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소울라이크 게임 공략 안 보고 깰 수 있다!"
다크소울 시리즈의 흥행 이후 어려운 난이도의 보스전을 주요 골자로 내세우는 수많은 소울라이크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다크소울 특유의 전투 스타일을 2D로 해석하고, 여기에 '메트로배니아' 방식을 섞어내는 조합 역시 이제는 많은 개발자들이 선택하는 정석 중 하나가 됐습니다. 지난 7월 27일에 PC 스팀 플랫폼을 통해 정식 출시된 신작, '더 타니싱 오브 유스티아(The Tarnishing of Juxtia)' 역시 이러한 정석 조합을 그대로 따라간 작품입니다.
플레이어의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픽셀 베이스 비주얼과 정식 한국어 지원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들어 게임을 시작했으나,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딘가 아쉽다는 생각이 밀려오기 시작했는데요. '소울라이크'와 '메트로배니아'라는 매력적인 요소만 섞어놓고도 아쉬움을 자아내는 부분은 어디에 있었는지, 1회차 플레이 후의 소감을 담아보았습니다.
게임명: 더 타니싱 오브 유스티아 | 개발사: Actual Nerd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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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탐험의 재미가 있는 2D 다크 판타지 세계관, 여기에 소울라이크의 재미까지?
'더 타니싱 오브 유스티아(이하 타니싱)'에서 플레이어는 여신 유스티아의 마지막 창조물이 되어 타락한 왕국을 정화하기 위한 모험에 나서게 됩니다. 플레이어가 모험 중에 마주하게 되는 여러 NPC, 그리고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진행되는 다크 판타지 스토리는 타니싱의 주요 매력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세계관 설정이 여실히 느껴지는 어두운 비주얼, 그리고 준수한 완성도의 한국어 자막이 더해져 국내 유저들도 게임의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게 됐죠.
물론, 단순히 액션성과 조작감을 즐기기 위해 게임을 선택한 이들이라면 스토리 전체를 무시하고 넘어가도 플레이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습니다. 게임이 전체적으로 선형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고, 월드맵을 통해 플레이어가 향해야 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항상 느낌표로 강조해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회차 엔딩을 보는 약 8시간의 플레이 동안 단 한 번도 다음에 플레이할 구역을 찾지 못해 헤매는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이러한 친절함을 다르게 표현하면 단조롭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소울류, 혹은 메트로배니아 게임을 플레이할 때 어디를 먼저 가면 좋을지 망설이거나 헤맨 경험이 있는 유저라면 충분히 반색할만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위에서 설명한 것들은 부가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투겠죠.
타니싱 속 전투 시스템의 첫 인상은 긍정적이었습니다. 대미지를 누적하여 경직도를 쌓는 독특한 전투 시스템 덕에 일반 몬스터를 상대할 때 조차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무기에 따라 달라지는 리치, 누적되는 경직도, 대미지 등을 비교해보며 다양한 공략을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게임을 진행하는 도중에 하나씩 해금할 수 있는 마법인 '낙인', 보스를 쓰러트렸을 때 획득하게 되는 '유물'이 더해지면서 전투는 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검 중심으로 대미지 버프를 옵션을 고루 분배하는 방법부터 마나를 활용하는 낙인 중심의 빌드를 세우는 마법사 스타일, 혹은 마나 회복을 완전히 배제하고 체력과 방어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극단적인 인파이터 스타일을 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는 2D 기반 사이드뷰 플랫포머로 진행되지만, 소울라이크 장르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가장 초반에는 타니싱의 전투 시스템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공격 모션의 후 딜레이 때문에 일반 공격 사이에 회피를 섞어서 넣을 수 없다 보니, 전투 중 빠른 회피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기 종류에 따라 이러한 딜레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고, 초반 구역을 지날 때쯤이면 이러한 딜레이 개념이 손에 잡히기 시작합니다. 충분히 취향을 탈 수 있는 영역이나, 어려운 난이도의 전투를 즐기는 '소울라이크' 장르 팬들에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타니싱은 다크 판타지라는 설정에 걸맞는 어두우면서도 시선을 끄는 비주얼, 스토리 팬들을 위한 수준 높은 현지화, 그리고 나름의 독특한 전투 시스템까지 구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이러한 게임의 매력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모험을 이어가게 됩니다. 평소에 소울류 게임들을 자주 플레이했던 유저라면, 타니싱의 보스전에서 몇 번씩 죽음을 반복하는 그 과정조차도 즐겁게 느껴질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 할수록, 정확히는 전체 분량의 중반부를 넘어갈 때쯤 게임의 단점들이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선호하는 외형을 반영한 특별한 빌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게임의 특징은 허울 뿐인 선전임을 알게 되는 것은 물론, 분명 초반부에 장점이라 여겼던 요소가 후반부에 들어서며 모두 생략됐다는 것까지 깨닫게 됩니다. 이쯤 되면, 이게 정말 정식 출시 버전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되죠.
소울라이크에서도, 메트로배니아에서도, 하나씩 빠져버린 나사들
초반에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타니싱의 전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중반 이후부터는 소울라이크의 긴장감 대신 단조로움이 더 커지게 됩니다. 적의 공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한 일반적인 소울라이크 게임들과 달리, 타니싱은 대처법이 '구르기' 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반 이후에 획득할 수 있는 '얽매인 방패' 낙인을 활용하면 부분적으로 가드가 가능하나, 이는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 개념이기에 구르기처럼 자유롭게 활용하긴 어렵습니다.
횡이동 스텝, 가드, 패링이 없으니 무적 타임이 존재하는 구르기가 모든 전투의 열쇠가 되고, 무기 공격의 후딜레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공격 속도가 빠른 무기가 애용됩니다. 결국 타니싱의 전투는 '빠른 공격 속도의 단검, 한손검을 활용한 구르기 위주의 전투'로 귀결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열에 아홉은 해당 빌드를 활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른 빌드보다 유독 재미있어서 같은 이유가 아닌, 게임의 구조 자체가 플레이어에게 이러한 빌드를 강요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대검, 워해머, 창, 도, 레이피어 등 주류가 아닌 무기들은 사용되지 않고 장비 칸만 차지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다른 장비들과 공격 모션도 다르고, '차지 어택'이라는 별도의 기능까지 적용되어 있는데도 말이죠. 여기에 무기별로 대미지 버프를 받을 수 있는 스탯 포인트가 각각 다르다보니, 장비와 빌드의 획일화 양상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비주류 스탯 중 하나인 지능을 요구하는 '마법 그레이트 소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무기이기에 한번 성능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스탯 보정을 받지 못한 무기는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언제든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빌드를 재조정할 수 있도록 '스탯 재분배' 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사실 무기 빌드가 한정된다는 것은 큰 단점은 아닙니다. 유저 개인의 취향에 따라, 하나의 무기만으로도 충분히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도 있거든요. 현재 타니싱에서 더 심각한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무기 강화의 밸런스가 소울라이크의 본질을 헤칠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입니다.
무기 공격력이 세면 좋은 것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현재 타니싱의 강화는 게임 밸런스를 헤치고, 게임의 긴장감을 지워버릴 정도에 달했습니다. 초반에 적의 공격 패턴 하나하나를 보며 파훼법을 찾고 힘든 전투를 이겨내며 달성감을 얻는 재미가 있었다면, 후반부에는 '무지성 연타'만으로 게임이 진행될 정도가 됩니다.
초반에 느꼈던 소울라이크 게임 다운 쫀쫀한 긴장감을 다시 느끼려면, 일부러 강화하지 않은 초반 무기를 착용하고 스스로에게 족쇄를 걸어야만 합니다. 강화 재료 숫자가 한정적이기에 최종 강화를 할 수 있는 장비도 한 개에서 두개 정도에 그치는데, 어렵게 만든 장비를 두고 일부러 족쇄를 걸며 고통받고 싶은 이들은 그리 많지 않겠죠. 소울라이크 게임의 긴장감 넘치는 보스 레이드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타니싱의 메트로배니아 요소입니다. 보통 극 초반에는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높은 지형이나 좁은 길을 추후 얻게 되는 '이단 점프'나 '변신' 기술을 활용하여 지나게 됐을 때의 희열을 담아낸 것이 메트로배니아 계열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니싱 속 메트로배니아 요소는 하나의 커다란 맵, 그리고 맵마다 존재하는 하나의 지름길이 전부입니다. 여기서 지름길은 그저 맵을 넓게 한 바퀴 돌아와서 레버를 올리는 게 끝이고, 보스전을 통해 획득한 기술을 활용하는 등의 특별 기믹은 일절 존재하지 않습니다. 허울 좋게 늘어놓았을 뿐, 타니싱의 전개 방식은 스테이지식 일자 구성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셈입니다. 여기서 또 한번, 이번엔 '메트로배니아' 키워드를 보고 타니싱을 선택한 유저들이 실망을 감출 수 없게 됐습니다.
타니싱의 초반부에 느꼈던 보스 전투의 긴장감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한대 치고 빠지고를 반복하고, 한대라도 더 욕심을 부렸다가 바로 황천길로 직행하게 되는, 소울라이크 특유의 감동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보스전을 반복할 때 불필요한 대사와 컷씬을 스킵하는 기능도 좋았습니다. 직전의 실패와 피드백을 떠올리고 반성하며, 다시금 보스 전투에 도전하는 것이 가능했죠. 이 모든 절차가 즐거웠고요.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잘만 제공하던 연출 스킵 기능이 전부 사라집니다. 안타깝게 죽은 후라 빨리 복수에 나서고 싶은데, 잘 자고 일어났다는 듯 기지개 켜는 보스의 모션과 시답잖은 대사를 몇 번이고, 다시 반복해서 시청해야만 합니다. 가끔 보스까지 돌아가는 길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놓아 '엘리베이터 호출, 탑승, 이동, 보스방 진입, 등장 연출, 대사'까지 전부 보고 난 뒤에 전투를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렇게 전력을 다해 호흡을 끊어버리니, 밸런스가 어떻건 일단 무기의 강화 단계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리고, 가능한 재도전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서게 됩니다. 한방 한방의 긴장감을 즐길 여유는 진작에 사라져버렸죠.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을 보강한다면, 타니싱은 소울라이크 시리즈 게임에 취약한 유저들도 한 번쯤 도전해볼 수 있는, '친절한 소울라이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별다른 공략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도 엔딩까지 막힘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소울라이크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거든요. 공략 방식에 따라 일반 엔딩과 진엔딩으로 분기도 나뉘고, 1회차를 마친 후에는 뉴게임+로 새로운 빌드를 도전해볼 수 있는 등 생각보다 다양한 파고들기 요소도 존재하는 게임이니, '소울라이크' 에 관심이 있다면 스팀 할인 시즌에 함께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