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전선2가 지난 10월 18일부터 2차 CBT에 돌입했다. 지난 6월 29일 전투플레이만 보여준 1차 CBT 이후 3개월 조금 넘어서 진행된 이번 테스트는 비리비리 영상 등을 통해서 무기 및 캐릭터 획득 방법, 요정 시스템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추가될 것이라고 예고된 바 있었다. 이미 전투 방식은 어느 정도 검증됐으니, 과연 그런 시스템이 잘 녹아들었을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2차 CBT에서는 4지역까지 공개됐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최종 보스 및 중간 보스도 그대로에, 전술인형도 종류는 동일하되 일부 다른 버전 캐릭터가 추가되는 식이었다. 스토리 연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1지역까지만 공개됐다. 이번에는 지휘관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상자를 운송하던 도중에 바랴크단의 습격을 받고 억류됐다가 휘하 전술 인형들이 구출, 응전하면서 탈출한 뒤에 기지차량을 보수해나가면서 여러 기능을 복구하는 부분까지 소개됐으며, 나머지 지역은 시나리오를 보여주지 않고 스테이지만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휘관 레벨에 따라 해금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기도 하고, 인형의 최고 레벨 상한선이 지휘관의 레벨에 맞춰져있기 때문에 이전 1차 CBT와 달리 빠른 시간 내에 스테이지를 정복하기는 어려웠다. 이를 고려해서인지 약 4일 동안만 열렸던 지난 테스트와 달리, 이번에는 테스트 기간을 2주로 길게 잡았다. 그러면서 유저들이 오래도록 붙잡으면서 루틴을 만들어갈 때, 어떤 느낌을 받을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할까


순한 엑스컴맛 기조는 유지, 육성이 더해지면서 바뀐 점은?
무기에 따라 달라지는 속성, 종이 한 장 두께는 늘려주는 육성과 장비 시스템


미소녀 엑스컴 혹은 순한맛 엑스컴. 2020년 10월 비리비리 생방송에서 처음 인게임 플레이가 공개됐을 때부터 소녀전선2를 따라다닌 문구였다. 실제로 지난 6월 29일 첫 CBT를 진행했을 때도 그런 느낌이 심히 들었었다. 흔히 엑스컴하면 떠올리는 고저차 및 각종 엄폐물과 지형지물이 있는 타일맵 위에서 확률에 기반한 턴제 전략싸움을 하는 그 구도가 고스란히 펼쳐졌기 때문이다.

물론 순한맛이라고 한 만큼, 엑스컴의 그 무자비한 요소는 어느 정도 완화하긴 했다. 예를 들어서 엑스컴에서는 감나빗이 뜨는 순간 피해는 1도 못 주지 않던가. 게다가 초정예요원들이 바로 코앞에 있는 상대방을 겨누다가 갑자기 엉뚱한 곳에다가 발포해버리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뒷목 잡고 쓰러지고 싶은 심정이다. 그와 달리 소녀전선2는 명중률 0%여도 엉뚱한 곳에 쏘진 않고, 적에게 최소한의 피해는 준다. 그리고 조합에 따라서는 명중률이 0이라고 떠도 추가타를 먹여서 끝장낼 방법도 여럿 구비해뒀다.

여기에 수집형 RPG에 흔히 볼 수 있는 5속성 체계를 가미하면서 속성에 따른 조합과 전술, 전략을 갖추도록 한 것이 지난 소녀전선2 첫 번째 테스트의 모습이었다. 우세한 상성으로 공격하면 대미지가 20% 추가로 들어가고 불리한 상성은 20% 적게 들어간다는 걸 응용해 적의 공격을 유리한 상성의 캐릭터가 대신 받아내게끔 배치한다던가, 보스전 때 클로리크 둘에 나머지 둘을 유리한 속성으로 편성, 단시간 내에 화력집중으로 잡아내는 전략도 가능했었다.

그러나 2차 테스트에서는 5속성 체계 대신 이온-물리 두 종류의 공격 방식과 보호막이라는 새로운 구조를 도입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보호막은 동일한 속성의 공격은 막아주지만 다른 속성의 공격은 막아주지 못해 HP가 바로 차감되고, 공격 방식과 보호막은 착용한 무기와 장비의 속성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가 된 것이다. 예전처럼 캐릭터가 처음부터 속성을 들고 오는 방식이 아닌 만큼, 속성에 따른 캐릭터 편제보다는 적의 속성을 보고 그에 맞춰서 장비를 착용하면서 응전하는 형태가 중요해졌다.

▲ 흔히 볼 수 있었던 5속성 체계를 2개 속성으로 단순화했다

▲ 방어막과 다른 타입의 공격을 하면 방어막을 무시하고 피해를 입히지만

▲ 동일한 타입으로 공격하면 방어막부터 뚫어야 한다


3지역 초반까지는 속성 관계를 몰라도 캐릭터 레벨과 무기 레벨, 적과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만으로 어찌저찌 클리어할 수 있지만 3지역 후반부터는 확연히 체감 난이도가 달라졌다. 두 종류의 보호막을 동시에 갖고 있는 보스라던가, 다른 속성 보호막을 갖춘 적들도 혼합해서 등장하거나 미션 조건이 상당히 빡빡하게 짜여져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면 갈수록 보호막이 강해져서 이전 지역에서는 원샷원킬이 가능했던 적도 3지역 후반부쯤에서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장비와 무기 강화, 요정을 장착하는 의태도감 등 육성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흔히 생각하는 레벨과 장비빨로 찍어누르는 플레이가 가능해보였지만, 실제로는 돌연사할 확률을 줄여주거나 한 끗 차이로 못 잡을 걸 어찌저찌 잡게 만들어주는 보험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적에게 집중사격 당하면 장비를 어떤 걸 차든 위험하니 최대한 그런 각이 안 나오도록 플레이하겠지만, 한 번 삐끗해서 적에게 피격당해도 어떻게 한 턴 잡아서 역전할 수 있게끔 했다고 할까.

▲ 넌 강해졌다, 돌격해...

▲ 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한 번 삐끗해도 살 가능성을 높여줄 정도로만 튼튼해질 뿐

그나마 요정은 각종 스탯을 올려주고, 세트 효과가 상당히 커서 각 역할군에 맞는 세트 효과를 장비하면 확연히 달라지는 느낌은 들었다. 도염지수를 추가로 채워주는 세트를 착용해서 한 턴 빨리 스킬을 사용한다거나, 체력 코스트로 스킬을 사용하는 클로리크는 흡혈 세트를 껴서 스킬을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집형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채용했지만,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다보니 육성해서 그냥 다 밀어버리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조금 불호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현재는 이런 육성 요소가 전투에서 어느 정도로 영향을 줘야 하고, 재료 파밍과 수급 그리고 레벨링이 어느 정도여야 밸런스가 맞나 테스트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나 강화 재료 수급은 굉장히 신중했다. 테스트 중이라 어지간한 재화는 다 지급해주는데, 무기와 요정 강화 그리고 수급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요정은 스테이지에서 파밍해야 하는데, 출현 확률이 썩 높진 않고 원하는 요정이 나오리라는 보장은 크게 없어서 어느 정도 스테이지를 민 지휘관들의 최종 루틴이 요정 파밍으로 자리잡을 확률이 높아보였다.

▲ 전작을 했다면 친숙할 요정들이 세트 효과를 주는 장비로 변했다

▲ 고등급 요정 먹을 때까지 파밍해야하는 미래가 그려진다


병종 공통 패시브 대신 캐릭터별로 확연히 달라진 스킬 구조
한 층 더 과감한 시도가 들어간 스킬들과 밸런스 조정을 위한 긴 테스트 기간


HG, MG, SMG, SG, AR, RF. 소녀전선을 해봤던 유저들이라면 친숙한 문구들이다. 전술인형들이 들고 있는 무기에 따라 병종을 구분해둔 것이고, 그에 따라 역할군도 대략적으로 나뉘는 방식이었다. HG(권총)은 서브탱커이자 서포터, MG(기관총)와 AR(돌격소총), RF(라이플)는 메인딜러, SMG(기관단총)와 SG(샷건)는 메인탱커 이런 식이었다. 1차 테스트에서는 BLD(블레이드)라는 새로운 메인딜러 병종을 추가했지만, 그외에는 1편의 구도를 쭉 이어가는 느낌이었다. 아울러 병종별로 공통 패시브를 넣어서 소녀전선식 역할군 분류 방식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그 계열 캐릭터를 써보면 어떤 직군인지 바로 알 수 있게끔 했다.

그랬던 만큼, 오히려 1차 테스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2차 테스트에서는 초반에 해맬 수밖에 없었다. 각 캐릭터마다 액티브 스킬 1개와 패시브 스킬 2개를 들고 있는 구성은 동일하지만, 병종 공통 패시브가 들어섰던 자리도 캐릭터별 패시브로 교체되면서 몇몇 캐릭터의 운영 방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대신에 역할군 분류를 방위, 첨병, 화력, 저격, 폭파, 지원으로 바꾸면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게끔 했다.

지난 CBT에서는 육성 시스템이 없이 태생 3~5성 구조였지만 2차 테스트에서는 프리코네 등에서 볼 수 있는 1~3성 체계로 개편됐다. 모든 캐릭터가 캐릭터의 조각을 모아서 승급하면 최대 6성까지 동일하게 올릴 수 있으며, 2번째 캐릭터 패시브는 3성으로 승급해야 획득 가능했다.

▲ 모든 캐릭터가 조각을 모으면 최대 6성까지 진급이 가능하고

▲ 병종 공용 패시브 대신 캐릭터 패시브를 2개까지 하면서 각 캐릭터별 개성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공통 패시브가 두 번째 캐릭터 패시브로 대체되면서 캐릭터의 개성이나 스킬 구성의 폭도 한 층 더 넓고 다양해졌다. 일례로 그로자는 이전에는 2성이나 1성 모두 평균 이상의 기동력과 범위 공격 스킬, 아울러 도염지수 130이면 추가 행동을 하는 병종 패시브를 활용해서 잡몹 위주로 처리하는 광역 딜러 역할군만 수행했었다. 그러나 병종 공통 패시브 대신 2성과 1성에 각각 다른 패시브 스킬을 주고, 캐릭터 패시브도 일부 변경하면서 메인 역할은 동일하지만 쓰임새에 변화가 생겼다.

광역 딜러이면서 3턴마다 적에게 처음 피격받는 아군에게 연막으로 지원하는 2성 그로자와, 적이 죽든 안 죽든 유탄 사격 후에 추가 행동이 가능해 딜과 기동에 특화된 1성 그로자 등 각기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캐릭터 패시브2가 열린 뒤에는 초반부터 도염지수 10을 추가로 획득, 한 턴 빨리 스킬을 써서 더 효율적으로 클리어를 돕는 1성 그로자와 적을 킬하면 추가 행동을 한 턴에 한 번 얻을 수 있는 2성 그로자 등 운용법이 확연히 달라지는 맛이 있었다.

▲ 3턴에 한 번씩이지만 연막으로 회피율 높여주는 게 쏠쏠하다

한편으로는 캐릭터별 시너지가 나는 스킬을 도입, 특정 조합을 유도하는 측면도 엿보였다. 저격인 네메시스의 패시브 다수가 첨병 클로리크의 공격과 연계했을 때 대미지가 증가하거나 추가 피해를 입히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전 CBT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이동 스킬과 조건 없이 추가 턴을 잡는 스킬들이 더해지면서 게임 양상이 사뭇 달라졌다. 좀 더 긴 거리를 이동해서 적을 먼저 제압할 수 있다거나, 혹은 한 명을 도발건 뒤 추가 턴에 다른 적을 확률에 맡기긴 해도 운 좋게 기절시켜서 기세를 잡는 식의 화끈한 수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에 맞춰 맵도 한 층 더 넓어지고, 원거리에서 포격하거나 저격하는 적들과 새로운 오브젝트가 추가되면서 대응 전술도 다양해졌다.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말이 곧 그 모든 방식이 비슷한 효율을 보여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정 조합을 강제하진 않지만, 어떤 특정 조합이 있으면 클리어가 쉬워지는 양상이 자주 보였다. 흔히 말하는 능지계열 수집형 RPG처럼, 없다고 못 깨진 않지만 머리를 쓰는 수고가 더하다고 할까. 이번 테스트는 그 균형이 잘 짜여졌나 검증하는 자리라고 봐도 무방했다.

▲ 대미지 대신 유틸을 선택했다지만, 저격수가 자리를 쉽고 빠르게 잘 잡았을 때의 무서움이란...


자동전투는 좀 미덥지 않아도 스킵권이 있다
주요 파밍은 경험치, 돈, 캐릭터 조각, 요정 링크

▲ 자동 돌려놨더니 검은콩 앞에 멈춰선 1차 CBT, 과연 2차에서는?

모바일 유저도 고려한 만큼 소녀전선2에서는 1차 CBT부터 자동 전투도 지원했다. 물론 순한 맛이라고 해도 적을 압도적인 스탯으로 찍어누르지 않고 한 땀 한 땀 전력을 다해 배치해야 하는 엑스컴류 특성상 자동 전투 기능은 거의 쓸모가 없었다. 초반 몇 스테이지를 빼면 중반부터는 한 번씩 삐끗하기 일쑤고, 특히 몇몇 기동력 좋은 병종은 혼자 앞으로 치달리다가 매번 비명횡사하는 게 연례행사였다.

이번 CBT에서는 그나마 무작정 앞으로 치달리는 패턴은 없이 최대한 안전하게 전투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예전에는 '검은콩'이라 불리는 골리앗을 처리하지 못해서 폭사하기 일쑤였는데, 피드백이 들어갔는지 최우선적으로 처리해나갔다. 다만 어느 순간에 갑자기 앞으로 치달리면서 한 명이 고립되거나, 일부 캐릭터는 스킬을 써야 할 상황인데도 쓰지 않아서 답답함이 밀려오곤 했다. 더군다나 랜덤 요소가 다분한 게임이니, 아슬아슬하게 클리어했던 스테이지라면 자칫 전복할 위험도 있다보니 안심하고 쓰기엔 이른 느낌이었다.


▲ 아니 타겟은 잘 잡았는데 왜 굳이 거기로...

▲ 그로자 미안, 어떻게 살릴 방법이 없다. 감나빗 2연벙을 기도하는 수밖에

▲ 그러니 자율작전, 즉 스킵이 마음 편하다

그래서 한 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3성 클리어 여부와 상관 없이 스킵권을 활용, 빠르게 파밍할 수 있었다. 스토리 스테이지뿐만 아니라 돈과 경험치를 주는 스테이지도 다 스킵이 가능했다. 그 외에도 캐릭터의 조각이 확률로 등장하고 하루에 각각 3번씩만 돌 수 있는 하드 모드, 무한의 탑 같은 전술평가, 튜토리얼 스테이지인 귀항 연구, 각 클래스마다 스탯을 올려주는 칩을 파밍하는 던전, 매주마다 로테이션으로 등장하는 보스를 사냥하는 정보 수집 콘텐츠 등 수집형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는 테스트 단계이기 때문에 모든 던전이 상시 오픈이라고 써있지만, 정식 출시 때는 여타 수집형 RPG가 그렇듯 요일마다 로테이션으로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테스트 중이라 변경될 여지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메인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다가 막히는 구간이 오면 경험치와 돈 던전을 하루 3번씩 꼬박 돌고, 캐릭터 조각을 모으기 위해 하드 모드를 도는 수집형 RPG의 루틴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무기 강화를 위한 재료는 뽑기 및 상점에서만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고, 하드모드 클리어시 캐릭터 조각 획득이 확정이 아닌 확률형에 가장 낮은 등급 요정도 체감상 드랍률이 썩 높진 않았다. 더군다나 무기는 적에 따라서 계속 다른 속성의 무기로 바꿔줘야 하는데, 단기간에 장비를 마련하긴 어렵다보니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랄까.

▲ 그간 봐왔던 수집형 RPG의 루틴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 무기 부착물은 교환소에서 상자를 구해서 뽑는 방식에

▲ 뽑기는 무기와 캐릭터가 같이 나오는 것과 무기만 나오는 것 두 종류가 있다


익숙한 요소들을 자신의 스타일로 녹여가고 있는 소녀전선2
'서순'과 확률을 계산하며 나아가는 맛은 충분. 꾸준히 어필할 동력원은 아직 다 드러나진 않았다


소녀전선의 또다른 신작 '뉴럴 클라우드'도 그렇지만, 소녀전선2 역시도 무언가 새로운 걸 제시하진 않았다. 유저들에게 익숙한 여러 요소들을 소녀전선이라는 키워드에 맞춰서 짜맞추고, 이를 다듬어나간 모습이었다. 대략적인 게임플레이만 따서 보여줬던 지난 테스트에서도 그랬지만, 출시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 육성 및 플레이 루틴까지 갖춰서 공개한 이번 테스트에서는 더욱더 그 방향이 명확해졌다.

그렇다고 단순히 아류작이라고 폄훼하기엔, 소녀전선2의 완성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물론 이 말이 엑스컴의 뺨을 친다 이런 소리는 아니다. 죽어서 다신 볼 수 없는 엘리트 전우를 보면서 오열하고, 내가 하면 감나빗 적이 하면 치명타나 은엄폐 무시 세례를 극복하지 못해 멘탈이 나가는 그런 매콤한 맛은 나진 않았으니. 엑스컴류라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던 코어 게이머였다면 아마 싱겁다고 피식 웃을지도 모르겠다. 감나빗이 떠도 좁쌀만큼이나마 대미지는 들어가주는, 정말 친절한 게임이니까.

▲ 감나빗에 우울했다 협공 크리에 웃는 그런 묘한 맛이 있다

그래도 확률에 웃고 확률에 우는 그 기본은 어디 안 가서, 감나빗이 떠서 킬이 나야 할 게 안 죽으면 계산이 꼬여버리는 그 맛은 느껴진다. 그런 상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각 캐릭터의 스킬 발동 조건 및 패시브를 확인하고, 순서와 배치를 계산하면서 대미지를 안정적으로 넣기 위한 수를 강구하는 재미도 있다. 적을 전멸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탈출하거나 물자를 확보하는 스테이지도 있는데, 그런 스테이지는 보통 3성 클리어 조건이 까다웠다. 길어야 스테이지가 10분 안쪽으로 클리어가 가능하게 짜놨는데, 머리를 쓰면서 초조하게 있다보면 더 긴 시간이 지나간 것 같은 착각이 든다고 할까.

특히 지난 CBT에서 난이도를 낮춘 주범인 드론 활용에 제약을 두면서 이런 맛이 한 층 더 살아났다. 드론을 운용하면 연료가 소모되고, 하루에 연료는 두 번밖에 채울 수 없어서 이젠 드론은 상수가 아닌 비장의 수로만 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 경험치 티켓도 필요하고, 기름을 하루에 두 번밖에 못 넣으니 정말 필요할 때만 쓰자

이렇듯 단순히 캐릭터를 모으고 육성해서 조합하는 것뿐만 아니라,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맛을 상당히 끌어올렸다는 건 이 두 차례의 CBT를 통해서 어느 정도 증명됐다. 남은 건 유저들이 쭉 관심을 갖거나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는 콘텐츠와 루틴 설계, 캐릭터풀의 확보 등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편의성도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매번 무기 바꿀 때마다 메뉴창으로 나가서 바꾸고 오고, 버프 효과의 세부 설명이 "이미 알고 있지?"라는 식으로 안 써있어서 마인드맵창 가서 확인해야 하는 수고를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하니 말이다.

지금은 테스트라 물자를 많이 지원해주지만, 그 물자 없이도 안착할 수 있나 여부도 현 단계에서는 미지수였다. 무기나 캐릭터 조각 같은 건 그 지원 없었다면 현 단계에선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숙소를 비롯해 유저들이 기대하던 콘텐츠들이나 UMP45 등 캐릭터가 다수가 영상으로만 공개되고 아직 추가되진 않았으니, 출시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 단계에서도 플레이만 떼어놓고 보면 충분히 재미있으니, 언제 출시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과연 어떻게 갖춰서 나오게 될지 기대된다.

▲ 로비 부관 교체하고 숙소는 언제 열립니까...열릴 때까지 숨 참습니다(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