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명 : 송 오브 호러 (Song of Horror) | 개발사 : 프로토콜 게임즈 (Protocol Ga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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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링크 '송 오브 호러' 오픈크리틱 페이지
세상에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장르의 게임은 없지만 유난히 크게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가 여럿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전략, 퍼즐, 호러 장르의 게임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호러 장르의 경우 공포라는 감정을 통해 스릴과 즐거움을 느낌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공포감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있어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상생활 속 큰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새가슴이기 때문에 무서움을 느끼면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 공포 장르는 썩 달갑지는 않은 장르입니다. 그래서 유명한 공포 게임도 시도 해보지 않고 이름만 들어왔으며 기껏 해봐야 액션이 가미된 데드 스페이스, 앨런 웨이크, 바이오쇼크 시리즈 정도만 즐겨봤을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바이오쇼크 시리즈도 부들 부들 떨면서 겨우 엔딩을 봤던 겁이 많은 성격이었기 때문에 공포 게임을 제대로 리뷰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만 오히려 겁이 많은 사람이 공포 게임을 하는 방송이 보는 재미가 있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라 굳게 마음을 먹고 패드를 집어 들었습니다.
송 오브 호러는 요즘 게임에서 많이 사용되는 3인칭 시점(TPS)보다는 헤비레인이나 고전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와 같은 고정 카메라 시점을 채택했습니다. 이 방법은 잘 활용한다면 특정 장르의 장점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플레이어의 조작이 자유롭지 못해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과연 송 오브 호러는 이런 양날의 검을 자신의 이점에 맞게 잘 활용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고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느낀 것은 '애매하지만 나름 노력했구나' 였습니다.
우선 고정 카메라 시점의 시스템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보자면 플레이어가 유동적으로 카메라 화면을 조작할 수 있는 시스템과 달리 구간 별로 고정된 시점으로만 게임 내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비유하자면 방 내에 설치된 CCTV로만 게임을 관찰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보고 싶은 방향을 보질 못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다른 구간으로 넘어갔을 때 카메라가 휙 바뀌는 경우도 있어 이 방식에 익숙지 않은 플레이어라면 다소 적응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불편한 점이 있지만 카메라의 구도를 고정함으로써 개발자가 의도한 연출이나 요소를 강조할 수 있고 플레이어가 이를 놓치지 않게 해 게임의 몰입이나 긴장감을 한층 높일 수 있습니다. 송 오브 호러는 이를 잘 조절했으며 답답함을 알 수 없는 공포감으로 변환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송 오브 호러는 극적이거나 강조하는 듯한 연출은 없으나 게임 플레이하는 도중 조금 조금씩 놀랄 법한 소소한 연출을 게임 내에 넣어두었고 이는 고정 카메라를 통해 놓치는 일 없이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으로 노출함으로써 게임에 몰입하게 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들리는 괴물의 소리는 자유롭게 주변 상황을 확인할 수 없는 시점 시스템으로 인해 더욱더 큰 공포감을 제공해 줍니다. 하지만 이 빈도의 조절을 실패해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진행할수록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시끄럽고 귀찮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따금 직접적으로 위험을 끼치는 연출이 있거나 소리 발생의 빈도를 줄여 익숙함을 늦춘다면 좀 더 긴장감을 오래 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한 에피소드에서 여러 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존재합니다. 다수의 캐릭터 중 한 명을 선택해 게임을 진행하게 되며 플레이 중인 캐릭터가 사망하게 되면 다른 캐릭터로 이어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를 선택해 진행한다는 것은 신선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상의 새로움은 없었습니다.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능력치를 가지고 있지만 그 능력치가 실질적으로 게임 플레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느끼지 못했고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전용 아이템의 의미나 용도도 알 수 없어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에피소드 2에서 등장하는 경찰 캐릭터의 경우 즉사 이벤트에서 한 번 빠져나올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그 외의 캐릭터는 차이점을 못 느꼈습니다. 캐릭터 별 능력치를 구분했다면 플레이어가 좀 더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능력치 별로 차이를 두거나 특정 이벤트가 발생하다면 더 재미있고 특색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능력치가 의미 없는 듯한 게임 플레이는 다른 캐릭터로 이어서 하더라도 적응하기 쉬웠지만 새로움을 느낄 수는 없었기에 아쉬웠습니다.
송 오브 호러는 드라마와 같이 한 편의 에피소드를 나누어 진행하는 듯한 형식으로 에피소드 별 캐릭터가 있습니다. 플레이 중인 캐릭터가 죽으면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완료할 때까지 선택할 수 없게 되며 다른 캐릭터를 선택해 진행했던 곳까지 이어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해당 에피소드의 캐릭터가 전원 사망할 경우 에피소드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며 모든 진행 상황이 초기화됩니다. 이는 게임의 스릴과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지만 크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모종의 실수로 인해 캐릭터가 전부 사망해버리면 진행했던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진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게임 내 몇몇 컷신의 경우에는 스킵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할 경우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송 오브 호러는 사운드에 중점을 든 듯 게임 내 소리와 관련된 시스템이 굉장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문에 귀를 가져다 대면 건너편 방의 소리를 들어 괴물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던가, 맵을 이동할 때 이따금 괴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던가, 특정 상황에서 기분 나쁜 웃음소리나 심장 박동 소리를 통해 주인공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송 오브 호러 내에서 소리는 중요한 생존 수단이자 콘텐츠입니다. 그런데 이 사운드의 균형을 잘못 잡아 긴장감이 떨어지고 오히려 거슬린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괴물이 빠르게 움직이는 듯한 쿵쿵 울리는 발소리, 문 닫는 소리, 삐거덕 대며 울리는 나무판자 소리 등 공포 장르의 미디어에서 단골 소재로 나오는 배경 효과음이 많이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플레이어를 벌벌 떨도록 겁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쉴 새 없이 들리다 보니 점점 귀찮고 시끄러운 소음으로 느껴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겁이 많은 편임에도 무섭다기보다는 게임을 하는데 거슬린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습니다.
아이템과 관련된 시스템은 다양하고 재미있는 것이 많아 꽤 신경 쓴 부분임을 느꼈습니다. 아이템을 습득하면 거기서 끝인 것이 아니라 둘러보면서 특정 아이템의 숨은 사용처나 퍼즐을 풀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아이템은 방심하고 있던 플레이어를 깜짝 놀래킬만한 점프 스케어 요소도 있었습니다. 특정 아이템들을 조합해 막힌 길을 뚫고 이야기를 진행하거나 수집을 해서 숨겨진 퍼즐을 풀 수도 있습니다.
퍼즐이 다소 불친절하기도 하고 구작 바이오하자드와 같이 아이템을 사용하려면 꽤 먼 거리를 돌아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아 요즘과 같이 친절한 게임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퍼즐의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하나의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다른 퍼즐을 먼저 풀어 진행해야 하는 식의 연계와 다른 장소의 퍼즐을 푼 후 진행할 수 있는 등의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게임이 진행되고 캐릭터가 죽거나 살아나갈 수 있게 되지만 이건 불합리한 요소로만 느껴집니다. 선택을 하기 전 캐릭터의 대사가 나오긴 하지만 큰 힌트가 될 만한 요소는 없습니다. 즉 정말 온전히 운에 기대어 선택을 해야 하는데 만약 잘못된 선택을 고를 경우 캐릭터는 가차 없이 바로 사망해버립니다. 아무리 잘 진행하고 있었더라도 선택 한 번 잘못해버리면 그 자리에서 사망해버리는 것이죠. 최소한 QTE 하나쯤은 넣어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를 넣어줘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림자 괴물에게 위치가 발각되어 도망쳐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숨을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괴물의 눈을 피해야 합니다. 숨는 것에 성공하더라도 침착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도망 자체는 어렵지 않고 괴물의 추적도 치밀하지 않기 때문에 도망에 대한 스트레스는 많지 않았고 오히려 지루해질 뻔한 게임 플레이에서 즐거움을 주는 재밌는 콘텐츠였습니다.
송 오브 호러는 AI에 대해서도 꽤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듯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조작에 따라 AI가 맞춰 행동한다고 했습니다만 솔직히 7시간의 플레이를 하면서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플레이를 하면서 괴물의 기습에 당한 것은 세 번 정도뿐이고 그 외는 따로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괴물이 주인공을 덮칠 준비를 하려고 한다고 해도 문에 귀를 기울이면 충분히 쉽게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에 AI가 변함으로써 당장 플레이에 영향을 가는 게 있다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송 오브 호러는 흔히 말하는 점프 스케어(깜짝 놀래키는 연출) 요소와 플레이어가 공포를 느끼고 게임의 분위기에 압박되도록 하는 요소를 반씩 섞은 느낌입니다.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에 소름 끼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는 맵은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해 플레이어를 계속 압박하면서 아이템이나 특정 이벤트를 통해 플레이어를 깜짝 놀래는 요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압박적인 분위기는 처음부터 똑같은 패턴으로만 등장하다 보니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중반부터는 그저 짜증 나는 요소로 밖에 느껴지질 않았습니다. 반대로 점프 스케어는 등장 빈도가 많지 않아 방심하고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이따금 놀래기는 충분했지만 좀 빈약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이는 균형이 다소 틀어진 듯 보였습니다.
공포 장르로서의 요소는 이것저것 최대한 넣어 버무려 보았지만 균형이 무너져 본질적으로 추구했던 것은 제대로 살리지 못한 기분이었습니다. 송 오브 호러는 자신만의 특색을 뽐낼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했지만 그것을 실현하지는 못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 했고 그 요소들 개개인의 맛을 제대로 우려내지 못한 채 흉내 내기에만 급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포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맛이 범벅된 이도 저도 아닌 맛을 느낄 것이고, 공포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초반에는 신선하더라도 엄청난 공포감을 느끼기엔 조금 어려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