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곰아저씨 레스토랑'에 이어 발표한 '낚시 천국'도 그 중 하나였다. 모바일로 먼저 출시한 이 작품 역시도 기억을 잃고 천국에 오게 된 주인공이 사람들과 만나면서 성찰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전작이 '레스토랑'을 소재로 했다면, 이번에는 '낚시'를 소재로 했다는 것이 다르다고 할까.
곰아저씨 레스토랑의 전례처럼, 그는 출시 후 2년이 지난 지금 '낚시 천국'을 다시금 다듬어서 닌텐도 스위치 그리고 PC로 출시했다. 못다한 이야기를 더 풀면서, 당시 빡빡한 개발 일정에 밀려 미처 넣지 못했던 요소들을 가미한 '완전판'으로 다시 찾아온 것이었다.
게임명: 낚시 천국 (Fishing Paradiso) | 개발사: 오뎅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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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링크: '낚시 천국' 메타크리틱 페이지(PC)/(닌텐도 스위치)
※ 본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손맛을 살린 낚시와, 성찰을 담은 이야기의 더블 힐링 효과
'낚시 천국'이라는 말처럼, 이 게임의 주요 소재는 '낚시'다. 기억을 잃고 천국에 있는 무인도에 쓰러진 주인공은 파랑새의 안내에 따라 낚싯대를 줍게 되고, 무인도와 그 근처 여러 지역에서 물고기를 낚으면서 하루하루 보내게 된다. 그렇게 낚시하러 다니는 사이에 천국에 오게 된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고, 그들과 교류하면서 점차 기억의 일부분을 조금씩 찾아가는 것이 '낚시 천국'의 주요 내러티브다.
전작 '곰아저씨 레스토랑'처럼 이 게임의 조작 방법도 단순하다. 낚시터를 고른 뒤, 방향과 게이지를 조절해서 찌가 물고기 근처에 가게 한 다음 물고기가 물면 다시 버튼을 눌러서 잡아당기는 것이 전부다. 처음부터 모바일로 나온 작품인 만큼, 모바일 환경에 맞춰서 간단한 조작법을 택한 터라 한 번의 시연만으로 어지간해서는 금방 익힐 정도로 단순하다. 다만 이를 PC,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에 맞춰서 키보드나 조이콘 버튼에 대응하게끔 한 것뿐이었다.
그렇게 매번 지정된 물고기를 정해진 수량만큼 낚으면 이야기가 하나둘씩 해금되는 고전적인 어드벤처 방식을 채택한 터라 게임 자체는 지극히 단순했다. 그렇지만 그 코어 자체가 잘 갖춰져있어서 오히려 직관적이라는 장점이 부각됐다. 일단 조작법은 간단하지만 물고기들을 낚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그냥 찌를 던지고 회수하면 그만이 아니라, 텐션 게이지와 거리를 보면서 때로는 버튼을 놓거나 혹은 물고기가 가는 방향쪽으로 눌렀다가 다시 반대 방향으로 놓는 나름의 '밀당'이 구축이 되어있었다.
때로는 낚기 까다로운 물고기들이 종종 등장하긴 하지만, 물고기를 낚을 때마다 얻는 코인으로 스탯을 강화해서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물론 스탯을 올렸다고 한 번 툭 던졌다가 바로 낚아올릴 수는 없고, 이전 같으면 줄을 끊고 도망쳤을 것을 좀 더 오래도록 붙들어서 힘을 빼거나 혹은 더 강하게 당겨서 끌고 올 수 있는 정도로 조절은 되어있다. 그리고 점차 하면서 이 게임만의 특유의 낚시 감각에 익숙해지니, 플레이하면서 성장하는 그 느낌과 낚시의 재미를 한 번 느끼게 되면 컨트롤러를 손에서 놓기가 쉽진 않았다.
더군다나 이 게임을 하면서 낚시 실력만 성장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낚아달라고 하는 물고기를 낚고 그들과 교류를 하면서, '성장'이란 무엇인지 몸소 경험하게 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말하자면, 주인공은 상당히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다. 그 트라우마로 인해 기억을 잃은 상황으로, 종종 떠올리는 기억들도 그리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동료들과 합심해서 맞서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일련의 사건의 주동자로 찍혀서 좌천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회사에서만 겪은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천국의 무인도에 다다르게 된 그는, 파랑새의 도움으로 낚시를 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연을 맺어간다. 뛰어난 솜씨를 지녔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가업을 잇지 못한 목공, 규율을 어겨서 마을에서 쫓겨난 원주민 소년, 몸이 약해서 병실에만 있던 모험가 지망생 소년, 생전 일에 치여 살았는데 천국에 와서도 천사를 보좌하는 직무를 맡게 된 회사원, 잦은 야근에 시달리면서도 포장마차 오뎅 한 그릇에 힘을 내던 또다른 직장인, 전직 마피아 경호원, 학업적 성취는 이루었지만 고독하게 살다 간 교수 등등.
각기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과정은 마치 낚싯대를 드리우면서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그런 운치가 있었다. 화려하지 않고 절제된 BGM과 감정선이 절제된 어조, 고전적인 도트그래픽에 의도적으로 꽉채우지 않고 여백을 남기는 대사 등 전작부터 채용한 기법들은 그런 효과를 배가시켜주고 있었다.
다만 전작과 달리, 심금을 울리는 그러한 유형의 이야기보다는 당장 바라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내용이 주가 된 터라 느낌은 사뭇 달랐다. 당장 주인공부터가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다가 좌천된 상황이고,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그런 이야기를 안고 있다. 한창 낚시를 신나게 하다가 그 이야기가 서로 맞교환되는 과정에서 기억의 파편들이 되살아나는 걸 보면, 일상에서 우리가 잠시 잊고 있다가 혹은 그냥 익숙해져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한 번 파헤쳐지는 묘한 느낌이 든다.
여기에 말도 안 통하는 꽉막힌 꼰대 천사가 등장하는 순간, 등장인물들의 분노에 100% 공감하는 자기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맨 처음 주인공이 깨어나기 전, 꿈 속에서 잠시 언급된 화두인 '진짜 천국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누가 '천국'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천국이라지만, 보다보면 그곳이 과연 천국인지 의문스럽고 불편한 감정들이 잊을만 하면 조금씩 쿡쿡 찔려서 새어나오니 말이다.
그런 시름을 낚시로, 혹은 종종 벌어지는 깨알 같은 개그로 피식 웃다보면 잠시 잊는 그런 현실적인 경험 때문인지, 전작 '곰아저씨 레스토랑'을 한 유저라면 상당히 낯설게 느껴질 여지가 크다. 고양이와 곰을 비롯해 곰아저씨 레스토랑의 등장인물들이 총출동해서 반갑긴 하지만, 전작을 보지 않은 유저들을 고려해서 전작과 연관된 부분은 최대한 짤막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이 미련에 남은 부분보다는, 천국이라는 또다른 '현실'에 살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가미해서 현 주인공의 상황과 맞물리게 한 터라 처음에는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작 '곰아저씨 레스토랑'에서도 '천국'의 감동뿐만 아니라 '지옥'의 씁쓸한 면도 조명하지 않았던가. 방향은 다르지만, '낚시 천국' 역시도 어느 한 단면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서사를 진행해나간다. 전작보다는 낚시라는 액티브 플레이 요소에 더 치중한 면이 있어서 서사 자체는 조금 단조로울 순 있지만, 낚시의 손맛을 즐긴 이후에 이야기를 듣고 다시 낚싯대를 드리우는 과정은 마치 낚시터에 걸터앉아 세상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그런 맛이 있다.
아쉬움을 달래려고 나왔지만 2% 부족한 추가 요소들
이런 요소들은 결국 2년 전 출시된 모바일 버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게임의 기본적인 골격 자체는 전작 '곰아저씨 레스토랑'이 PC나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이식해서 완전판을 내놓을 때처럼 바꾸질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낚시할 때 좀 더 반응이 빠릿빠릿하고 키보드나 컨트롤러의 키감이 있어서 손맛이 더 좋아졌다고 해야 할까.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자는 친구들을 곰아저씨 레스토랑 식사회에 초대하는 '키즈나 맛집' 콘텐츠를 추가했다. 메인스토리 및 친구와의 우정 스토리를 진행하다보면 곰아저씨 레스토랑의 레시피들이 해금되는데, 그 재료들을 낚아서 주문하면 친구들과 대화 이벤트가 새롭게 진행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해서 모바일 버전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나 캐릭터의 색다른 면을 엿볼 수 있게끔 했다. 아울러 맛집 이벤트에서만 얻을 수 있는 인테리어 가구도 15종을 추가했다.
전작 '곰아저씨 레스토랑'이 완전판에서 후일담을 추가한 것과 달리, '낚시 천국'에서는 중간중간 해금하는 스토리를 끼워넣은 이유는 간단했다. 결국 낚시 천국은 '낚시'보다는 '스토리'가 우선인 어드벤처 게임이고, 어느 정도 플레이하다보면 낚시는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한 반복적인 노동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제작한 것치고 손맛이 좋고, 물고기마다 반응도 제각각 다르다고는 하지만 결국 플레이하는 기본 틀 자체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저 당겼다가 놨다가 당겼다가 놨다, 이걸 반복할 뿐이니 말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원하는 고기만 낚이는 것도 아니니, 그 쓰임새가 마련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만 축적되는 셈이었다. 그나마 코인으로 바꿔서 스탯을 강화하는 식으로 쓸 수는 있고, 좀 더 높은 등급의 낚시터로 가면 그런 잡어들도 코인을 꽤나 쏠쏠이 주다보니 어느 새 쌓여있는 코인을 보다보면 화는 조금은 누그러든다. 그러나 종종 해금해야 하는 우정 이벤트 조건이 낮은 등급의 낚시터에서 코인도 얼마 안 주는 것들을 잡게끔 강제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미 더 잡을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육성 효율도 안 나오는 곳에서 강제로 뺑뺑이를 돌리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효율이 안 나오는 낚시터에서 나오는 부산물도 추가 이야기 및 수집요소 획득용으로 풀어둔 것 자체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의 퀄리티는 다소 들쭉날쭉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전작 '곰아저씨 레스토랑'을 했다면 그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지만, 그렇지 않다고 치면 왜 굳이 이런 것까지 이야기할까? 싶은 부분도 있었다.
그나마 우정 이벤트를 전부 다 해금해서 진 엔딩까지 가려고 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막막했던 파밍 과정에 중간 단계가 어쨌든 생긴 셈이니, 조금은 더 나아졌다고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완전판'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모자란 구석이 눈에 밟힌다. 어쨌거나 이야기가 주가 되는 게임이니 이야기를 완성시킬 수 있는 중간 단계를 갖춘 건 좋은데, 그것뿐만 아니라 추가로 볼 수 있는 이야기도 유저들이 기대하지 않았겠나. 그러나 그 부분에서 이번 완전판은 좀 부족했다. 그나마 무료 음원을 다소 급하게 끼워넣었던 모바일 버전과 달리, 완전판에서는 이를 리마스터링한 음원과 오리지널 BGM을 추가하면서 감성을 충분히 커버했다는 게 위안일까.
이야기의 방향성은 다르긴 하지만, '낚시 천국'은 '곰아저씨 레스토랑' 못지 않게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전작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했어도, 이렇게 완전판으로 타 플랫폼으로 확장할 정도의 저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 퀄리티는 다른 플랫폼으로 옮겼어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에 비해 이야기보다 게임플레이 비중이 좀 더 늘어난 작품이니, 게임플레이 면에서는 더 손맛이 살아났다. 전작을 닌텐도 스위치에 이식할 때 발생했던 최적화 문제도 해결됐으니, 기술적인 발전은 확실히 눈에 띈다.
그러나 모바일 버전을 했던 유저들에게 다시 해보라고 권하기엔, '낚시 천국'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곰아저씨 레스토랑은 정해진 루트를 따라서 이야기를 훑어보면 그만이었고, 그마저도 2시간만에 다 해결되는 게임이라 다시 보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 그러나 '낚시 천국'은 반복적으로 낚시를 해서 어느 정도 스탯을 올리는 과정이 필요하다보니 좀 더 부담이 크다.
낚시 자체는 간단하게 손맛을 잘 살리긴 했지만 비슷비슷한 일을 반복하게 되면 결국 질리지 않던가. 그런 반복 노동의 지루함이나 무료함, 그리고 비효율적인 면을 개선하기 위해 중간중간 부산물을 스토리로 바꿔주는 콘텐츠를 후일담식으로 넣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다만 모바일 버전으로 진엔딩을 못 보고 끝난 유저라면, 그나마 완전판에서는 진엔딩을 볼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보였다. 모바일 버전은 그 중간 단계마저도 없어서, 중간중간 해금 요소도 없이 악으로 깡으로 끌고 가는 방식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곰아저씨 레스토랑'은 했지만 만일 낚시 천국을 모바일 출시 때 해보지 않았다고 하면, 이번 '완전판'은 봐둘 필요가 있다. '곰아저씨 레스토랑'의 그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는 있다. 심금을 울리기보다는, 계속 피해왔던 현실의 아픈 구석을 찔러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천국에 왔는데도 그 질문에 답해야 하나, 왜 이 사람들은 이러고 있을까 갑갑함이 느껴질 수도 있다.
이야기에 대한 평가는 개인 차가 크고, 또 자칫하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 더 깊이 말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적어도 '낚시 천국'은 누구 머리를 골프채로 내리치는 그런 기분 나쁜 충격을 주는 이야기가 아니니, 그 점은 안심해도 좋다. 마치 친구들과 낚시를 하러 가서, 쓰디쓴 현실에 서로 푸념을 늘어놓고 속내를 털어놓다보면 마음이 처음엔 불편해지지만, 속이 풀리는 듯한 그런 맛이 느껴진다. 더군다나 리마스터링된 OST는 다소 부족했던 감성적인 부분까지 채워주니 기왕 한다고 하면 '완전판'을 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