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이동과 심리 공방으로 무장한 근접전투 배틀로얄의 신흥 강자


배틀그라운드의 흥행 이후, 게임계는 배틀로얄에 주목해 여러 가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개중엔 슈팅 기반으로 한 배틀로얄 뿐만 아니라 근접전투를 기반으로 한 배틀로얄도 여럿 출시됐다. 이러한 작품들은 근접전투 액션을 좋아하는 유저층을 상대로 꾸준히 유저층을 모으긴 했지만, 슈팅 기반 배틀로얄에 비해서 유저층은 적은 상황이었다.

그런 근접전투 배틀로얄에 넷이즈는 2019년 더 게임 어워드에 '나라카'를 공개하면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나라카는 최초 공개 당시만 하더라도 배틀로얄이라는 게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이동의 자유도와 단순한 조작법으로 빠르고 호쾌한 액션 공방 위주로만 어필하다가, 2020년 CBT를 진행할 무렵에야 비로소 배틀로얄임을 드러낸 작품이다. CBT 이후 나라카는 타 배틀로얄에 없는 자유로운 이동과 간단한 조작법으로 즐기는 액션을 내세운 한편, 크고 작은 이벤트마다 매번 나가서 유저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래서일지 모르지만 4월 OBT에서는 스팀 동접자 수 최대 16만 명을 찍기도 하고 8월 12일 출시 후에는 스팀 동접자 수 7만 이상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24엔터테인먼트가 넷이즈라는 모회사이자 자금원을 등에 업고 전세계 유저에게 꾸준히 마케팅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CBT 때부터 꾸준히 지켜봐왔던 '나라카'는 근접전투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에서 새로 떠오를 강자라 보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게임명 : 나라카: 블레이드 포인트(Naraka: Bladepoint)
장르명 : 3D 액션 배틀로얄
출시일 : 2021.08.12.
개발사 : 24엔터테인먼트
서비스 : 넷이즈
플랫폼 : PC

관련 링크: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 오픈크리틱 페이지


거침없고 단순한 이동과 공방으로 빚어낸 호쾌한 액션


중국, 동양풍하면 '무협'이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일까, 처음 나라카를 접한다면 아마 경공으로 지붕 사이를 오가거나 나무를 타면서 추격전을 벌이거나, 공중에서 칼을 휘두르는 그런 스타일을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유목민족이나 일본풍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종종 무협에서 그런 류의 캐릭터가 등장하곤 하니 놀라울 건 없지 않던가.

나라카는 그런 경공까지는 지원하지는 않지만, 2단 점프에 벽을 타고 어디든지 움직일 수 있는 등 이동의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 게임이다. 스태미나 개념이 있긴 하지만 회피 때 빼고는 스태미나가 달지 않기 때문에 거의 제약이 없다. 어지간한 곳은 스페이스바만 누르면 다 올라타고, 기어올라가서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여기에 와이어까지 곁들인 터라 초보 유저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입체적이고 광범위한 이동이 가능하다. 과장이 아니라 어둠의 영역이 자리잡은 곳 외엔 스페이스바와 와이어만 있으면 못갈 곳이 없다고 할까. 그래서 저 위나 절벽 아래에서 갑자기 상대방을 기습하거나, 상대방 머리 위에서 저격하는 등 사주경계에 상하단까지 주기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게임이다. 이렇게 위나 아래에 자리를 잡고 덮치는 게 어떤 버그성 플레이를 활용하거나 고수들만의 전유물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나라카는 아예 간단한 조작법으로 초반 튜토리얼만 진행하고 나면 그 입체적인 이동 방식을 응용할 수 있게끔 한 것이 특징이다.

▲ 나무를 타고 와이어를 이용해서 고지를 오가면서

▲ 상대 시야의 사각을 노리는 것이 기습의 기본

공격도 좌클릭, 우클릭, 일반 스킬, 오의 네 가지로 간단하게 구성했다. 근접 무기는 비수부터 태도, 장검, 창 등 종류도 다양하고 세부 커맨드는 조금씩 달라서 마스터하려면 조금은 시간은 걸리긴 했다. 그렇지만 좌클릭은 가로 공격, 우클릭은 세로 공격이고 이를 길게 누르면 차징 공격, 좌클릭와 우클릭을 동시에 하면 튕겨내기로 통일하면서 처음 잡아도 어느 정도는 쓸 수 있게끔 했다.

아울러 커맨드, 스킬 위주의 싸움보다는 일반 공격 - 차지 공격- 튕겨내기의 상성 싸움이 주가 되기 때문에 이 상성만 이해하면 스킬 콤보를 몰라도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었다. 일반 공격은 차징 공격을 못 막아내지만 튕겨내기는 그대로 뚫고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차징 공격은 튕겨내기 당하면 바로 무기를 놓치고 넉백되는 식으로 뚜렷한 상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 차지 공격은 일반 공격 무시하고 일타쌍피도 가능할 만큼 강력하지만

▲ 튕겨내기에 당하면 무기도 놓치고 넉백된다

물론 조금 더 심화해서 들어가면 튕겨내기를 당했을 때 침착하게 뒤로 물러나거나 회피하고 와이어로 상대를 묶어놓은 뒤 무기를 다시 쥐고 뒤를 노리는 등, 여러 가지 응용 방법이 있긴 하다. 이렇듯 조작법 자체는 간단하지만,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따라 주어진 무기를 어떻게 쓰고 도구를 어떤 식으로 활용해서 위기를 벗어날까 심리 싸움은 꽤나 깊은 묘미가 있었다.

여기에 캐릭터의 고유 스킬은 꽤 쿨이 길지만, 대신에 잘 쓰면 전장에서 의외의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다. 몇몇 캐릭터들은 직접 전투에 도움이 안 되는 대신에 위험한 곳을 이탈해서 전열을 다듬는 식으로 활용이 가능했고, 때로는 궁극기와 섞어서 불리한 전투도 뒤집을 수 있는 깜짝 변수로 작용했다.

▲ 바이퍼는 5초 간 시전 후에 오의를 발동해 적을 기절시킬 수 있으니, 반격에 주의

▲ 도주하려는 걸 스킬로 적절히 끊어주고 추가타를 먹이자

▲ 회복하는 오의를 켜고 반격하기 VS 죽기 전에 도주해서 전열 다듬기

정식 출시 전 베타테스트 때는 모션 연결이 다소 뻣뻣한 느낌이라서 간단한 조작법을 일괄적으로 적용한 부작용처럼 느껴졌지만, 정식 출시 때는 다양한 중간 모션들이 상황에 맞춰 추가되면서 그 흐름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이펙트는 스킬 이펙트만 빼면 다소 삼삼한 편이지만, 전투의 핵심인 튕겨내기와 차징 공격은 확실하게 전신에 빨간색/푸른색이 돌게 하면서 바로 캐치할 수 있게끔 했다.

그럼에도 전투 이펙트가 다소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 대신 캐릭터가 넉백되거나 튕겨질 때 사운드와 동작은 다소 과장을 섞으면서 타격감을 살렸다. 이펙트가 별로 없기 때문에 캐릭터와 이펙트가 섞여 시인성을 해치는 일도 적다보니, 빠른 이동기로 시야 밖으로 상대가 벗어나지 않는 한 계속 궤적을 추격하기도 쉬운 편이었다.



낯익은 요소들을 버무려서 짜낸 직관적인 구성


슈팅 기반에 비해 근접 전투에서는 공방 심리전이 꽤나 중요한 포인트다보니 이를 중점적으로 설명했지만, 배틀로얄 장르는 단순히 그런 공방 심리전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템을 파밍하고, 전장의 상황을 파악한 뒤 그에 맞춰서 대응해 최후의 생존자가 된다는 것이 배틀로얄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근접 전투로 적을 때려눕히는 전술도 중요하지만, 어떤 식으로 전황을 파악하고 유리한 상황에서 적을 먼저 끝내거나 화력의 우위를 점하는 전략적 요소도 배틀로얄을 평가할 때 주요 포인트라 하겠다.

현재 나라카는 모러스 섬이라고 하는 가상의 동양풍의 섬에서 전투를 벌이게 된다. 성과 절, 광산과 늪지까지 여러 지형이 갖춰진 이 섬은 매칭 완료 후 로비 화면에서부터 아이템이 잘 나오는 구간이 지도에 표시가 되어있다. 여기에 처음에 진입할 때 낙하산이 아닌, 스폰할 위치를 정하게 하는 방식이라 남들이 어디에서 스폰하는지 미리 보고 아이템 파밍 루트나 전략을 시작하기 전에 어느 정도 설계할 수 있게끔 했다.

▲ 적이 어디서 스폰될지 대강 알 수 있으니, 그걸 보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나가자

물론 아이템은 대체로 랜덤하게 나오기 때문에 운적인 요소가 있긴 하다. 아이템이 잘 나오는 지역이라고 고등급 아이템 출현 위치는 그 안에서도 랜덤하게 나오기 때문에, 남이 이미 먹고 다른 곳으로 이탈해서 자기가 못 먹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템 위치 운에 좌지우지하는 경향을 줄이고자 중간중간 돈으로 물건을 교환하거나 혼옥 뽑기를 할 수 있는 행상을 맵에 고정배치해서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게끔 했다.

뿐만 아니라 맵 중간중간에 퀘스트를 다발적으로 배치, 퀘스트를 수행하면 어느 정도 티어 이상의 무기나 방어구 혹은 쓸만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끔 했다. 간혹 플레이어를 처치하라는 퀘스트가 주어지기도 하는데, 그 퀘스트를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타겟이 되는 유저의 대략적인 위치가 맵에 표시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쓸만한 카드이기도 했다.

▲ 암조폐로 물건을 살 수 있는 행상 위치는 고정되어있고

▲ 중간중간 퀘스트를 완료해서 그 보상으로 파밍하는 방법도 있다

▲ 특정 유저를 처치하라는 미션은 처치가 불가능한 상태더라도 동선은 대략 파악할 수 있다

이런저런 점을 고려해도 근접전투 기반의 배틀로얄 특성상 초반에는 이동속도가 빨라도 전장이 꽤 넓은 편이라 루즈하긴 했다. 특히나 원거리 무기가 있긴 하지만 정말 숙련된 유저도 저격플레이만으로 킬을 낼 수 없는 구성이라 서로 인근에 떨어지지 않는 한, 전투가 발발하는 빈도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았다. 원체 이동속도가 빠르고, 탄속도 느린 편에 히트스캔 무기도 없다보니 어쨌든 접근전 위주로 흐르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두 번째 영역이 줄어드는 순간부터 중간중간 고티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폭풍여객이나 일종의 폭격인 용의 분노가 랜덤으로 등장하면서 전장 집중도가 확 올라갔다. 그 순간부터 그간 준비했던 것을 전투에서 터뜨리는, 그런 전투들을 펼치게 되는 유형이라고 할까.

메인 모드는 1인 랭크와 3인 랭크로, X키를 누르면 감정표현이지만 3인 랭크에서는 이 키를 누르면 감정표현뿐만 아니라 여러 핑도 사용 가능했다. 그 외에도 맵을 켜지 않고도 마우스 중간 버튼으로 아이템을 먹으라고 지시하거나 위치를 표시하는 핑도 가능해 음성 채팅이 불가능하거나 외국인과 팀을 맺어도 어느 정도 합을 맞춰가면서 할 수 있게끔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어 더빙을 지원하기 때문에 미처 모니터링을 못했다 하더라도, 소리로 듣고 바로 파악할 수도 있었다. 툴팁 번역은 가끔 애매한 구석이 있긴 했지만, 캐릭터 더빙은 게임플레이에 몰입감을 더할 수 있을 정도로 꽤 수준이 높았다.

▲ 핑이나 아이템표시 등 편의기능도 잘 갖춰져있어서 전술적 소통은 크게 문제가 없다

현재까지 게임 내 주요 과금은 장신구나 의복, 무기 스킨 등 꾸미는 요소 위주였고, 10연차에 보라색, 100연차에 전설급 확정 등 천장을 도입하고 배틀패스 개념인 시즌패스를 추가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그런 익숙한 구성을 꽤나 깔끔한 UI로 정리해뒀기 때문에 나라카를 처음 접했다고 하더라도 별 무리 없이 게임에 적응하고, 상품을 둘러보면서 구매할지 말지 빠르게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 주요 BM은 시즌패스와 꾸미기 요소들이다



"모르면 맞아야지", 그 보완책도 어느 정도 마련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슈팅 기반 배틀로얄은 원거리에서 저격으로 적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한 방에 제압할 여지가 있지만, 근접 전투 기반은 그렇지 못하다. 적과 직접 대면해서 싸우기 때문에 실력 차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공격과 방어, 회피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흔히 말하는 '모르면 맞아야지'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완벽히 폐쇄된 공간에서 1:1 대결을 벌이는 대전격투 게임만큼은 아니지만, 근접 전투 배틀로얄 역시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편이다. 캐릭터간 스킬 콤보나 무기 상성, 판정, 스킬의 유불리 등을 카운팅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 이 정도 거리가 떨어져있으니 석궁이 유리하겠지? 싶었겠지만

▲ 와이어로 바로 접근 가능하다는 걸 잊지 말자. 모르면 살아남기 힘들다

나라카는 앞서 말했듯 가위바위보 싸움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가위바위보 심리를 위해서 거리재고 회피하거나 와이어를 써서 갑자기 달려드는 등 여러 테크닉이 요구된다. 더군다나 무기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각 무기마다 특수기들이 있기 때문에 이 특수기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대미지를 우겨넣거나 혹은 빈틈을 찌를 수 있나 결정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통은 3타째에 차징 공격이 들어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3타에서 튕겨내기를 쓰고 반격을 하는 게 일반적인 방어 패턴이다. 여기서 그 3타를 잇는 대신에 클릭 안 하고 앉기를 눌러서 캔슬한 뒤에 특수기로 콤보로 이어가거나 장검이나 태도는 앉기를 눌러서 캔슬하고 공중 띄우기를 한 뒤 추가타를 넣는 식의 운용도 가능하다. 이렇듯 통상적인 무조건 반사식 튕겨내기를 뚫는 여러 심리전이 있는데, 그걸 모르면 맞아야 하는 건 나라카에서도 동일했다.

이는 CBT, OBT에서부터 언급된 문제점이었던 만큼, 개발사에서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튜토리얼과 훈련장을 강화하면서 보완하고자 했다. 기존에 허수아비만 있던 훈련장에 AI봇을 넣고, 직접 여러 조건을 붙여서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연습을 하게끔 한 것이다. 적도 단순히 그냥 서있거나, CPU 대전을 하는 모드에 그치지 않고 조준 연습 위주나 튕겨내기 위주 등 자신이 주로 연습하고자 하는 것에 맞춰 설정하는 것도 가능했다. 여기에 혼옥이나 장비도 전부 다 사용할 수 있어서, 여러 가지를 실험해보면서 최적의 세팅을 짜내거나 혼옥으로 변화된 스킬을 사용한 변칙 콤보 연습을 손에 익힐 수도 있었다.

▲ 혼옥 없이 일반공격 막 누르면 3타는 무조건 차징으로 나가니 주의

▲ 이런 컨트롤을 연습하기 위한 훈련장도 마련되어있다



HDD로는 힘든 최적화와 가끔 끼는 조작감, 너무 티나는 봇 AI

▲ 권장사양에 SSD가 필요하다고 써있을 만큼, HDD와 SSD의 격차가 꽤 큰 편이다

시스템뿐만 아니라 나라카는 그래픽에서도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전체적인 그래픽이나 캐릭터 모델링도 그렇지만, 특수 효과나 자칫 소홀할 수 있는 오브젝트의 디테일도 잘 살려서 곳곳을 누비면서도 어색한 느낌 없이 스무스한 게임플레이가 가능했다. 그렇지만 한꺼번에 맵에 있는 정보를 로딩하는 방식이다보니, 권장 사양 이상이고 옵션에 타협을 한다고 해도 HDD로는 초반 로딩이 굉장히 긴 편이었다.

물론 HDD 유저라고 해도 초반에 로딩 구간만 제외하면 최적화는 준수한 편이라 플레이 자체는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초반 로딩이 상황에 따라 굉장히 길기도 하고, 일부 상황에선 로딩이 잦은 편이라 무한의 시련 같은 모드는 HDD 유저들에겐 상당히 불리했다. 배틀로얄 모드인 선택받은 자에서는 그나마 로비 화면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드물지만, 종종 처음에 진입할 때 로딩이 길어지는 현상이 있다보니 적 인근에 스폰하는 전략은 거의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60인 멀티플레이 게임이면서도 이동의 자유도를 간단하게 살린 구성 자체는 좋지만, 가끔 조작감이 민감하다거나 움직이다 갑자기 끼는 느낌이 드는 등 품질이 일괄적이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나마 끼는 건 테스트 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편이라 지붕 처마나 절벽 바위틈을 지날 때 간혹 끼는 정도지만, 정식 출시 후에는 아주 가끔씩 서버가 튀어서 애매하게 먹힐 때가 있다는 또다른 문제가 발생했다고 할까.

▲ 지금은 완화됐지만 출시 초에는 전투 중 100 이상 핑이 튈 때가 종종 있었다

이는 이동할 때뿐만 아니라 공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본적으로 나라카는 패드도 지원하지만, 기본은 키보드-마우스를 써서 공격과 이동을 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마우스-키보드 동시 입력시 마우스가 우선이라 약간 타이밍 늦게 캔슬하는 느낌인데, 그게 서버 상태에 따라서 아귀가 안 맞을 때가 있다보니 조작감이 완전히 좋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초창기에 로비 채팅 서버 열리고 그랬을 때는 종종 조작감이 이상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아시아 서버 매칭에 따라 살짝 조작감이 묘해지는 때가 있는데,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그 미세한 차이를 노리는 심리 공방이 주가 되는 게임인 만큼 그 아주 가끔 보이는 흠을 신경쓰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고 할까.

몇 판 하다보면 그렇게 치열한 전투를 여러 차례 겪게 되겠지만, 아마 처음에 진입했을 때는 그런 걸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다. 튜토리얼 끝나고 난 뒤에는 주로 봇과 매칭을 시켜줘서 게임에 익숙하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봇의 AI가 상당히 멍청하다. 몇 번 칼을 휘두르더니 절벽을 타지도 못하고 맹목적으로 돌진하다가 등 뒤를 내줘서 그냥 끔살당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사람에 따라서 봇을 학살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겠지만, 너무 티가 나서 첫판에 김이 식어버릴 수도 있을 정도라고 할까.

앞서 언급한 연습장의 다양한 모드는 그나마 괜찮지만, 하다보면 이 역시도 AI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아서 때로는 연습용 더미보다 못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나 조준 모드를 할 때 무조건 유저에게 다가오거나, 혹은 벽에 부딪혀도 그냥 마이웨이로 직진해서 고정 타겟이 되어주는 등 어색한 모습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차라리 조준 모드는 그 뒤에 사거리 표시해둔 곳에 움직이는 타겟을 만들어주는 게 어떨까 싶을 정도로 현 단계의 AI는 난잡한 수준이고, 게임 플레이의 몰입감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있었다.

▲ 숨는 건 좋은데, 거긴 막힌 곳이라 움직이게 만든 이유가...

▲ 랭크 초기에 종종 보게 되는 봇도 다 이런 식이라 좀 티가 난다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치고 출시됐지만, 나라카는 아직 '완벽'하다고 하기엔 좀 이르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건 거진 다 갖추고 나왔지만 킬캠 등은 없다. 로비 서버도 기술적 이슈로 닫아둔 상태에, 일부 서버는 핑 이슈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더군다나 기본 스킨은 괜찮은데, 커스터마이징이나 이런 부수적인 요소는 현 단계에서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아서 그걸 수집하거나 꾸미는 재미를 주기엔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배틀로얄 특유의 긴장감과 근접 전투 액션의 박진감을 잘 섞은 만큼, 재미 하나만큼은 충분히 보장하고도 남는 타이틀이라 하겠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배틀로얄을 떠나서 간단한 조작방법으로 이렇게 쫄깃한 심리 공방을 펼치는 멀티플레이 액션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

물론 근거리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원거리 무기의 안정감이나 타격감은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라 아쉬움은 남는다. 특히 고전 무협풍 특성상 원체 이동속도도 빠르다보니 원거리 저격을 하긴 어렵고, 와이어까지 있어 중거리에서도 원거리 무기는 쓰기 어렵다. 그래서 거리를 두고 슈팅 위주의 전투를 펼치고 싶은 유저에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게임이라고 할까. 이를 개발진도 인식한 듯 원거리 무기의 특성을 바꿔주는 혼옥들을 여럿 추가했지만, 무기의 특성을 바꿔주는 혼옥은 보통 우수 등급 이상이라 잘 안 나오다보니 이를 상정해서 플레이하긴 어렵다.


그래서 근접전투 위주 양상으로 가게 되는데, 조작법은 간단한 대신 물고 물리는 심리전이 있어서 심리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들은 역습당하기 일쑤였다. 아주 화려하게 콤보를 맞아 손도 못 쓰고 당하는 게 아니라, 심리 싸움으로 한 끗 차이 싸움이 꽤 많다보니 더욱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랄까. 레벨이 올라갈수록 특성도 올리는 구조인데, 그게 미세한 차이를 주기는 하다보니 그 약간의 차이로 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해서 그 분한 마음은 더 증폭될 수밖에 없는 구도라 하겠다.

다만 현재 스팀 동접자수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저층도 많고, 약간의 서버 이슈를 빼면 핵이나 부정 프로그램 이슈는 아직 없는 터라 몇 판 하다보면 그래도 봇이 아닌, 싸울만한 상대를 만나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맛은 있었다. 아직 플레이어블 캐릭터도 적은 편이고, 이런 온라인 게임은 초반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후반의 운영도 중요하기 때문에 당장에 확실한 평가를 내리긴 어렵다. 그렇지만 적어도 현 단계에선 액션 게임으로나 배틀로얄 게임으로나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는 타이틀임은 분명하다고 하겠다.