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oL '유니버스' 야무진 첫 단추
박범 기자 (desk@inven.co.kr)
약 3주 전, 아케인 공동 제작자 두 명이 한국 매체들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했다. 공동 제작자는 '한국 팬들이 좋아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땐 '흥행에 자신이 없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불안감이 아닌 자신감이었던 것 같다. '한국 팬들(이라도) 좋아했으면 한다'가 아니라 '한국 팬들(도) 좋아했으면 한다'는 느낌이었을까.
아케인을 처음 보고 재미를 느껴 주위에 추천해줄 때만 해도 시큰둥한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며칠 후엔 사람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비단 내 주변 사람들만 재미를 느꼈던 건 아닌 모양이었다. 각종 커뮤니티에도 관련 이야기가 오갔고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되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생겼다.
아케인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많은 것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주무대는 필트오버와 '아랫동네'로 표현되는 자운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들은 그동안 긴 텍스트와 몇 개의 이미지로만 막연하게 추측했던 필트오버와 자운의 모습을 명확하게 알게 됐다. 그곳의 모습과 분위기는 물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떨지 인식할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영상 콘텐츠를 다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보는 걸 좋아해서 아케인도 그렇게 해봤다. 여전히 재밌었고 그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았다. 캐릭터들의 매력이 잘 드러나서 그런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조커처럼 내면적 아픔과 특유의 어두운 면을 가진 빌런들을 좋아하는데 징크스에게서도 비슷한 매력을 느꼈다. 징크스 외에도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입체감 있게 설정됐고 저마다의 매력을 뿜었다.
바이와 징크스, 제이스, 케이틀린, 하이머딩거, 빅토르처럼 핵심 스토리를 끌고가는 인물들이 아케인에서 제대로 활약했다. 하지만 영상 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은 주인공들로만 행해지지 않는다. 조연과 주변 인물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의 이야기도 잘 담겼다. 시청자들은 게임 내 스토리에 한두 줄 적혀있던 주변인들의 모습과 성격, 스토리에도 깊게 관여할 수 있었다. 이는 처음 등장하는 인물들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장점으로 남았다.
시즌1을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3화다. 3화 후반부에 격렬한 전투씬이 있는데 그보단 다음 장면이 더 마음에 들었다. 바이와 징크스의 감정이 점점 격해지는 대화가 있는데, 여기서 캐릭터의 표정 변화가 너무 잘 보였고 그에 따른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잘 어우러졌다. 두 가지가 잘 섞이자 둘의 감정에 나도 모르게 몰입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아케인에는 캐릭터의 표정 변화와 성우들의 목소기 연기가 잘 조합되어 몰입감을 주는 에피소드들이 참 많다.
화면 연출도 빼어났다. 방금 언급했던 3화의 전투씬에서는 똑같은 폭발 장면을 각 캐릭터의 시점으로 차례차례 반복해주는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에코와 징크스의 전투 장면 연출도 많은 사람에게 회자된다. 극적인 장면에 시각적, 연출적 풍미를 더해 푹 빠져들게 만드는 화면 연출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이처럼 아케인은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IP의 '진보'를 알렸다. 넷플릭스 글로벌 1위란 기록은 비단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해봤던 사람들만 관심을 보인 게 아니란 걸 잘 알려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나 시리즈물들이 흥행에서 쓴맛을 봤던 걸 기억하면 아케인의 성공은 의미가 크다.
시즌1이 성황리에 마무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다시금 아케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라이엇게임즈에서 시즌2 제작이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알렸기 때문이었다.
아케인 팬들에게 이보다 반가운 소식이 없을 거다. 시즌1이 진행되면서 풀린 '떡밥'들 중에 아직 회수되지 않았던 것이 너무 많다. 그리고 시즌1이 성공을 거둔 뒤라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이게 앞으로 공개될 시즌2에도 잘 이어진다면 시즌2 역시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거라고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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