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즐거울 뿐 아니라, 손까지 즐겁다


지난해 7월 출시돼 그해 각종 상을 휩쓸었던 다크호스 '고스트 오브 쓰시마'가 디렉터스 컷으로 돌아왔다.

이야기의 새로운 무대는 이키 섬이다. 이곳에서 진은 과거의 괴로운 기억을 마주하는 한편, 이키 섬을 공포로 물들이는 몽골의 주술사 '수리'의 압제로부터 백성들을 구해야 한다. PS4와 PS5 양 기종으로 출시되는 디렉터스 컷은 확장팩이 포함된 완전판인 동시에 차세대 업그레이드 버전도 겸하고 있다. 실제로 디렉터스 컷을 발표하면서 PS5 한정으로 일본어 립싱크를 비롯해 듀얼센스의 기능을 십분 활용한 햅틱 피드백, 적응형 트리거, 3D 오디오 등을 따로 소개했을 정도. 이외에도 PS5의 강력한 성능에 힘입어 4K 해상도 및 60프레임을 지원하고 로딩 속도를 극적으로 개선한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본디 감독의 의도를 고스란히 전달한 편집본을 디렉터스 컷이라고 하지 않던가. 오랫동안 조롱받았던 저스티스 리그 역시 스나이더 컷의 공개와 함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그만큼 감독의, 개발자의 의도를 완벽하게 담아낸 게 디렉터스 컷이다. 과연 '고스트 오브 쓰시마 디렉터스 컷(이하 디렉터스 컷)'이 그러한 위명에 걸맞은 작품일지 디렉터스 컷이 가져온 변화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게임명: 고스트 오브 쓰시마 디렉터스 컷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1. 8. 20.
개발사: 서커펀치
서비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PS4 / PS5

관련 링크: '고스트 오브 쓰시마 디렉터스 컷' 오픈크리틱 페이지

※ 리뷰는 PS5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핵심은 '손맛',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하면 으레 그래픽과 프레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이전 세대와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줄 수 있기에 많은 게임사들이 업그레이드 버전을 소개하며 이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디렉터스 컷'은 달랐다. 그래픽과 프레임이 개선된 건 사실이다. 해상도는 최대 동적 4K를 지원하게 됐으며, 프레임 역시 30프레임에서 60프레임으로 향상돼 세밀하고 부드러워졌다.


다만, 솔직하게 말해서 극적인 변화라고 보긴 어려웠다. PS4 황혼기에 나온 게임답게 원래부터 그래픽이 나쁘다거나 프레임이 별로라는 인상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30프레임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특유의 뛰어난 미장센으로 이러한 단점을 철저하게 가렸다. 그렇기에 PS4 버전과 PS5 버전을 양옆에 두고 비교한다면 모를까 체감 상으로는 원래부터 좋았던 게 조금 더 좋아진 정도에 불과했다.

실망했던 건 아니다. 해상도와 프레임 개선, 그리고 새로운 확장팩.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개선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소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랬던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준 게 있었으니, 그게 바로 듀얼센스다. '디렉터스 컷'은 듀얼센스를 활용해 이른바 '손맛'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여타 다른 컨트롤러가 준 손맛 역시 나쁜 건 아니다. 컨트롤러가 주는 진동, 그리고 손맛에 빠져서 PC 게임임에도 컨트롤러를 쓰는 게이머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서 듀얼센스의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 그리고 3D 오디오는 기존의 손맛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훌륭하다.

▲ 말 돌진으로 적을 들이받으면 둔탁한 진동을 안겨주고

▲ 적의 공격을 튕겨내면 짧고 날카로운 진동으로 여태껏 느끼지 못한 손맛을 안겨준다

억새밭을 지날 때는 옷에 스치는 억새의 느낌을,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빌 때는 역동적인 그 움직임을 여실히 듀얼센스를 통해 전해준다. 이러한 손맛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건 바로 전장이다. 적이 방어를 하면 둔탁한 진동이 오고 적의 공격을 튕겨냈을 때에는 짧고 날카로운 진동이 듀얼센스의 스피커와 어우러져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적응형 트리거 역시 마찬가지다. 활을 겨누거나 갈고리를 이용해 물체를 당길 때에는 묵직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게임이 주는 경험, 그중에서도 쉽사리 느끼기 어려웠던 촉감을 극대화한 셈이다.

로딩 속도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됐다. 원래부터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체감상 로딩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물론 실제로 로딩이 없던 건 아니다. 죽는 순간의 연출을 통해 로딩을 잘 숨긴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디렉터스 컷'은 편법이 아닌 실제로 로딩 속도를 극적으로 개선했다. 빠른 이동을 하면 1~2초 내로 로딩이 끝날 정도. 기술적으로 잘 숨겼을 뿐 아니라 하드웨어의 성능 향상에 힘입어 실제로 로딩이 거의 없는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다.

일본어 립싱크는 큰 변화는 아니지만, 기분 좋은 개선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PS4 버전에서는 일본어로 플레이할 때 대사와 입 모양이 맞지 않아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 게이머에게 있어선 반가운 변화다.

▲ 이제 대사와 입 모양이 맞지 않아 어색할 일이 없어졌다

PS5만의 개선점은 아니지만 록온이 추가된 점 역시 주목할만하다. 오늘날 액션 게임과 록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게임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건 물론이고 록온을 전재로 전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달랐다. 사실적인 액션을 추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록온이 없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이내 록온이 없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전투 시스템은 다른 액션 게임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안겨줬다.

그랬던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록온이 추가됐다. 나쁘지 않은 변화다. 기존의 록온이 없던 전투 시스템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그대로 하면 되고 '디렉터스 컷'으로 입문하는 유저라면 처음부터 록온을 활용해 전투를 하면 된다. 강제하는 것도 아니고 편의성과 관련해 선택지를 늘려준 셈이다.

▲ 록온이 없어 힘들어한 게이머들도 이제 한결 수월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확장팩 '이키 섬', 익숙해진 전투 문법에 깊이를 더했다

PS5와 관련한 개선점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제 확장팩인 이키 섬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보자.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확장팩은 옆그레이드라는 한계에 봉착하곤 한다. 본편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새로운 무대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키 섬 역시 크게 보면 이러한 기존의 문법에 충실한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익숙함을 타파하기 위해 이키 섬은 전투에 변화를 줬다.

▲ 주술사는 약하지만, 흐미를 통해 주변 병사들을 고무시키는 번거로운 존재다


먼저 새로운 병종이 추가됐다. 주술사와 정예병으로 이 둘의 등장으로 인해 본편과는 다른 전투 양상이 펼쳐진다. 주술사는 자체 공격력은 약하지만, 흐미(몽골 전통 창법)를 통해 주변 병사들을 고무시킨다. 그렇게 고무된 병사들은 공격력과 방어력이 올라가는 동시에 넉백 저항이 생긴다. 본편에서 다대일 전투에 익숙해진 상태라고 해도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로 강력해진다.

정예병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층 긴장감을 불어넣는 존재다. 본편에서 적들은 하나의 무기만 썼다. 쌍검을 쓰는 병사는 쌍검만, 창병은 창만 썼기에 상대하는 병종에 따라 재빠르게 자세를 바꿔가며 싸우는 방식이 요구됐다. 이키 섬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전투 스타일을 그대로 따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정예병의 등장으로 인해 전투의 난이도가 다소 올랐다는 점이다. 정예병은 검과 방패로 싸우다가 순식간에 창이나 쌍검으로 무기를 바꾸고는 그대로 급습해온다. 강력할뿐더러 재빠르기에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더욱 전투에 집중해야 한다. 익숙해진 기존의 전투 문법을 유지하는 한편, 주술사와 정예병을 통해 그 깊이를 더한 셈이다.


▲ 정예 거한과 정예병, 그리고 주술사의 조합은 익숙해진 전투에 긴장감을 불러온다

다만, 이러한 요소를 제외하면 스토리와 관련해서는 옆그레이드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은 없을 것 같다. 본편과는 다른, 이키 섬만의 이야기가 펼쳐지긴 하지만 장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공인 사카인 진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로 흥미롭긴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본편과 이어지는 게 아니기에 알면 좋지만, 몰라도 딱히 상관없다. 확장팩인 이키 섬의 존재와 마찬가지. 어찌 보면 확장팩이 가진 태생적 한계라고 볼 수도 있다.



완전판이 아닌, 감독판이라고 하는 이유


완전판과 감독판. 사실 게이머 입장에서 볼 때 큰 차이는 없다. GOTY 에디션도 마찬가지다. 부제만 다를 뿐 기존의 콘텐츠를 모두 담아낸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차이는 존재한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모든 콘텐츠를 담아낸 게 완전판이라고 하면 감독판은 감독의, 개발자의 의도를 완벽하게 담아낸 걸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고스트 오브 쓰시마'가 컴플리트 에디션이 아닌 디렉터스 컷이란 부제를 단 이유는 명확하다. 본편의 콘텐츠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은 한편, PS5의 새로운 기능인 햅틱 피드백과 3D 오디오를 십분 활용해 그들이 목표로 한 '고스트 오브 쓰시마' 본연의 모습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했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디렉터스 컷'은 PS4로 해도 좋지만, PS5로 해야 본연의 재미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리마스터 팔이라고 비난받았고, 실제로 지금도 PS5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고민인 게이머가 많을 것이다. 단언하건대 PS5 '디렉터스 컷'은 그러한 고민을 단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훌륭하다. PS4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경험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돈값은 톡톡히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직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즐기지 않았다면, 그리고 PS5가 있다면 꼭 '디렉터즈 컷'을 즐겨보길 바란다. 눈이 즐거울 뿐만 아니라 '손맛' 까지 제대로 안겨줄 게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