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밖에 모르는 예비역 우승자 - 김준호
김홍제 기자 (Koer@inven.co.kr)
군대는 많은 프로 선수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나의 커리어가 끝나는 것은 아닐지, 군대로 인해 만개하지 못하고 이대로 끝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 열에 하나는 군대 문제로 기량에 영향을 주는 선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찾아보면 전역 후에도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며 입대하기 전, 혹은 그보다 더 좋은 기량을 뽐내는 선수들도 간혹 있다. 그리고 2022 GSL 시즌2 우승을 차지한 김준호 역시 마찬가지다. 김준호는 나이가 본인의 기량에 있어 본질적인 문제는 전혀 아니라고 언급했다.
물론, 예전부터 워낙 잘했던 선수긴 하지만 어쨌든 군대에 다녀온 뒤 우승을 차지한다는 건 대단하고 놀라운 일이다. 단순히 기량이 뛰어나다는 것 외에 예비역 김준호가 게임에 임하는 자세는 어떤지, 인터뷰를 마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Q. 정말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2022 GSL 시즌2 우승 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전역 후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그러다 최근 TSL에서 '레이너'에게 패배한 뒤 다시 열심히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Q. 2019년에 입대했다. 프로리그 시절 기억하는 김준호는 항상 웃는 얼굴에 예의가 굉장히 발랐던 이미지로 남아 있는데, 입대 전, 후로 바뀐 부분이 있을까?
기준이 군대 전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과거 CJ 시절과 차이는 분명하게 있다. 지금이 예전보다 더 간절하달까. 경력을 더 오래됐지만, 게임에 임하는 간절함, 노력은 지금이 더하다.
군대가기 전에는 게임에 대한 열정도 좀 떨어졌었다. 그런데 군대에 가보니까 '내가 게임에 질린 게 아니구나'라는 걸 확실히 느꼈다. 또한, 팬들의 사랑, 열기 그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그래서 전역 후에도 게임을 다시 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은 그리 오래하지 않았다.
Q. 적응은 어렵지 않았는지?
군인 신분일 때는 휴가 때도 게임을 거의 하지 않았다. 전역 후에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폼을 끌어올리는 건 금방했는데, 성적이 나오지 않아 힘들었다. 솔직히 메타도 잘 맞지 않았다. 현재는 최고의 컨디션이다.
Q. 전역 후 활동하는 사례가 꽤 있다. 이런 점들이 도움이 됐나?
다른 선수들에게 자문을 구한 적은 없다. 그냥 지켜보면서 박수호 선수나 변현우 선수를 보며 나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긴 했다.
Q. DPG라는 팀에 있다. 현재 스타2에서 팀은 과거 프로리그 시절과 어떤 점이 다를까?
프로리그 시절과 가장 큰 차이점은 대부분 해외팀 소속이라는 점, 합숙보단 팀에서 개인 후원처럼 해주고, 스스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꽤 난다고 본다. 과거 협회 시절 몸에 배었던 습관 덕분에 연습량에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내 가치관에 있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간절함, 그런 것이 있어서 나는 오히려 좋다.
Q. 그 간절함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어릴 때처럼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지금도 똑같다. 그런데 이제는 결혼도 했고,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큰 원동력이다.
Q. 최근 철권 프로게이머 '무릎'이 EVO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롱런에 대한 생각은?
'무릎' 선수는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다. 굉장히 존경하는 부분이 있는 분이고, 나이가 들수록 힘든 것들이 쌓이는 데 그걸 극복하는 게 대단한 분 같다.
나는 나이가 부담이 되거나, 게임에 있어서 단점으로 작용된다고 직접 느낀 적은 거의 없다. 보통,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많아져서 기량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런 부분이 거의 없다. 사실 내 인생에 있어서 게임에 제약이 된다는 것은 군대뿐이었다. 그 외에 피지컬적으로는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아직 느끼지 못했다. 자기 관리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Q. 예전부터 그랬지만, 지금은 완전히 해외, 국내 선수 기량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해외 TOP3를 뽑아본다면?
'세랄', '레이너'는 워낙 잘한다. 그리고 '클렘', '닙'이 비슷한 수준으로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GSL 참가를 위해 '아스트리아' 라는 미국 선수가 있는데, 올해부터 폼이 정말 많이 올라왔다.
Q. 요즘 스타2, 과거와 어떤 점이 다른지?
예로부터 경쟁 게임은 천적 관계나 역사를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요새는 빌드 싸움, 심리전 싸움이 더욱 수준이 높아졌다. 메타도 많이 바뀌어서 조금만 집중해서 지켜보시면 재밌을 것 같다.
Q. 2연속 우승에 대한 자신감은? 가장 경계하는 선수는?
조성주, 박령우는 뭐 워낙 잘하고, 신희범, 이재선도 폼이 꽤 좋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군대에 가면서 팬분들이 정말 많이 걱정하셨다. 복귀 후 팬들의 응원 덕분에 정말 많이 힘이 됐고, 그 덕분에 5년 만에 프로토스가 우승했다. 앞으로도 프로토스의 미래를 잘 이끌어 나가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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