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찰칵', '자각자각', '서걱서걱'. 사무실 내 적적한 공기를 깨는 소리가 경쾌하다. 다양한 종류의 스위치가 만들어 내는 타건음과 쫄깃한 키감은 굳이 키보드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사무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IT에 막 입문하려는 유저들을 사로잡는 일등공신으로 취급받고 있으며 이 밖에도 높낮이가 다른 키압, 동시 입력, 휘황찬란한 RGB LED 또한 기계식이 현재 키보드 접점 방식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요소로 꼽힌다.
사실 기계식 키보드의 역사는 엄연히 따지면 타자기가 시초격으로 아주 오래된 편이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기계식 키보드의 본격적인 인기는 2014년 체리 MX 스위치의 독점 특허가 끝남과 동시에 이와 유사한 카피 스위치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진입장벽이 대폭 낮아지면서 시작됐다.
기계식 키보드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멤브레인 접점 방식의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당장 기자만 하더라도 10여 년 전에 사용했던 멤브레인이 마지막이었고 기계식, 펜타그램에 이어 다시 기계식으로 회귀했는데 시간이 흐를대로 흘러 고무 돔을 때리던 멤브레인 특유의 손맛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그러다가 무슨 특이점이 온 건지 멤브레인을 다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다고 굳이 예전의 향수를 찾겠다고 창고에 박아둔 오래된 키보드를 꺼낼 필요는 없지 않는가. 이왕이면 출시된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녀석으로다가 써봐야지. 그렇게 찾게 된 제품, 스틸시리즈 Apex 3 TKL 되겠다.
스틸시리즈 Apex 3 TKL 저소음 게이밍 키보드 (US)
접점 방식: 멤브레인
키배열: 84키 배열 / 텐키리스
키수명: 2천만 회 키프레스
폴링레이트: 1,000Hz
무게 및 크기: 364mm / 150mm / 40mm(W x D x H) / 639g
키캡: ABS
특징: 동시입력 24키 / RGB 백라이트 / 생활 방수 / 방진 기능 / 다이얼
가격: 79,000원 (인터넷 최저가 기준)
돌고 돌아 결국 순정이라 했다. 멤브레인 특유의 고무 시트 반발력으로 손에 찰싹 달라붙는 타건감이 일품이었다. 플라스틱의 하우징과 비키 스타일의 첫인상 때문에 키캡이 다소 덜그럭거릴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견고해서 놀랬다. 타건음은 멤브레인 그 자체이나 의식하지 않고 듣는다면 노뿌 무접점과 유사해서 착각하기 쉬울 정도다.
스틸시리즈 Apex 3 TKL은 멤브레인 접점 방식을 채택하며, 게이밍 기능과 감성이 추가된 키보드다. POM 고무 돔 방식으로 멤브레인 특유의 감성을 잘 살려내면서 IP32 등급 방진/방수 테스트를 거쳐 기본적인 내구도도 따놓은 당상. 확실히 기본기는 합격이다.
또한, 클릭이 가능한 금속 롤러, 음량을 조절할 수 있는 멀티 미디어 키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했으며, 후면에 적용된 케이블 라우팅으로 사용자 환경에 따라 선을 더욱 깔끔히 정리할 수 있다. 명색이 게이밍 키보드인데 RGB 없으면 섭하다. 내부가 훤히 보이는 비키 스타일과 보강판 자체가 빛 반사에 유리한 재질로 감성을 제대로 챙겼다.
멤브레인이 특징이 될 수 있겠지만 그만큼 호불호도 강력하다. 또한, Apex 5 이상의 프리미엄 키보드들과 다르게 팜레스트가 없으며, 항공기 등급의 알루미늄 프레임이 아닌 플라스틱 재질의 하우징은 다소 아쉽다고 할 수 있겠다. 가격은 7만 9천 원으로 멤브레인 치고 약간 높은 편이다.
하지만 텐키리스, N 키 롤오버, 1000Hz 폴링레이트를 채택하고 소프트웨어 지원 등 게이밍에 거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건 쏙쏙 집어넣었다는게 이 키보드의 장점이다. 다양한 스위치 축의 기계식 Apex 제품부터 옴니 포인트 스위치가 적용된 Apex Pro, 그리고 멤브레인 Apex 3 TKL을 생각하면 스틸시리즈가 얼마나 게이밍을 끔찍이 여기는지 알 것 같다. 게이밍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폭넓은 취향을 가진 유저들에게 어필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