 서비스인 '스토브 인디'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여승환 : 플랫폼으로서 스토브란 강력한 도구를 갖고 있는데 이걸로 어떻게 인디 게임 업계를 지원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가 메이저 게임이랑 인디 게임을 하나로 전부 보여주기보다는 인디 게임을 따로 카테고리로 묶어서 보여주면 인디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더 보기 편할 거라고 생각에 '스토브 인디'를 하게 됐다. 별개의 플랫폼이 아닌 스토브 안에 있는 인디 레이블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경엽 : 마켓 플랫폼이라고 하면 스팀의 영향력이 압도적인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거기서는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경쟁만이 아니라 입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온라인 강국이라고 하는데 그런 마켓 하나도 없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국산 마켓 플랫폼이라는 상징성도 있고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토브를 런칭하고 '스토브 인디'를 런칭하게 됐다.
Q. 요 몇 년 사이 인디 게임의 인기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졌지만, 그럼에도 인디는 인디다. 어찌 보면 비주류라고 할 수도 있는데 어떤 비전이 있었던 건가.
오경엽 : 인디 게임 시장을 두고 레드오션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반대로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블루오션에 접근할 수 있는 마켓이라는 게 사실상 스팀이 전부였다. 여기에 인디 게임들은 언어의 장벽도 크지 않나. 해외에서 인정받은 인디 게임인데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서 국내에서는 외면받는 그런 걸 보면서 우리가 한국어화해서 '스토브 인디'를 통해 출시하면 새로운 소비자를 발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스토브 인디'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회사가 투자하고 '스토브 인디'를 통해 인디 게임을 접하는 게이머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계속 이어지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인디 게임하면 '스토브 인디'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게 우리의 비전이다.
여승환 : 인디 게임하면 '스토브 인디'를 떠올리는 것에 더해 그런 선순환이 이어지면 나중에는 그들이 만들 메이저 게임들 역시 하나둘 스토브에 추가됨으로써 스토브가 더욱 성장할 거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게임 개발자들치고 한때 인디 게임 개발을 안 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그들 역시 한때는 인디 게임 개발자였다. 그렇다는 건 '스토브 인디'를 통해 게임을 출시한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나중에 성공해서 더 좋은 게임을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스토브를 통해 게임을 출시하는 흐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인디 게임은 전체 게임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작더라도 항상 게임 업계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그러고 보니 인디를 정의하는 기준이 저마다 다르지 않은가. '스토브 인디'가 생각하는 인디의 정의는 무엇인가.
여승환 : '스토브 인디'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생각인데 '상업적인 유혹에 타협하지 않고 자기가 만들고 있는 IP의 매력을 우선시하는 특별함'이 인디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를 투자받든 개발하는데 얼마가 들었든 그런 건 상관없다. 가령 천억 원이 들었다고 해도 그걸 온전히 개발에 전부 투자하고 게임이 가진 매력을 살리는데 썼다면 그건 천억 원짜리 인디 게임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창작자들의 에너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원해주는 것, 그 매력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오경엽 :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중국의 '검은 신화: 오공'도 인디 게임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이야 개발팀이 100명을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처음에는 10여명이서 게임이 가진 그 매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나. 규모나 퀄리티, 독차성이 아닌 그런 정신이 바로 인디를 정의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Q.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된 '스토브 인디'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앞으로 더 강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오경엽 : 우선 '스토브 인디'가 걸어온 그 발자취를 되짚어야 할 것 같다. 지난 2년간은 상품을 갖추는 데 집중했고 '스토브 인디'로서 본격적인 브랜딩 마케팅을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그때 우리의 목표는 스팀을 이기는 게 아니라고 얘기했다. 시장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런 존재는 어느 시장에나 있는 게 분명한 사실인 만큼, 처음부터 그걸 이기려고 할 필요는 없다는 거였다.
스팀이 백화점이라면 우리는 소위 편집숍이라고 할 수 있다. 백화점이 있다고 편집숍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전략도 다르지 않나. 편집숍은 그 편집숍 단골을 위한, 그리고 취향에 맞는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상품을 최적의 방법을 통해 전시하는 일종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게 바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인디 게임을 좋아하지만, 스팀에서 인디 부분을 전부 뒤지기는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서 맞춤형으로 인디 게임을 소개하는 것 말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개발자들을 위한 서비스도 있다. 개발자도 우리 고객인데 사실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한다는 게 말처럼 단순한 게 아니다. 개발은 물론이고 마켓에 올린 후에 알리는 것까지 하나하나 다 해야 한다. '스토브 인디'는 그런 걸 어려워하는 개발자들을 위해 A부터 Z까지 케어하는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노력이 어느 정도 빛을 보면 나중에는 최소한 국내 개발자라면 스팀에 앞서 '스토브 인디'를 선택하는 것도 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승환 : 덧붙이자면 우리는 편집숍이자 그 편집숍이 들어오는 거리가 되는 게 목표다. 비유하자면 홍대 거리를 들 수 있는데 홍대 거리라는 건 단순하게는 그냥 거리지만, 많은 가게들이 모임으로써 자연스럽게 어떠한 트렌드를 만들어내지 않나. 그런 식으로 지금은 우리가 그 거리를 만드는 입장에서 직접 편집숍(스토브 인디)을 냈지만, 궁극적인 비전은 '스토브 인디'라는 플랫폼 위에 새로운 인디 게임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Q. 인디 게임이라고 하면 국내도 국내지만 해외를 무시할 수 없다. 당연히 '스토브 인디'가 더 성장하기 위해선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승환 : 당연하다.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만, 단순히 '스토브 인디'에서 영어를 지원한다든가 이런 게 글로벌 진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판매 정책부터 국가별 여러 정책, 그리고 우리의 시장에 따라 프로모션을 다르게 하는 등 생각할 게 많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브 인디'가 하는 한글화는 단순히 국내 인디 게임 팬들을 위한 서비스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진출에 앞선 로컬라이징 모델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오경엽 : 물론, 지금도 '스토브 인디'는 여러 언어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국가별 통화 시스템 구분 등 인프라는 이미 다 구축한 상태여서 이걸 확대하는 일만 남았다.
Q. 글로벌 인디 게임 플랫폼이라고 하면 itch.io 등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는데 다른 인디 게임 플랫폼과 비교해 '스토브 인디'의 강점은 무엇인가.
여승환 : itch.io는 마켓의 역할도 하지만 개발자 커뮤니티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스토브 인디'는 소비자를 위한 최적의 서비스 뿐 아니라 개발자를 위한 최적의 서비스도 제공하는 동시에 인디 게임들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는 복합적인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더욱 키우면 다른 마켓들과 차별화된 '스토브 인디'만의 강점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Q. 인디 게임 팬과 개발자 모두를 위한 플랫폼이 목표라고 했는데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여승환 :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알다시피 최근 몇 년 사이 인디 게임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졌는데 왜 그런가 하니 펀딩 당시 소개한 게임과 결과물이 다르거나 감감무소식이거나 혹은 먹튀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졌기 때문이다. 펀딩 이후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자율에 맡기고 펀딩하는 곳에서 관리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 부분에서 '스토브 인디'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종의 인증 마크를 붙이고 우리가 펀딩 이후 자금이 어떻게 쓰이고 개발은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는 것으로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펀딩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도 조금씩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개발자들을 위한 것도 있는데 펀딩에 성공하면 그 금액에 더해 개발비를 추가로 지원하는 한편, 마케팅 측면에서도 도움을 주는 식이다. 현재 이러한 서비스에 대해 내부에서는 펀딩팩(가제)이라고 해서 준비 중인데 안 좋은 건 없애고 좋은 건 부각시키는 형태의 서비스가 될 예정이다.
Q. 여담이지만, 이번 BIC 2022 행사에 '스토브 인디'와 관련있는 게임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
여승환 : 타이밍이 좋았다. 3주년을 맞이한 '스토브 인디'지만, 지난 2년간은 우리도 상품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고 하지 않았나. 당시에는 보여줄 게 적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BIC도 오프라인 전시를 못 하던 상황이었다. 이제 3년 차를 맞이해서 보여줄 만해진 상황에서 BIC가 다시금 오프라인 개최를 알리면서 많은 게임들이 나온 것 같다. 많은 게임들이 심사를 잘 통과해 이 자리에 있게 되어서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Q. 둘러본 소감은 어떤가.
오경엽 : 부스를 내고 참가한 건 올해가 처음인데 우리를 알아봐 주기는 할까,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의 브랜딩 작업이 잘 된 것인지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인사해주시더라. 뭐라고 해야 할까. 예전에는 '로스트아크'의 클라이언트로 스토브로만 여겼다면 요즘은 '스토브 인디'로서 봐주신달까.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이 게임 정말 재미있는데 한글이 아니어서, 알려지지 않아서 너무 아쉽다. 스토브 인디에서 가져와 달라"하는 이런 요청을 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
Q. 살짝 삐딱한 시선으로 본다면 그렇게 요청해도 정말 반영될지, 하다못해 요청한 걸 보기는 할지 알 수 없으니 아예 요청도 안 할 것 같다. 정말 그런 요청이 반영되나.
오경엽 : 가능한 최대한 그런 요청을 반영하려고 한다. 근데 이런 건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다. 제삼자가 보기에는 '스토브 인디'를 통해 출시하면 조금이라도 더 알려질 수 있으니 쉽게 개발자들이 승낙할 거 같지만, 실상은 계약부터해서 금액까지. 얽히는 게 많다 보니 마음같이 잘되지 않아서 아쉬울 때가 많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냥 요청을 보기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걸 최대한 반영하려고 하는 만큼, 앞으로도 많은 요청 바란다.
Q. '스토브 인디'의 비전은 무엇인가.
오경엽 : 두 가지의 비전이 있다. 하나는 지금 하는 걸 더 잘하나는 측면에서 입점된 게임이 잘 팔리도록 효율적으로 마케팅이라든지 프로젝트 관리를 고도화하는 게 있고 다른 하나는 앞서 언급한 글로벌 진출에 대한 것으로 그냥 가겠다고 해서 잘 되는 게 아니지 않나. 현지 시장조사는 물론이고 정책 등 알아야 할 게 많은데 이런 것들을 잘 준비하고 대응해서 '스토브 인디'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게 목표다.
여승환 : 퀀텀 점프라는 과점에서 본다면 진짜 '스토브 인디'만이 할 수 있는 뭔가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 그냥 약간 다른 걸 준비해놓고 우리가 '어떄? 다르지?' 하고 보여주는게 아닌 누가 보더라도 이건 진짜 어디서도 본 적 없었던 '스토브 인디'만의 서비스다 라고 할 정도의 서비스를 말이다. 앞서 언급한 펀딩팩 등 다양한 시도가 바로 그런 것들로 이런 차별점들을 하나둘 마련하고 확장해서 시너지들끼리 만나 제곱의 효과를 내게 하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스토브 인디'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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